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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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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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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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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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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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DUMMY

커튼을 펼치고 창문을 연다.


“흐음~”


상쾌한 바람이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 소리에 꼬리를 말고 누워있던 우타의 귀가 쫑긋 일어선다.


“삐이이~”


하늘에선 수십 마리가 넘는 전서구가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우타가 눈을 뜨고 일어나 몸을 흔들며 다리를 뻗었다. 기지개를 쫙 편 후, 우타가 창가에 앉았다.


“우타~ 오늘은 겨울치고 날씨가 참 포근하다. 그치?”


“앙!”


우타는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전서구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


“앙! 앙! 앙!”


“구~?”


하늘을 날던 전서구 하나가 고개를 틀었다.


“앙! 앙! 앙!”


그렇게 짖기를 수십 차례.

고개를 틀었던 전서구가 날갯짓하며 다가와 아드리안의 책상 위에 앉았다.


전서구에 달린 작은 쪽지.

아드리안이 쪽지를 펼쳤다.

그곳에 아드리안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보가 있었다.


***


드워프 왕궁의 출입은 매우 간단했다.


“그냥 가면 됩니다.”


페리오 3형제의 셋째가 담담히 말했다.


“한 나라의 왕이잖아? 근데 만나줘?”


“가보시면 알겠죠?”


만약 녀석이 거짓말을 했다면 작업 내내 수정을 요구하며 그를 괴롭힐 심산이었다. 하지만 밑져봐야 본전.

우선 드워프 왕궁으로 향했다.


“로드를 만나러 왔는데요?”


“들어가면 된다.”


정말 쉽게 왕궁 입구를 통과했다.


‘아? 내가 제국의 황자라 그런가?’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로드와 다시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좋네. 아주 좋아.”


듀발론과는 확연히 다른 시스템.

듀발론은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선 길게는 5년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아무리 혈육인 나와 형제들도 하루 전에는 기별을 넣어야 한다. 거기에 비하면 드워프 왕국은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게 마음에 들었다.


“문이 열리~ 네요~”


로드는 첫인상과는 너무 다른

마치 왕궁의 출입 시스템처럼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드르렁~ 퓨우~ 드르렁~ 퓨우~”


“잠이 옵니까!”


“느허?”


로드가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듀발론 제국의 3황자여 무슨 일이지?”


“방금 침 흘리면서 자는 거 다 봤습니다. 그렇게 무게 잡을 필요 없어요.”


“잔 거 아니다. 생각한 거지.”


“코도 골던데?”


“내가 생각하다 보면 호흡을 거칠게 하는 버릇이 있어서.”


“네~ 네~”


로드는 얼굴에 철판을 깐 채

진짜라고, 믿어달라며 애원했다.

이게 애원까지 할 일인가?


“저랑 내기 하나 할 생각 없습니까?”


“갑자기 내기? 이 드워프 로드를 상대로? 건방지군.”


“부탁하면 안 받아줄 거 같아서.”


구매보단 주문 제작.

부탁보단 내기를 좋아하는 게 드워프들의 습성이었으니까.


“판돈은?”


“버려진 땅에서 발견될 미지의 광물.”


미지의 광물.

이 얼마나 매혹적인 단어란 말인가?

로드는 물론 그곳에 있던 드워프들마저 눈빛을 빛냈다.


“내기 종목은?”


“1대1 대결. 드워프는 공명을 사용할 수 있고 실전처럼 하되 죽이진 않는 걸로.”


인간들에게 오러가 있다면

드워프에겐 공명이 있었다.

대전쟁 시절 전장을 휘젓던 드워프의 설명을 빌리자면


[무기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거지!]


실제로 드워프의 공명은 소드 마스터를 상대로도 전혀 꿇리지 않았다.


“자네, 몸에선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데.”


“네. 타고나기를 마나를 쓸 수 없는 몸으로 타고났습니다.”


“너무 싱겁게 이기는 내기는 안 해. 재미없거든.”


“이건 어떻습니까?”


나는 미지의 광물은 물론 그곳에 서식하는 마물에 가죽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흠···.”


“그래도 싱거울 거 같으면 하지 마세요. 다른 드워프랑 하면 되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아쉬울 게 없다는 태도다.

나는 속으로 3초를 센 후 과감히 몸을 돌렸다.


“잠깐.”


“네?”


“만약 네가 이긴다면?”


“제가 받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토론토의 석방.”


토론토의 석방이란 말에 로드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고작 드워프 한 명이 감옥에 갇혀있는 거뿐이네. 근데 왜 전리품을 주면서까지 그를 꺼내려고 하는 거지?”


“한 남자가 감옥에서 썩어가는 게 안타까워서요. 그리고 왜 이미 이겼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이길 수도 있는데?”


로드의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지금 그에겐 아까까지 잠자고 있던 한량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자네 혹 악마의 물건을 노리는 건가?”


“제가 노린다고 줄 거 같진 않던데요?”


