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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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그로슈
작품등록일 :
2024.07.25 14:48
최근연재일 :
2024.08.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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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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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재계약 -3-

DUMMY

*



“느려, 조금 더 빨리 움직여야 해! 다시!”


파에즈는 내게 성난 목소리를 내면서 나를 다그쳤다

측면에서 공을 잡고 중앙으로 들어온 후, 빌드업과는 별로 상관없는 애매모호한 패스를 뿌렸기 때문이었다.


“다시, 다시, 다시!”


파에즈는 실제 1군 코치처럼 크게 팔을 휘저으면서 내게 말했다.

나는 거칠게 호흡을 내쉬었다. 파에즈는 똑같은 행동만을 계속해서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측면에서 공을 잡는다. 그러고는 능숙하게 드리블하면서 중원으로 파고들어 와서 파에즈에게 공을 패스했다.


“저기!”

“오케이!”


파에즈가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그 방향으로 달리라고 명령하자. 나는 허겁지겁 그 방향으로 달려갔고 파에즈는 내가 뛰어가는 방향으로 날카로운

로빙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흐으읍!”


나는 크게 숨을 몰아쉬고는 파에즈가 뿌린 로빙 스루패스가 떨어지는 방향으로 거세게 스프린트를 가져갔다. 

그리고 그대로 공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다리를 뻗었다.


“젠장!”


성난 마음에 나는 주먹을 푸른 잔디 위에 내리쳤다.

충분히 스프린트를 가져갔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은 내 발끝에 닿지 않은 것이었다. 


“다시!”


파에즈는 내게 다시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파에즈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다시 측면에서 공을 잡고 이 동작을 계속 반복했다.


미드필더 자리에 들어간 파에즈는 팀의 빌드업을 도맡고 경기 내내 끊임없이 소리치며.

팀원들의 위치와 플레이를 지시하는 레지스타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였다. 

그렇기에 나는 계속 파에즈가 시키는 데로 움직이고 죽어라 뛰면서 공을 다뤘다.


그냥 나를 마구잡이로 다루는 게 아니냐고? 아니, 그럴 일은 추호도 존재하지 않았다. 

파에즈의 레지스타로써의 능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상상 이상이었으니까.


실제로 그가 월드클래스의 반열로 들어서게 되는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였다. 

앞서 주포지션이라고 소개했던 레프트윙이나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였다. 

그것도 중앙에서 공을 잡고 빌드업을 도맡는 레지스타 역할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파에즈가 시키는 데로 움직였다.


차후에 최고의 중원 사령관이라고 불리는 파에즈에게 이런 혹독한 지도는 실보다는 득이 될 게 확실해서였다.

그것도 인버티드 윙백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중원 가담 능력, 중원에 대한 이해도 부분에서는 최고겠지.


그렇기에 나는 온몸이 휴식을 요구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몸을 손바닥으로 때려가면서 계속 움직였다. 

지금이 아니라면 파에즈라는 최고의 레지스타에게 지휘를 받을 기회는 그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여기로!”

“오케이!”


나는 활짝 웃으면서 계속 중원에서 움직이는 방식을 연습했다.

그리고 이 뼈를 깎아내리는 것만 같은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되었다. 


“됐다, 됐다!”


나는 지친 몸에 최후의 스프린트를 가져가면서 더욱 속력을 올렸다. 그와 동시에 긴 왼쪽 다리를 뻗었고, 

마침내 파에즈가 띄워 올린 공에 발을 가져다 대는 데에 성공했다.

공에 터치를 가져가는 데에 성공함과 동시에 나는 잔디 위에 무릎 슬라이딩을 하면서 크게 포효했다.


“그래, 그거야!”


계속해서 이마를 치던 파에즈는 공중으로 주먹을 움켜쥐면서 포효했다. 


“태오라고 했지. 우리는 분명히 좋은 콤비가 될 수 있을 거야.”


파에즈는 바닥에 무릎 슬라이딩을 한 내게 손을 건네줬다. 


“어? 코, 콤비?”

“그래 콤비. 다른 말로 하면 좋은 투볼란치가 될 수 있을 거야. 마침, 첼시 1군에서도 너처럼 안쪽으로 접어드는 인버티드 윙백 자원을 찾고 있거든!”

“그, 그 말은 설마 내가 1군 선수로 데뷔할 수 있다는 거야?”

“물론이지. 네가 만약 첼시로 넘어오기만 하면, 내가 감독님께 추천서를 써서라도 너를 1군에 데뷔 시켜줄게!”


