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리버풀전 -3-

*

“후우···.”

나는 막막하다는 듯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잘 익은 벼처럼 숙이고 있던 고개를 높게 치켜들었다. 

눈앞에는 살라를 중심으로 한, 리버풀의 3톱이 내게 압박을 가하러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왼발로 공의 윗부분을 긁으며 공을 상대 선수의 다리 사이로 공을 굴렸다. 

“파울!”

곧이어 심판은 눈에 불을 켠 채로 휘슬을 불었다. 살라를 중심으로 모여있던 리버풀의 3톱은 크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강하게 압박을 가져가던 태오가 갑자기 살라의 몸에 부딪히면서 혼자 스스로 넘어졌기 때문이었다. 

“아니, 심판 이게 왜 파울이야!”

“이건 정당하게 공을 탈취하는 행위라고!”

살라의 옆에 있던 두 잔챙이는 크게 따져봤다. 하지만 심판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기만 했다. 

“지금, 저기를 봐라. 지금,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한 지!”

곧이어 심판은 검지로 데구르르 굴러가는 공을 가리켰다. 격하게 따지던 두 사람은 크게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분명히 공은 태오의 발밑에 붙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챗.. 제법이군.”

이를 팔짱을 끼고 차분하게 지켜보던 살라는 측은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아야..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나 죽어.”

나는 거센 태클을 당한 것처럼 양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천천히 돌려 살라를 흘깃 쳐다봤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웃고만 있는 살라를.

그야, 녀석도 몰랐겠지.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생초짜 유망주에게 알까기를 당할 줄은 말이야.

리버풀의 3톱의 거센 압박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나는 왼발로 공의 윗부분을 긁으며 공을 굴렸다. 3톱의 중심에서 압박을 가하는 데에 온 사념을 다 하는 살라의 가랑이 사이로 말이다. 

휘잉~

공은 자동차 바퀴처럼 잘만 굴러갔고, 그대로 살라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서 뒤로 굴러갔고, 나는 곧바로 살라의 육체에 스스로 몸을 갖다 대면서 넘어지는 연기를 했다. 

파울을 얻어서, 이 상황을 제치 있게 해결해 가야만 했으니까.

“보통 놈이 아니구나?”

“별말씀을.”

나는 살라가 내밀은 손을 맞잡으면서 필드에서 일어났다. 살라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멈춰 세워둔 공에 손을 올리고, 공을 미드필더인 사르에게 패스하면서 재빠르게 프리킥을 처리했다. 

사르는 리버풀의 압박이 들어오자. 공을 드리블하면서 그들의 압박을 한 명씩, 차례대로 벗겨냈다. 가히 전성기 시절의 이니에스타를 연상시키는 플레이였다. 

“사르!”

그렇게 사르가 리버풀 선수들의 압박을 모두 벗겨내자. 나는 양팔을 크게 흔들면서 공을 달라고 신호를 줬다. 

“오케이, 태오!”

사르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게 공을 패스했다. 왜냐하면 사르의 장점은 압박이 들어왔을 때, 벗어나는 탈압박이지. 전방으로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찔러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이스 패스!”

사르에게 서 공을 건네받은 나는 곧바로 시선을 전방으로 돌렸다. 내 눈앞에는 PL 최고의 라이트백인 아놀드가 있었다.

아놀드는 내가 아무 짓도 하지 못하게끔, 껌딱지처럼 내게 달라붙었다. 아무래도 내가 전방으로 패스하는 걸 막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그의 수비력은 나름대로 준수했다. 하지만, 그 수준이 가히 하비에르 사네티 같은 전설적인 풀백에 다다를 정도는 아니었다. 

타닥!

나는 내게 달라붙은 아놀드 앞에서 몸을 좌우로 흔들고는 오른쪽으로 스프린트를 가져갔다. 

“당했다!”

