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완결

그로슈
작품등록일 :
2024.07.25 14:48
최근연재일 :
2024.08.31 14: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851
추천수 :
36
글자수 :
163,796

작성
24.08.06 14:00
조회
218
추천
2
글자
12쪽

재계약 -1-

DUMMY

*



“흐음.. 태오군, 최근 자네의 플레이를 눈여겨봤네. 우리가 프랜차이즈 스타로 밀고 있는 마이키 무어 군과 아주 좋은 호흡을 보여주더군.”

“아, 아닙니다. 다 무어의 역량이 뛰어난 덕분이죠.”


나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가면서 레비 회장의 비위를 맞췄다.

무어는 오래전부터 레비 회장이 눈여겨보는 유소년이었고, 그에 걸맞은 재능도 지니고 있어서였다. 


“그래서 본론은 말이네. 최근 경기를 본 나는 생각했다네. 태오군, 자네를 무어군과 마찬가지로 우리 토트넘 유소년의 핵심으로 키우려고 하네.”

“그, 그 말씀은···.”

“전문적인 용어로는 우리 토트넘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워보려고 하네.”


레비 회장은 손바닥으로 탁자를 거세게 내리쳤다. 화들짝 놀란 나는 손으로 벌어진 두 입을 가로막았다. 

여태껏 수많은 회귀를 겪었음에도 레비 회장이 내게 이런 대우를 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무어와 겹치는 포지션이 아니라서인가?


나는 단순하게 이유를 추측했다. 여태껏 살아온 내 전생의 포지션은 무어와 겹치는 레프트 윙이었다. 

그래서 항상 무어와 나는 레프트 윙어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무어와의 경쟁에서 패배한 적도 있었고, 그 반대로 무어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경쟁에서 이겼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무어는 경쟁에서 패배하든 승리하든 계속 토트넘 1군 스쿼드에 남아서 기회를 부여받았다. 

그에 반해서 나는 토트넘의 1군 스쿼드에 남기는커녕, 프리시즌 명단에서 제외당했었다. 

심지어는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나를 헐값에 3부리그에 갖다 팔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 정도로 내 기억 속에 레비 회장에 대한 좋은 기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포지션 하나만 바꿨다고 대우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나는 레비 회장의 성향을 다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레비 회장님!”


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서 레비 회장을 향해서 허리를 숙였다.

레비 회장은 잠시 화들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내가 이렇게까지 반응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반응이었다.


“으흠, 자. 자리에 앉도록 하게. 중요한 얘기는 지금부터니까.”


레비 회장은 헛기침하면서 옷매무새를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내게 다양한 알파벳이 가득한 흰 종이 하나와 검은 볼팬 하나를 건넸다.


“자, 그러면 어서 서명하게.”


레비 회장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레비 회장은 겹겹이 쌓여있는 종이를 마구 넘겼다.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 서명이라고 적혀 있는 공간을 손으로 가리켰다. 


“자, 잠시만요. 회장님?”

“무슨 일인가. 태오군?”

“갑은 을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할 것을···. 회장님, 혹시 저와 계약하자는 말씀인가요?”


서명 위에 적힌 문구를 읽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레비 회장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손으로 방금 내가 읽은 부분을 가렸다. 


“무, 무슨 소리인가. 계약이라니. 이것은 그냥, 그냥···.”


레비 회장의 반짝이는 대머리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아무래도 걸리면 안 될 것이 걸린 것 같았다. 


아, 계약서.. 맞구나?


나는 레비 회장의 손아귀에 있던 하얀 종이를 가로챘다. 그러면서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적혀있는 문구를 제법 빠르게 훑어보는데. 그 안에 적혀 있던 내용은 충격적이기 짝이 없었다. 


“레비 회장님, 아무래도 이 계약에는 서명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에이. 태오군, 분위기도 좋았는데 갑자기 뭐라는 건가. 다시 한번만 생각···.”

“아뇨, 회장님. 이런 계약 얘기는 제 에이전트 형과 하도록 해주세요.”


나는 단호하고 차갑게 말하며 의자를 뒤로 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로 나가려고 걸음을 옮기기도 했으나. 그때, 하필이면 레비 회장은 강한 악력으로 내 손목을 붙잡았다.


“뭐, 뭣! 에이전트?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 자리에 앉아라!”


레비 회장은 내 손목을 붙잡은 팔로 나를 끌어당겼다. 아무래도 힘으로 어떻게든 내 계약을 성사하게 시킬 생각이었는지. 레비 회장은 곧이어 방금 나를 압도시켰던 경호원 둘을 불러 나를 자리에 앉혔다. 


“회장님,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구시대적인 방법을 사용하시려는 겁니까?”


