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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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그로슈
작품등록일 :
2024.07.25 14:48
최근연재일 :
2024.08.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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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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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전 -3-

DUMMY

*



삑, 삐빅!


경기의 주심은 크게 휘슬을 불면서 전반전을 끝냈다. 나는 아쉬움으로 가득 찬 탄식을 내쉬며 라커 룸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머리 위에 있는 전광판을 쳐다보기도 했었다. 


- [1:2] -


토트넘의 전광판에는 1:2라는 원정팀인 크리스탈 팰리스가 훨씬 더 앞선 스코어가 적혀 있었다. 


내가 투입되었을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스코어였다.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저 1: 2라는 스코어를 잘하면 3:2로, 아니 못해도 2:2는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들이 제법 있었으니까. 


전반 말미에 경기장에 들어간 나는 거의 축구 도사에 가까운 움직임을 선보였다. 공이 거의 발에 붙어있는 걸 연상시킬 정도로 유연하게 드리블을 쳤다. 


그러자 나를 향해서 강하게 압박하던 크리스탈 펠리스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허한 공기만 가를 뿐이었고, 그들이 나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거센 태클로 끊어내는 것밖에 없었다.


“아악!”


크리스탈 펠리스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팔로 내 유니폼을 붙잡으며 내 움직임을 저지했다. 곧이어 심판은 휘슬을 불면서 달려와 그 선수에게 노란 카드를 내밀면서 프리킥을 지시했다. 


프리킥의 위치는 제법 나쁘지 않았다. 페널티 박스,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페널티 박스에서 4m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였다. 


그대로 골대를 향해서 슈팅을 때려보거나 아니면 짧게 크로스를 올려서 세트피스를 이용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프리킥 키커인 3주장인 매디슨은 가볍게 프리킥을 찼다. 


“크로스다!”


공이 골대가 아닌, 선수들의 머리 위로 날아가자. 크리스탈 팰리스 선수들은 각자 한 선수씩 붙잡으면서 끈질긴 대인 마크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건 예측했을까?


역습에 대비하기 위해서 후방에 있던 나는 허겁지겁 달렸다. 얼마나 빨랐는지 후방 지역에 있던 나는 재빠르게 페널티 박스 안으로 발을 들임과 동시에 공중으로 높게 뛰어 올랐다. 


“들어가라!”


도움닫기와 함께 공중으로 뛰어오른 나는 그대로 매디슨이 띄워 올린 공에 이마 정중앙을 가져다 댔다. 내 머리에 닿은 공은 제대로 임팩트 되었고, 그대로 공은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해 보였다. 


따앙!


“아오!”


나는 양손으로 떡하니 벌어진 입을 가렸다. 분명히 제대로 임팩트 되었다고 생각한 공이 그대로 골대를 강타한 것이었다. 


“아오, 까비!”

“괜찮아. 잘했어.”

“번뜩이는 움직임 좋았다.”


동료들은 다시 수비 라인으로 물러가면서 내 등을 토닥여주면서 나를 격려하고 칭찬해 줬다. 


“다음 찬스는 어떻게든 득점으로 연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두 주먹을 움켜쥐면서 열의를 다졌다. 다음 찬스는 어떻게든 기필코 살려내겠다고 다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고작 4분이라는 시간 사이에 토트넘에게는 이런 중요한 찬스가 여럿 찾아왔지만, 아쉽게도 나를 포함한 선수들은 아쉽게 그 찬스를 놓치고만 말았다. 


“아오...”


나를 포함한 선수들은 죄다 주먹으로 잔디를 내려치며 크게 아쉬워했다. 그 찬스만 제대로 살려냈더라면, 지금 스코어는 이렇게까지 처참하지 않았으니까.


“본, 감독은 자네들에게 실망했다.”


포스테코글루는 팔짱을 낀 채로 라커 룸에 앉아 있는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후반에 크리스탈 팰리스들의 그렇게 많은 미스가 나왔는데도, 그 미스를 단 한 차례도 살리지 못하다니!”


포스테코글루는 목이 탄다는 듯이 패트병에 들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고는 손에 물을 다 마신 패트병을 바닥에 내던지며 크게 화를 냈다.


“제발 집중, 집중 좀 해라. 너희들이 무슨 ADHD 환자라도 되냐? 경기에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해!” 


포스테코글루는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 양옆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나는 거의 죽상에 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포스테코글루가 언급한 수많은 찬스 중에는 내가 놓진 찬스도 하나 있었으니까.