아놀드는 몸을 크게 움찔하면서 내 뒤를 쫓았다. 아무래도 헛다리 짚기에 당해도 제대로 당한 모양이었다. 

아놀드는 서둘러 내 뒤를 쫓으며 나를 견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놀드의 견제가 다시 살아났을 때, 이미 공은 내 발밑을 떠난 이후였다. 

“주장!”

아놀드에게서 잠시나마 자유로워진 나는 재빠르게 페널티 박스로 스루패스를 찔렀다. 그것도 리버풀의 샌터백 2명 사이를 제대로 가르는 날쌘 스루패스였다. 

“알았어. 태오!”

최전방에서 샌터백 한 명을 등지고 있던 손흥민은 가볍게 오른쪽으로 돌면서 페널티 박스로 침투를 가져갔다. 그것도 PL 최고의 샌터백인 반다이크를 상대로. 

“막아, 알리송!”

자신이 손흥민에게 벗겨지자. 곧바로 반 다이크는 키퍼인 알리송에게 명령했다. 이를 들은 알리송은 곧바로 골대 밖으로 뛰쳐나오며, 손흥민의 슈팅 각을 좁혔다. 

하지만, 손흥민이 누구인가? 그 어떤 찬스에서도 완벽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공격수가 아닌가.

나는 자연스럽게 왼손의 주먹을 움켜쥐면서 크게 환호했다. 손흥민은 오른발로 마무리 슈팅을 가져가는 척하면서도 곧바로 왼발로 공을 툭, 치면서 알리송을 제친 것이었다. 

철렁!

손흥민은 키퍼 알리송을 제친 후, 편하게 왼발로 공을 툭, 차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우와아아아아아!”

곧이어 원정석에 앉아 있던 토트넘 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필드 위에 있던 새하얀 유니폼을 입은 토트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코너킥 플래그를 향해서 무릎 슬라이딩하면서 세레머니를 가져갔다. 나도 무릎 슬라이딩을 하면서 손흥민의 득점을 축하해 줬다. 

“패스 좋았다. 태오!”

손흥민은 내 머리를 거세게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나는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손흥민과의 이런 접촉은 그가 나를 인정해 주는 듯한 느낌을 동반했기 때문이었다. 

“Nice one Sonny, Nice one Son. Nice one Sonny, Let's have another one!”

토트넘 팬들은 곧이어 득점한 손흥민의 응원가를 불러주며 그의 득점을 축하했다. 손흥민은 그런 팬들을 향해서 크게 팔을 위로 휘저으며 더 격한 반응을 요구했고, 관중들은 더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열창했다. 

좋아, 이대로 가면 이 경기를 잡아낼 수도 있겠어.

스코어는 1:1, 다시 원점이 되어 있었다. 나는 활짝 웃었다. 지금 이 분위기를 조금만 더 잘 이용하면 리버풀의 홈에서 내 이름이 연호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을 테니까. 

삐빅!

곧이어 실점한 리버풀의 킥 오프와 함께 경기는 재개되었다. 우리 팀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강하게 압박을 가져갔다. 리버풀의 4백뿐만이 아니라 골키퍼에게까지 말이다. 

“에라잇!”

최전방에 있던 손흥민이 거세게 압박을 넣자. 곧이어 알리송은 다소 불안하게 롱 패스를 날렸다.

알리송의 롱패스는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공의 소유권은 우리 토트넘 측으로 넘어왔다. 

“매디슨!”

나는 왼쪽 측면에서 양손으로 공을 스로인했다. 공은 그대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내려온 매디슨의 발밑으로 들어갔다. 

“태오!”

매디슨은 자신에게 압박에 가해지자. 원터치로 깔끔하게 내게 공을 패스했고, 나는 곧바로 왼쪽 측면으로 강하게 스프린트를 가져갔다. 

“아놀드 막아!”

리버풀의 수비를 진두지휘하던 반다이크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오케이!”

