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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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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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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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우리 아들 안아보자

DUMMY

아침부터 서윤진 전화로 불이 났다. 한결은 아침 조깅을 끝낸 후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


“누나, 아침부터 어쩐 일이세요?”

[지오 오빠 동생이 결국 일을 저질렀어.]

“무슨 일이요?”

[웬 조폭 같이 생긴 남자 2명이 집 앞을 틀어막고 앉아서 비켜주질 않아.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

“경찰 부르셨어요?”


한결은 걱정된다는 듯 한껏 목청을 올려 말했다.


[알다시피 나도 법적으로는 아무 관계가 아니잖니. 그쪽에서 작정을 한 건지 본안소송 전 보전명령을 받아 왔어.]


신정호가 생각보다 일을 깔끔하게 잘 처리한 모양이었다. 성공 보너스를 두둑하게 줘야겠다.


“큰일이네요. 성년후견인이라도 빨리 돼야 해결 가능하겠네요.”

[그래야 하는데 그것도 저쪽에서 소송을 걸어와서 쉽게 결론이 나긴 어려운 상황이야.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집에 들어가기 힘들어 보여.]


이럴 때 시혜를 베풀어야 한다.


“누나, 그럼 어디 갈 곳 정할 때까지 호텔에서 머물고 계세요. 호텔비는 제가 결제할게요.”

[정말? 그래 줄래?]


서윤진의 목소리는 금세 하이톤 소프라노로 변했다.


“네, 지오 삼촌 일을 돕는 분인데 제가 그 정도는 해 드려야죠.”

[고마워, 근데 난 특급호텔 아니면 잠 못 자는데.]


‘어련하시겠어요?’


“시내 특급호텔로 잡으세요. 투숙하고 나서 저한테 알려주시면 제가 결제할게요.”

[고마워. 오래 안 있을 거야.]


‘오래 안 있긴. 어디 갈 데도 없으면서.’


서윤진은 지오의 집으로 들어오면서 자기 집은 전세로 돌렸다. 문제는 그 전세금을 홀랑 다 써버렸다는 것. 지금 수중의 돈으로 서울 하늘 아래에서 서윤진의 허세를 만족시킬 만한 전셋집조차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같은 서윤진의 재정상황에 대해 한결은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


**


[과장님.]

[넵, 도련님.]

[일을 아주 잘 처리하셨더군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시름 덜었어요.]

[별말씀을··· 제 친구들이 고생 많았습니다. 특히 부동산을 운영하는 친구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물고기를 물 밖으로 나오게 했으니···]


공치사가 길어지는 걸 보니 확실하게 보상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느껴졌다.


[수고비 입금했습니다. 그걸로 봉투 한 번 더 돌리시고 나머지는 과장님이 알아서 처리하세요.]


‘띠링.’


신정호의 핸드폰에 입금알림이 떴다.


‘15,000,000원 Ted Ahn.’


신정호는 좋아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지난번에도 같은 금액이 들어왔었다. 친구들에게 100만 원씩 돌리고 저녁 식사 및 룸빵비로 총 600만 원을 지출했다. 신정호에게 돌아온 몫은 600만 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보스.]

[보스?]

[앞으로 보스라 부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도련님은 좀 구식 같아서···]

[하하, 듣기 싫지만은 않네요. 알아서 하세요.]


한결은 ‘보스’라는 호칭에 딴죽을 걸지 않았다. 어차피 앞으로 일을 같이 하려면 상하관계는 확실해야 한다.


[그런데 보스.]

[네, 말씀하세요.]

[이번에 같이 도와준 친구들이 보스를 뵙고 한번 인사드리고 싶다고 하는데···]

[그건 안 됩니다.]


딱 잘라 거절했다. 너무 단호하게 거절하자 신정호도 약간 머쓱해졌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관계는 단순할수록 좋기 때문에 그래요. 친구분들과 제가 또 관계망이 형성된다면 쓸데없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눈치 빠른 신정호는 금세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자칫 충성경쟁이라도 벌어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제 친구들은 제 선에서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Thanks a lot!!]


**


“결아, 혹시 시간 좀 내줄 수 있니?”


신정호와의 톡을 끝내려던 참에 방문 밖에서 채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엄마.”


