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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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그로슈
작품등록일 :
2024.07.25 14:48
최근연재일 :
2024.08.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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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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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업 -1-

DUMMY

터엉!


나는 왼쪽 다리를 비스듬한 각도로 공을 걷어찼다. 그래도 공은 어뢰처럼 바닥을 훑으면서 빠르게 날아갔다. 키퍼는 곧바로 반응해 보려고 몸을 날렸지만, 그의 팔은 끝내 공에 닿지 못했다. 


“고올!”


환상적인 중거리 한방으로 득점한 성공한 나는 곧바로 코너킥 플래그가 있는 방향으로 무릎 슬라이딩을 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두 팔을 올려서 찰칵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찰칵 세리머니를 하려고 두 팔을 들어 올린 순간, 갑자기 웬 묵직한 육체가 내 등을 짓눌렀다.


“커헉!”


나는 잔디에 침을 뱉으면서 그대로 앞으로 엎어졌다. 동시에 등 위로는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역시 태오야. 믿고 있었다고!”

“오늘 무어도 지우고 득점까지 하고 뭐야, 이러다가 설마 1군으로 콜업되는 거 아니야?”


엄청난 무게감과 함께 귓가로는 같은 B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B팀 아이들이 나를 깔아뭉개는 햄버거 세리머니로 내게 집중될 스포트라이트가 얘네들에게 분산되었으니까.


이것들아 나도 준비한 세레머니라는 게 있다고!


나는 위에 있는 아이들을 치우면서 일어나려고 했었다. 그러나 5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떨쳐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결국 내 세레머니는 끝을 맺지 못했다.


삑, 삐비빅!


얼마 후, 심판은 종료 휘슬을 불면서 청백전을 끝냈다. 스코어는 1:2로 나를 중심으로 뭉친 B팀의 승리였다.


“태오, 태오, 태오!”


B팀 아이들은 경기가 끝나자, 내 이름을 연호하면서 나를 들고 헹가래를 올렸다. 경기를 끝내는 결승 골을 넣기도 했고, 상대 팀의 에이스인 무어를 완벽하게 지워내는 데에도 성공해서였다.


“좋은 경기였다. 태오.”

“너야말로 무어.”


헹가래가 끝난 후, 무어와 나는 악수하면서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태오, 오늘 나는 너에게 막혔지만 기대하도록 해. 다음에 적으로 만났을 땐, 반드시 너를 뚫고 득점에 성공할 거니까.”


무어는 검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나는 그런 무어를 가련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무어가 나를 뛰어넘으려면 100년하고도 1000년은 더 살아야 할 테니까.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메인 퀘스트 실패로 엄청난 횟수의 회귀를 겪어왔다. 그런데 무어가 나를 뛰어넘은 적? 여태껏 살아본 전생 중에 그런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당당하게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무어는 나를 뛰어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 내가 아스날로 이적한 이후에도 말이야.


나는 무어의 슬프기만 할 운명을 사악하게 비웃었다. 전생의 기억에 의하면 무어는 토트넘에서 이적을 감행한 적이 없는 원클럽맨의 커리어를 이어간 선수였으니까.


재능을 100퍼센트 만개했을 때는 15년간 토트넘에서 뛰었다. 재능을 1퍼센트도 만개하지 못했을 때는 그냥 은퇴를 감행할 정도로, 녀석은 원클럽맨에 대한 환상이 넘치는 녀석이었다. 


“오늘 청백전도 모두 수고 많았다.”


유소년 감독 로이트는 박수를 치면서 천천히 아이들에게 다가왔다. 


“오늘 경기를 뛴 아이들부터 경기를 뛰지 못한 아이들까지. 모두 다차지 않고 플레이했기에, 이 감독과 코치들은 크게 감동했다.”


로이트의 말이 끝나자, 그의 졸개나 다름없던 코치들은 유소년들을 향해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으흠, 그러면 과연 포스테코글루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번 들어보도록 하자꾸나. 모두 박수로 맞이하거라.”


로이트는 1군 감독인 포스테코글루에게 앞으로 나오라고 두 손으로 손짓했다. 위풍당당한 풍채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앞으로 걸어 나왔고, 유소년 아이들은 거세게 박수를 쳐 보냈다. 


“흠, 우선 오늘 이 경기를 보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우리 토트넘 홋스퍼라는 구단의 U -21팀에 이렇게 훌륭한 유소년들이 많았는지 몰랐기 때문이지. 특히, 마이키 무어.”


