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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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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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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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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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DUMMY

26화



<하이타임의 허잇차! 리얼 타임>

매주 토요일 밤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이전 세대 아이돌인 하이타임이 농촌을 방문해 벌어지는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스물에 데뷔해 어느덧 서른 줄에 들어선 멤버들은 한층 푸근함과 친밀함을 앞세웠고, 결과적으로 1화부터 중박 이상.

물론 그뿐만 아니라, 오래된 코어 팬덤의 힘 덕분에라도 기본 시청률은 보장되었다.

역시 녹슬지 않은 예능 실력으로 2화까지도 화제성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제 곧 3화 방송을 앞두고 있었다.


“아직 시작 안 했네.”


나는 숙소 거실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침대에 앉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일명 ‘거실즈’라고 불리는 멤버들끼리 내가 나올 3화를 같이 보기로 했다.


“뭐 마시고 싶은 사람.”


나는 고마운 마음에 선뜻 일어나 메뉴 주문을 받았다.

본방은 봐야겠는데, 거실 TV를 혼자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휴대폰으로 보는 방법은 모르고.

난감하던 찰나에 이들이 선뜻 같이 보자고 제안해 주었다.


“형, 얼른 오셔야 합니다···! 이제 곧 시작합니다···!”


부엌에서 주문받은 주스를 컵에 따르고 있자, 정찬영이 나를 재촉했다.

서둘러 트레이를 들고 자리로 돌아가자, 이제 막 로고 송이 끝나고 있었다.


오프닝에는 하이타임만 등장했다.

당연했다. 저들은 아직 내 존재도 모르고 있을걸.

땡볕 아래에서 무사히 오프닝을 끝낸 하이타임이 제작진들의 지시에 따라 농촌 여기저기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그리고 주연제 역시, 하이타임의 동선을 찍는 카메라 앵글에 애매하게 계속 걸리는 위치에 서 있으라는 지시가 있었다.

저-기 앞에서 하이타임이 웃긴 뻘짓 하는 걸 뒤에서 지켜보며, 시킨 대로 농사일을 하는 척했다.

하이타임이 이동하면, 티 안 나게 슬쩍 같이 이동했다.

하이타임이 멈추면 나도 따라 멈추라는 사인이 왔다.

그들이 내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자, 우스꽝스러운 동물 가면을 쓰고 있는 주연제의 모습이 화면에 제대로 담겼다.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눈과 귀가 모두 축 처진 강아지 모양의 가면이었다.


[!!!!!!]

[그때 등장한 의문의 가면을 쓴 남자!]


“헙, 저게 형입니까?”

“······어. 나야.”


동물 가면을 쓴 내 모습을 보고 하이타임은 처음에 깜짝 놀랐다가 이내 웃었다.

현재 내 옆에 앉아 방송을 보는 놈들도 열심히 웃어 재끼고 있긴 하다만.

아무튼 하이타임 중 하나가 내 존재를 눈치채고 말을 걸었다.

당시에는 되게 덥고 우습다고 생각하며 찍었는데, 편집 덕분에 나름 미스터리한 느낌이 풍겼다.


[저기,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

[저희 여기서 촬영 중인데, 조금만 옆으로 가시면 안 될까요?]

[······.]


아니, 역시 미스터리보단 개그 쪽인가.

이때 아무 말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이탈하지도 말라는 제작진의 지시가 있었다.

하이타임 역시 짬밥이 있어서, 일부러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 앞을 지나갔다.

그렇게 조금 더 걸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때 하이타임의 리더가 다시 내게 다가왔다.


[아, 저분 계속 쫓아다니시네.]

[(흠칫)]

[이 마을 주민이세요? 그냥 저희랑 다니실래요?]

[(끄덕)]


아니, 뭔 편집을 저딴 식으로 해놨어.

아무 말도, 아무런 행동도 못 하게 하더니.

저렇게 사람한테 말하지도 않은 자막을 갖다 붙이려고 한 거였구만.

그나마 내가 민망해하는 동안에도 시청자들 반응은 좋았다.


