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무림인의 미궁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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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하
작품등록일 :
2024.08.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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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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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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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3화 정산

DUMMY

“유성 씨!! 그걸 그렇게 그냥 홀라당 하시면 어떡해요?!”


“아니···. 나도 이럴 줄은 몰랐소···.”


“감정받으면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시리온이 절규하듯 말했다.


효과도 값어치도 모른 상태로 마도구가 사라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자, 자. 진정하세요. 유성 씨가 알고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치만···.”


“유성 씨, 혹시 뭔가 바뀌거나 느껴지는 게 없습니까? 그걸로 효과라도 알아봐야죠.”


“아직은 잘 모르겠소···.”


“흠, 혹시라도 알게 되면 알려주셔야 합니다. 우리 개척자들에게 정산은 아주 민감한 문제니까요.”

크렌이 상황을 정리하며 말했다.


“물론이오. 이런 경우엔 어떻게 값을 치르면 되오···?”


하유성은 빚이 늘어날 걱정에 진땀을 흘렸다.

그에겐 전투보다도 어려운 게 돈 걱정이었다.


“보통 효과가 알려지지 않은 마도구는 경매에 올리거나, 성능이 비슷한 다른 마도구들과 비교해서 정산해요! 그도 아니면 같은 마물을 잡고 얻을 수 있는 금액에서 어느 정도를 책정해서 나누죠.”


순간적인 충격에서 벗어나,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다른 시리온이 속사포처럼 설명했다.


“일단 알겠소. 내 돈은 없지만, 사정을 말하면 고용주 쪽에 상황을 말하면 들어줄 거요.”


“뭐···알랭 상단이라면 믿을 수 있겠죠.”


하유성이 속한 상단은 미궁 도시 내에서도 꽤 규모가 있기로 알려져 있었다.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지만, 또 막상 개척자들에게 그런 모습이 신용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것.


그렇게 황금 고블린 사냥은 일단락됐다.


하유성이 몸에 흡수된 황금 구슬의 효과를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로 그날 저녁 야영 준비를 끝내고, 운기조식을 하던 하유성은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중단전으로 마력이 몰린다.’


마력은 기본적으로 뭉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조작하기 쉬웠지만, 단전을 이용해 순식간에 기를 폭발하듯 내뿜는 것과는 운용이 달랐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기본적인 심법을 통해 마력을 돌리자, 몸에 고르게 퍼져있던 마력이 중단전, 즉 심장으로 모여드는 게 아닌가.


‘위험하다.’


원래 중단전은 특별한 공법을 익히는 게 아닌 이상, 과한 기가 몰리면 상하기 쉬웠기에 하유성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좀 더 섬세하게 중단전 부근으로 마력을 돌렸다.


‘이건···막? 중단전이 상하지 않도록 지켜주고 있다.’


하유성이 느끼기엔 주먹만 했던 황금 구슬이 그대로 심장으로 들어가 하단전과도 같은 어떤 작용을 하는 듯했다.


거기에 더불어 심장과 세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까지.


마력을 모을 수 있는 창고가 생긴 것이었다.


기는 자연. 통제하기는 어렵고 섬세하지만, 그런 성질을 이용하면 마치 댐처럼 거대한 힘을 낼 수 있다.

반면에 마력은 인위(人爲). 사용하기 쉽고 파괴적이지만 그 안에 복잡한 묘리(妙理)를 담아내긴 어려웠다.


‘물론 중단전이 생긴 것만으로는 아직 완벽하게 기처럼 운용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일주천의 효율이 좋아지고, 파천이검의 구결대로 마력을 움직이는 데에도 훨씬 수월할 게 분명했다.


더군다나 한데 모인 마력은 나중에 임독 양맥을 뚫을 때 큰 도움이 되리란 걸 하유성은 직감했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파티원들에게 말하냐는 것.


세 사람은 이제 토벌 임무를 마치고 지상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번에 얻은 마석은 무려 열두 개.

한 개에 5천~1만 프라하밖에 안 하는 하급품이었지만, 하유성의 몫으로 6개를 받으면 이런저런 부대비용을 감안해도 빚을 꽤 탕감할 수 있었다.


“그···마도구는 보통 얼마쯤 하오?”


“뭐 싼 건 1,2만 프라하짜리도 있고, 비싼 건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죠. 그래도 3레벨을 기준으로 한다면 개척자들이 쓸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한 건 30만 프라하 정도? 저희한테는 아직 먼 얘기겠지만요···.”


“최근에 어떤 파티가 구해온 대지의 보옥이라는 마도구···아티펙트는 추정가가 천만 프라하도 넘을 거라 들었습니다.”

시리온과 크렌이 차례로 대답했다.


“천만···. 그렇구려.”