포스테코글루는 오늘 경기에서 한 골을 기록한 무어를 뭉툭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능숙한 드리블로 박스 근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고 좋은 킥력으로 득점을 뽑아낸 건, 아주 인상적이었다.”

“감사합···.”

“다만, 그 후에 상대 팀인 B팀의 밀집 수비에 막혀서 아무런 모습도 보여주지 못한 건 아쉬웠다. 앞으로는 밀집 수비를 뚫어내는 방법을 고안해 보도록.”

“넵!”


무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에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눈에 불을 켜면서 크게 대답했다. 포스테코글루는 그런 무어를 향해서 만족한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무어를 오랫동안 눈 여겨보고 있었다는 듯이.


“그리고, 셰르빈스키?”

“옙!”

“오늘 윙어의 크로스를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흘려주는 플레이나, 동점 골을 기록할 때 보였던 그 깔끔한 마무리 등, 페널티 박스 안에서 끼친 영향력은 정말 최고였다.”

“그렇죠? 그게 바로 저의 클래스입니다!”


셰르빈스키는 콧대를 드높이면서 크게 우쭐했다.

그의 반응을 보면 오늘 청백전에서 MOM을 먹은 선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클래스라.. 그게 자네의 클래스라면 콜업은 1군 무대에서는 죽어도 살아남을 수 없겠군.”

“뭐, 뭐. 뭐가요?”


셰르빈스키는 두 눈을 부릅뜨면서 화들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야, 자네는 빌드업에 관여하는 거나 상대 팀 선수에게 제대로 압박을 가하지 않았으니까.”

“그, 그게 뭐요. 스트라이커는 결국에는 골로 증명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셰르빈스키는 포스테코글루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그러자 포스테코글루는 단호하게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자네가 40년 정도만 빨리 태어났으면 그랬겠지. 현대 축구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스트라이커의 이상적인 모습은 빌드업에 성실하게 관여하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면서 성실하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네. 그러니 그런 구시대적인 발상은 버리도록 하게.”

“··· 네.”


셰르빈스키의 표정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무래도 정곡에 찔린 듯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상심하지는 말게. 이 2가지 단점만 보완할 수 있다면 자네는 분명히 지구상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될 수 있을 테니까.”


포스테코글루는 셰르빈스키에게 다가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나는 그런 포스테코글루의 눈빛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감독의 눈빛에는 강한 확신이 품어져 있었다. 과연 선수 보는 눈이 좋기로 유명한 감독다웠다. 정말 쟤는 지구상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될 재능을 갖췄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감독님. 저, 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셰르빈스키는 감독의 손을 두 손으로 붙잡으면서 물었다. 아무래도 지금 이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에 맞는 방법을 알 수 있다면, 자신의 재능이 만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게 확실해서였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하나. 더 열심히,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해야지.”


포스테코글루는 셰르빈스키에게 주먹을 움켜쥐면서 말했다. 셰르빈스키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당연해도 너무나도 당연한 답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좋은 판단이로군.


둘의 대화를 제삼자의 입장에서 쳐다보던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입맛을 다셨다. 분명히 포스테코글루는 셰르빈스키의 단점을 보완해 낼 방법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답을 쉽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 방법이란 건, 계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마지막 태오!”

“넵.”


나는 고개를 높게 들면서 답했다. 포스테코글루는 거인처럼 묵직한 걸음을 옮기면서 내게 다가왔다. 


“··· 확실하게 말한다. 네놈은 다음 1군 경기 벤치에 앉도록 하거라.”


포스테코글루는 길게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인 결론만 내놨다. 주변에 있던 셰르빈스키와 아이들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충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오늘 청백전에서 1골 1어시스트라는, MOM급의 활약을 했어도 바로 콜업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충격적인 반응이 잇따르던 도중, 나는 허리를 90도로 접으면서 공손하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 


“···자네 생각보다 차분한 성격인가?”

“네?”

“그, 아무것도 아니네. 1군 콜업이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반응을 보인 건 자네가 처음이라서 그렇네.”


포스테코글루는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그런 포스테코글루를 부드럽게 쳐다봤다. 


U-21 팀에서 1군 팀으로 콜업되는건 내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흠, 부디 오늘의 플레이를 1군 무대에서도 그대로 보여주길 바란다. 나는 기복 있는 선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너무 자만하지도 말게. 지금 자네의 경기력이 평생 영원할 리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넵, 감독님.”