채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날도 저녁 미팅이 있었는지 얼굴에는 약간 홍조를 띠고 있었다.


예전 사귈 때도 채원은 술이 약해 항상 소주 1~2잔이면 얼굴이 불그스름해졌다.


“요즘 운동 잘하고 있니?”

“네.”

“과외 선생님은 어때? 들어보니까 내가 말했던 것보다 훨씬 실력이 좋다고 하던데···”


영어야 이미 실력 발휘를 해줬으니 덧붙일 말이 없을 테고.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서울대를 나름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몸인데.


수학도 처음에는 약간 헤맸지만 몇 번 문제를 풀다 보니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국어는 많은 글을 읽어서인지 학창시절보다 쉽게 느껴졌다.


나머지 암기과목이야 나중에 학교를 다닐 때 적당히 외우면 그만이다. 복학했을 때 너무 성적이 잘 나올까 걱정해야 할 지경이었다.


“아프면서 철 들었나 봐요. 요즘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고.”


공부가 재미있다는 말에 채원은 꽤 감동한 듯 보였다. 얼마나 공부를 못 했길래 엄마란 사람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래,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니 엄마가 마음이 놓이네. 엄마 기대가 크다고 너무 조급하게 굴진 말고.”


이게 진짜 아들을 대하는 엄마의 모습 아닐까. 줄곧 1등 성적표를 디밀었지만 단 한 번도 칭찬하지 않았던 안지연과 너무 대조됐다.


“그런데 강식이 삼촌한테서 이야기 들었는데 요즘 회사 일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고 하던데 사실이니?”


최강식. 이 인간이 그새를 못 참고 채원에게 일러바쳤다.


“아무래도 우리집 일인데 나 몰라라 할 수 없어서··· 지난번 큰고모께서 하신 말씀도 있고···”


채원은 대견스러운 듯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가 많이 걱정됐니? 난 엄마로서 실격이구나. 아들한테 믿음을 못 주고 걱정이나 끼치다니···”

“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그래, 네가 무슨 생각으로 회사 일에 관심을 가지는지 내가 왜 모르겠니. 하지만 누구나 해야 하는 본분이라는 게 있단다. 엄마는 가장으로서 우리 집안을 이끌어 가야 하고 너와 소진이는 학생으로서 공부를 하면 된단다.”


채원이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며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이리 와. 우리 아들 오랜만에 한 번 안아보자.”


지난번에 기습적으로 포옹을 당한 적 있었는데, 또? 안지연과 한 번도 포옹한 적 없는 한결로서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약간 당황하며 몸을 뒤로 뺐다.


“어, 우리 아들 부끄러워? 엄마가 한 번 안아보자는데 왜 뒤로 빼니?”


다시 보니 채원은 약간 취한 듯했다. 소주 1~2잔에도 홍조를 띠지만 소주 2병을 마셔도 더 이상 붉어지지 않는 체질이란 걸 깜빡했다.


한결을 와락 안은 채원의 몸에서 알코올 냄새를 지우느라 뿌린 향수 냄새가 범벅이 돼 코를 자극했다.


만약 서윤진이 이렇게 안겼다면 그대로 밀치지 않았을까. 아니 술 취한 상태로는 아예 내 방 출입도 못 했겠지. 그런데 채원에게서 나는 이 냄새, 너무 좋았다.


이대로 채원의 품에 안긴 채 잠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결아, 내가 우리 가족은 꼭 지킬 거야··· 우리 아들은 엄마만 믿어···”


채원이 눈물을 흘린 듯 따스함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한결은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연인 사이라면 같이 안아주면 되는데··· 모자간의 정을 아예 모르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었다.


“아, 아니에요. 제가 엄마를 지켜드릴게요. 엄마 혼자 너무 많이 짊어지려고 하지 마세요.”


채원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한결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이런,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었나?’


“우리 아들 다 컸구나. 엄마를 위로할 줄도 알고. 마냥 어린애 같더니···”


다행히 정답을 말했다.


“사실 회사 일이 너무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아. 너희 고모 쪽에다 우리 지분을 다 팔고 그 돈으로 편하게 살고 싶은 유혹에 빠진 것도 한두 번이 아니란다. 그런데 이 회사는 단순한 회사가 아냐. 너희 아빠가 평생을 바친 회사야. 너희 아빠를 한 번도 인정해주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빼앗길 순 없어.”