“뭐, 그건 워낙 사기적인 효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황금 고블린한테 얻을 수 있는 건 보통 10만에서 50만 사이를 왔다 갔다해요. 그래서, 흡수한 구슬의 효과는 알아내셨어요?! 끝내주는 효과라 가격을 걱정하는 것 아녜요? 걱정마세요. 우리가 양심적으로 잘 합의할 테니까 히히.”


시리온이 부담스럽게 눈을 빛내며 또다시 속사포처럼 말했다.


하유성은 간밤에 알아낸 대략의 효능을 말했지만,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까지는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마력을 모아요? 흠···코어 같은 건가?”


“몇몇 마법사들이 그런 방법을 쓴다고 들은 적이 있긴 합니다만···솔직히 무슨 쓸모가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하유성에겐 다행히도 두 사람은 마도구의 효용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세 사람은 그대로 나와 감정소에 들른 다음 정산을 마치고 헤어졌다.


감정소나 거래소의 얘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몇몇 수요를 감안해 마도구의 가격은 16만 프라하로 합의.


하유성의 몫으로 8만이 책정됐지만, 줘야 할 돈이 더 많았고, 결국 하유성의 빚은 더 늘어나기만 했다.


그럼에도 알랭은 꽤 흡족한 기색으로 기꺼이 돈을 댔다.


“초기 투자 비용이 늘어날수록, 리턴도 크거든.”


도시에 돌아오고 며칠 뒤, 이제는 돌아와 있을 때 루틴이 된 대련을 마치고, 학센이 설명했다.


“어차피 내가 돈만 다 갚으면 그만큼만 버는 것 아니오?”


“네가 거물이 될수록 그런 낙오자를 키워낸 우리 상단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니까?”


“딱히 이곳 덕이라고 하고 다닐 생각은 없소만.”


“큭큭, 거물이 되는 건 기정사실인 것처럼 말하네? 그래도 상관없어. 이제 임무 몇 개를 했을 뿐인데, 벌써 거리엔 알랭 상단에 초신성이 나타났다는 말이 돈다고. 이렇게 상단 이름이 계속 각인되기만 해도 홍보가 되는 셈이지. 네게 돈도 받고, 홍보도 되고.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란 말이지.”


“내가 죽어도 크게 잃을 건 없다는 말이구려.”


“그래. 바로 그거다. 그니까 죽지 말고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버텨보라고. 억울하지 않게.”


“흥, 생각보다 그날이 빨리 올지도 모르오.”


“어쭈? 좀 해볼 만해졌다고 기어오른다 이거야? 아직 멀었어.”


학센은 나가떨어진 하유성의 어깨를 검집으로 툭툭 쳤다.


하유성은 아직도 아직도 이기진 못하고 있지만, 이제는 꽤 오래 대련이 이어지고, 가끔은 유효타도 먹일 수 있었다.


레벨 차이가 무려 두 개가 나는 걸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


일반적인 모험가가 레벨을 올리는 데는 보통 ‘삼배수의 법칙’이 성립한다고 한다.

1레벨에서 2레벨까지는 1년, 거기서 3레벨까지 3년, 4레벨은 또다시 9년을 더 해야 하는 식.


5레벨부터는 재능의 영역이지만, 그래도 평범한 재능으로 꾸준히 임무에서 살아남는다면 27년이 걸릴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종종 현실이 되는 게 미궁 도시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그런데 고작 미궁에 처음 들어간 지 두어 달이 지난 하유성이, 십 년 넘게 미궁에서 마력을 쌓으며 전사로 살아온 학센에게 어느 정도 검을 맞댈 수 있는 상황.


이는 레벨을 절대적 척도로 삼는 알레프에서는 규격 외의 일이었다.


수련을 마친 하유성은 이번에는 순찰대의 막사 쪽으로 향했다.


지난번에 함께 시프노스에게 수련받으며 행크와 꽤 친해지기도 했고, 운이 좋다면 이번에 얻은 마력 중단전과 관련해서 시프노스에게 상담도 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처를 급속도로 회복해 준다는 포션이란 걸 파는 가게 앞쯤 지났을 때 누군가 하유성을 불러세웠다.


“엇, 당신!”


로엘리아였다.

어느새 그럴싸한 지팡이와 짙은 초록색 로브까지 입고, 귀를 가리려는 건지 후드를 쓴 그녀는 제법 마법사 태가 났다.


“오랜만이오.”


“그러게요. 고작 임무 두 번 다녀왔을 뿐이지만.”


“그 사이에 두 번이나 다녀오셨소?”


“뭐, 어제 돌아왔거든요. 간단한 임무들이었어요.”


“고생하셨소.”

하유성의 대답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엔 멋쩍은 침묵이 흘렀다.


둘 다 말이 많지 않은 타입이었지만, 뭐라도 말은 하고 싶은 탓에 두 사람은 멀뚱히 서있엇다.

