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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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DUMMY

-여기는 4번. 합류하겠다.


박성호의 대답이 돌아온 직후 유화는 김이선 실장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목례 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수색대 본대는 사망자는 없지만 중상자의 숫자가 꽤 되었다. 무너진 땅 아래로 추락한 것은 유화를 비롯한 헌터 네 명뿐이었지만 땅이 무너질 정도로 강한 지진이 일어났으므로.


그 까닭에 원래 36명이던 헌터들의 진영은 24명으로 줄었다. 진영의 크기는 더 크게 줄어들었다. 부상자들을 밖으로 내보낸 까닭이 컸다. 시야를 넓게 확보해서 미리 본다고 해서 대처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었다.

차라리 재빨리 움직여 빨리 일을 끝마치는 게 낫다는 계산이었다.


“멀쩡해 보이네?”

“귀인도 무사해 보여서 다행이군.”


박성호는 어느새 다리가 네 개로 늘어나 있었다.

손에는 커다란 산탄총을 들었고 등 뒤에서는 드론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날고 있었다.


“다른 헌터들은?”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

“허···.”


LED 모니터 위로 놀란 표정을 형상화한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A급 헌터들이 당했다는 거에 놀란 걸까 아니면 A급 헌터들도 그렇게 만드는 험악한 환경에 놀란 걸까.


“작전을 속행한다고 들었다. 그러면 우리 둘이서 저 지점을 뚫어내면 되는 건가?”

“무서우면 관둬도 되고.”

“전혀.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내 백업 인격이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으니.”

“불멸이라는 건가? 멋있네.”

“그런 셈이지.”


박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탄창을 교체하고 총을 점검하면서 유화를 향해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그대는 괜찮은가?”

“뭐가?”

“두렵지 않은가?”

“내가 여기 원주민이라서 웬만한 일은 놀랍지도 않아. 준비는 다 됐어?”

“하긴, 그렇겠군. 준비는 끝났다.”

“출발하자.”


귀환자들이 활약할 시간이었다.




#




본대와 별개로 헌터 세 명과 귀환자 한 명의 공격대가 편성된 이유는 2차 수색대가 연락조차 취하지 못하고 전멸당한 데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위협. 그런 위협으로부터 대처할 수 있는 실력의 헌터 세 명과 그 위협이 무엇인지 알 가능성이 높은 인원으로 편성한 셈이다.

김이선을 필두로 작전을 수립한 위기관리부의 입장에선 합리적인 판단이었으리라. 유화에게 짐짝이었을 뿐.


‘내가 작전에 맞추겠다고 한 거니···.’


저들의 입장도 이해는 되었다.

아무리 유화가 정신이 멀쩡하다고는 해도 이미 다른 귀환자들이 사고를 쳐 놓은 게 있으니 온전히 신뢰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심지어 내로라하는 헌터들이 당했다고 하니 아무리 귀환자가 잘 알아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으리라.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필요로 했을 테고, 그걸 짐작한 유화는 군소리 않고 알아서 맞추겠다고 했다.


‘살아서 버틸 정도면 실력은 나쁘지 않지만.’


죄다 만신창이가 되긴 했지만 살아는 있었다. 심지어 김수영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적응만 하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터.

아무튼.


기존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이상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도 뭐라 할 수는 없을 터였다.

또한 기존의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면···굳이 박성호의 도움을 구할 필요도 없다.

수색대가 실종된 정글 속 괴물들을 몰아내는 건 쉬운 일이니까.


“박성호 씨, 혹시 지진파 말고 다른 것도 관측할 수 있나?”

“질량, 열, 속도, 환경 변수 그 외 다수. 어떤 게 필요하지?”

“질량.”


유화 자신이 관측하기도 전에 먼저 괴물의 접근을 관측한, 실력.

아니 성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까.


아무튼.


“아까 땅을 갈아엎었던 그 괴물보다 더 큰 놈이 올 거야.”

“······더 큰 놈이?”

“사이즈는 대충 거수랑 비슷해. 거수로 따지면 알파 등급 정도 되겠다. 관측하면 말해줘.”

“···알겠다.”

“그럼 잘 보고 있어. 이제 올 거거든.”


무슨 말이지? 고개를 갸우뚱대며 고개를 돌린 박성호는 보았다.