파에즈는 한 뼘 위에 있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진중함이 묻어 있었다. 장난이나 흔히들 말하는 빈말 같은 게 아니었다. 정말 좋은 동료를 만났을 때나 보인 반응이었다.


“그러니까. 꼭, 넘어오는 거다?”


파에즈는 내게 주먹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주먹에 맞대면서 맹세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파에즈와 함께 같은 그라운드 위를 누벼 볼 것을.


*



밝은 태양이 자연스럽게 서쪽으로 저물며 아름다운 석양을 그려가던 늦은 저녁 시간, 나는 아버지의 빨간 승용차를 타고 귀가하는 길이었는데. 나는 무슨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실실 웃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야.. 드디어 얻어냈으니까!


나는 눈앞에 떠 있는 파란색 퀘스트창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 [히든 포지션: 인버티드 윙백이 해방되었습니다.] -


나의 양쪽 입꼬리는 절로 솟구쳐 올랐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던 인버티드 윙백 포지션을 마침내! 습득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나는 강하게 움켜쥔 두 주먹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이렇게 인버티드 윙백 포지션을 몸에 익히면서, 아스날로 이적할 준비는 모든 게 끝났기 때문이었다. 


“오늘 훈련은 즐거웠니. 태오?”


아스날 생각을 해서일까. 운명의 장난처럼 아스날의 열정적인 서포터이신 아버지는 내게 물었다. 


“환, 환상적이었어요. 계약 얘기는 잘 됬었나요?”

“뭐.. 그러저럭? 계약 조건이나 그런 건 나쁘지 않더구나.”


운전대를 부드럽게 돌리면서 아버지는 그냥 평탄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에이전트 형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물었다.


“이보게 에이전트 양반, 자네가 생각했을 때. 울 아들이 첼시로 이적하는 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네, 네? 다, 다시 한번 말해 줄 수 있겠습니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잠시 조수석에서 졸고 있던 에이전트 형은 눈을 부릅뜨면서 정신을 바로잡았다.

나는 그런 에이전트 형을 측은하게 쳐다봤다.

여러 명의 선수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일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에이전트라는 직업의 고충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이적도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괜찮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아까 훈련 끝날 때쯤에 보지 않으셨습니까? 처음 만난 첼시 유소년 아이들이랑 저렇게 잘 뛰어놀던 모습 말입니다.”

“흠.. 그런가? 그렇다면 곧바로 이적을 감행···.”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에이전트 형은 진지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이에 아버지는 잘만 틀어져 있던 라디오의 볼륨을 줄였다.  


“뭔가?”

“바로.. 토트넘의 계약 조건입니다.”


에이전트 형은 심오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오늘의 일은 곧 기삿거리가 될 게 확실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토트넘의 구단주인 레비 회장의 귓가에도 이 소식이 들어가게 될 텐데. 

과연 이 소식을 들은 레비 회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도저히 가늠이 가지 않았다.


*



그리고 정확하게 이틀 후, 나는 에이전트 형과 함께 토트넘의 유소년 훈련장으로 찾아갔다. 

그것도 오늘 훈련 같은 것보다는 계약 얘기만 할 거라는 듯이, 나는 곧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어, 반갑군. 안 그래도 훈련 도중에 찾으려고 했는데. 직접 찾아와 주다니. 고맙네. 태오군.”

“아닙니다. 레비 회장님, 저도 계약 얘기를 하고 싶어서 속이 근절거려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나는 허리를 깍듯이 숙이면서 레비 회장님께 인사를 올렸다.

레비 회장님께서는 겸손하게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했고, 그렇게 결렬되었던 협상은 다시금 재개되었다. 


“그, 내가 최근에 들은 소식인데. 태오군, 자네 혹시 첼시랑 접촉했었나?”


레비 회장은 회색빛의 신문지 한 장을 내게 던지면서 물었다.

나는 크게 헛웃음을 자아냈다. 처음부터 이 얘기를 할 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뭐 문제라도 있나요?”

“당연히 있지. 아직 자네는 우리 토트넘의 선수···.”

“레비 회장님, 죄송하지만 제 잔여 계약기간은 3개월 이하인데요?”


나는 레비 회장을 향해서 맞불을 뒀다. 계약기간이 3개월도 채 안 남은 선수가 다른 구단이랑 사전 접촉을 하는 건, 보스만 판결에 의한 템퍼링과 같은 위법 행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계약 얘기로 넘어가도록 하지.”