“그리고 계속 뒤로 백패스 하지 좀 말아라. 공의 소유권을 잃어도 되니까, 상대방에게 역습 찬스를 내줘도 되니까. 최대한 공을 전방으로 연결하란 말이다.”


포스테코글루는 칠판에 장기 말처럼 붙어있는 자석을 요란하게 움직이면서 말했다.


선수들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물을 마시면서 다시 경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적당히 물로 갈증을 타들어 가는 목을 축이고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포스테코글루가 나를 부르기 전까지는.


“이 경기에서 볼 줄 역할을 맡은 태오, 네 녀석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 잘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하네. 필드 위에 있는 동료 선수들은 죄다 자네에게 패스를 줄 테니까.”


포스테코글루는 내 등을 툭툭, 두드리면서 나를 격려했다. 


“이런 부담 섞인 역할을 고작 16살밖에 안 된 자네에게 부여하는 조금은 부담이 들긴 하네. 하지만 나는 확신하네 태오, 자네라면 내가 말한 대로 매끄럽게 전방으로 패스를 연결할 수 있다는 걸.”


포스테코글루는 눈에 불을 켠 채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나는 썩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따라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런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가는 결국에는 패배하게 될 테니까.


공이 공격과는 별 상관 없이 그저 U자 형태로 빙빙 돌고 있는 U자형 빌드업이 한창 전개되고 있는 지금, 나는 단언할 수 있었다.


이 상태에서 무진장 전방으로 공을 연결하는 행위는 자살에 가까운 행위라고.


그야, 어떻게든 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는 상대 팀 거구의 샌터백 3명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으니까. 


그에 반해 페널티 박스에 있는 우리 팀 선수는 오직 1명뿐이었다. 그것도 그 3명의 샌터백을 이기기에는 세월이 야속해도 너무나도 야속한 35세의 손흥민이었다.


아무리 내가 손흥민을 좋아하고 우상으로 생각해도 인정할 것은 해야겠지.


나는 머릿속으로 3명의 샌터백과 경합하는 손흥민을 상상해 봤다. 공을 잡고 그대로 골을 넣기는커녕, 오히려 경합에서 밀려 공의 소유권을 잃고 역습 찬스를 내주는 손흥민이 자연스럽게 상상되었다. 


그 정도로, 지금 무진장 전방으로 공을 연결하는 행위는 기껏 힘들게 뺏은 공의 소유권을 다시 상대팀에게 돌려주면서 다시 역습 찬스를 제공해 주는 행위나 별다를 게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내 마음대로 합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님?


다시 경기장에 들어선 나는 벤치에 앉아서 팔짱을 끼고 있는 포스테코글루를 쳐다봤다. 포스테코글루는 심오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윽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면서 조심스럽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포스테코글루, 네가 말한 것보다 더 좋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 줄 테니까. 


삐빅!


곧이어 후반전의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거대한 휘슬이 울려 퍼졌다. 원정팀인 크리스탈 팰리스의 킥오프로 다시 경기는 재개되었다. 


“하프타임에 감독님께서 말한 대로 플랜 B로 간다. 마테타.”

“알겠어. 에제.”


마테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에제에게 공을 넘겼다. 공을 받은 에제는 뒤에 있던 미드필더 둘을 향해서 크게 손짓했다. 서둘러 앞으로 전진하라는 듯이. 


“오케이!”


후방에 있던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재빠른 속도로 에제를 제치고 그의 앞으로 나아갔고, 에제는 그런 수비형 미드필더 둘을 향해서 길게 스루패스를 찔러 넣어줬다. 


“나이스 패스!”


공을 받은 상대 팀 수비형 미드필더는 자신의 공이 발에 닿자마자 에제를 향해서 엄지를 치켜들었다. 


측면, 레프트백 위치에 서 있던 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저 미드필더는 중거리 능력이나, 킬패스 능력에 특화된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수비 대형 유지!”


한편, 상대 팀의 선수가 꽤 높은 위치에서 공을 잡자.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있던 비수마는 오른팔을 길게 뻗으면서 수비진들에게 명령했다. 


나를 포함한 4백에 있는 수비진들은 죄다 정갈하게 수비 라인을 맞췄다. 크리스탈펠리스의 스트라이커와 마테타는 양쪽의 샌터백과 풀백 사이에서 절묘하게 라인 브레이킹을 하면서 침투할 각을 보고 있어서였다. 


저 둘 중에 한 녀석이라도 오프사이드 라인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굉장히 곤란하게 된다. 


