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첫사랑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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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3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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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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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Welcome to 개미지옥

DUMMY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날이 왔다. 천태우를 족칠···


“누구세요?”


새벽 5시반. 서윤진은 잠원동 P아파트 앞에서 한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라운딩에는 서윤진과 지인 2명에 한결이 포함됐다. 한결은 채원과 관련된 일이라 도저히 뒤에서 지켜만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같이 라운딩을 하는 걸로 바꿨다.


덥수룩한 수염에 골프모자와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조수석 문을 열고 타자 서윤진은 깜짝 놀랐다.


“누나 저예요.”


한결은 선글라스를 벗어 얼굴을 확인시켜 줬다.


“깜짝이야. 그렇게 하고 있으니 전혀 몰라보겠네. 그런데 수염은 뭐니?”

“아, 이거요? 오늘을 위해 마련했죠. 어때요, 잘 어울려요?”


서윤진은 한결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꼭 진짜 같네. 수염 붙이니까 진짜 한 열 살은 늙어 보인다. 하하.”


당연히 진짜 같겠지. 영국 유학 당시 룸메이트가 미국 할리우드에서 특수분장을 하던 전문가였다. 그로부터 특수분장하는 법을 1년 동안 배웠다.


“늙어 보인다니 다행이네요. 오늘 제가 변신해야 하는 사람 나이가 30대 초반인데 비슷하겠는데요?”

“변신해야 하는 사람? 누구로 변신한다는 얘기니?”

“테드 안. 오늘은 저를 테드로 불러주세요. 웬만하면 대화는 영어로 진행하는 걸로 하고. 컨셉이 재미교포 3세입니다.”


보면 볼수록 뭔가 수상쩍다. 도대체 고등학생이 맞긴 한 걸까.


서윤진은 한결에 대해 나름대로 알아봤다. GC생명과학 진채원 사장에게는 1남1녀가 있었고, 그 1남인 한결이 맞다.


재벌 3세가 맞긴한데 돈을 이렇게 흥청망청 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세황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첩의 소생.


그런데 1억이나 되는 돈을 턱턱 쏴주질 않나. 이번에도 정확하게 액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수고비가 꽤 큰돈일 것으로 보인다.


이 함정을 파기 위해 들인 돈만 해도 엄청나다. 골프장 부킹도 부킹이지만 거기 식당 룸을 예약해뒀다. 몰카를 찍는다고 하니 그쪽 인건비도 지급해야 하고.


이 꼬마와 일을 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의문은 전혀 사라지지 않고 더 커져만 가고 있다. 호텔비만 아니면 그냥 안 하는 건데···


**


오전 7시반에 대평GC에 도착했다.


서윤진의 지인은 모두 서윤진의 로스쿨 동창인 여성 변호사라고 했다.


김윤아는 서윤진보다 한 살 어렸고, 고선주는 서윤진보다 여섯 살 연상이었다. 사진으로 미리 봤을 때 둘 다 평범한 외모였다.


뛰어난 외모라 해도 서윤진 앞에서는 대부분 달빛 앞의 반딧불처럼 미미해지긴 하지만···


확실하게 눈에 띄니 분명히 천태우의 눈에 들 게 틀림없었다.


한결이 테드 안으로 변장을 한 건 천태우의 라운딩 멤버 때문. 노준석에게 부탁해 멤버를 알아보니 거기에 제갈룡이 끼어 있었다.


B&C테크 사장이자 한세희의 남편. GC생명과학을 날로 먹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또 하나의 X새끼.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나 한결의 얼굴을 알 수도 있어서 변장을 택했다.


천태우 이 자식은 제갈룡과 어울리면서 채원을 만나는 걸로 볼 때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감히 채원이를 가지고 놀아? 매장 시켜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다른 2명은 B&C테크의 경영전략본부장 서상구 전무와 고려일보 채정훈 기자였다.


채정훈도 뭔가 이름이 익숙한 것 같았다.


사고가 난 후 막 깨어났을 때 병실에서 채원과 최강식이 심각한 대화를 나눌 때 나온 이름이란 걸 기억해 냈다.


오늘이 X새끼들의 회합일이구나.


이런 식으로 정경유착, 아니 ‘경언유착’이 이뤄지면서 그렇게 GC생명과학을 조졌구나.


일단 식당으로 들어가면서 이 X새끼들이 어디 앉아서 밥을 먹는지 둘러봤다. 다른 놈들 얼굴은 몰라도 천태우의 얼굴은 똑똑히 기억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했다.