아놀드는 곧바로 내 뒤를 쫓았다.

“후우.. 제법 빠르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재빠르게 스프린트를 가져간 아놀드는 곧바로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왼쪽 다리를 깔짝대면서 드리블을 치려는 척을 했다. 

“미안하지만, 이제 그런 것에는 안 속는다!”

아놀드는 오른팔을 수평으로 피면서 내게 말했다. 나는 흥미롭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녀석이 이렇게까지 침착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 침착함이 깨졌을 때는 과연 어떻게 되려나?

나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사악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조금 전에 살라에게 그랬던 것처럼, 공의 윗부분을 발바닥으로 긁으면서 아놀드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흘려보냈다. 

“이건 어떠냐!”

“아, 아닛!”

아놀드는 곧바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프리미어 리그의 NO.1라이트백이라는 자신을 상대로, 알까기를 시전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그럼, 수고해라!”

나는 아놀드 옆으로 강하게 스프린트를 가져가면서 페널티 박스로 침투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옆에는 반다이크를 포함한 리버풀의 수비수가 세 명이나 있었고, 그 사이에는 손흥민을 포함한 토트넘의 공격수가 둘이나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나의 선택은 손흥민이었다. 

나는 곧바로 왼발로 공을 차면서 그대로 손흥민에게 컷백을 내주려고 했다. 손흥민은 컷백을 받아먹기 좋은 위치로 침투를 가져가고 있었으니까. 

“주장!”

나는 손흥민을 부르면서 왼발로 공을 낮게 깔아 찼다. 공은 예리하고 재빠른 속도로 날아가면서 그대로 손흥민의 발밑으로 들어갔고, 자연스럽게 토트넘의 득점으로 연결되었다. 

가히, 완벽한 득점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

토트넘 팬들은 크게 함성을 내질렀다. 또다시 손흥민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필드 위에 있는 손흥민은 세리머니를 하면서 득점을 즐기기는커녕, 오히려 휘둥그렇게 두 눈을 뜨고 있었다. 

마치 기괴하고도 잔인한 장면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태오!”

손흥민은 곧바로 내게 달려왔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갑자기 손흥민이 내 뒤를 쫓아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장, 갑자기 왜요?”

“피해!”

“네?”

나는 다시 한번 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고, 이건 필드 위에서 내가 벌인 마지막 동작이 되었다. 

“으아아아아악!”

나는 절망과 고통으로 가득한 비명을 내질렀다. 가만히 서 있던 내 양쪽 무릎을 향해서 거센 태클이 들어온 것이었다. 

“삐빅!”

심판은 곧이어 휘슬을 불면서 상황을 중단시켰다. 그러고는 다소 황당해 하는 아놀드에게 래드 카드를 내밀었다. 지금, 이 위험한 태클을 날린 건, 다름 아니라 나를 막으려던 아놀드였기 때문이었다. 

“태오, 괜찮냐?”

손흥민은 내게 잡고 일어나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양쪽 두 다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보통 아픈 수준이 아닌, 두 다리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으니까. 

“괘, 괜찮습니다.”

그런 고통이 느껴졌음에도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나를 믿고 있는 롤모델 앞에서 별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손흥민의 손을 붙잡으면서 다시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 순간, 내 귓가로는 처절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득!

흡사 꿋꿋한 나무 기둥이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나는 큰 비명을 지르면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 

“태오! 태오!”

“매, 매디컬 팀을 불러주세요. 주장.”

나는 안 된다는 듯이 손으로 X자를 그렸다. 그러자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팀닥터들은 성급하게 들어와 내 다리를 확인했다. 

“안 되겠는데.”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

팀닥터는 벤치로 교체 사인을 보냈다. 나는 곧이어 들것에 실려서 경기장 밖으로 떠났다. 

한창 주목받던 토트넘의 성골유스의 쓸쓸한 퇴장이었다. 

작가의말

본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닌 허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