천유화가 창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나무 창이었다. 평범한 나무가 아닌, 이 탑 안에서 나온 나무였지만 특별한 정제를 거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나무를 꺾고 돌에 대고 날카롭게 갈아냈을 뿐.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

천유화는 지평선이 펼쳐져 있는 방향을 향해 팔을 뻗었다. 지평선을 노린 창끝이 천유화의 손에서 벗어나 허공을 가르며 뻗어져 나갔다.


그 창만은 물리 법칙을 무시하고 홀로 다른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관측 장치가 도출한 결과를 연산 장치가 수용하지 못했다. 지금껏 오류 한 번 없었던 박성호의 자체 시스템이 오류 경고 메시지를 마구 토해냈다.

박성호는 지구로 돌아온 후로 한 번도 끄지 않았던 관측 시스템을 종료하고, 그저 그것을 보았다.


지평선 끝에서 발생한 거대한 폭발과 이제야 도달한 소닉붐. 그것들과 함께 거대한 먼지 폭풍이 일어났다.


“음···.”


박성호는 전면부 렌즈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고서 시선을 돌렸다.

시스템을 다시 활성화하고 나서도 그가 느낀 감정은 경악뿐이었다.


“어떻게···한, 거지?”

“그냥 힘을 좀 주고 던졌지.”


다른 것들을 잡아먹어 소화 시키고, 양분으로 삼아, 진화하고 또 적응한다.


그것이 이 세계의 생물들이 가진 기본적인 생존 법칙.

A급 헌터 셋이 겨우 두 시간 만에 의식을 잃고 만신창이로 돌아왔다.

가장 험난한 게이트도 이곳만큼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수백 년을 살아남으려면···.


“조금 세게?”


얼마나 강해야 하는가.

하늘에 낀 보랏빛 먹구름이 충격의 여파로 흩어지는 것을 보며 그는 천유화에게서 끝을 모를 아득함을 느꼈다.




#




“지휘부, 여기는 공격대 박성호다. 방금 충격은 우리 측에서 일으킨 것이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본대가 가진 관측 시스템으로도 충격이 감지되었을 것이다. 땅을 갈아엎을 정도로 거대한 괴물이 돌아다니는 지옥. 또 다른 괴물이 돌아다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방금 같은 데이터는 오해를 낳기 십상이었다.

통신기를 켜자마자 웅성이는 목소리가 많은 것을 보니 이미 난리가 난 모양. 박성호는 재차 오해하지 말라고 강조한 뒤 통신을 종료했다.


“음···?”


통신을 종료하자마자 또 다시 시끄럽게 울려대는 관측 시스템.

정글 내부에 빽빽이 들어차 있는 생명 반응들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재난을 감지한 새떼가 하늘을 뒤덮는 것처럼 관측 시스템 전체를 뒤덮은 생명 반응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정글 내부에서 생명 반응 여섯 개가 감지된다.”

“여섯 개?”

“왜 그러지?”

“너무 많아.”


그가 조용히 웅얼거렸다.

그러는 사이 박성호의 시스템 내에서 가장 넓은 범위를 관측할 수 있는 환경 변수 관측기가 이상 현상을 감지해 경고를 울렸다.

유화가 창을 던진 방향이었다.


“귀인.”


다음으로, 열 감지 시스템이 상온의 거대한 물체를 감지해냈다.

마지막으로 질량 관측기가 수십 톤에 이르는 덩어리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해냈다.


“귀인이 말한 것을 찾았다.”

“방향은.”

“정면이다.”


이 지옥에서 괴물을 잡아먹으며 강해져 왔을 사냥꾼이 고개를 돌렸다.

그는 평야에 자라나 있는 말라붙은 나무의 가지 하나를 부러뜨려 창으로 들었다.


“박성호 씨, 그 여섯 명 중에는 사람이 최소 네 명, 많으면 다섯 명이 있을 거야.”

“···나머지는 괴물인가?”

“거미처럼 생겼을 거야. 눈이 좀 크고 덩치가 많이 커. 그놈 잡고 나머지는 본대에 맡겨.”

“알겠다. 그러면 귀인은?”

“난 따로 할 일이 있어서.”


천유화가 창끝을 들어 올렸다.

보랏빛의 구름 속에서 하늘을 어둡게 물들이는 거대한 용이 나타났다.

날개를 움직일 때마다 잡다한 괴물들이 날려갔다. 폭풍을 일으키며 나타난 용이 천유화를 응시하고 있었다.


“부탁 좀 하자.”

