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완결

그로슈
작품등록일 :
2024.07.25 14:48
최근연재일 :
2024.08.31 14: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869
추천수 :
36
글자수 :
163,796

작성
24.08.14 14:00
조회
105
추천
0
글자
12쪽

콜업 -3-

DUMMY


“자, 이렇게 변형 3백을 만들었으니. 이제 자네가 맡을 포지션인 레프트백이 가져가야 하는 움직임에 대해서 알려주도록 하겠네.”


포스테코글루는 레프트백 자리에 있는 파란색 동그라미 안에 ‘태오’라는 두 글자를 적어 넣었다. 그러고는 자기 전술에서 레프트백이 가져가야 할 움직임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양 측면에 있는 사이드백을 가만히 두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네. 그러니까 아마도 많은 역할을 소화하게 될 거야.”

“네, 감독님의 경기를 어느 정도 봐서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대답하고 몇 마디를 거들었다. 그러자 포스테코글루는 내게 뜻밖의 질문을 퍼부었다.


“오, 그러면 내가 어떤 축구를 지향하는지 알고 있나?”

“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후방 빌드업을 조직하고, 볼 점유율을 중시한 공격 축구입니다.”


나는 무릎에 손을 올린 채로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자 포스테코글루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내게 물었다. 


“흠.. 너무 포괄적인 것 같은데···. 그러면 지금 자네가 말한 후방 빌드업, 볼 점유율, 공격 축구 중, 어느 것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축구라고 생각하나?”


포스테코글루는 칠판에 후방 빌드업, 볼 점유율, 공격 축구까지. 


총 3가지의 키워드를 적고 내게 분필을 건네면서 물었다. 꼭, 마치 나와서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라는 듯이.


“제가 생각하는 감독님이 지향하는 축구는 바로 공격 축구입니다.”


나는 포스테코글루가 건넨 하얀 분필을 잡아 들고는 ‘공격 축구’에 동그라미를 쳤다. 


포스테코글루라는 감독의 경기를 몇 번 시청해 봤다면 당연히 알 수 있는 정답이었다. 하지만 당사자는 뭔가 애매한 것처럼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인가? 정말 공격 축구가 내가 추구하는 축구라고 생각하는가. 태오?”


포스테코글루는 다시 내게 되물었다. 이에 나는 큰 깨달음을 떠올랐다는 듯이 입을 크게 벌렸다.


“제가 중요한 걸 빼먹고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감독님.”


나는 허겁지겁 공격 축구 앞에다가 몇 글자를 더 적어 내려갔다. 그러자 포스테코글루의 입가에서는 밝은 웃음꽃이 피어났다. 


“감독님께서 추구하는 축구는 그냥 공격적이기만 한 축구가 아니라. 경기장의 하프라인까지 높은 수비라인을 중요시하는 공격 축구 아닙니까?”

“크으으, 역시나 내가 선수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군. 정답일세!”


포스테코글루는 잘했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1군 감독인 그에게 인정받는 기분에 내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동안 내가 봐온 그의 축구 시작점은 바로 높은 라인에서 시작되는 강한 압박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까.


이를 잘 알아볼 수 있는 예시로는 바로 한 경기를 꼽아볼 수 있었다. 그 경기는 바로 2324시즌 첼시와의 11라운드 경기였다. 


해당 경기에서는 주전 샌터백이 퇴장당하고, 주전 레프트백인 우도기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까지 당하면서, 자연스럽게 필드 위에 총 9명의 플레이어만 남아있을 때였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명령했다. 


“라인, 라인을 하프라인까지, 더 높게 올려라. 적어도 지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이에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에 따라서 하프라인 코앞까지 라인을 올렸다.

분명히 두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으로 열세에 몰렸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포스테코글루를 보고 미쳤다고 하거나, 노망이 났다고 하는 등, 온갖 야유와 질책을 퍼부었다.이렇게 수적으로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는 라인을 내려서 추가 실점을 막는 게 정답이었기 때문이었다.


포스테코글루는 라인을 내리기는커녕, 평소보다 더 높게 라인을 올리면서 상대 팀인, 첼시를 반코트에 가두고 중간에 동점 골을 넣을 뻔한 기회를 맞는 등, 제법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경기가 끝난 후, 토트넘의 팬들은 포스테코글루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그야, 최종 스코어는 1:4로 라이벌 팀인 첼시에게 홈에서 그야말로 참패하게 되었으니까. 


그 정도로 포스테코글루는 라인을 올리는걸, 그 어떤 것보다 중요시했었다. 라인을 높게 올리면 올릴수록, 그만큼 많은 인원을 전방에 배치하고 강한 압박을 가져갈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제가 소화해야 할 역할은 뭔가요?”