나는 레비 회장에게 단호하게 따졌다. 레비 회장은 무슨 1980년대에나 먹힐 협상 방법을 사용해서였다.

하지만 레비 회장은 크게 여의찮았다. 오히려 빨리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손가락으로 계약서를 가리키기만 할 뿐이었다.


“빨리 서명만 하게. 그러면 끝, 모든 게 끝이라네.”

“...”

“대답하게.”


레비 회장은 목소리를 내리깔면서 정색했다.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하얀 계약서를 잡아들었다.


“회장님, 팬 좀 주실래요?”

“오, 서명히려는 게냐?”


레비 회장은 붉어진 얼굴색을 환하게 밝히며 내게 팬을 건넸다. 

나는 계약서 위에 볼팬을 끄적였다. 레비 회장의 표정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마침내 나와의 계약을 성사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반응이었다. 


“자,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회장님.”


나는 볼팬과 함께 계약서를 다시 레비 회장에게 건넸다.

레비 회장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계약서와 볼팬을 받아서 들었다. 그대로 갑부분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면, 그 순간부터 계약서는 효력을 갖추게 되니까. 


스윽스윽..


레비 회장은 그대로 갑부분에 서명했다. 그러고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경호원을 밖으로 돌려보냈다. 


“앞으로 열심히 일해 보도록 하지. 태오군.”


레비 회장은 밝은 표정으로 내게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제안했다. 


“물론이죠. 회장님, 대신에 계약금은 지금 바로 지급해 주셔야 합니다?”

“계, 계약금?”


내가 손을 맞잡으면서 악수를 하자. 레비 회장은 허겁지겁 다시 계약서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계약서에 적힌 글귀를 읽은 레비 회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 [ 갑(레비 회장)은 을(태오 앤더슨)에게 계약금으로 60m 파운드를 지급하도록 한다.] -


이렇게 적혀있었으니까. 


나는 꼴 좋다는 듯이 레비 회장을 보고 실실 웃었다.

레비 회장은 열 좀 제대로 받은 것처럼 빨갛게 얼굴을 붉혔다. 

그도 그럴 게, vacuum(공백)이라고 적혀있어야 했을 곳이 텅텅 비어 있던 거였다. 


그렇기에 조금 전, 나는 서명하는 척하면서 비어 있는 공간에 60m 파운드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적어넣었다. 이로써, 레비 회장은 나와 계약을 할거면 계약금으로 60m 파운드라는 거금을 내게 안겨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허, 허허..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 건가?” 


레비 회장은 제대로 화가 난 것처럼 계약서를 갈기갈기 찢으면서 말했다. 


“어, 그거 찢으면 그 계약서는 무효이고, 계약 다시 해야 할 텐데. 괜찮으셔요?”

“.. 새로운 계약서를 다시 들고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보거라.”


레비 회장은 책상에 있는 서랍을 열어보면서 새로운 계약서를 찾기 시작하는데. 그때였다. 


띠리링! 띠리링!


갑자기 테이블 위에 있던 레비 회장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과 함께 울려댔다. 수신인은 유소년 감독인 로이트 뮐러였다.


“뭐, 태오 부모님께서 태오를 찾는다고?”


레비 회장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인지 머리인지 알 수 없는 부위를 부여 잡았다.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승리를 확신했다. 

영국에서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가정으로 귀가시키지 않는 건 위법에 가까운 행위였기 때문이었다. 


“후.. 알겠네.”


레비 회장은 로이트의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앞니로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성난 표정을 지었다. 


“태오군. 계약 얘기는 다음에 해보도록 하지.”

“넵. 레비 회장님.”


나는 공손하게 레비 회장을 향해서 허리를 숙이면서 인사하며 재빨리 귀가했다.

이곳 런던의 치안은 한국처럼 안전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귀가하던 도중,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서 에이전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태오 무슨 일 있니?”

“에이전트 형, 혹시 저 다른 팀이랑 이적설 좀 내줄 수 있어요?”

“뭐, 어렵지 않지. 근데 왜, 또 구단에서 불공정 계약에 서명하려고 했어?”


에이전트 형은 예리하게 물었다.


“아뇨. 그런 건 거의 없어요. 다만, 조금 강요만 하더라고요.”

“으이구, 이런 망할 토트넘 운영진 놈들.. 아직도 1980년대에나 쓰던 방법을 유지하네.”

“뭐, 어쩌겠어요. 그 운영진들 때문에 토트넘은 계속 중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데.”

“하긴.. 그렇긴 하지.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냐?”


에이전트 형은 내게 물었다. 나는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으면서 잠시 고민했다. 

지금 에이전트 형의 말은 빨리 이 사실을 공론화하자고 하는 거나 별다를 게 없어서였다.