- 저 사람 뭐얔ㅋㅋㅋㅋㅋ

- 마을 사람인가? 컨셉에 잡아먹혔는뎈ㅋㅋㅋㅋ


그렇게 나를 데리고 마을을 돌아다니던 하이타임은 나 말고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쏙쏙 골라잡았다.


[저기··· 아까부터 괭이질하시는데, 손에 괭이 없으시잖아요.]

[왜, 왜 물을 입으로 안 마시고, 코로 마시는 거예요?!]


그리고 오프닝에서부터 시작된 사전 미션이 그대로 쭉 이어졌다.


[이 마을에는 하이타임 여러분의 팬이 무려 네 분 살고 계시는데요.]

[여기 다섯 명 중에 하이타임의 팬이 아닌 사람 한 명을 골라내시면 미션 성공입니다.]


촬영 순서상 다음으로 진행된 코너였다.

주연제는 마찬가지로 가면을 쓴 채 준비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주연제 옆으로 네 명의 청년들이 더 앉았다. 가면을 쓴 채로.

그나저나 나는 하이타임의 팬이 아니니까 금방 떨어지겠군.

하던 내 생각은 어림도 없었다.


[하이타임 리더 태희의 최애 메뉴는!]

[짜장면! 땡. 간짜장! 땡. 짬뽕! 땡.]


여기저기서 근접한 오답이 속출했다.

나는 초반에 잠깐 간을 보다가 슬쩍 손을 들었다.

내 손엔 음성이 자동으로 변조되는 마이크가 들려 있었다.


[매콤 쟁반 짜장.]

[정답입니다!]

[아 제가 보통은 그냥 ‘짜장면’을 좋아한다고 하고 다녔는데요. 사실 가장 좋아하는 건 매콤한 쟁반 짜장이었어요.]


징글징글하게 질리지도 않는 자식.

쟤가 먹은 매콤 쟁반 짜장이 몇 톤은 될 거다.

내가 정답을 맞추자 해설을 덧붙이고 있는 리더 녀석이 방송을 탔다.

쟤는 뭘 또 저걸 진지하게 수상 소감처럼 말하고 있어.


- 헐 나 그냥 짜장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 자격 박탈이다 나

- 나 저 사람한테 경쟁심 듦. 함 가보자고. 누가 더 맞추나.


[아깐 아무 말도 안 하시더니, 퀴즈는 또 열심이시네요?]

[(끄덕)]

[이것 봐! 이분 또 말 안 해!]


아니··· 피디가 말을 줄이라고 지시한 바람에,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를 모르겠다고.

아무튼 이후로 이어진 퀴즈도 내겐 너무 쉬웠다.

거의 90%가 하이타임에 관련된 질문이었기 때문에.

그마저도 되게 별거 아닌 질문들이었다.


[자 가볍게~ 혈액형부터 가죠.]

[B, A, O, O, A]

[이 멤버의 약점은?]

[발바닥.]

[그렇다면 이 멤버의 약점은?]

[외국인처럼 생겼는데 토종 한국인이라 영어를 못함.]

[리더의 휴대폰 저장명은?]

[HT 언더바 멤버 이름]


다른 출연자들이 오답을 말하거나 주춤하는 사이에 내가 정답을 계속 따낼 수 있었다.

그렇게 혼자 독식하듯 문제를 맞히고 나니, 결국 이런 꼴이 되었다.


[저는 어떤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분은 저희의 팬이 아닐 리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팬이 확실합니까!]

[예! 확실합니다!]


세 명의 출연자가 전부 탈락하고, 나와 어떤 한 명만이 최종에 오른 상황.

하이타임 멤버들은 다시 한번 나를 본인들의 팬으로 골랐다.


‘쟤네 오늘 밥 먹긴 텄다.’


그 생각대로, 하이타임은 나를 고르는 바람에 점심을 제작진에게 고스란히 반납했다.


“연제야, 너 저걸 어떻게 다 알아?”

“형. 하이타임 선배님들 팬이셨습니까?”


팬일 리가. 진짜 그렇게 보이나.

퀴즈 다 맞추는 꼬락서니를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민망함에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니.”


