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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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그로슈
작품등록일 :
2024.07.25 14:48
최근연재일 :
2024.08.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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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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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업 -2-

DUMMY

*



“친구야. 이름이 어떻게 되니?”


나는 해맑은 목소리로 소년에게 물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죄다 크게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학.”

“이름이 뭐냐니. 태오, 진심으로 모르는가 본데?”

“야, 생각을 해봐. 매번 선발로만 출전하는 태오가 만년 백업인 애의 이름을 외우는 게 정상적이냐?”

“앜, 그렇긴 하네.”


아이들은 제각각 할 말을 하면서 크게 웃어댔다.


“태오 앤더슨? 너, 너도 나를 무시하는 거냐?”

“무시가 아니라 정말 몰라서 그래.”

“끄으응···. 잘 들어라. 내 이름은 제이든 스틸이다. 잘 기억해!”

“왜?”

“그야, 내 언젠가는 네놈의 주전 레프트백 자리를 빼앗을 테니까!”


스틸이라는 아이는 이런 불쾌하기만 한 말만 남기고는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쳤다. 


“어휴, 저 병신···.”

“시기하고 질투하기는···.”


아이들은 대부분 스틸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면서 녀석의 험담을 드러냈다.

나는 도망치는 스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녀석이 누구인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제이든 스틸.

전생에서 유스시절 내 뒤를 봐주었던 레프트백 유망주였다. 하지만 24살까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에는 토트넘에서 재계약을 받지 못하면서 2~3부리그를 왔다 갔다 하던 그저 그런 선수였다.


근데 저런 녀석이 갑자기 왜······. 아, 내가 그 아이의 자리를 뺏었구나?


나는 전생에서의 포지션과 이번 생에서의 포지션이 다르다는 걸 떠올렸다. 전생에서 나의 주포지션은 레프트 윙이었다. 그래서 제2의 손흥민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던 나는 동포지션의 경쟁자인 무어와 피땀 흘리는 경쟁을 펼쳤었다. 


그에 반해서 스틸의 레프트백 자리에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다. 어리기만 한 아이들은 래프트백과 같은 사이드백인 풀백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어서였다. 


오히려 축구하면 스트라이커나 윙어 같은 득점과 주로 연관된 공격수 포지션을 가져갔지.


그렇기에 토트넘의 U- 21팀에서 레프트백은 원래 무주공산과 다를 게 없었다. 그리고 때마침 U-18팀에서 콜업된 나와 동갑내기인 스틸이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먹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다르다. 


내가 레프트백으로 포지션을 전환하면서 무주공산이었던 레프트백 자리는, 주인을 찾게 되었으니까.당연히 스틸에게도 악영향이 끼쳤겠지.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스틸이 내게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게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녀석이 했던 말이었다. 


이 녀석은 풀백에 ‘풀’ 자도 제대로 모르는 버러지니까, 라고 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도저히 무슨 말인지 가늠이 되는 말이 아니었다. 분명히 레프트백 자리에서, 현대 축구 트랜드에서 가장 핫한 포지션인 인버티드 윙백 롤을 소화하고 있는데.


풀백의 ‘풀’ 자도 모른다고 하다니. 나로서는 난감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이름은 스틸(steel)이면서 철이 덜 들었네.”


셰르빈스키는 도망치는 스틸을 보고 형편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크게 말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나오던 아이들의 박장대소는 한 번에 사그라들었다. 


“뭐, 문제 있어? 솔직히 너희도 내심 웃었잖아!”

“······?”


분명히 지금 계절은 여름이었지만, 분위기는 겨울을 연상시킬 정도로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래서 개그가 뭔지 모르는 것들은 안 된다니까. 안 되겠어. 내가 기막힌 유머 모음집을···. 야, 태오 갑자기 내 입은 왜 막는 거야!”

“셰르빈 미안하지만, 그런 개그는 다른 데에서 하는 게 어때?”


나는 셰르빈스키의 입을 손으로 가리면서 그를 샤워장으로 연행했다. 무어도 조용히 셰르빈스키의 한쪽 팔을 붙잡으면서 연행하는 걸 도왔다. 


*



“후···. 오늘도 수고했다.”


나는 라커 문에 배치된 거울로 나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거울 너머에 나는 졸린 듯이 푸근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펼친 경기 때문일까. 입가에서는 해맑은 웃음만 번졌다. 이대로 편히 웃으면서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쾅!


거세게 라커 룸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라커 룸에서 재잘재잘 떠들면서 옷을 갈아입고 있던 아이들은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 


얼굴을 보고 있던 나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까지 웃고 있던 나는 어딘가 많이 삭은 표정을 지었다.

재계약 건 때문에 소란했을 때, 매번 밥 먹듯이 라커 룸을 침입하던 경호원 둘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태오.”

