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첼시전 -4-

“안 된다!”

공이 환상적인 포물선을 그리면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나는 큰 목소리로 소리치면서 스프린트의 속도를 올렸다.

스프린트의 가속이 제대로 붙은 나는 페널티 박스에 발을 재빠르게 발을 들이고, 골대를 향해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들었다. 무드릭의 저 로빙슛을 막아내기 위해서였다. 

공이 떨어지기 바로 직전, 나는 역동적으로 몸을 슬라이딩하면서 다리를 뻗었다.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던 공은 그대로 내 종아리 위에 떨어졌다.

됐다!

공이 오른발에 닿은 감각이 느껴지자. 나는 곧바로 오른쪽 다리를 크게 내휘둘렀다. 

“들어간 거야?”

“이걸 막은 거야?”

원정석에 앉아 있던 첼시 팬들은 놀랍다는 듯이 강하게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그건 아군인 토트넘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첼시 팬들과 별다를 게 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나이스, 태오!”

키퍼인 비카리오는 내게 잡고 일어나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다음에는 조금만 더 빨리 튀어 나가 봐.”

나는 그의 손을 맞잡으면서 바닥에 쓰러져 있던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비카리오의 등을 툭툭, 두드리기도 했었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냈다.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긴장한 듯이 꼴깍, 하고 침을 삼키면서 전광판을 쳐다봤다. 전광판에서는 방금 내가 걷어낸 골이 득점으로 인정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VAR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광판에서는 곧이어 무드릭의 화려한 로빙슛을 때리는 장면이 재생되었다. 그리고 그 로빙슛을 어렵게 걷어내는 내 모습이 보였다.

“우와아아아아!”

“에이 씨···.”

전광판을 본 어느 팬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는데. 웃는 쪽은 새하얀 유니폼을 입은 토트넘의 팬들이었다. 

“골라인 판독 결과. 노골입니다.” 

심판은 두 팔을 좌우로 내 저으면서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고, 심판실에서는 해당 슈팅이 득점이 아닌 것을 방송으로 공지했다.

휴, 하마터면 좆될 뻔했네.

나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태클이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내 스프린트 속도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첼시는 해당 득점으로 다시 분위기를 잡고, 자연스럽게 우리 팀의 동료들은 사기를 잃으면서 패배할 게 뻔했으니까. 

“골킥!”

곧이어 첼시의 공격이 무산되고, 주심은 재빠르게 골킥을 명령했다. 나는 불안하다는 듯이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어 댔다. 

현재 시간은 후반 43분이었다. 사실상 남은 정규시간은 2분 남짓, 제임스의 퇴장을 VAR로 확인했기 때문에 분명히 많은 추가 시간이 주어질 게 확실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해하기만 했다. 그 추가시간이라는 게, 아무리 길어봐야 10분 이내일 게 뻔해서였다. 

그러니까 빨리 동점 골을 기록해야 한다. 

이를 그 누구보다 강하게 확신하고 있었던, 나는 서둘러 양팔을 흔들면서 공을 잡은 비카리오를 향해서 다가갔다.

“어이, 비카리오 골 한 번 줘봐. 지금 바로 동점 골 뽑아줄 테니까!”

“오케이!”

비카리오는 다소 불안정하게 내게 공을 패스했다. 나는 몸을 움직여 그런 비카리오의 패스를 받아냈다. 공격하기보다는 굳히기에 들어간 첼시였기에 망정이지.

상대 팀이 강한 압박을 유지하고 있었더라면, 추가 실점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불안정하기만 한 패스였다. 

하지만 그게 뭔 상관이 있겠나. 나는 서둘러 왼쪽 측면으로 공을 몰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서둘러 동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젠장..”

하지만 공을 몰고 올라간, 나는 공을 뒤로 패스할 수밖에 없었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뛰어난 커버 범위를 가진 첼시의 5백은 내가 크로스를 올릴 공간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걸 어쩐담···.”

내 입술을 바짝 말라가기만 했다. 지금 내가 왼쪽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할 방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서였다. 

“추가 시간은 7분!”

후반 45분이 되자. 곧바로 부심은 전광판을 들면서 추가 시간을 공지했다. 이에 나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7분 정도라면 충분히 동점 골을 넣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지금 상대 팀인 첼시의 5백을 돌파할 방법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었다. 

