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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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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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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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5화



다음 날 오전부터 바로 HP 엔터의 트레이닝 과정이 시작됐다.

그리고 마침 단체 트레이닝이 있는 날이었다.

트레이닝이 있는 날이라 학교를 빠진 건지, 비는 인원 없이 덩치 큰 남정네들 8명으로 연습실이 꽉 찼다.

그렇지 않아도 첫 촬영 전에 연습생들 상태가 궁금했는데 잘됐다.


“안녕하십니까!!”

“······니까.”


보컬과 안무 트레이너가 함께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도 우렁찬 단체 인사에 묻어가기 위해 대충 허리를 숙였다.


‘······!’


보컬 트레이너야 오디션장에서 이미 만났다지만, 안무 트레이너까지 10년 전에 있던 누나일 줄이야.

둘 다 거의 HP 엔터의 창립 멤버라고 볼 수 있다.

아. 나까지 우리 셋인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찍는다는 소식 들었지?”


그때 안무 트레이너가 먼저 입을 뗐다.

예상했듯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공지였다.


“자세한 건 말 못 해주지만, 아마 여기 있는 인원 전부 다 참가하게 될 거야.”


사실 지난번에 회의실에 불려 왔던 연습생은 일부였다.

아마 데뷔에 더욱 유력한 멤버들만 일단 불렀던 걸로 보였다.


‘나도 아주 깊게는 모르고.’


그러나 서바이벌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무언가 계획이 변경되었는지, 출연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게 되었다.


“와···!”


몇몇 연습생들만 찍는다고 알고 있던 연습생들 사이에선 기쁨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무튼 그렇게들 알고. 출연했다고 다 데뷔시켜 주는 거 아니야. ‘서바이벌’ 알지? 잘해야 데뷔시켜 주는 거라고.”


다소 상기된 분위기를 다시 잠재우려는 듯 덧붙였다.

이미 방송 출연을 확정 지었다고 생각하는 놈들 귀엔 들리지 않는 모양이지만.


“자자, 번호 부르면 한 명씩 나와.”


아무튼 보컬 수업부터 바로 진행됐다.

한 명씩 순서대로 앞에 나와, 트레이너의 반주에 맞춰 각자 지정 연습곡을 부르는 형식이었다.


‘······쟨 좀 하는데.’


목소리에서부터 연습 몇 개월 차인지가 대충 보였다.

전반적으로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재기’, ‘도긴개긴’이라는 게 함정이지만.


‘쟤는 A- 정도 되려나.’


참고로 연습생 한 명 한 명 나올 때마다 알파벳 A부터 C까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까지 꼼꼼하게 나눠가며 평가하고 있다.

뭐, 당연히 기준은 나고.


“······!”


별 볼 일 없는 연습생들의 노래를 듣다가 눈에 한 명이 들어왔다. 정확히는 ‘귀’에.

연습곡의 음역대가 넓지는 않다. 고음을 들려주기보단 리드미컬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분명 보컬 곡인데 부르는 사람이 리듬을 너무 잘 살리다 보니, 언뜻 듣기엔 싱잉 랩처럼 들리기도 했다.


‘원래 보컬 포지션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까지 들었던 노래 중에 가장 음정이 정확하다. 조금의 플랫(♭)이나 샾(♯)도 용납하지 않는 음정.


‘······음감 미쳤는데.’


곡 작업 좀 할 줄 아는 놈인가.


“좋았어. 우정우 들어가고, 다음 나와.”


우정우.

이름을 기억해 두기로 했다.

우정우 다음으로 나오는 놈들의 상태는 C들의 향연이 따로 없다.

박자 놓친 놈, 호흡 딸리는 놈, 가사 까먹은 놈.


‘······가지가지들 한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HP 종합 클리닉 같은데.

덩달아 트레이너 형의 피드백도 한참 길어졌다.

아직도 자라나지 못한 암담한 새싹들을 보며 한숨을 뱉을 때쯤 내 이름이 불렸다.


“마지막은 주연제 나와봐.”

“예.”

“어제 만난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소개부터 하자.”


아직 한 번도 되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호기심과 경계심 가득한 눈동자 14개가 나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 오디션장에 없었던 안무 트레이너 눈까지 포함하면 16개인가.


“어제 들어온 주연제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간결하게 끝냈다.


“전에 다른 회사 다닌 적 없었다고 했던가?”

“예. 없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HP 엔터에 속해 있긴 했지. 전생도 쳐준다면.


“음, 그러면 연제는 따로 연습곡이 없었으니까 자유곡 하나 불러봐.”

“그럼 오디션 곡 다시 부르겠습니다.”

“그럴래? 그래 그럼.”


따로 준비된 MR 없이 오로지 트레이너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시작했다.


“······둘 셋.”


트레이너 형이 도입부 들어가는 즈음에서 눈짓하며 작게 신호를 주었다.

하지만 딱히 그 신호를 볼 필요는 없었다.


‘내가 형이랑 이 곡을 얼마나 맞춰봤는데.’


연습생 시절에 거짓말 조금 보태면 백 번은 맞춰봤을 거다.

자신이 보내는 신호를 보지 않고 눈을 감아버린 주연제 때문에 처음엔 당황한 듯 보였던 트레이너도, 도입부를 정확한 박자대로 부르자 이내 편안해졌다.


‘역시 잘한단 말이야.’


주연제의 부드러운 고음에 괜히 대리 만족을 느끼며 피아노를 치던 트레이너는 잠시 멈칫했다.


‘아니, 오디션 때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런 트레이너의 생각은 사실 어떤 면에서 맞았다.

이 곡은 주연제에게 있어 MR보단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르는 게 더 익숙한 곡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MR 반주에 맞춰서 불렀던 오디션 때보다 지금이 훨씬 돋보이는 게 당연했다.

