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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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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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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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한결의 분노

DUMMY

한결이 채원을 두 손으로 들었을 때 맞은편 방에 있던 소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많이 늦었는데 엄마 아직도 오빠 방에 있어?”


한결은 급히 손가락을 입에 댔다.


“쉿.”

“잠들었어?”


소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한결은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소진의 인도 아래 한결은 채원을 들고 안방으로 향했다. 한결로 빙의한 후 이 방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방 안은 한수호와 함께 썼을 킹사이즈 침대 하나와 협탁, 그리고 방 중앙에 소파가 놓여져 있었다. 드레스룸과 화장실이 안방에 붙어 있는 구조였다.


조심스럽게 채원을 침대에 눕혔다.


약간 흐트러진 옷 매무새를 다듬으려 할 때 왼쪽 쇄골 위에 난 선명한 손가락 자국의 멍을 보았다. 이건 누가 봐도 남자의 완력에 의한 자국이 분명했다.


‘혹시, 최강식 이 자식이···’


**


채원의 어깨에 새겨진 멍 자국을 본 한결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채원의 몸에다 손을 댔단 말인가.


처음에는 최강식일 거라고 지레짐작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그건 너무 지나친 억측 같았다. 회사 보스를 아랫사람이 완력으로 어떻게 하려 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소심한 최강식이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일 스타일은 아니다.


그때 갑자기 바닥에서 핸드폰 진동소리가 들렸다. 채원이 흘리고 간 핸드폰이었다.


이 시간에 누가 문자질을? 한결은 남의 폰을 봐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질 새도 없었다. 곧바로 핸드폰을 들고서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확인했다. 채원의 폰 잠금해제 패턴은 여러 번 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진 사장, 잘 들어갔어요?♥]

[아, 봤으면 대답을 해야지. 계속 씹을거야?]

[미안 미안. 오늘 내가 약간 약주가 과해서 실수했는데 너그러이 봐주십시오. 진 사장이 너무 예뻐서 그런 거니 기분 나빠하지 말고.]


채원의 답장은 하나도 없고 전부 일방적으로 보낸 문자였다.


문자를 읽어 내려가는 한결의 눈에서 레이저빔이라도 나올 듯 충혈됐다. 보낸 사람은 천태우 대양투자증권 부사장.


한결도 예전 같이 골프를 친 적 있는 지인이었다. 당시에도 골프를 치면서 노골적으로 캐디에게 들이대던 너절한 인간.


대양그룹은 세황그룹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30대 그룹 중 하나다. 그런 대기업 임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저렴한 문자들이었다. 비즈니스 미팅 상대에게 저런 성희롱성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날리다니.


한결은 이쪽 업계가 얼마나 지저분하게 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전 닷컴 열풍이 불었을 때 여의도 룸싸롱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였을 정도로 이곳은 여자 끼고 노는 게 일상이었다.


천태우가 술자리에서 채원에게 어떻게 행동했을지 눈앞에서 본 것처럼 그려졌다.


내년 주총을 앞두고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인간에게까지 아쉬운 소리를 하는 채원을 떠올리자 안쓰러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


다음날 지오는 최강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날 있었던 천태우와의 미팅에 관해 물었다.


[어젠 내가 다른 약속이 있어서 사장님을 수행하지 못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이라고 보다는··· 그럼 엄마 혼자 약속장소로 나가신 건가요?”

[아니, 재무팀장이 동행했을 텐데.]


지오는 곧바로 신정호에게 연락해 재무팀장의 신상명세를 달라고 했다.


[이름 윤종혁, 나이 36세. Y대 경영학과 출신입니다.]

[아무리 벤처라지만 36세에 팀장은 좀 빠른 편 아닌가요?]


빠르지. 꼴랑 두 살 차이로 누군 팀장이고 누군 팀원이고.


[그렇긴 합니다. 그런데 미국 유학도 갔다 왔고··· 회계사 자격증도 있는 분이니까. 처음 입사했을 때 왜 우리 회사에 왔는지 의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신정호는 깨톡을 보낸 후 급후회했다. 회사 최대주주에게 ‘우리 회사에 왜 왔는지 의아했다’니.


[전화번호 주세요.]


별말을 하지 않는 게 그냥 넘기는 건지 화가 난 건지 애매했다.


[010-7733-XXXX]


**


“윤종혁 팀장님, 안녕하세요.”

[네, 누구시죠?]

“전, 진채원 사장님 아들 한결이라고 합니다.”