“알겠다.”


그는 혼자서 용을 향해 걸어갔다.

신화 속에서 용과 신탁을 받은 용사가 맞서는 모습이었다. 분명히 그랬다.


“······!”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고.


곧, 공기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소리가 사라졌다.

창을 뻗은 천유화의 모습 역시 곧 사라졌다.


용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을 때, 그는 깨달았다.


“······.”


이건 신화 속의 웅장하고 고귀한 싸움이 아니었다.

전승되어선 안 될 괴물들의 영역 다툼이었다.




#




2차 수색대 헌터 중에 생존자가 있다는 통신을 받은 김이선은 작전을 속행했다.

접근해오는 괴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본대를 빠르게 전진시켰다. 실종 지점인 정글에서는 박성호가 포터 크기의 거미와 공방을 주고 받고 있었다.

거미줄에 걸려 있는 생존자 때문에 무기를 쓰지 못하는 상황. 대치가 길게 이어지고 있었으나, 헌터들의 지원이 도착하자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다.


키르으으···.

거미가 털이 무성한 다리를 떨어대다가 숨이 끊겼을 때쯤 갑작스러운 정적이 찾아왔다.


고요.

입탑 직후와 같은 적막. 생존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소리와 유해를 수습하는 현장에서 빠져나온 김이선은 정글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괴물들은 지평선과 구름이 맞닿는 곳까지 물러나 있었다. 인간을 두려워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압도적인 괴물을 두려워하며 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생존 본능이 만들어낸 공포의 근원에 홀로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창을 땅에 꽂고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온몸이 검은 피로 뒤덮여 있었다. 형언하기 힘든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용의 피였다.


“귀환자님.”


천천히 다가가서 목소리를 내자 그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찰나.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그 잠깐 사이에 그녀는 보았다. 가늘게 뜬 눈에서 흉험한 살기가 흐르는 것을.


“천유화님.”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귀환자는 눈을 천천히 떴다.

핏물을 뒤집어 쓴 모습 그대로 그는 김이선을 보았다.


“괜찮으십니까?”


대답이 없었다.

예. 네. 괜찮습니다. 무뚝뚝하지만 짧게라도 대답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김이선을 바라보기만 했다.


“시선을 끌어주신 덕분에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존자 다섯 명을 찾았습니다. 유해 수습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30분 내외로 끝날 것 같습니다.”

“······.”

“훌륭하게 잘 해주셨습니다. 기대 이상의 역할을 맡아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이제 돌아갑시다. 우리가 원래 있었던 곳으로.”


끓는 소리와 살이 타는 냄새가 풍겼다.

천유화에게서 새카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원래부터 여기 있었는데.”


천유화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짙은 구름이 낀 하늘은 언제나 흐렸고 빛이 없어 언제나 어두웠다.


“어디로 돌아가야 하지?”

“원래부터 여기에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남아 있으니까요.”

“나를?”

“네. 그리고 오늘, 또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늘어날 겁니다.”


연기가 그쳤다.

온몸에 뒤집어쓴 검은 핏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입탑 하기 전과 다름없는 말끔한 모습.

인간이 아닌 무언가에서, 인간 천유화로 돌아온 것이다.


“예.”


누군가 말을 걸어주지 않았더라면 힘들었을 것이다.

적을 사냥하여 삼키고, 또 적응할 때마다 점점 인간에서 멀어졌으니.


“돌아갑시다.”


어쩌면 이번엔 돌아오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팔뚝 안쪽에 자그맣게 난 비늘 하나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작가의말

추천과 댓글 감사드립니다.


이하는 여담입니당. 광고 아니구용 메카 브레이크라는 메카 게임이 오늘까지 2차 베타입니당. 낭만에 미친 게임이고 참 재미 있으니 한 번쯤 찍먹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당.

참고로 제가 제일 재미있게 한 메카는 허리케인입니당.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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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북극 작전 +7 24.08.30 6,736 138 12쪽
31 북극 작전 +4 24.08.29 6,928 145 14쪽
30 슈퍼스타 +7 24.08.28 7,003 155 13쪽
29 슈퍼스타 +6 24.08.27 6,991 139 15쪽
28 슈퍼스타 +8 24.08.26 7,049 144 14쪽
27 슈퍼스타 +10 24.08.25 7,343 140 13쪽
26 슈퍼스타 +3 24.08.24 7,440 1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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