당연히 나도 이 의견에는 찬성한 입장이었다. 이런 부당한 사실은 세상에 알려져야 마땅하니까. 


다만, 그건 저 퀘스트 창이 없을 때의 얘기이지.


- [토트넘의 유스가 된 당신, 성골 유스로 끝까지 살아남아 토트넘 1군의 주장이 되십시오.] -


여태껏 수많은 회귀를 경험해 온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사실을 공론화하면, 결국 유소년 계약을 받지 못한 나는 토트넘에서 방출될 거였다. 

그렇게 되면 또, 메인 퀘스트 실패라고 하면서 나를 몇 주 전으로 되돌릴 게 확실해 보였다. 


그러니 최대한 사리자..


“그렇긴 한데. 어쩌겠어요. 신고했다가 토트넘에 미운털이라도 박히면 어떻게 하게요.”

“아, 그건 그렇긴 하지···.”


에이전트 형은 말끝을 흐렸다. 지금 의뢰인인 내가 요구로 하는 건 바로 토트넘 잔류,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토트넘의 실세인 레비 회장의 눈밖에 벗어나는 짓을 해서 좋은 건 없었다. 


그리고 뭣보다 토트넘 특유의 이런 불공정한 계약 방식은 어차피 나중에 알아서 터질 운명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굳이 내가 나서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한 소년에 의해서, 이곳 토트넘의 부정부패를 뿌리째 뽑을 제법 재미있는 사건이 하나 터질 테니까.


“형, 혹시 다른 부탁도 하나 있는데. 혹시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 있지. 뭘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저 첼시 유소년 훈련 시설에 한 번 방문할 수 있는지 첼시 측에 물어봐 줄 수 있을까요?”


나는 조심스럽게 입맛을 다시면서 물었다. 


“뭐.. 문의 정도는 해볼 수 있지. 근데 갑자기 첼시는 왜?”

“그, 다른 유소년팀 훈련 시설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고 싶어서요. 그리고 뭣보다 해당 유소년 시설에 직접 견학을 갔다 왔다고 기사 하나 정도 뜨면, 이적설도 자연스럽게 생길 거고.. 돈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에요.”


나는 중요한 내용이라는 듯이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 문의도 한번 해볼게.”


머지않아서 에이전트 형은 에이전트는 머지않아서 좋은 대답을 내놓으면서 전화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레비 회장은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려나?”


나는 사악하게 미소를 지으며 어둡기만 한 밤하늘을 쳐다봤다.

토트넘의 최대 라이벌은 아스날이었지만, 첼시도 그에 맞먹는 라이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라이벌 팀이랑 이적설이 나고, 선수 본인은 이적에 관심을 보인다?

과연 레비 회장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지는군.


작가의말

본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닌 허구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성골유스가 축구를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 24.09.01 17 0 -
32 에필로그 24.08.31 49 0 3쪽
31 리버풀전 -3- 24.08.30 44 0 11쪽
30 리버풀전 -2- 24.08.29 43 0 13쪽
29 리버풀전 -1- 24.08.28 61 0 12쪽
28 스틸 -2- 24.08.27 60 0 12쪽
27 스틸 -1- 24.08.26 77 0 13쪽
26 첼시전 -5- 24.08.25 67 1 12쪽
25 첼시전 -4- 24.08.24 69 1 12쪽
24 첼시전 -3- 24.08.23 78 0 12쪽
23 첼시전 -2- 24.08.22 77 0 12쪽
22 첼시전 -1- 24.08.21 88 0 11쪽
21 초특급 성골유스 -3- 24.08.20 99 1 12쪽
20 초특급 성골유스 -2- 24.08.19 96 1 12쪽
19 초특급 성골유스 -1- 24.08.18 113 1 12쪽
18 데뷔전 -3- 24.08.17 100 0 11쪽
17 데뷔전 -2- 24.08.16 106 0 12쪽
16 데뷔전 -1- 24.08.15 120 1 12쪽
15 콜업 -3- 24.08.14 105 0 12쪽
14 콜업 -2- +1 24.08.13 122 0 12쪽
13 콜업 -1- 24.08.12 127 0 12쪽
12 청백전 -3- 24.08.11 124 0 13쪽
11 청백전 -2- 24.08.10 137 1 12쪽
10 청백전 -1- 24.08.09 183 1 12쪽
9 재계약 -3- 24.08.08 180 3 11쪽
8 재계약 -2- +1 24.08.07 192 3 12쪽
» 재계약 -1- 24.08.06 219 2 12쪽
6 인버티드 윙백 -3- 24.08.05 201 2 12쪽
5 인버티드 윙백 -2- 24.08.04 245 1 13쪽
4 인버티드 윙백 -1- 24.08.03 322 6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