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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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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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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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DUMMY

20화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다.

[방 2]라고 적힌 팻말이 붙은 방문을 살짝 두드렸다.

별 대답이 없길래 들어간 방에는 배재혁이 아직 베개에 코를 박고 숙면 중이었다.


“재혁아.”

“······?”

“곡 정해왔는데. 3차 미션”

“······아. 맞다. 금방 일어날게.”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내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던 배재혁은 3차 미션이 번뜩 생각이 났는지, 퍼뜩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곡 할 건데?”

“우선 곡 말하기 전에.”


배재혁의 질문에 곡 제목을 말하기 전에 패드를 내밀었다.

패드에는 내가 사전에 골라놓은 레퍼런스 무대 영상이 틀어져 있었다.


“이게 뭐야?”


영상 속의 두 여성은 둘 다 한복을 입고 있고 춤을 추고 있었다.

한 명은 화려한 색감의 한복이라면, 다른 한 명은 무채색의 한복이었다.

그런데도 배재혁은 자다 깨서 이걸 왜 보고 앉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뚱하게 쳐다봤다.


“봐봐. 이 사람이 여기 이 사람 그림자 같잖아.”


큰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나 춤엔 관심 없는 배재혁은 무대를 파악하지 못했다.

내 설명을 듣고 나서야 집중해서 보더니, ‘아’ 하는 감탄사 정도를 내뱉었다.


“그래서 지금 이걸 하자고?”

“곡은 이걸 하자는 건 아니고. 무대 컨셉만.”


말투가 다소 날카로웠던 배재혁은 다시 한 풀 꺾고, 제 나름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 둘 다 메인보컬 포지션인데.”

“······?”

“굳이 춤을 춰야 해?”


배재혁 입에서 이 말이 왜 안 나오나 했다.

한 번에 알았다, 춤추겠다 했으면 껍질만 배재혁이고, 영혼은 바뀌었나 의심스러울 뻔했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어야 변한다던데, 우리 재혁이 죽을 날은 멀었구나.


“어. 난 너랑 무대 위에 가만히 서서 고음 대결할 일 없는데.”

“······.”

“무대를 보여줘야지. 아이돌처럼.”


얘는 나랑 다른 거 다 배제하고 보컬로만 겨루면 이길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가.

지난번부터 자꾸 노래만 하자는데. 그게 오히려 본인한테 불리할 텐데 그걸 모른다.

나··· 구진우였는데?


“······.”


배재혁이 웬일인지 2트 만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해서 확답을 받아내야겠군.


“설득 시간이 짧아서 좋긴 한데. 너 나중에 또 도망가는 거 아니냐.”

“안 그런다고.”

“······.”

“보컬리스트 말고 아이돌은 춤춰야 한다며. 열심히 한대도 지랄이야.”


카메라 없다고 좀 편해졌나 보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떠드네.

아무튼 열심히 한다는데 내가 마다할 이유는 없지.


“그래- 내 무대 망치면 뒤진다, 너.”

“너나 내 무대 망치지 마.”


하여간 어린놈이 말 한마디를 안 져.

배재혁이 다시 제 침대에 엎어지는 걸 보고, 방문을 닫고 나왔다.

그래도 우승 한 번을 시켜놨더니 확실히 2차 팀전 준비할 때보단 여유가 보였다.

다행이군. 이로써 8명이 다 한 번씩 이겨본 건가.


‘아. 나는 두 번 이겼겠구나.’


속으로만 생각해서 다행이었다. 입 밖으로 뱉었으면, 누군가 듣고 되게 재수 없어 할 뻔했다.

패드 속 영상을 다시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시밀러하면서도 대비를 이루는 의상과 안무, 저렇게 보이게끔 도와줄 조명, 그리고 카메라의 협조가 필요하다.

옛날부터 언젠가 듀엣을 하게 된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무대 구성이었는데.


'이걸 이렇게 환생해서 하게 될 줄이야.'