어느새 1절 사비가 끝났다.


‘이 정도면 대충 다 보여준 것 같은데.’


트레이너도 같은 생각인지 반주를 갈무리했다.


“······와.”


가식 없는 짧은 감탄사가 연습생들 사이 어딘가에서 터져 나왔고, 그다음으로 박수가 이어졌다.

당연했다. 애초에 보여주기식으로 부른 게 맞으니까.


‘이쯤 해둬야 앞으로 뭐라고 해도 최소한 듣는 시늉이라도 하겠지.’


“와, 왜 이렇게 잘하세요?!”


철저히 실력순으로 줄 세워 이름을 암기한 나에게 이름이 외워지지 못한 한 연습생이 외쳤다.

아직 ‘주연제’의 성대 컨디션은 최상까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잘했다기보단 너희가 못한 거다.

하지만 나는 완벽하게 사회화를 거친 인간이기 때문에, 목젖 6부 능선에서 삼키고 또 삼켰다.


“······감사합니다.”

“연제 들어가 보고.”

“예.”


대충 여기저기에 꾸벅꾸벅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가 앉으려고 했다.


“와, 연제야! 너 노래 너무 잘한다!”

“······?”


그때 안무 트레이너가 불러세웠다.


“근데 오디션에서 춤은 안 췄었다며!”

“······.”


트레이너 누나 특유의 해맑음이 불안한데.

전생에서도 저 해맑음에 몇 번이나 당한 전적이 있다.


“나온 김에 연제부터 수업 바로 시작하자!”

“······!”


······그럼 그렇지.


“댄스는 어떤 곡으로 할래?”


보컬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몇 번째로 하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춤은 다르다.

내가 주연제의 몸으로 깨어났을 때 가장 억울했던 점 역시 이거였다.


‘아. 춤 스탯 다 찍어놨는데.’


구진우 시절. 트레이너와 함께 대대적인 공사를 거쳐 춤의 기본기부터 춤선까지 싹 다 뜯어고치고 완성시켜 놓았다.

덕분에 당시 플레어(FLare)의 안무도 전부 무리 없이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미친. 그런데 그 짓을 또 하라고?


‘차라리 5옥타브 음을 연습하라고 해···.’


“연제야 아니면 뭐, 랜덤으로 할래?”


내가 시간을 끌자, 안무 트레이너가 다시 한번 물었다.


“아. 루미너(LUMINer)의 ‘널 세상 밖으로’ 하겠습니다.”

“오, 꽤 옛날 노랜데?”


오디션 때 추려고 준비했던 곡이었다.

참고로 플레어와 활동이 자주 겹쳐서 꽤 친했던 그룹이었다.

물론 저 안무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루미너의 메인 댄서였던 멤버한테 직접 배웠었고.


- 아, 형! 거기서는 팔을 뻗으라니까? 140도 정도로!

- 애매하게 140도가 뭐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 아, 형! 형은 대체 플레어 안무는 어떻게 하는 거야? 형네 안무가 우리보다 훨씬 어려운데?

- 죽을 둥 살 둥 한다, 왜. 한 오천 번 정도 추면 되더라.

- ······형. 농담이지?

- 농담 같냐?


“그럼 노래 틀게~”


그 사이 음원 사이트에서 노래를 찾은 안무 트레이너가 스피커를 연결했다.

긴장한 채 나를 빤히 쳐다보는 눈들이 느껴졌다.


‘긴장돼도 내가 제일 긴장되지.’


왜 멋대로 긴장하고들 난리야.


“후우.”


짧게 숨을 내뱉는 타이밍에 맞춰, 스윗튠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속으로 천천히 박자를 셌다. 기억하자.

140도. 140도. 왼발. 오른손. 오른발. 왼손. 굽혔다가 턴. 140도.


1절까지 안무를 무사히 마쳤다.

다행히 1절 사비가 끝나자 노래를 멈춰주었다.

안무가 끝나고 마주한 트레이너들의 표정은 애매했다.

보컬 트레이너 형은 어차피 본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참관만 했을 뿐, 말 얹을 생각은 없어 보이고.


‘확실히 잘 추진 않았나 보군.’


아니, 근데. 그래도 억울하단 말이야.

구진우는 춤에 대한 기본이 부족했을 뿐, 죽자고 하다 보면 어느새 늘어 있었다.

그러나 주연제 몸은 다르다. 이 몸은 머리가 보내는 명령을 따를 생각이 아예 없어 보인다.


‘머리랑 몸이 원만한 합의를 봐야 뭐라도 해볼 거 아니야.’


어쩌겠어. 그래도 해야지.


“음··· 연제야. 너 춤이 참···.”


그때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안무 트레이너가 입을 뗐다.

단박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뜸을 들였다. 아마 적당한 단어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음···. 미묘하다? 그래, 미묘해!”


미묘하다니. 도합 10년이 훌쩍 넘는 댄스 인생에서 미묘하다는 평은 처음이다.

차라리 못 춘다가 내 멘탈엔 나았을지도.


“잘 못 추는 것 같은데 기본기는 확실해.”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피드백이 더 이어졌다.


“동작이 엉성해 보이면서도, 또 팔다리 각도 같은 디테일한 부분은 완벽해.”


그렇게 피드백을 한 트레이너는 아직 결정을 못 내리겠단 듯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게 대체 뭐지···?”


‘무엇보다 춤을 잘 추고 못 추고를 떠나 사람에게 ‘춤선’이라는 건 지문 같은 건데.’


안무 트레이너는 생각했다.


‘춤선이 너무 비슷하잖아!’


자신의 댄서 인생에 있어서 저런 춤선을 가진 사람은 지금껏 딱 한 명뿐이었기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대체 뭐냐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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