“랭크셔!”

나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는 랭크셔에게 패스를 내줬다. 하지만 변변찮게 나의 패스는 오히려 첼시의 오른쪽 샌터백에게 끊겨, 역습 찬스를 내어주게 되었다. 

“잘 안 풀리는군.”

나는 축구화로 잔디를 거세게 걷어차며 다시 천천히 레프트백 자리로 커버를 들어갔다. 

한편, 역습 찬스를 맞은 첼시의 투톱은 전방으로 공을 몰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것도 내가 커버해야 하는 왼쪽 코너킥 플래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중이었다.

이런, 시간을 끌려는 건가?

나는 눈썹을 강하게 찌푸리면서 스프린트의 속도를 올렸다. 안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여기에서 이렇게 시간까지 빼앗기면, 동점 골을 넣는 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태오,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

계속해서 스프린트의 속도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을 때, 토트넘 수비진의 핵심인 로메로가 내게 말했다. 그러고는 다리를 길게 뻗어서 공을 몰고 가는 첼시 공격수의 공을 빼앗았다.

“미, 믿고 있었습니다. 로메로씨!”

나는 왼팔을 높게 치켜들면서 말했다. 

“그래. 태오!”

로메로는 오른발로 내게 공을 패스했다. 다시 공을 잡은 나는 가볍게 턴을 넣으면서 무게 중심의 방향을 틀었다. 랭크셔가 있는 왼쪽 측면이 아닌 파에즈가 있는 중앙으로.

“오호, 나랑 한번 붙어 보자는 거냐. 태오?”

첼시의 중원에서 카이세도와 함께 자리를 버텨주고 있던 파에즈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측면에서 중원으로 접어들어 가는 중원에 가담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건, 지금 눈앞에 있는 파에즈였기 때문이었다.

“승부다. 파에즈!”

“오냐, 그런 승부쯤이야 가볍게 응수해 주마. 태오!”

파에즈는 고개를 바로 들면서 곧바로 내게 달려들었다. 바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공을 빼앗기 위해서였다. 

“사르!”

“어.”

“패스!”

파에즈가 나를 향해서 압박해 오자. 나는 곧바로 잡고 있던 공을 옆에 있던 사르에게 넘겼다. 가볍게 사르를 이용한 원투 패스로 파에즈의 압박을 벗어젖힐 생각이었다.

“카이세도형!”

“오케이!”

공이 태오의 발밑에서 사르의 발밑으로 넘어가자. 파에즈는 타고난 레지 스타답게 곧바로 카이세도에게 움직임을 명령했다. 

곧바로 카이세도는 공을 받은 사르에게 그 어떤 패스도 하지 못하게 타이트하게 달라붙었다. 사르는 어떻게든 카이세도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서 공을 가지고 요란하게 드리블을 쳤다.

하지만 압박을 걸기로는 상위권에 속하는 카이세도의 압박을 이겨내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태오!”

그래서일까. 곧바로 사르는 나를 찾았다. 매디슨과 함께 2선에 서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던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사르가 공을 전방으로 넘겨주지 못한다면, 지금 이 공격은 무효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매디슨, 내가 패스를 뿌려주면 침투를 가져가도록 해줘.”

“오케이.”

매디슨에게 가져갈 움직임을 설명한 나는 다시 사르가 있는 3선으로 내려갔다. 내가 3선에 발을 들이기가 무섭게, 카이세도는 내게 패스를 내줬다.

타악!

나는 가볍게 왼발로 공을 받았다. 하지만 공을 쉽사리 전방으로 찌를 수는 없었다. 눈앞에는 정말 끈질기게도 나를 압박하는 파에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토트넘에 남을 게, 아니라 이쪽으로 넘어오지 그랬어. 넘어왔다면 우리 둘이서 행복 축구를 했을 텐데 말이야.”

파에즈는 무게 중심을 뒤에 둔 채로 회유했다. 파에즈의 회유를 들은 나는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정말 이적하고 싶었지만, 녀석이 상태창 같은 걸 믿을 확률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안하지만, 내 심장은 하얀색이라서 말이야.”

