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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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그로슈
작품등록일 :
2024.07.25 14:48
최근연재일 :
2024.08.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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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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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청백전 -1-

DUMMY

*



찰칵!


토트넘의 라커 룸에서는 요란스러운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나는 꽤 많은 카메라 앞에 우두커니 서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도 내 이름 태오(theo)가 등판에 마킹된 유니폼을 들고 있었다.

태오(theo)라는 이름 밑에는 계약 만료 연도인 2030년을 나타내는 네 자리 숫자가 적혀 있었다. 


“계약해 줘서 다시 한번 고맙네.”


레비 회장은 새하얀 잇몸을 드러내면서 내게 악수를 권했다. 


“회장님 밑에서···. 아니, 토트넘에서 뛸 수 있어 정말 영광입니다.”


나 역시도 레비 회장에 맞먹는 미소를 지으면서 악수를 받아들였다.

조용한 시즌 말미 스포츠 신문에는 나와 레비 회장이 함께 찍은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전시되었다. 


어머니는 대문짝만하게 박제된 신문을 가위로 잘라서 ‘태오 앤더슨’이라고 적혀 있는 앨범 안에 챙겨 넣었다.

마치 이 순간의 기쁨을 해당 앨범을 펼침으로써 그때의 환희를 다시금 느껴보고만 싶은 것으로 보였다. 


“역시, 울 아들밖에 없다. 엄마는 네 선택을 존중한다.”


어머니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나는 그런 엄마를 끌어안으면서 환희에 공감해 줬다.


분명히 첼시가 더 좋은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토트넘 잔류했으니, 어머니는 정말 좋아서 죽을 지경이었다.


“아들, 기사는 잘 봤다···.”


뒤늦게 집에 퇴근하신 아버지는 다소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첼시로 이적할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게, 첼시가 내건 계약을 받아들였다면, 아들을 라이벌 팀에서 빼 옴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벌어오면서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었을 테니까.


“혹시 토트넘의 잔류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아들?”

“이유는 총 2가지에요. 아빠. 첼시 유소년에서도 새 친구들을 사귀고 지낼 수 있을 테지만, 그래도 유소년 시절은 제가 어렸을 적부터 함께 성장해 온 아이들과 함께 끝을 보고 싶어요.”

“흠.. 친구라. 확실히 우정이나 분위기 같은 게 중요하기는 하지. 그러면, 두 번째 이유는 뭐니. 아들?”

“2번째 이유는 바로, 계약 조항이에요.”


나는 비장하게 목소리를 내리깔면서 아버지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면서 내게 다가왔다. 


“그, 에이전트 형과 토트넘이랑 한번 얘기를 해봤는데. 토트넘에서 1군 출전 시간을 보장해 준대요.”


나는 아빠의 귓가에 입을 대고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두 눈을 부릅뜨면서 반응했다. 


“뭐, 뭐라고? 1군 출······.”

“쉿, 아빠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엄마한테는 비밀로 하고 싶어요.”


나는 서둘러 손으로 아버지의 입을 가로막았다.

토트넘의 오랜 열성팬인 어머니에게 내 데뷔전을 깜짝선물처럼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비교적 눈치가 빨랐던 아버지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토트넘의 1군 무대로 출전할지도 모르는 가운데, 우선 이렇게 유소년 계약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나는 마냥 편히 발 뻗고 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토트넘과 유소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토트넘의 실세인 레비 회장에게 밉상스러운 면을 제법 보였다.

그러니 아무래도 레비 회장의 머릿속에서 나라는 사람은 별로 좋지 않은 인물로 기억되었을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문제였다. 레비 회장은 자신의 말에 오냐오냐해 준 사람에게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그에 반해서 자기 말에 토를 달고 꾸역꾸역 반박하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까다롭게 굴기로 유명했다.

속된 말로 뒤끝이 심했다. 레비 회장은 정말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뒤끝이 심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이번 재계약 과정에서 있던 일은 분명히 큰 화근이 되기 마련일 터, 앞으로는 축구 외적으로도 대비를 해야겠군.


토트넘 유소년 훈련장 바로 앞, 유니폼과 축구 장비를 담은 가방을 메고 있던 나는 속으로 강하게 다짐했다.

레비 회장의 뒤끝에 조금씩이라도 대비하기로


*



거센 햇볕이 내리쬐는 토트넘의 운동장 트랙, 그 트랙 위에는 수많은 유소년들의 땀방울이 떨어졌다. 

땀방울은 그대로 뜨거운 햇볕에 의해서 증발하며 아지랑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태오 같이 가!”