저들도 이제 막 도착했는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행동거지로 봐서 대충 누가 누군지 구분이 갔다.


바깥 골프 코스가 훤히 보이는 좋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행히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라커룸에서 먼저 나온 한결이 그 옆자리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흰색 바람막이에 붉은색 골프치마를 입은 8등신 미녀가 등장했다.


한결은 느낄 수 있었다. 식당 안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서윤진에게 집중되고 있는 걸.


서윤진 또한 이 분위기를 한껏 즐기는 듯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한결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서윤진이 한결 옆으로 다가올 때 옆자리 천태우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널 위해 준비했다, X새꺄. 너 오늘 X돼 봐라.


**


서윤진이 천태우 쪽을 바라보며 앉았다. 이것 역시 계산된 행동.


천태우를 보니 아예 넋을 놓고 서윤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야, 이 새꺄. 침 떨어진다.


제갈룡도 힐끔거리며 서윤진을 훔쳐보고 있었고, 채정훈 또한 한 번씩 기지개를 켠다든지 하는 이상행동을 하면서 힐끔거렸다.


역시 서윤진은 골프장의 지배자였다.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웨어룩 최강 미인.


오직 윗분을 모셔야 하는 서상구만이 의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고선주와 김윤아가 같은 차를 타고 왔는지 식당에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서윤진이 손을 흔들자 반갑게 웃으며 왔다.


고선주와 김윤아는 서윤진과 오랜만에 만난 듯 서로 손을 맞잡으며 안부를 물었다.


“여기 이분이 테드 안. 헤지펀드 발렉스 대표이사세요.”


한결은 자리에서 일어나 영어로 인사했다.


“Nice to meet you.”


고선주와 김윤아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듯 딱딱한 발음으로 인사했다.


갑자기 천태우 테이블의 채정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결 테이블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너 고선주 맞지?”

“어, 채 선배? 여기서 뵙네요. 어머 반가워라.”


이런 우연이.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 태우야, 너 아무래도 오늘 확실하게 X될 운명인가 보다.


“제가 로스쿨 가기 전 고려일보 기자였거든요. 여기 계신 채정훈 선배가 제 사쓰마리 1진이었어요. 제가 많이 배웠죠.”

“사쓰마리?”


한결은 무슨 말인지 알고 있지만 재미교포 3세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어깨를 으쓱했다.


“아, 죄송해요. 기자들끼리 쓰는 은어예요. 경찰출입기자를 사쓰마리라 불러요. 보통 수습기자 때 사쓰마리로 시작하죠.”

“OK OK, I got it.”


그렇잖아도 우리 테이블에 와서 말을 걸고 싶어 미치겠는데 이 상황을 그냥 지나칠 천태우가 아니었다.


“같이 인사 좀 합시다.”


어느새 천태우가 서윤진 앞으로 와 있었다.


야, 최소한 고선주 변호사한테 먼저 와서 인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 참 정직하다, 정직해.


서윤진은 도도하게 인사를 받았다.


천태우는 서윤진의 명함을 보고 흠칫 놀랐다. 변호사일 거라고는 1도 상상하지 못했을 게 틀림없었다.


제갈룡도 같이 와서 인사하고 싶어 보이는데 체면 때문에 도저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모든 관심이 서윤진에게 집중되다 보니 옆에 앉아 있는 턱수염을 기른 남자에게는 누구도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아, 헤지펀드 대표셨구나. 안녕하세요, 고려일보 채정훈입니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채정훈만이 한결의 정체에 관심을 가지고 인사를 건넸다.


“Hi, I’m Ted Ahn. Just call me Ted.”

“아, 한국말 잘 못하시는구나.”

“I understand Korean, but can’t speak Korean.(한국말을 알아 듣지만 말은 못 합니다.)”


**


라운딩 중에는 파3홀과 그늘집이 중요 포인트다.


파3홀은 주로 정체가 되기 때문에 뒷팀이 앞팀의 티샷을 구경할 수가 있다.


아마 천태우의 턱이 빠질 것이다. 서윤진이 짧은 치마를 입고 스윙하는 모습을 본다면.


“어때, 오늘 잘 진행될 것 같지?”


서윤진이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중 한결에게 영어로 물었다. 고선주와 김윤아는 테드가 정말 재미교포 3세로 알고 있으므로.


“지금까지는 잘 진행된 거 같네요. 천태우, 정말 명불허전이더군요. 그냥 변호사님한테 눈이 고정돼 있던데요?”