나는 해맑게 웃으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돌려보냈다.


“로이트씨, 저랑 같이 얘기 좀 하죠.”

“아, 네 좋죠. 혹시 엔지씨도 피십니까?”


로이트는 손으로 담배를 피우는 제스처를 취했다. 동시에 라이터를 꺼내서 거대한 불을 붙이기도 했다.


“저. 담배는 끊은 지 꽤 되어서 사무실 가서 얘기하도록 하죠.”

“아, 넵.”


로이트는 당황한 듯이 허겁지겁 라이터의 불을 끄면서 포스테코글루를 따라갔다. 


으이구, 저 병신.


나는 허겁지겁 달려가는 로이트를 보고 크게 비웃었다. 포스테코글루는 젊은 나이에 담배를 끊은 금연가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과연 저 둘이 무슨 얘기를 하려나?


나는 두 남자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지, 도저히 궁금해서 오늘 밤은 잠을 설칠 것 같았다. 


“야, 태오 축하한다.”

“태오, 1군에서 출전하면 부디 내 몫까지 활약해 줘라!”

“그래, 1군 가서도 네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거야!”


아이들은 죄다 내게 다가와서 나를 응원했다. 그들 중에는 당연히 무어와 셰르빈스키도 있었다. 


“그래, 만약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면 꼭 좋은 모습 보여줄게. 너희들이 안 부끄럽게끔 말이야.”


나는 방긋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들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지랄하지 마!”


한 소년이 내게 큰소리를 치면서 아이들 사이를 헤집고 나오더니. 소년은 내 멱살을 붙잡았다. 


“네가 실력으로 지금 거기까지 콜업되었다고 생각하냐. 착각하지 마!”


소년은 내게 설교하듯이 잔소리를 들여다 놨다. 무어와 아이들은 소년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야, 스틸 깝치지 말고 들어가.”

“그래, 태오가 콜업된 게 시기 질투 나서 그렇냐?”


아이들은 곧바로 소년을 경멸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질책했다. 그러자 소년은 크게 목소리를 넣었다. 


“다, 닥쳐! 너. 너희들은 이 동양인 새끼가 정말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착각하지 마. 이 녀석은 풀백에 ‘풀’ 자도 제대로 모르는 버러지니까!”


소년은 입에 큰 욕설을 담으면서 나를 조롱했다. 나는 녀석을 무시했다. 어차피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내 피부색을 가지고 인종 차별을 당하는 게 한두 번인가. 전생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몇 차례 겪어봤던 나는 녀석을 무시했다. 


그리고 이번 생은 아무래도 이 녀석인가 보지.


나는 속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악연이 어디까지 가는지도 모르고...


작가의말

본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닌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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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리버풀전 -3- 24.08.30 44 0 11쪽
30 리버풀전 -2- 24.08.29 44 0 13쪽
29 리버풀전 -1- 24.08.28 61 0 12쪽
28 스틸 -2- 24.08.27 60 0 12쪽
27 스틸 -1- 24.08.26 77 0 13쪽
26 첼시전 -5- 24.08.25 67 1 12쪽
25 첼시전 -4- 24.08.24 69 1 12쪽
24 첼시전 -3- 24.08.23 78 0 12쪽
23 첼시전 -2- 24.08.22 77 0 12쪽
22 첼시전 -1- 24.08.21 88 0 11쪽
21 초특급 성골유스 -3- 24.08.20 99 1 12쪽
20 초특급 성골유스 -2- 24.08.19 96 1 12쪽
19 초특급 성골유스 -1- 24.08.18 113 1 12쪽
18 데뷔전 -3- 24.08.17 100 0 11쪽
17 데뷔전 -2- 24.08.16 106 0 12쪽
16 데뷔전 -1- 24.08.15 120 1 12쪽
15 콜업 -3- 24.08.14 105 0 12쪽
14 콜업 -2- +1 24.08.13 122 0 12쪽
» 콜업 -1- 24.08.12 128 0 12쪽
12 청백전 -3- 24.08.11 124 0 13쪽
11 청백전 -2- 24.08.10 138 1 12쪽
10 청백전 -1- 24.08.09 183 1 12쪽
9 재계약 -3- 24.08.08 180 3 11쪽
8 재계약 -2- +1 24.08.07 192 3 12쪽
7 재계약 -1- 24.08.06 21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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