체력이 빠질 대로 빠진 무어는 빠르게 달려가는 나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엄연히 냉정하기만 한 법, 나는 동료인 무어를 버렸다.

그러고는 계속 운동장 트랙 위를 달리면서 유소년 감독인 로이트 뮐러의 기본 세션인 체력 훈련을 이어 나갔다.


“오늘은 가볍게 25바퀴!”

“이, 이십오 바퀴···.”


로이트가 목표치를 말하자 유소년들은 힘없이 따라 했다. 


“어허, 목소리가 너무 작다. 30바퀴!”

“3, 30바퀴!”

“그래, 그러면 운동장 30바퀴를 달리도록 한다. 빨리 끝내면 끝내는 순서대로 물을 나눠주도록 할 테니. 걱정 말고 달리도록!”


로이트는 양팔을 흔들면서 유소년들에게 열정을 불어넣었다.

유소년들은 열정을 가지기는커녕, 오히려 맥이 빠진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운동장 25바퀴라는 수치는 다 자란 성인을 기준으로 해도 빡센 훈련 강도였으니까. 


그렇기에 무어도 지쳐 있던 것이었다.

아무리 무어가 주목받는 유망주라고 해도 두각을 드러낸 것은 유소년 래밸이었다.

아직 성인 레벨에서는 그 어떤 두각도 보여주지 못한 미래를 기대해 봐야 하는 유망주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런 유망주 수준은 이미 넘은 지 오래다.


나는 무어의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듯이 무어를 제치고 계속 운동장 트랙 위를 달려 나가고 있었다.


“코, 코치님 태오 저 녀석은 대체···.”

“.. 저 미친 녀석.”


운동장 트랙 위의 상황을 지켜본 로이트는 현재 트랙 위에서 뛰어다니는 나를 보곤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재계약 협상 때문에 사흘에서 나흘 정도는 훈련 섹션을 소화하지 못했는데도 가장 앞서 있다니. 

로이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분명히 자신의 훈련 섹션을 소화하지 못했다면 체력이 줄었어야만 했는데. 

오히려 역으로 태오의 체력은 몇 배나 더 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는 지금 로이트가 준비한 훈련 세션이 얼마나 무능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로이트군?”

“네, 회장님.”


로이트는 조심스럽게 몸을 부르르 떨면서 등 뒤로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는 벤치에 앉아서 훈련 과정을 지켜보던 레비 회장이 있었으니까.


“흠. 태오, 저 녀석이 훈련 세션을 소화하지 못한 게 며칠 정도라고 했지?”

“사, 아니 나흘입니다. 회장님.”

“그럼, 지금 훈련을 힘들어하고 있는 마이키 무어가 훈련 세션을 소화하지 못한 날짜는?”

“하. 하루입니다.”

“흠, 그렇나?”


레비 회장은 손에 쥐고 잘 먹고 있던 초코바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로이트는 고작 비닐이 꾸겨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레비 회장이 지금 꾸긴 초코바는 자신을 지칭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후우, 나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네.”

“네, 회장님.”

“흠,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다만, 다음에도 태오, 저 녀석이 미쳐 날뛰는 모습을 보이면 그때는 옷 벗을 준비하도록 하게.”

“넵, 명심하겠습니다.”


로이트는 허리를 90도로 접었다. 주변에 있던 코치들도 마찬가지였다.

레비 회장은 그들을 향해서 안쓰럽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면서 지하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기는가 싶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려던 참, 갑자기 레비 회장은 다시 로이트에게 걸음을 옮겼다.


“깜빡할 뻔했군.”

“네? 무슨 일입니까. 회장님?”

“그 로이트군, 담배 좀 적당히 피우게. 며칠 간 자네 사무실에 있어봐서 알게 되었는데. 담배 전 내가 어우..”


레비 회장은 담배 냄새가 불쾌하다는 듯이 코앞에서 손을 저었다.

마치 지금 로이트에게서도 담배 냄새가 풍긴다는 것처럼. 


“코치들도 마찬가지일세. 가끔 보면 자네들이 아니라 선수들이 담배 피우고 노는 줄 알겠어.”

“죄송합니다.”


로이트와 코치는 다시 한번 90도로 허리를 숙이면서 레비 회장을 돌려보냈다. 


“태오 앤더슨, 대체 저 녀석이 뭐길래 회장님은 저 애 한 명을 못 잡아서 안달이 나신 거람?”

“그러게요. 감독님. 아무래도 저희가 손 좀 써야 하는 것 아닙니까?”


로이트의 비위를 맞추던 코치 한 명은 긴팔의 소매를 걷으면서 물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네. 벌써 손을 써놨으니까.”