“아. 그건 그렇지.”


“감옥에 있기엔 그의 손재주가 너무 뛰어나거든요.”


감옥에서 그를 마주한 날.

나는 보았다.

목제 책상과 의자엔 흠집 하나 없었고

쇠창살은 물론 창문까지 빛이 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로드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의 고민이 깊어진다는 건 로드도 그가 만든 물건을 마냥 흉물 취급하진 않는다는 뜻.


“지금 당장 답 안 주셔도 됩니다. 미지의 광물 캐올 때까지 아직 시간은 많거든요.”


“좋네. 우선 내기가 성립할 수 있도록 광물과 소재부터 캐오게.”


“알겠습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건 자네가 캐온 광물의 가치에 따라 다르지.”


***


5일 차가 됐다.


“자! 자! 어서 껴보라고!”


페리오 3형제는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요 5일간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의 끝은 구매자가 자신들의 작품을 흡족한 표정으로 착용하는 것.


“반지가 너무 큰 거 같은데?”


“이보게. 금발의 검사. 일단 껴보기나 해보라고.”


“금발의 검사? 나쁘지 않군.”


카리스가 중지에 반지를 끼웠다.

반지는 손가락 위에서 한 바퀴를 돌만큼 공간이 많이 남았다.


“이거 잘못 만든 거 아닌가?”


“기다려 보게.”


카리스의 반지를 만든 삼 형제 둘째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호오~ 신기하군.”


손가락에 걸쳐있다시피 했던 반지가 카리스의 중지에 딱 맞게 크기가 줄었다.


“반지로 마나를 흘려보게.”


파앗!


카리스가 마나를 흘리자

반지에서 황금빛 보호막이 생성됐다.


“보호막의 강도는 흘려 넣는 마나의 양에 따라 달라질걸세. 최대치로 넣을 때 오우거의 몽둥이질도 막아줄 거고.”


“훌륭하다. 고맙다!”


훌륭하다라는 말에 둘째가 전율했다.


“율리~ 이번엔 내 차례네~?”


로레인은 내 앞에서 손가락을 내민 채 몸을 배배 꼬았다.


“하유~ 참.”


내가 그녀의 오른손을 잡았다.


탓!


그녀는 내 손을 쳐낸 후 재빠르게 왼쪽 손을 내밀었다.


“약지에.”


“아. 내가 만든 반지는 크기 조절 마법 없어. 그냥 중지에 껴.”


“왜 안 넣었어!”


“그야 미리 치수를 쟀으니까.”


나는 막내가 만든 반지를 로레인의 중지에 끼워줬다.


“마나 흘려봐.”


로레인이 마나를 흘렸다.

잠시 후


“오!”


“호오~ 안 보인다. 언니.”


로레인의 몸이 투명해졌다.


“자네 요구대로 은신 스킬을 넣었네. 엘프들은 기척을 죽이는 데 특화돼 있으니, 도주는 물론 암살에도 요긴하게 쓰일 걸세.”


“고마워요!”


로레인의 은신이 해제됐다.

그녀는 어째서인지 나를 사냥감을 찾은 사냥꾼의 눈빛으로 봤다.


휙.


“너는 네가 직접 껴.”


이럴 때 날 구원해 줄 수 있는 건 첫째.


“너 마나 못 쓰지?”


“네.”


“그럴 줄 알았다.”


말을 끝마친 첫째가 망치를 들었다.


“어? 어? 왜 이래요?”


아티팩트의 퀄리티를 보자 갑자기 억울해지기라도 한 걸까?

첫째는 단숨에 도약해 내 머리에 망치를 휘둘렀다.


쾅!!!


망치와 내 두개골 사이, 반투명한 막이 생기며 내 머리를 보호했다.


“위기 순간이 오면 알아서 발동할 거다.”


“오! 너무 좋은데요!”


“단!”


말 끝나기 무섭게 중지에서 빛나던 반지의 빛이 사그라졌다.


“어? 이거 탁해졌는데.”


“그거 충전용이야.”


“에??!”


뭐지?

나 지금 사기당한 건가?


“충전까지 1주일. 그러니까 어디 위험한 데 갈 일 있으면 1주일 후에 가.”


“아니 당장 오늘 떠나야 하는데 무슨!”


“그러게 왜 방어구 안 맞췄어.”


드워프의 말대로였다.

로레인과 카리스의 모습이 바뀌었다.

예전엔 갑옷 하나 없는 천 쪼가리 옷을 입었지만

지금은 드워프가 특수 가공한 가죽 갑옷을 입은 상태.


“안 불편해?”


“응! 마치 벗고 있는 것 같아!”


“쫌!”


“나는 딱 좋다. 아니 오히려 가볍다고 해야 하나?”


대전쟁 시절, 로레인도 카리스도 갑옷을 입고 활동했기에 갑옷에 대한 큰 저항은 없어 보였다.


“자네. 진짜 그렇게 간다고?”