잠깐의 정적 끝에 로엘리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이제 레벨을 올리러 가는 길이예요.”


“오, 벌써 레벨을 올리는 거요? 일 년은 걸린다고 들었는데.”


“···놀리는 거예요? 자긴 바로 2레벨이 됐으면서.”


물론 로엘리아도 평범한 속도는 아니었다.

자연적인 레벨 업으로 단숨에 2레벨이 된 하유성이 워낙 규격 외였을 뿐.


로엘리아는 거기에 자극받아 쉬지 않고 임무를 연속으로 나가 겨우 따라잡은 것.


“···그나저나 레벨이 오르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구려.”


“그러고 보니 유성 씨는 자동으로 올랐다고 했죠? 그냥 등이 잠깐 따끔거리고, 직감이 생겨요. 오를 수 있겠구나···하는.”


“그렇구려. 알려줘서 고맙소.”


“같이 갈래요?”


“······?”


“가요.”


급작스러운 그녀의 제안에 하유성은 의아했지만, 급한 용무가 있는 건 아니었기에 그는 얼떨결에 로엘리아를 따라 도시 중앙으로 가게 됐다.


거대한 나무들과 바위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고, 하유성이 접수처 근처에서 잠깐 기다리자 곧 로엘리아가 레벨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떻게, 변화가 있었소?”


하유성의 물음에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에 보기 힘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력량이 크게 늘었어요. 그리고 공기가 생생하게 느껴져요.”

그녀가 하늘을 보며 손을 살짝 흔들자, 하유성과 로엘리아 사이에 때아닌 돌풍이 불었다.


“꺄아악!”


“거 도시 안에선 마법 좀 사용하지 맙시다!”


급작스러운 바람에 사람들이 잠깐 소란을 일으켰다.


로엘리아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하유성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후후, 이게 2레벨 축복인가 봐요.”


“그걸 내게 말해줘도 괜찮소?”

전력의 기본은 가진 걸 숨기는 일.


물론 드러나기 쉬운 재능이고, 비밀로 한다고 딱히 이용할 만한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 축복이긴 했지만, 알려져서 득될 건 없는 일이었다.


하유성은 자신이 마법을 벨 수 있는 이유가 ‘눈’이라는 걸 숨기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


“그쪽은 괜찮아요. 소문내고 다닐 것 같지도 않고.”


“그거야 그렇소만.”


“후후, 드디어 따라잡았어요.”


“3레벨이 되는 데는 오래 걸린다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소.”


“흥, 그런 얘기가 아니에요. 이제 식사나 하러 가죠.”


“좋소. 축하의 의미로 내가 사겠소. 또 풀만 먹겠지만···.”


딱히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되는 미궁에서도 로엘리아는 따로 챙겨온 물과 야채를 먹었다.

자연을 느끼고 싶다나 뭐라나.


“유성 씨도 먹어봐요.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데.”


“나는 고기가 좋소.”


두 사람은 식당으로 향했다.

가끔 안젤로에 관한 얘기도 하고, 임무에 관한 얘기도 했다.

그렇게 식당 앞에 다다랐을 즈음, 어디선가 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두 분! 유성 씨, 로엘리아 씨!”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니, 대로변에서 낯익은 얼굴을 한 여자가 달려오고 있었다.


금발에 시원해 보이는 미모, 단 한 번 봤던 얼굴이지만, 두 사람은 대번에 누군지 기억해 냈다.


세이지 모르디엔.

둘의 첫 임무를 코디네이팅한 여자.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그녀는 쪼르르 달려와 하유성 옆에 숨듯이 매달렸다.


쿵. 쿵.

그녀 뒤로는 전신에 갑옷을 두른 기사 한 명이, 육중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모르디엔이 달려오는 속도만큼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여자를 내놔라. 기사단의 일이다.”


“제발! 전 억울해요.”

모르디엔이 하유성의 팔을 붙잡고 늘어지며 애원했다.


“엮이지 말고 들어가시죠. 유성 씨. 그냥 한 번 본 인간이잖아요.”

잠깐 풀어졌던 로엘리아의 얼굴은 다시 차갑게 굳어있었다.

그녀로선 모르는 인간을, 그것도 기사단이라는 거대 집단에 반해가면서 도울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하유성은 로엘리아의 기대를 배신했다.


“이야기를 들어보겠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취서생
    작성일
    24.09.13 16:34
    No. 1

    로엘리아도 가고일 4층에서 자연레벻업했는데 또 레벨업?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슬하
    작성일
    24.09.13 18:28
    No. 2

    세상에 이렇게 큰 오류가 ㅜㅜㅜㅜ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15~16화 로엘리아의 레벨업 부분은 수정되었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세심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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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결투 (1) 24.09.01 7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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