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무림인의 미궁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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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하
작품등록일 :
2024.08.01 11:15
최근연재일 :
2024.09.13 22:41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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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7,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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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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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1화 검은 연기

DUMMY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비록 일류 언저리의 무인으로 남았을지언정, 검에 대한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


###


하유성은 처음 비급을 얻은 날을 추억했다.


아직 삼류조차 되지 못해 동네 뒷산에서 수련하던 어느날.

거무튀튀한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그는 이제 손바닥 보듯 훤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뒷산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수풀과 거대한 바위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 있던 건 한 권의 서책.


자연에 방치되었다기에는 기이할 정도로 깨끗한 모습으로 놓여있던 건 바로 파천이검(破天二劍)의 비급었다.


홀연히 나타나 천마와 검황을 무릎 꿇리고, 우화등선했다는 괴선(怪仙) 극라수의 검술

하유성은 당장 그것을 챙겨다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달달 외웠다.


그때부터 하유성은 쉰 살, 지천명을 바라볼 때까지 자신의 모든 인생을 파천이검에 쏟아부었다.

덕분에 그럭저럭 칼밥을 먹고 살 정도까지는 오를 수 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검술만 배웠고 내공심법(內功心法)을 배우지 못한 것.


기본적인 토납법으로 쌓은 쥐꼬리만 한 내공으로는 파천이검의 극초반부만 사용이 가능했다.


끝끝내 심법을 배우지 못한 하유성은 결국 일류 언저리의 무인으로 남았다.


혹시나 놓친 게 있나 싶어 다시 비급이 놓여있던 장소를 찾아보려고도 했지만, 분명 잘 아는 뒷산인데도 아무리 찾아도 그곳에 다시 갈 수는 없었다.


###


그리고 마침내, 하유성은 운명이 가리키는 한계에 봉착했다.


“카악! 퉷! 이 개자식이 뭣도 없는 게 까불어.”


“뭐도 없다기엔 누워있는 그쪽 똘마니들이 억울하지 않겠소?”


하유성은 울컥거리는 속을 달래며 손에 쥔 두 개의 검을 고쳐잡았다.

왼손에는 소검, 오른손에는 장검.

파천이검은 그 이름답게 고도로 복잡한 쌍검술이었다.


그 절세의 검술 덕에, 하유성의 주변엔 시체들이 즐비했다.

전부 사내의 부하들로, 하유성에게 당한 것.


하지만 그런 검술을 가지고도 절정의 무인을 상대로는 모자랐다.


“쥐새끼처럼 도망치는 것도 이제 끝이다.”


이 근방 흑도 무리의 지부장. 철흑귀(鐵黑鬼) 금만석이 말했다.

그의 손에 쥔 태도에는 은은하게 도기가 어려있었다.


“그러길래 좀 적당히 털어먹었어야지. 국숫집 황 노야(老爺)에까지 그러면 안 됐소.”


“흥. 그깟 국수 때문에 감히 우리 흑회에 반기를 들었다고? 미친놈이 따로 없군.”


“그 미친놈 때문에 세력 다 잃고 집어삼켜질 날만 남은 놈이 허세는.”


하유성은 수십 일에 걸쳐 사내의 소속인 흑회의 구성원들을 야금야금 죽여왔다.


이미 세력 중 상당수를 잃은 금만석의 흑회는 흑도의 법칙인 약육강식에 따라 오래 가지는 못할 터.


‘이것으로 복수는 충분히 했다.’


자신도 죽게 생겼지만 하유성은 만족하기로 했다.


“빌어먹을 놈이 끝까지 입만 살았군. 이만 죽어라.”


철흑귀 금만석의 태도가 하늘을 향했다.


큰 몸집 때문에, 고수치고 느린 그를 어떻게든 따돌리며 뒷산까지 도망쳐오긴 했지만 역시나 내력이 충만한 절정 고수의 힘과 체력을 당해낼 순 없었다.


‘끝인가.’


하유성은 포기하려 하면서도 날아오는 검을 익숙한 동작으로 빗겨냈다.


쾅!!

덕분에 금만석의 도는 하유성의 가랑이 사이를 내리쳤다.


한 번 더 막긴 했지만, 이제 자세고 뭐고, 거의 힘이 남지 않았다.


“내력도 없는 게, 몸 쓰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는군.”


금만석은 혀를 내두르며 다시 도를 휘두를 준비를 했다.


촤아아아―!

그러나 그때. 갑자기 검은 안개가 금만석이 내리쳐 깨진 곳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안개는 금방 시야를 가리고 들이킬 때마다 매캐하게 목에 걸렸다.

“쿨럭, 쿨럭! 이런 제기랄! 뭐야 이게!”

금만석이 당황해 손을 내저었고, 하유성은 한 번 더 도망칠 기회를 얻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뛴다!’

하유성은 마지막 힘을 짜냈다.

그는 아무 방향으로나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놈! 발악해 봐야 소용없는 걸 모르더냐!!”


금만석이 금방 안개 너머로 기감을 펼쳐 쿵쿵거리며 쫓아왔지만, 하유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일단 살아남아 파천이검만 대성하고 온다면 저런 녀석쯤은···.’


그러나 희망도 잠시, 하유성이 도망친 곳은 벼랑 끝이었다.

평소라면 어느 지역인지 바로 알 수 있었을 테지만, 안개 때문인지 방향감각을 잃어 벼랑까지 온 것.


“흐흐, 주어진 운도 제대로 못 잡는 녀석이군.”


어느새 따라온 금만석이 비릿하게 웃으며 퇴로를 막았다.


“그래. 한 번 끝까지 해보자.”

하유성이 다시 검을 움켜잡았다.


쿠르르릉!

하지만 그가 다시 싸우려고 하기 무섭게, 절벽이 무너져버렸다.


‘이렇게 허망하게 가다니.’

모든 힘을 다 쓴 하유성는 속절없이 떨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검이나 한 번 더 휘두르다가 가는 것을···.”


“제기랄! 운이 좋은지 나쁜지 끝까지 알 수 없는 녀석이군. 퉤!”

하유성은 마지막으로 위쪽에서 금만석이 소리치는 것을 들으며, 추락하는 기세에 곧 정신을 잃었다.



******


“······상태는 좀 어떤가?”


“글쎄요. ······몸은 튼튼···보입니다.”


“흠 이번에는 ······녀석이었으면 하는데.”


“그래도 ······차원의 인간들이 ······ 하나씩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러니 ······내 돈을···.”


“······미궁에 보내봐야 아는 법. ···아시지 않습니까?”


“모든 건 미궁에서. ······그래. 기다려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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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가치 24.09.03 7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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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반항 24.08.31 82 3 13쪽
31 31화 낙차 24.08.30 81 3 14쪽
30 30화 수련(1) 24.08.29 85 4 13쪽
29 29화 추격(2) 24.08.28 97 5 13쪽
28 28화 추격(1) 24.08.27 101 4 13쪽
27 27화 마검(4) 24.08.26 98 4 13쪽
26 26화 마검(3) 24.08.25 98 3 12쪽
25 25화 마검(2) 24.08.24 100 4 13쪽
24 24화 마검(1) 24.08.23 112 4 13쪽
23 23화 정산 +2 24.08.22 112 4 13쪽
22 22화 횡재 24.08.21 111 4 14쪽
21 21화 토벌(2) 24.08.20 112 4 14쪽
20 20화 토벌(1) 24.08.19 131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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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스승님···? (1) 24.08.16 13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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