뜬금없는 사장 아들의 전화에 윤종혁은 깜짝 놀랐다. 대기업처럼 오너 일가의 위세가 대단하진 않지만 어쨌든 회사의 오너 아들과의 대화는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네, 한결 군. 안녕하세요.]

“혹시 어제 저희 엄마랑 저녁에 미팅 같이 나가신 것 맞나요?”

[네, 그렇습니다만···]


한결은 전날 있었던 술자리에 대해 물어 볼 게 있다며 잠시 1층 커피숍에서 보자고 했다.


[지금 여기 와 있다구요?]

“네, 1층 베르누이 카페로 오세요. 시간 많이 빼앗진 않을게요.”


윤종혁은 검은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머리는 단정하게 잘 넘겨져 있었고 옷은 세미정장으로 갖춰 입고 있었다.


“바쁘신데 오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커피는 제가 임의로 시켜놨는데···”

“전 커피 안 마십니다. 안 마셔도 되니까 말씀하시죠.”


상당히 사무적인 말투였다. 뭔가 기분이라도 나쁜 듯.


하긴 고딩이 자기 보스의 아들이라고 찾아와 이래라저래라 하는데 누가 기분 좋으랴.


“다름이 아니라 어제 저녁 술자리 관련해서···”


한결은 전날 문자 이야기는 하지 않고 어깨에 손자국이 나 있었다는 얘기까지만 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들로서···”


윤종혁은 안경테를 고쳐 올리며 잠시 뜸을 들였다. 안경알 너머로 검은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상대를 저울질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비즈니스 미팅이라고 해서 항상 신사적으로 진행되지만은 않죠.”


어디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그런 미팅을 하루에 두세 개씩 소화했던 사람을 앞에 두고.


“예상은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일과 관련해서는 사장님도 별말씀 하지 않으시는데 아드님께 말씀드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미성년자이신 듯 보이는데 어른들 일에 끼어드는 것도 좀···”


미성년자에게 말하기 거북한 일이라면 ‘19금’이라는 말인데··· 천태우 이 미친 인간이 도대체 무슨 짓까지 한 거지?


“그럼 미성년자 아들로서가 아니라 이 회사의 대주주로서 대표이사 사장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요?”


아들 한결과 한소진이 최대주주라는 걸 재무팀장이라면 당연히 알 수밖에 없는 사실. 윤종혁은 다시 검은 안경테를 매만졌다.


“사실 그런 일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2차 가해가 되는 거라···”

“무슨 말씀이세요? 여기서 2차 가해 이야기가 왜 나옵니까. 답답하시네.”


아무리 봐도 쉽게 입을 열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냥 OX 퀴즈로 갑시다. 제가 물을 테니 맞으면 O 틀리면 X라고 말해주세요. 그러면 2차 가해는 아니죠?”


윤종혁은 한숨을 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술자리가 천태우 부사장을 만나는 자리였죠?”

“O”

“천태우가 엄마 몸에 손을 댔나요?”

“O”


갑자기 천태우에게 살의를 느꼈다.


“천태우가 엄마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나요?”

“계속 올리고 있었던 건 아니고···”

“OX로만 대답해 주세요.”

“O”

“엄마는 싫다고 하는데 그 자식이 강제로 엄마 어깨를 붙잡았나요?”


천태우를 부르는 호칭이 ‘천태우 부사장→천태우→그 자식’까지 내려왔다. 지금까지 즉답을 하던 윤종혁은 이 물음은 좀 껄끄러운 듯 시간을 끌었다.


“말씀해 주세요.”

“O”


한결의 눈에서 불이 났다. 윤종혁은 어렵지 않게 한결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숨소리부터 벌써 달라져 있었다. 윤종혁은 괜히 말한 게 아닐까 후회했다.


“그 자식이 투자 약속이라도 했나요?”

“X”

“다음에 또 만날 계획인가요?”

“O”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또 만나지 않는다고 해도 용서가 안 되는데 또 만나야 하는 상대라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윤종혁을 올려보낸 후 신정호를 불렀다.


“과장님, 혹시 저희 엄마 비서분 누구신지 아세요?”

“사장님 비서라면 심혜란 대리죠. 심 대리는 예전 사장님 때부터 비서를 쭈욱 해왔습니다.”

“친하세요?”


신정호는 차마 짝사랑하는 여인이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일부러 건수를 만들어 몇 번이나 데이트 신청을 하려고 했으나 워낙 철벽이었다.