“태오 앤더슨이야. 이 빡대가리야.”

“아, 그렇습니까. 태오 앤더슨 어디에 있냐!”


하얀 정장을 입은 흑인 경호원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주위에 있던 아이들의 눈빛은 한 번에 나를 향했다.


“오냐, 네가 태오 엔더슨이냐? 우리랑 어딘가로 좀 가줘야겠다.”


이번에는 흑인 경호원의 옆에 있던 백인 경호원이 말했다. 백인 경호원은 검은 정장을 입은 채로, 진압봉으로 보이는 철로 만들어진 봉을 꺼내 들었다. 만약에 거절한다면 힘으로 제압해서라도 데려갈 생각 같았다. 


“아, 알았어요. 갑시다.”


마침 옷도 다 갈아입었겠다. 나는 라커 룸의 문을 큰 소리가 날 정도로 거세게 닫으며 걸음을 옮겼다. 경호원들은 내가 이전에 연행했던 셰르빈스키처럼 내 양팔을 붙잡고 나를 연행했다. 


“거, 저도 두 다리가 있고 걸을 줄 알거든요?”


이런 거친 방식으로 나를 대우하는 경호원들에게 불평을 드러냈다. 


“그 말은, 다리 두 짝을 모두 분질러버리고 연행해 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냐?”


경호원은 촤라락, 하고 접혀있던 진압봉을 피면서 내게 말했다. 


“아니, 그 연행··· 아니 부축 당하는 게 싫다는 게 아니라. 너무 느리다고 생각해서 힘드시면 제가 직접 달려서 가려고 했죠.”

“아, 느렸던 건가.”

“저런, 아무래도 속도를 조금 올려줘야겠군.”

“예?”


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미 경호원 둘은 걸음의 속도를 천천히 올리기 시작하더니. 환상적인 호흡으로 달렸다. 


“우와아아악!”


안 그래도 발이 땅 밑에 닿지 않아서였을까. 하늘을 활공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온몸을 통해서 전해졌다. 그리고 안정적인 착지까지. 경호원들은 곧바로 나를 사무실로 집어넣고는 자리를 떴다. 


“으으, 여기는 잠깐만 설마 또 레비 회장님이···.”

“어허, 레비 회장이라니. 그렇게 말하면 조금 섭섭할 것 같은데?”

“포, 포스테코글루 감독님?”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레비 회장이 앉아 있는 줄만 알았던 검은 의자에는 빡빡이 레비 회장이 아니라, 새하얀 흰머리가 풍성한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앉아 있던 거였다. 


“가,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무슨 연휴로 저를 부르셨나요?”

“내가 오늘 낮에 말하지 않았나? 나중에 미팅을 한번 가지자고.”

“아···.”


나는 입을 크게 벌리면서 몇 시간 전의 일을 떠올렸다. 


“그 미팅이라는 게, 오늘이었어요. 한 2~3일 후가 아니라?”

“2~3일은 너무 길군. 지금 내가 처리하려는 사안은 평범한 사안이 아니라 긴급한 사안이라서 말이지.”


포스테코글루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면서 책상에 몸을 기댔다. 


“긴급한 사안이라···. 대체 어떤 사안이면, 라커 룸에서 귀가를 준비하던 유소년을 저렇게 살벌한 경호원들을 이용해서 데려오게 한 것이죠?”


나는 불쾌했다는 듯이 두 눈썹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사실상 납치나 다름없는 안내였기 때문이었다.


“흠, 그 점은 자네가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네? 그게 뭔···.”

“그, 로이트 뮐러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자네와 미팅하려고 하면 매번 도망을 쳤다고 하던데. 아닌가?”


포스테코글루는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스타벅스 커피를 홀짝였다. 그 순간, 나는 정곡에 찔린 듯이 그 자리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로이트 뮐러가 말해도 하필이면 저런 걸 말할 줄은 추호도 몰랐으니까. 


“미팅을 시작해 보도록 할까요?”

“허허. 처리가 빠르군. 알겠네. 한번 시작해 보도록 하지.”


포스테코글루는 아빠처럼 껄껄 웃어대면서 이동형 칠판을 꺼내 들었다. 빨간색과 파란색, 하얀색의 분필까지 손에 쥐면서 칠판에 피카소처럼 뭔가를 그려대기 시작했다.


“자, 이게 뭔지 알겠나?”


포스테코글루는 손에서 분필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나는 침침한 눈빛으로 칠판을 쳐다봤다.


칠판에는 새하얀 선으로 이루어진 경기장이 그려져 있었다. 골대부터, 페널티 에어리어, 코너킥 라인까지. 갖출 거라고는 제법 다 갖춘 경기장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경기장에는 총 22개의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는데. 아군을 뜻하는 파란색의 동그라미와 적군을 뜻하는 빨간색의 동그라미가 각각 11개씩 그려져 있었다. 