“태오, 자네의 역할 말인가? 생각보다 간단하네. 그것은 바로 공을 점유하고 있을 때, 측면에 서 있는 게 아닌, 중원에 꾸준히 가담해 주는 인버티드 윙백의 역할이라네. 오늘 경기에서 자네가 보여줬던 것처럼 말이네.”

“아, 인버티드 윙백 롤을 수행하라는 말인가요?”


나는 스멀스멀 올라오려는 미소를 겨우겨우 참아가면서 대답했다. 인버티드 윙백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그동안 꽤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에, 해당 역할을 소화해 낼 자신이 있어서였다. 


“그렇네. 다만, 나는 자네에게 그냥 몇 가지 요구를 더 하고 싶네.”

“···네? 요구라면 뭐를 말하는 거려나요?”


나는 의심쩍은 눈빛으로 포스테코글루를 쳐다봤다.


포스테코글루는 레프트백에서 중원으로 가담한 인버티드 윙백의 움직임을 가져간 것을 화살표를 표시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다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친선 경기에서 뛰던 것과 별 다를 게 없었다. 


“자, 여기에서 잘만 집중하도록 하게. 태오.”

“넵.”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칠판을 강하게 째려봤다. 포스테코글루는 칠판에 화살표를 통하여 나의 움직임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를 본, 나는 충격의 도가니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씨, 씨발. 저게 뭐야. 저기에서 저런 움직임을 가져가라고?


나는 포스테코글루를 서늘하게 노려봤다. 그가 말한 추가적인 움직임은 다음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프 스페이스 침투, 추가적인 방향 전환, 전방으로 전진, 위험을 감수하고 킬패스를 뿌릴 것, 그리고 거세게 태클해서 역습을 저지할 것 등등. 


포스테코글루가 레프트백에게 요구하는 역할은 왼쪽 측면의 영향력을 혼자서 살려내라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저 가, 감독님?”

“무슨 일인가?”

“이, 이걸 저보고 다하라고요?”

“그렇네.”


포스테코글루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라 잃은 표정으로 전술이 적힌 칠판을 쳐다봤다. 

아니, 정확하게는 부상을 안 당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레프트백의 세부 전술을.


아, 우도기 선배.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구나?


미팅이 끝난 후, 조금 뒤늦게 귀가하던 나는 마음속으로 크게 감명하고 있었다.


저런 살인적인 전술에서 그냥 짧은 잔부상만 당하는 주전 레프트백 우도기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레프트백에게 이렇게까지 많은 역할을 부여하는지는 하나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 양반 전술이 이렇게 어려웠나?


나는 이전 생에서 포스테코글루에게 받았던 지도를 떠올려 봤다. 당시에 레프트 윙으로 뛰던 내게 그가 명령했던 건 딱 2가지밖에 없었다.


직선적인 돌파, 그리고 중앙으로 날카롭게 채찍 같은 크로스를 찔러주는 것까지. 이렇게 총 2가지밖에 없었다.


그나마 한 개를 추가하자면 적극적인 압박 정도? 


그 외에 추가로 요구하는 건 몇 가지 없었다. 하지만 레프트백에게는 이렇게 많은 걸 요구하고 있었다니. 


나는 새까만 밤하늘을 보고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달도 별도 안 보이고 그저 새까맣기만 한 게, 내 미래와도 같아 보였으니까. 


“왜, 그렇게 한숨을 크게 내쉬니. 아들?”

“감독님에게 조금 많은 역할을 부여받아서요.”

“그렇구나.”


아버지는 공감해 주는 척하면서도 백미러로 나를 주의 깊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들, 너무 크게 연연하지 말렴. 그냥 평소에 아들이 보여주던 좋은 모습만 경기에서 보여주면 되는 거야. 꼭, 감독의 명령에 맹신할 필요는 없어.”

“그게 1군 경기이더라도요?”

“물론이지. 만약, 못할 것 같으면 못 하겠다고 말을 해보렴. 그러면 총책임자가 그 역할을 다른 포지션의 선수에게 분류해 주겠지. 그러라고 감독이 있는 건데.”


아버지는 부드럽게 운전대의 방향을 돌렸다.


“그런데 1군 경기라는 건 무슨 날이니?”

“아, 그게 말이에요···. 저, 다음 경기 교체로 출전할 예정이래요.”

“뭐, 정말?”


아버지는 급하게 신호등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내게 되물었다. 나는 이에 정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크리스탈펠리스와의 경기에서 교체 출전하는 거니?”

“아마.. 도 그럴 것 같아요. 마침, 토트넘의 홈이기도 하고.”

“오, 그러면 다음 경기에, 전에 말했던 것처럼 제니퍼와 함께 경기를 보러 가도 되니?”