나는 왼발을 중심으로 요란하게 드리블을 쳤다. 혹시 이런 같잖은 드리블로 파에즈를 제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파에즈는 신중했다. 정확한 빈틈이 아니라면 내게 달려들지 않고, 계속 무게 중심을 낮춘 채로 내 모습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빌어먹을, 이 녀석 수비에 대한 이해도도 늘어난 건가?

나는 파에즈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며 크게 감탄했다. 지금 파에즈의 눈빛은 드리블을 치는 내 왼발만을 향했다. 왼발만 쳐다보면 내가 어떤 드리블을 칠지 알 수 있다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왼발 위주로 드리블을 치던 나는 갑자기 무게 중심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왼발잡이가 그 반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무게 중심을 틀다니. 이는 공을 놓치고 눈앞에 있는 파에즈가 손쉽게 공을 빼앗을 수 있는 찬스였다. 

“오, 땡큐?”

파에즈는 곧바로 오른발을 길게 쭉 뻗으며 내 왼발에 닿아있는 공을 빼앗으려고 하자. 나는 활짝 입꼬리를 올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걸렸다!

녀석이 공을 빼앗으려고 다리를 뻗자. 나는 곧바로 공을 왼발로 길게 툭, 쳤다. 

공은 그대로 내 오른발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나는 오른발로 공을 부드럽게 받아내고는 스프린트를 가져갔다. 그렇게 끈질기고 끈질겼던 파에즈를 제쳐내는 데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매디슨!”

파에즈의 압박에서 벗어난 나는 곧바로 2선에서 대기 중이던 매디슨을 불렀다. 매디슨은 곧바로 페널티 박스로 침투를 가져갔다. 

이런 움직임에 첼시의 그 수비진들은 천천히 라인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카이세도형, 태오의 왼쪽을 막아!”

“오케이!”

그렇게 내가 매디슨에게 패스를 뿌리려던 참, 후방에서 대기 중이었던 카이세도는 내게 달라붙으면서 내 왼쪽 시야를 가렸다. 

아무래도 왼쪽으로 향하는 반대 전환 패스나, 혹은 2선으로 침투하는 매디슨에게 공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았다. 

“어림도 없다!”

카이세도는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나를 압박했다. 아예 내가 왼쪽 발에 공을 가져다 대지도 못하게 나를 압박해 왔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겠는가. 나는 이제 왼발잡이가 아닌 양발잡이인데.

나는 오른발에 있는 공을 길게 툭, 차면서 오른쪽으로 스프린트를 가져갔다. 그러자 파에즈와 카이세도는 두 눈을 부릅떴다.

“너, 왼발잡이가 아니었어?”

오른발잡이라고 믿어도 될 만한 스프린트를 드리블 실력에 둘은 동시에 내게 물었다. 나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양팔을 높게 들었다. 

그야, 이건 퀘스트창이 내게 준 보상 중 하나였으니까.

- [손흥민의 양발을 사용하였습니다.] -

- [오른발의 볼컨트롤 능력이 증가합니다.] -

나는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이런 식으로 8년을 고생해야 얻을 수 있는 양발을 쉽게 얻게 되다니. 이보다 기분이 더 째지는 일은 없었다. 

“수비 라인을 뒤로 물려라!”

5백의 중앙에 있던 샌터백은 팔을 뒤로 내휘두르면서 수비 라인을 낮췄다. 아무래도 내가 스루패스를 찌를 걸 알고 있는 움직이었다. 

하, 내가 스루패스밖에 못 찌르는 줄 아는 건가?

나는 크게 헛웃으면서 다시 퀘스트창을 주시하며. 한 가지 능력을 더 해금했다. 

- [손흥민의 중거리 슈팅 능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N] -

달리는 와중에 나는 Y 버튼에 손을 올렸다. 곧이어 퀘스트창에서는 알 수 없는 아우라가 내 몸을 덮쳤다. 

- [양발의 중거리 슈팅 능력이 증가합니다.] -

초록색의 해당 퀘스트창이 눈 앞을 가리자. 나는 곧바로 스프린트의 속도를 낮췄다. 그러고는 오른발로 슈팅을 때릴 자세를 잡았다. 

“먹어라!”

작가의말

본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닌 허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