페리오 3형제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야 난 갑옷이 없었으니까.


“아니. 이 바닥에 굴뚝 연기 올라오면 누가 뭘 만드는지 다 아는 상황인데 제가 거짓말 해서 뭐합니까?”


그 말에 납득한 듯 페리오 3형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덕분에 많이도 시달렸지.”


“난 후회 없어.”


“얼마 만에 하는 망치질이었는지. 황홀했지.”


드워프 3형제는 구원이라도 받은 듯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또 오게.”


“싸게 해줄 건가요?”


“그때 보고.”


우리도 페리오 3형제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길을 나섰다.


“율리. 이제 떠나는 거야?”


“아니. 그전에 한 곳만 더. 마지막으로 볼 남자가 있어.”


잠시 후


“가는 건가?”


우리는 토론토 앞에 있었다.


“이제 갑니다.”


“... 어디 가는데?”


“버려진 땅이요.”


“거기 위험한 곳 아니야?”


드워프가 나와 로레인, 카리스를 차례대로 훑어봤다.

그리고 눈으로 말했다.


‘넌 방어구 안 차고 뭐하냐?’


“황궁 갑옷도 훌륭합니다. 그리고 전 원래 뒤에서 싸우는 스타일이라.”


“드워프가 보기에 그건 갑옷이 아니라 그냥 가죽 쪼가리인데.”


“그런 얘기 자주 들었죠.”


“그래. 가라.”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토론토가 등을 돌려 앉았다.


“만약 버려진 땅에서 무사히 돌아오면 제 방어구 좀 맞춰주시죠.”


토론토가 움찔했다.


“모르셨죠? 무의식적으로 숫자 읊조리던 거? 제가 볼 땐 그거 제 몸 치수 잰 거 같은데. 맞죠?”


“몰라.”


“근데 감옥에만 있어서 손 다 굳은 거 아니에요? 그냥 다른 드워프한테 맡겨야 했나?”


“손이 굳어?”


이번엔 그를 제대로 자극한 듯 보였다.

토론토의 눈이 이글거렸다.

다행이었다.

아직 그는 희망도 망치도 놓지 않았으니까.


“허공에 망치질하든, 책상 안쪽에서 풀무질하든 그 감각, 예리하게 갈고 계십시오. 갔다 오면 제 방어구는 무조건 토론토 님에게 맡길 거니까.”


우리는 모두 선택을 한다.

그리고 장인의 선택엔 고집이 들어가곤 한다.

그 고집 때문에 선택을 번복하지 못하곤 한다.

그래서 토론토는 지금 감옥에 있는 거라고 난 생각한다.


이럴 땐 누군가가 사람 좋은 척 그를 끄집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나의 몫.


“가보겠습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난 시체에 방어구 맞춰줄 생각 없다.”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하나 더


툭.


그가 내 가슴팍에 작은 주머니를 하나 던졌다.


“갑옷에 만들 소재도 준비해 오고.”


“기다리고 계시죠.”


이곳에 와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토론토의 마음속,

꺼진 용광로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풀무질은 나의 몫.

그렇게 감옥을 나섰을 때

다르토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검 좋아. 누가 만들었는지 참 좋아.”


아니.

카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쓸만하더군.”


“크으~”


장인에게 이것보다 좋은 칭찬이 있을까?

카리스의 등엔 토론토의 숨결이 담겨 있는 환도가 매져 있었다.

검신은 예전보다 길어지고 무게는 무거워진 환도.


“죽지 말고 돌아와. 그래야 검이 어땠는지 알 수 있지.”


카리스는 그러겠노라 말하며 길을 나섰다.


***


3일간 미친 듯이 말을 달렸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는 버려진 땅의 경계에 설 수 있었다.


“꺄악. 율리. 나 너무 무서워.”


로레인이 짐짓 과장되게 나에게 몸을 밀착했다.


“재밌을 거 같군.”


카리스는 새로 얻은 무기를 써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자~ 이제 자유롭게 살아라.”


3일간 최선을 다해준 말들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자! 이제 시작이다.”


시작이란 말에 두 여인의 눈빛이 변했다.


‘뭐가 있는지 한번 보자!’


우리는 그렇게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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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변 (3) 24.09.10 9 0 12쪽
55 이변 (2) 24.09.09 9 0 12쪽
54 이변 (1) 24.09.08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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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대승절 (3) 24.09.06 9 0 12쪽
51 대승절 (2) 24.09.05 12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2 0 12쪽
49 복귀 24.09.03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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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10 0 12쪽
46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3) 24.09.01 9 0 12쪽
45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2) 24.08.31 10 0 12쪽
44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1) 24.08.3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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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버려진 땅 (4) 24.08.26 11 0 12쪽
38 버려진 땅 (3) 24.08.25 11 0 12쪽
37 버려진 땅 (2) 24.08.25 10 0 12쪽
36 버려진 땅 (1) 24.08.2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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