한결팀 카트가 4번 파3홀에 도착했다.


앞팀이 티샷에 열중하고 있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친한 친구들끼리의 라운딩처럼 보였다.


젊은 남자 하나가 여자 셋을 끌고 도착하자 앞팀 남자들의 눈의 휘둥그레지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또 힐끔힐끔.


여하튼 남자들이란··· 늙으나 젊으나 문지방 넘어갈 힘만 있으면···


마침내 한결 팀이 티샷을 할 차례가 왔다. 그런데 아직 천태우 팀이 도착하지 않았다.


“제가 먼저 칠게요.”


원래 직전 홀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사람이 다음 홀에서 먼저 티샷을 해야 한다. 전 홀에서 서윤진만 유일하게 파. 나머지는 모두 보기, 더블보기였다.


순서대로라면 서윤진이 먼저 티박스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천태우가 서윤진의 스윙을 봐야하기 때문에 한결이 먼저 티박스에 올랐다.


원래 한 두어 번 연습 스윙을 한 뒤 티샷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뒷팀이 도착하지 않자 한결은 시간을 끌기 위해 별짓을 다했다.


앉았다 일어서고, PGA 프로들처럼 풀을 뽑아 하늘에 날려 바람 방향을 보는 척했다.


가만 두고보던 캐디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 그만 치시죠. 시간 너무 끌면 뒷팀들이 줄줄이 지연돼요.”

“OK OK, I’m not warmed up yet. Sorry.”


그때 뒤에서 카트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한결은 8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날렸다. 잘 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인지 이날 골프는 더 잘 맞았다.


“역시 남자들은 비거리가 나오니까 여길 8번으로 공략하네. 난 6번 줘요.”


마침내 서윤진의 티샷. 자, 천태우 두 눈 똑바로 뜨고 여길 봐라. 골프장 여신 납셨다.


스윙 하나는 정말 백만불짜리였다. 어느 프로한테서 배웠는지 제대로 배웠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스윙으로 서윤진 역시 가볍게 공을 허공에 띄워 그린에 올렸다. 뒷팀에서 ‘나이스 샷’ 소리가 합창처럼 들려왔다.


천태우는 서윤진이 티박스에서 내려올 때까지 박수를 치고 있었다.


전반 9홀이 끝나고 그늘집에서 음식을 주문했다.


막 오뎅국물이 나왔을 때 천태우팀이 그늘집으로 들어왔다.


천태우는 넉살에서도 거의 국가대표급이었다. 이제는 숫제 친한 척하며 서윤진에게 다가왔다.


“서 변호사님, 오늘 좀 어땠어요?”


천태우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은 그냥 NPC였다.


“부사장님은 어때요?”


천태우는 기다렸다는 듯 서윤진의 옆자리에 슬쩍 앉았다.


“저야 뭐, 원래 싱글 실력인데 서 변호사님의 출중한 미모에 눈이 부셔서 그런지 잘 맞지 않네요.”


서윤진은 자기 외모 칭찬에 까르르 하고 웃었다. 이건 연기가 아니라 실제다. 서윤진은 정말 자기 외모 칭찬을 좋아한다.


서윤진의 웃음에 천태우는 용기백배 됐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라운딩 끝나고 점심은 어디서 드시나요?”

“그걸 왜 궁금해하시죠?”


서윤진은 대뜸 철벽을 쳤다. 이 정도는 튕겨 줘야지.


그러나 서윤진의 철벽은 천태우에게 더욱 승부욕만 부추길 뿐이었다.


“고선주 변호사님과 우리 채정훈 차장님이 같은 회사 동료셨다는 인연이 있지 않습니까. 그 인연 이번 기회에 한 번 넓혀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변호사님들이시니 잠재 클라이언트와의 비즈니스 미팅을 미리 한다고 생각하셔도 되고.”


정말 말은 청산유수였다. 저렇게 여자들을 꼬셨겠구나.


“저희야 사실 부사장님 말씀대로 잠재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거니까 거절할 이유는 없죠. 근데 제갈 사장님은 괜찮으시대요?”

“굳이 계실 필요 있을까요? 저 두 분이 가시면 딱 남녀가 3대3으로 맞는 거 같은데?”


하··· 졌다. 3대3 미팅, 합시다.


“How about you?”


서윤진이 한결에게 물었다.


“No problem. You guys, join us!”


자, 개미지옥으로 어서 들어와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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