아버지는 신호등의 신호가 바뀐 걸 보고 다시 액셀를 밟으면서 물었다. 이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포스테코글루가 지시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경기를 플레이할 확률은 있었다. 

“그러면 기대하도록 하마.”

“네. 기대해 주세요!”


나는 주먹을 움켜쥐면서 열정을 다짐했다. 경기를 보러온 부모님을 망신시키지 않을 생각을 하면서..



*



그로부터 며칠 후, 나는 포스테코글루의 옆에서 두 손을 모은 채로 정중하게 서 있었다. 동시에 조금은 위축되어 있기도 했다. 


눈앞에는 나의 우상, 손흥민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토트넘 1군 맴버들이 있었으니까. 


“자, 정식으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오늘부터 U-21 팀에서 1군 무대로 콜업된 태오 앤더슨이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 주도록 하자꾸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말하자. 1군에 소속된 맴버들은 모두 짝짝, 하고 박수를 치면서 나를 환영해 줬다. 


“뭐, 할 말이라도 있니. 태오?”

“···오, 올해로 16살인 태오 앤더슨이라고 합니다. 주 포지션은 레프트백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허리를 90도로 접으면서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전생부터 계속 그래왔지만, 처음 보는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태오 앤더슨이라. 만나서 반갑다. 토트넘 홋스퍼 1군의 주장 손흥민이라고 한다. 편하게 주장이라고 부르도록.”

“여, 영광입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장 손흥민 선수의 손을 맞잡았다. 물론, 그와 악수하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우상, 롤모델과의 악수는 매 순간이 새롭고 떨려왔다. 


“이쪽은 로메로와 메디슨 각각 2주장과 3주장으로. 만약 내가 없을 때는 얘들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돼. 잘 부탁한다. 태오 앤더슨.”


손흥민은 흡사 친근한 형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입가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다른 1군 선수들도 내게 각자의 이름을 말하면서 내게 친절하게 대해줬다. 그것은 나와 동일한 포지션에서 경쟁을 펼쳐나가야 하는 백업 레프트백인 올리버 스킵도 마찬가지였다. 


“잘 부탁한다.”

“넵, 잘 부탁드립니다. 스킵 선배.”

“만약, 이해 안 가는 게 있으면 내게 물어봐. 나도 처음에는 우도기 선배한테 그랬거든.”

“아,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예상대로 주변에 주전 레프트백인 우도기는 없었다. 


예상대로군.


나는 속으로 음흉하게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1군으로 콜업된 지금, 나는 지금 내가 이뤄야 할 목표를 다시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시켰다.


주전 레프트백 자리를 차지하고만 만다.  


작가의말

본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닌 허구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 24.09.01 18 0 -
32 에필로그 24.08.31 49 0 3쪽
31 리버풀전 -3- 24.08.30 45 0 11쪽
30 리버풀전 -2- 24.08.29 44 0 13쪽
29 리버풀전 -1- 24.08.28 61 0 12쪽
28 스틸 -2- 24.08.27 60 0 12쪽
27 스틸 -1- 24.08.26 78 0 13쪽
26 첼시전 -5- 24.08.25 68 1 12쪽
25 첼시전 -4- 24.08.24 69 1 12쪽
24 첼시전 -3- 24.08.23 78 0 12쪽
23 첼시전 -2- 24.08.22 78 0 12쪽
22 첼시전 -1- 24.08.21 89 0 11쪽
21 초특급 성골유스 -3- 24.08.20 99 1 12쪽
20 초특급 성골유스 -2- 24.08.19 96 1 12쪽
19 초특급 성골유스 -1- 24.08.18 114 1 12쪽
18 데뷔전 -3- 24.08.17 101 0 11쪽
17 데뷔전 -2- 24.08.16 107 0 12쪽
16 데뷔전 -1- 24.08.15 121 1 12쪽
» 콜업 -3- 24.08.14 106 0 12쪽
14 콜업 -2- +1 24.08.13 123 0 12쪽
13 콜업 -1- 24.08.12 128 0 12쪽
12 청백전 -3- 24.08.11 125 0 13쪽
11 청백전 -2- 24.08.10 138 1 12쪽
10 청백전 -1- 24.08.09 183 1 12쪽
9 재계약 -3- 24.08.08 180 3 11쪽
8 재계약 -2- +1 24.08.07 192 3 12쪽
7 재계약 -1- 24.08.06 219 2 12쪽
6 인버티드 윙백 -3- 24.08.05 202 2 12쪽
5 인버티드 윙백 -2- 24.08.04 245 1 13쪽
4 인버티드 윙백 -1- 24.08.03 323 6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