로이트는 다 생각이 있다는 듯이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코치들은 죄다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뭔가 수를 썼다고 할 시간이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코치들의 얼굴에 죄다 의문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로이트는 유소년 아이들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얘들아, 그만 그 정도만 뛰거라.”

“헉, 정말요?”

“그래, 아무래도 너희들의 체력 수준을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 같구나. 이 감독은 자네들에게 크게 실망했다네.”


로이트는 안쓰럽다는 듯이 입술을 삐쭉 내민 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말거라. 이 감독의 실망을 만족으로 뒤바꿀 기회를 줄 테니 말이야.”

“기, 기회라뇨?”


아이들은 죄다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실망을 만회할 기회, 그러니까 즉 기회라는 게 뭘 지칭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서 나는 숨을 크게 내쉬면서 덜 풀린 몸을 풀고 있었다. 


실망을 만회할 기회란 훈련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증명하라는 말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2시간 이내로 곧 청백전을 헐 것이다. 그 청백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서 이 감독의 실망을 만족으로 뒤바꿔보거라. 만약, 여기에서도 감독을 실망하게 하면 그 선수는 올해 벤치만 뜨듯하게 달굴 줄 알 거라.”

“넵!”


유소년 아이들은 자신이 있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속으로 사악하게 웃어댔다. 

파에즈의 코칭으로 터득한 인버티드 윙백의 움직임을 확인도 할 겸, 유소년들을 농락할 자신이 있어서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추가로 전달할 사항이 있다.”

“네?”

“이 경기는 토트넘의 1군 감독인 포스테코글루께서 직접 관전하시고, 그분의 눈을 만족시키는 경기력을 보이게 된다면 1군에서 교체로 출전할 수도 있지.”

“네에에에에?”


아이들은 크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토트넘의 1군 감독인 포스테코글루의 눈을 만족시켜야 한다니. 

이는 쉬운 것처럼 보이면서도 상당히 어려운 미션이었다. 포스테코글루라는 감독은 매주 1군 경기를 보면서 전술을 분석하는 감독이다.


절대로 유소년 수준의 축구를 보고 만족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1군 출전 시간을 보장해 준다?


이거, 그냥 짜고 치는 고스톱이구먼?


나는 로이트의 말에 숨겨진 의도를 알아들었다.

꼭,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아도 자신이 1군에 콜업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결과를 통한 증명으로 1군 스쿼드에 인정받아야만, 뎁스가 얇아진 레프트백 백업 자리, 혹은 1군 자리를 노려볼 수 있을 테니까.


여태껏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최선의 경기력을 선보여 주겠어!


나는 두 주먹을 움켜쥐면서 마음속에 다짐했다. 단순한 계약 조항으로 출전 시간을 보장받는 게 아니었다.


순수한 내 실력으로 1군 출전 시간을 쟁취하기로...


작가의말

본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닌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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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에필로그 24.08.31 49 0 3쪽
31 리버풀전 -3- 24.08.30 45 0 11쪽
30 리버풀전 -2- 24.08.29 44 0 13쪽
29 리버풀전 -1- 24.08.28 61 0 12쪽
28 스틸 -2- 24.08.27 61 0 12쪽
27 스틸 -1- 24.08.26 78 0 13쪽
26 첼시전 -5- 24.08.25 68 1 12쪽
25 첼시전 -4- 24.08.24 70 1 12쪽
24 첼시전 -3- 24.08.23 78 0 12쪽
23 첼시전 -2- 24.08.22 78 0 12쪽
22 첼시전 -1- 24.08.21 89 0 11쪽
21 초특급 성골유스 -3- 24.08.20 99 1 12쪽
20 초특급 성골유스 -2- 24.08.19 96 1 12쪽
19 초특급 성골유스 -1- 24.08.18 114 1 12쪽
18 데뷔전 -3- 24.08.17 101 0 11쪽
17 데뷔전 -2- 24.08.16 107 0 12쪽
16 데뷔전 -1- 24.08.15 121 1 12쪽
15 콜업 -3- 24.08.14 106 0 12쪽
14 콜업 -2- +1 24.08.13 123 0 12쪽
13 콜업 -1- 24.08.12 128 0 12쪽
12 청백전 -3- 24.08.11 125 0 13쪽
11 청백전 -2- 24.08.10 138 1 12쪽
» 청백전 -1- 24.08.09 184 1 12쪽
9 재계약 -3- 24.08.08 180 3 11쪽
8 재계약 -2- +1 24.08.07 192 3 12쪽
7 재계약 -1- 24.08.06 21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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