레비 회장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곧바로 계약 얘기로 넘어갔다. 레비 회장은 내게 새하얀 계약서를 내밀었다.

나와 에이전트 형은 함께 눈여겨서 계약서에 적힌 영어를 한 글자도 빠짐없이 꼼꼼히 읽었다.


“흠.. 괜찮은데. 주급이 조금 적은 거 아닌가요?”

“주, 주급, 주급이 왜? 343파운드(한화 약 61만 원)이면 충분히 대우할 만큼 대우해 준 게 아닌가?”

“그, 첼시에서 저희에게 해준 대우가 지금 회장님께서 제안하신 금액의 2배라서 말입니다.”

“그러면 그 돈 찾아서 첼시로 꺼지시던가.”


레비 회장은 뻔뻔하게 말하면서 더 이상을 올려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무리수를 둘 줄은 조금도 예측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적하면 나는 곧바로 알 수 없는 이유로 죽게 된다.

그렇다면 토트넘의 주장이 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팀에 잔류해야 할 텐데.

이런 싸구려 계약에 계약한다? 그건 또 손해란 말이지···. 


나는 턱을 부여잡으면서 고민했다. 이렇게 좋지 않은 대우를 받으면서 성골유스 주장이 되는 건 손해였다.

그렇게 온갖 고민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에이전트 형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만화로 치면 상상으로 불이 켜진 전구를 떠올린 것만 같았다. 


“회장님, 그럼 주급 인상은 무리라는 거죠?”

“그렇지. 내가 우리 태오군을 프랜차이즈 스타로 염두에 두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주. 급. 체. 계. 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가 최대란 말입니다.”


레비 회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밉상 같은 행동을 보였다.

그와 동시에 태오에게 구애의 손을 뻗으면서 나를 잡고 싶어 하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는데. 

이를 확인한 에이전트 형은 입꼬리를 스윽 올리면서 의문의 제안을 하나 내놓았다. 


“그러면, 이런 건 어떠세요. 회장님?”


에이전트는 특유의 웅성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레비 회장은 두 눈을 부릅뜨면서 이를 반겼다. 


“어우, 그 정도야. 그 정도면 내 친히 해 줄 수 있지. 지금, 뭐해 빨리 계약 조항에 추가해 줄 테니까. 빠, 빨리 서명합시다!”


레비 회장은 호주머니에서 허겁지겁 검은 볼팬을 꺼냈다. 볼팬을 건네받은 에이전트 형은 나의 의사를 확인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상상도 못 한 계약 조항이 추가되면서 연봉을 2배나 많이 주는 첼시의 계약보다 훨씬 더 좋은 계약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본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닌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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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에필로그 24.08.31 50 0 3쪽
31 리버풀전 -3- 24.08.30 45 0 11쪽
30 리버풀전 -2- 24.08.29 44 0 13쪽
29 리버풀전 -1- 24.08.28 62 0 12쪽
28 스틸 -2- 24.08.27 61 0 12쪽
27 스틸 -1- 24.08.26 78 0 13쪽
26 첼시전 -5- 24.08.25 68 1 12쪽
25 첼시전 -4- 24.08.24 70 1 12쪽
24 첼시전 -3- 24.08.23 78 0 12쪽
23 첼시전 -2- 24.08.22 78 0 12쪽
22 첼시전 -1- 24.08.21 89 0 11쪽
21 초특급 성골유스 -3- 24.08.20 99 1 12쪽
20 초특급 성골유스 -2- 24.08.19 97 1 12쪽
19 초특급 성골유스 -1- 24.08.18 114 1 12쪽
18 데뷔전 -3- 24.08.17 101 0 11쪽
17 데뷔전 -2- 24.08.16 107 0 12쪽
16 데뷔전 -1- 24.08.15 121 1 12쪽
15 콜업 -3- 24.08.14 106 0 12쪽
14 콜업 -2- +1 24.08.13 123 0 12쪽
13 콜업 -1- 24.08.12 128 0 12쪽
12 청백전 -3- 24.08.11 125 0 13쪽
11 청백전 -2- 24.08.10 138 1 12쪽
10 청백전 -1- 24.08.09 184 1 12쪽
» 재계약 -3- 24.08.08 181 3 11쪽
8 재계약 -2- +1 24.08.07 193 3 12쪽
7 재계약 -1- 24.08.06 219 2 12쪽
6 인버티드 윙백 -3- 24.08.05 202 2 12쪽
5 인버티드 윙백 -2- 24.08.04 245 1 13쪽
4 인버티드 윙백 -1- 24.08.03 323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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