술만 마셨다 하면 이 래퍼토리. 말을 끊고 싶었지만 채원의 표정이 너무 처연했다.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테헤란로의 마귀’ 시각에서 GC생명과학을 지키는 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상속세 때문에 가족 지분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처분하는 지분을 우호적인 펀드 쪽에서 받아줘야 하는데, 한세희의 방해공작으로 이게 쉽지 않았다.


‘회사를 지킨다는 건 의지로만 되는 게 아냐, 채원아. 하지만 네가 지키고 싶다면 내가 꼭 지키도록 만들어줄게.’


기업사냥은 류지오의 전문 분야 중 하나. 사냥을 하기만 했지 사냥당하는 신세가 된 적은 없었다.


이번 GC를 지켜야 하는 건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그때 회사를 빼앗긴 사람들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겠군.


“그런데 엄마, 강식 삼촌한테도 말씀드렸지만 일단 회사 주가부터 좀 올려야 해요. 그리고 제가 이 회사를 분석해 보니까 너무 안일한 구석이 많아요.”

“어떤게?”


아들의 지적을 채원은 흘려듣지 않았다. 이미 한세희와 담판을 할 때 아들의 늠름한 모습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이게 공대 출신들의 한계 같은 것이기도 한데···”

“공대 출신의 한계?”


한수호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공대생을 들먹였는데 생각해 보니 채원도 공대생이었다.


“제가 책을 읽다보니까 그런 게 있더라구요. 일본 반도체가 몰락한 게 너무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90년대 들어 반도체 발전 속도와 교체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기술에 심취해 내구성이 좋은 반도체만 만들었던 일본 반도체는 결국 한국, 대만에 주도권을 내주고 만다.


채원은 재미난 듯 아들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지금 GC의 경우가 비슷해 보여요. 기술은 뛰어난 데 시장과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한 마디로 기술 개발에만 너무 열중하는데, 실제 시장에서 원하는 스펙의 치료제 등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가 고가이긴 하지만 이용자는 제한돼 있다. 그런 기술에 올인하는 것보다는 더 대중적인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


“제가 자료를 쭉 살펴보니까 당장 시판할 수 있는 의약품도 몇 개 보이고, 요즘 트렌드가 줄기세포 화장품이던데 그쪽으로도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때요?”


채원은 마주하고 있는 아들이 진짜 자기 아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어떻게 고등학생이 이런 걸 다 생각하고 있었을까.


분명 사고 나기 전까지만 해도 아직 응석 부리는 게 어울리는 어린애였는데···


“이런 모든 게 다 반영이 된다면 지난번 큰고모한테 말했듯 우리 회사 주가는 3만원까지 오를 거라고 확신해요. 물론 그 과정에서 IR팀이나 홍보팀에서 적절하게 광고를 해야죠.”


채원의 눈은 감격으로 가득 차 보였다.


“이참에 회사에 홍보팀을 하나 만드세요. 홍보대행사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회사 입장을 전달하겠어요?”


홍보 문제는 사실 채원도 그동안 절실하게 느껴왔던 문제였다.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데는 홍보대행사로 충분했다. 그러나 회사에 대한 소위 ‘조지는’ 뉴스의 경우 홍보대행사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동안 고려일보를 비롯해 많은 언론들이 GC를 제멋대로 흔들어 댔지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주가는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렸다.


채원은 다시 아들을 와락 안았다.


“엄마가 정말 미안해. 아들에게 이런 걱정이나 끼치고···”


채원의 따스한 숨결이 목덜미를 타고 느껴졌다. 얼마나 그리워했던 숨결이었던가.


1분이 지나도록 채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약간 거칠었던 숨소리가 어느새 안정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결이 조심스레 얼굴을 떼면서 채원을 살폈다.


‘술 약한 건 여전하네. 하긴 며칠째 술자리인가. 버텨내는 게 용하다.’


한결은 채원이 깨지 않도록 최대한 느리게 몸을 뺀 뒤 두 손으로 채원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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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 명불허전(名不虛傳) 김충헌 +1 24.09.02 162 13 12쪽
58 58. 폭행교사(暴行敎唆) +1 24.09.02 176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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