실시간 반응 역시 꽤 좋았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에선 ‘ㅋ’이나 자음이 도배되고 있었다.


- 남팬이야?ㅋㅋㅋㅋㅋㅋㅋ

- 확실한 건 뉴비는 아닌 듯

- 가면 벗겨주면 안 되나 얼굴 궁금하다


그 사이 점심을 모조리 빼앗긴 하이타임 멤버들은 내게 취조를 해대고 있었다.


[진짜 저희 팬 아니세요?]

[(끄덕)]

[근데 어떻게 그걸 다 맞추셨어요? 한 문제 빼고 다 맞추셨는데?]

[······.]


심지어 내가 틀린 저 한 문제는, 최근 하이타임의 활동에 대한 질문이었다.

내가 주춤하는 사이, 다른 출연자가 얼른 정답을 채갔다.

나랑 마지막까지 겨뤘던 그 출연자 말이다.

참고로 나를 제외한 네 명의 출연자들은 정말 마을 주민이 맞았다.

그들은 개인 소장 중이던 하이타임 앨범이나 굿즈를 가지고 나와 팬임을 전부 증명했다.


[아~ 지금까지 저희 팬이셔서 너무 떨려서 말 못 한 거 아니에요?]

[······. (째릿)]


아니 내가 쟤를 저렇게 째려봤다고?

그렇게 촬영이 어느덧 마무리 되어갈 때쯤 갑자기 리더 녀석이 말을 꺼냈다.


[저희 노래 아시는 거 있으세요?]

[(끄덕)]

[불러 보실 수 있겠어요?]

[······. (끄덕)]


마침 퀴즈가 진행된 마을회관에는 노래방 기기가 마련되어 있었다.

팀장님이 사전에 빼지 말고 다 하고 오라고 하기도 했고.

나 역시 활약이라곤 저놈들 관련 퀴즈 맞히기밖에 없는데, 방송에 제대로 나가긴 할까 걱정이 앞섰다.

이 정도까지 분량이 나올 줄 몰랐다고.

아무튼 그걸 모르고 있는 TV 속 주연제는 노래에 적극적이었다.


[어? 지금 고개 끄덕이신 거예요?]

[(끄덕)]

[오늘 퀴즈 말고는 말 한마디도 안 하셨는데, 노래는 하실 수 있겠어요?]

[(끄덕)]

[어떤 노래 하시겠어요?]


노래방 리모컨을 건네받아, 화면에 [하이타임]을 검색했다.

어디 보자···. 요즘 노래는 내가 잘 모르고.

그렇게 신중하게 곡을 골랐다.

노래방 반주가 나오고, TV 속 주연제는 기깔나게 노래 한 곡을 뽑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노래가 끝나자, 날 보는 하이타임 멤버들의 시선이 약간 달라져 있었다.

그냥 단순히 엑스트라로 온 보조 출연자 한 명이 아닌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실시간으로 반응이 올라오던 SN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어 나 이 목소리 어디서 들어봤는데

- 신인이었나?? 나 진짜 아는데??

- 와씨 노래 뭐임. 숨은 쌉고수야? ㅈㄴ 잘하네

- ㅋㄹㅅㅇ에 ㅈㅇㅈ 아님?


아직 내 존재를 모르는 대중들은 그저 추측하기 바빴다.

방송에선 하이타임이 내게 가면을 벗어볼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한 번만 벗어봐 주시면 안 돼요?]

[······.]

[저희가 사인 해드리고 사진 찍어드릴게요!]


······필요 없는데.

TV 속 주연제는 얼굴 공개를 망설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제작진에게서 사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었다.

마음대로 벗어도 되는지를 모르겠는데.

그때 제작진 측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그제야 나는 한 손으로는 가면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 뒤에 묶인 끈을 풀었다.

그리고 가면을 벗기는데···.


[!!!!!!]


“······.”

뭐냐.

뭘 저런 장면에 슬로우까지 걸고 이펙트까지 넣었어. 심지어···.

‘미친.’

광고를 끼워놨다. 고작 보조 출연자 얼굴 공개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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