“포메이션 아닙니까?”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감독에게 말했다. 그러자 포스테코글루는 정답이라는 듯이 활짝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눈치가 빨라서 다행이군. 그렇네. 이것은 포메이션이네. 1군 스쿼드에서 사용하는 전술 포메이션 말이네.”

“아,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했다. 그러고 보니 아군을 나타내는 파란색 동그라미는 4-2-3-1 포메이션을, 적군을 나타내는 빨간색 동그라미는 수비적인 5-3-2 포메이션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음 경기에 대한 프리뷰인가 보군.


나는 손으로 눈 밑을 비비면서 눈빛에 불을 켰다. 아마도 지금부터 포스테코글루가 설명할 내용은 팀의 전술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 같았다. 


“흠, 우선 다음 경기에서 우리가 사용할 포메이션은 4-2-3-1 포메이션이다. 그리고 후반 75분쯤에 투입될 태오, 네가 이 경기에서 우리 팀의 볼 줄이 될 것이다.”

“네.”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볼 줄, 그러니까 경기장 곳곳으로 패스를 뿌려주는 것쯤이야. 우월한 패스 능력을 지닌 내게는 별로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우선 우리 팀의 빌드업 과정을 소개하도록 하겠네.”

“네.”

“일단 공을 소유하고 있을 빌드업 상황에는 아마도 4-2-3-1에서 2를 맡고 있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인 이브 비수마가 샌터백 두 명 사이로 내려가서 변형 3백을 만들어 줄 것이다.”


포스테코글루는 4-2-3-1포메이션에서 왼쪽 수비형 미드필더에 이브 비수마라고 적었다. 그러고는 화살표를 샌터백 두 명 사이로 그리면서 변형 3백을 만든다는 걸 설명했다. 나는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브 비수마라는 선수는 183cm, 74kg이라는 제법 괜찮은 체격을 갖춘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볼을 끊어내는 커팅 능력, 공중볼을 따낼 때 중요한 괜찮은 위치 선정 능력, 뛰어낸 태클 능력까지. 


그의 수비적인 능력은 가히 A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하지만 그의 빌드업은 C~D급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볼을 지닌 상황에서 전방으로 치고 나가는 드리블 능력은 괜찮았지만, 후방에서 보여줘야 할 후방 빌드업 능력은 너무나도 형편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두 샌터백 사이로 내려서 변형 3백을 만드는 게 더 효과적으로 이 선수를 쓰는 방법이지.


나는 포스테코글루의 안목을 다시 한번 인정했다. 이브 비수마라는 선수를 대체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는 제대로 알고 있었으니까.


그럼, 나한테는 무슨 역할을 줘야 하는지 알고 있으려나?


나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포스테코글루의 갈색 눈동자를 쳐다보면서 기대했다.  


작가의말

본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닌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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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에필로그 24.08.31 49 0 3쪽
31 리버풀전 -3- 24.08.30 45 0 11쪽
30 리버풀전 -2- 24.08.29 44 0 13쪽
29 리버풀전 -1- 24.08.28 61 0 12쪽
28 스틸 -2- 24.08.27 60 0 12쪽
27 스틸 -1- 24.08.26 78 0 13쪽
26 첼시전 -5- 24.08.25 68 1 12쪽
25 첼시전 -4- 24.08.24 69 1 12쪽
24 첼시전 -3- 24.08.23 78 0 12쪽
23 첼시전 -2- 24.08.22 78 0 12쪽
22 첼시전 -1- 24.08.21 89 0 11쪽
21 초특급 성골유스 -3- 24.08.20 99 1 12쪽
20 초특급 성골유스 -2- 24.08.19 96 1 12쪽
19 초특급 성골유스 -1- 24.08.18 114 1 12쪽
18 데뷔전 -3- 24.08.17 101 0 11쪽
17 데뷔전 -2- 24.08.16 107 0 12쪽
16 데뷔전 -1- 24.08.15 120 1 12쪽
15 콜업 -3- 24.08.14 105 0 12쪽
» 콜업 -2- +1 24.08.13 123 0 12쪽
13 콜업 -1- 24.08.12 128 0 12쪽
12 청백전 -3- 24.08.11 125 0 13쪽
11 청백전 -2- 24.08.10 138 1 12쪽
10 청백전 -1- 24.08.09 183 1 12쪽
9 재계약 -3- 24.08.08 180 3 11쪽
8 재계약 -2- +1 24.08.07 192 3 12쪽
7 재계약 -1- 24.08.06 219 2 12쪽
6 인버티드 윙백 -3- 24.08.05 202 2 12쪽
5 인버티드 윙백 -2- 24.08.04 245 1 13쪽
4 인버티드 윙백 -1- 24.08.03 322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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