여러 사람이 만나 밥 먹는 것 이외에 단둘이서 밥을 먹는 건 불가능했다.


“친하다기보다는··· 인사는 하고 지내는 사이죠.”

“저 좀 소개시켜 줄 수 있나요?”


보스를 만난 후부터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다. 보스를 소개시켜준다는 핑계로 심혜란과 일단 차라도 한잔 같이 마실 수 있다.


“즉시 컨택해보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심 대리님.”

“네, 안녕하세요. 근데 뭐라고 불러야 할지···”

“도련님이라고 부르면 되죠.”


신정호가 쑥 끼어들었다. 도련님은 무슨···


“아뇨, 그냥 한결 군이라고 부르든지, 아니면 그냥 이름 부르셔도 돼요. 저보다 한참 나이도 위신데···”

“네, 그럼 한결 군이라고 부를게요.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죠?”


한결은 전날 있었던 술자리에서의 사건을 드라이하게 설명했다.


“저희 사장님께서 그런 일을 당하셨다니 같은 여자로서 정말 화가 나네요.”


심혜란은 빈말이 아닌 듯 얇은 은테 안경 사이로 손을 넣어 눈물을 닦았다.


“그래서 다음 천태우란 자를 만나는 날이 언젠지 좀 알 수 있을까 해서.”

“네? 아무리 아드님이지만 사장님 스케줄을 함부로 말씀드리기가···”


비서라면 응당 이런 반응이어야지. 상당히 심지가 곧은 여인 같아 보였다.


“제가 나쁜 일을 하자는 게 아니고 아들로서 제가 그날 에스코트를 해드리려고 그런 거예요. 아들이 근처에 있다는 걸 안다면 그 인간이 설마 그 짓을 또 하진 않겠죠?”

“그날 동행하신다구요?”

“네, 아무리 회사 일이라지만 엄마가 그런 일을 당한다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요. 과장님께는 진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게요. 그날 엄마랑 바깥에서 우연히 만날 계획입니다.”

“어머니께 직접 말씀드리지 그러세요?”

“제가 이걸 알고 있다면 엄마가 수치스러워 하지 않겠어요? 엄마 모르게 조용히 진행하고 싶어요. 제가 알고 있다는 걸 숨기고.”


심혜란은 고민했다. 아들에게 엄마의 스케줄을 말하는 게 과연 비서로서 잘못하는 일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당장 결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결정하시면 저한테 톡으로 날짜 장소만 알려주세요.”


한결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신정호도 뒤따라 일어섰다. 심혜란은 여전히 고민하느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심혜란과 헤어진 후 한결은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예 다시 만날 기회를 없애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누나, 아르바이트 한 번 하실래요?”

[아르바이트라니?]


한결은 ‘천태우 매장 플랜’에 서윤진을 이용하기로 했다.


“조만간 운동 한 번 하세요.”

[운동? 무슨 운동?]

“골프.”


서윤진은 골프를 꽤 열심히 배웠다. 재미는 없었지만 대한민국 상위 클래스에서 어울리려면 골프는 필수 코스다. 무엇보다 골프웨어를 입은 자기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결도 잘 알고 있었다. 골프웨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서윤진이란 걸. 173cm의 늘씬한 키에 E컵 바스트. 골프장의 모든 시선은 언제나 서윤진을 향한다.


캐디한테도 껄떡대는 천태우가 서윤진을 골프장에서 만난다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천태우의 골프 스케줄은 이미 신정호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


서윤진이 오케이한다면 천태우의 라운딩 시간 앞뒤로 맞춰 부킹을 하면 된다. 제발 민원이 통하는 골프장이어야 할 텐데···


일단 서윤진에게 천태우를 옭아맬 계획을 쭉 말했다.


[그러니까 나를 미끼로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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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1라운드 KO패 +1 24.09.03 171 12 12쪽
59 59. 명불허전(名不虛傳) 김충헌 +1 24.09.02 162 13 12쪽
58 58. 폭행교사(暴行敎唆) +1 24.09.02 177 12 12쪽
57 57. 선전포고(宣戰布告) +1 24.09.01 178 12 12쪽
56 56. 김충헌의 귀국 +1 24.08.31 192 11 12쪽
55 55. 한기호, 너 크게 실수한거야 +1 24.08.30 178 12 12쪽
54 54. 차세린의 과거 +1 24.08.30 188 12 12쪽
53 53. 한기호 너랑은 그냥 악연이야 +1 24.08.29 197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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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서울숲 느와르 +1 24.08.28 22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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