나는 입속에 고인 침을 꿀꺽 삼키면서 수비 라인을 맞추는 데에 집중했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투톱은 침투 같은 건 조금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어이, 이쪽!”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을 잡은 지 4분 정도 되었을까. 갑자기 후방에서 패스를 연결해 줬던 에제가 뒤늦게 올라오면서 말했다. 


“오케이, 에제!”


공을 잡고 계속해서 간만 보고 있던 수비형 미드필더는 곧바로 자신의 옆으로 달려온 에제에게 공을 넘겨줬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패스는 다소 투박했고, 에제가 받은 공은 절구통처럼 필드 위를 툭툭 튀고 있었다. 


“수비 집중!”


에제가 자신의 앞으로 달려오자. 비수마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면서 수비진에게 명령을 내렸다.


에제가 공을 잡은 지금, 날카롭게 킬패스를 뿌려서 상대 팀 투톱에게 공을 연결할 확률이 높아서였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이 마테타와 스트라이커는 천천히 슬금슬금 라인을 타기 시작했다. 


침투로구나.


나는 강하게 확신했다. 에제도 공을 전방으로 연결하기 위해서 드리블의 속도를 줄이고 있는 게, 딱 봐도 곧바로 패스를 넘겨줄 게 확실해 보였다. 


“지금이다!”

“마테타, 빨리 뛰어!”


에제가 큰 소리로 외치자. 스트라이커와 마테타는 수비라인으로 스프린트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크리스탈 펠리스 투톱의 침투가 시작된 거였다. 


“쉽게 허용해 줄 것 같냐!”


중앙에 있던 부주장 로메로는 침투를 가져간 투 톱을 따라서 스프린트를 가져갔다. 그 옆에 있던 샌터백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에제는 그 둘을 향해서 킬패스를 뿌려줘야 하는 상황, 갑자기 꺼림칙한 기운이 내 온몸을 음습해 오기 시작했다. 


에제, 저 녀석 패스를 뿌릴 생각은 없는 건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속도를 천천히 줄이면서 킬패스를 뿌리려던 녀석이, 갑자기 다시 속도를 잽싸게 올리면서 드리블을 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크헉!”


갑자기 에제가 속도를 올리자. 차분하게 천천히 뒤로 물러나던 비수마는 에제를 놓지게 되었다. 


뒤늦게 에제를 따라서 속도를 올려봤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 역습에 특화된 그를 막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조졌다.


에제에게 노마크 찬스가 펼쳐진 것이었다. 


전방에 있는 두 명에게 킬패스를 찌를 수도 있고, 혹은 중거리 슈팅을 가져갈 수도 있는 절호의 찬스가 펼쳐진 것이었다. 


“그러면 한 점, 더 가져갑니다.”


에제는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하며. 오른발로 거세게 슈팅을 가져갔다. 


그의 슈팅은 발끝에 정확하게 맞았다. 그의 발에 맞은 볼은 레이저처럼 골대 왼쪽에 있는 야신존을 향한 것이었다.


추가 실점은 안 된다.


측면에 서 있던 나는 허겁지겁 골대를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본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닌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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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리버풀전 -2- 24.08.29 44 0 13쪽
29 리버풀전 -1- 24.08.28 61 0 12쪽
28 스틸 -2- 24.08.27 60 0 12쪽
27 스틸 -1- 24.08.26 78 0 13쪽
26 첼시전 -5- 24.08.25 67 1 12쪽
25 첼시전 -4- 24.08.24 69 1 12쪽
24 첼시전 -3- 24.08.23 78 0 12쪽
23 첼시전 -2- 24.08.22 78 0 12쪽
22 첼시전 -1- 24.08.21 89 0 11쪽
21 초특급 성골유스 -3- 24.08.20 99 1 12쪽
20 초특급 성골유스 -2- 24.08.19 96 1 12쪽
19 초특급 성골유스 -1- 24.08.18 114 1 12쪽
» 데뷔전 -3- 24.08.17 101 0 11쪽
17 데뷔전 -2- 24.08.16 107 0 12쪽
16 데뷔전 -1- 24.08.15 120 1 12쪽
15 콜업 -3- 24.08.14 105 0 12쪽
14 콜업 -2- +1 24.08.13 122 0 12쪽
13 콜업 -1- 24.08.12 128 0 12쪽
12 청백전 -3- 24.08.11 125 0 13쪽
11 청백전 -2- 24.08.10 138 1 12쪽
10 청백전 -1- 24.08.09 183 1 12쪽
9 재계약 -3- 24.08.08 18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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