연습실은 오늘 막아둔 것 같고, 그렇다면 딱히 내가 갈 곳은 없었다.

편하게 친구 만나거나 본가 간 놈들도 있는 것 같은데, 나는 환생한 뒤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환생한 후로 연습생 생활 하느라 몸 관리에 소홀하긴 했다.

몸뚱이가 결국 재산이고, 연예인은 평생 관리하는 숙명이라는 게 내 신조였는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종일 운동이나 해야겠군.



* * *



다음 날부터 3차 개인전 연습이 시작되었다.

말이 개인전이지, 사실상 두 명이 하는 합동 무대나 다름없었다.

둘이 경쟁해서 한 명의 승자가 나지만, 그럼에도 무대의 완성도를 생각한다면 둘이 경쟁만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과 합을 맞춰 완벽한 무대를 만들되, 상대방보다 나은 무대를 보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3차전은 준비하기 참 까다로운 무대다.


“재혁아, 팔 각도 좀 더 뻗어봐.”

“······이렇게?”

“어. 좀만 더 왼쪽. 정면 거울에서 볼 때 딱 대칭처럼 보이게.”


배재혁과의 합은 상상했던 대로 괜찮았다.

약간 거친 음색의 배재혁과 달리, 나는 맑고 시원한 발성을 구사했기 때문에 조화가 괜찮았다.

음색이 겹치질 않으니, 파트를 분배하고 실제로 불러봤을 때 우리 둘의 대비가 더 극명했다.

물론 그 대비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편곡에 참여했다.

아, 참고로 이번 미션엔 프로그램 측에서 모든 팀에 작곡가를 붙여주었다.

덕분에 편곡에 대해 의견만 내고 전달하면 돼서 과정이 한 단계 줄었다.

배재혁도 처음엔 안무하기 싫어하더니 연습엔 곧잘 따라와 주었다.

점점 안무를 익히다가 보니 조금씩 욕심이 나는지, 쉬는 시간엔 이딴 어이없는 질문도 했다.


“······근데 내가 왜 ‘그림자’ 파트야?”

“네가 나보다 춤을 더 못 추니까.”

“······.”


뭘 당연할 걸 묻고 앉았냐는 식으로 단박에 대답하자, 배재혁이 뒤를 돌며 뭐라고 구시렁거렸다.

나에 대한 불만인 것 같은데 어차피 잘 안 들렸다.

그러게 나 없는 5년 동안 안무 연습 빡세게 안 해놓고 뭐 했냐.

다른 팀들 연습도 나름 순조로워 보였다.

애초에 두 명씩 나뉜 팀별로 연습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연습실에서 종종 마주치는 것 외엔 딱히 다른 팀과 엮일 일이 있진 않았다.

그냥 얼핏 보며 잘하고 있네, 열심히 하고 있네, 정도로 판단할 뿐이었다.

민영훈과 정찬영이 자꾸 찾아오기 전까진.

지난 2차 팀전 때 정찬영이 갈피를 잘 못 잡고 있길래 거실에서 몇 번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민영훈도 괜히 기웃거리길래 함께 몇 번 어울려주었다.

마침 낯 가리고 혼자만 있던 민영훈이 한창 나한테 먼저 말을 걸어오던 시기였기도 했다.

그런데 이놈들이 나를 아주 개인 맞춤형 트레이너 정도로 생각하는지 자꾸만 찾아왔다.


- 형, 이 부분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까?

- 힘 최대로 빼봐. 더 빼봐. 더, 더. 어, 그렇게 해봐.

- ······형. 저는 여기 좀 도와주세요.

- 야, 너 지금 같은 손 같은 발 나갔다. 다시 외워.


줄곧 이런 식이었다.

배우겠다는 애들을 쫓아낼 수도 없고. 결국 기특해하며 전부 봐주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다른 팀들의 선곡과 안무, 무대 컨셉까지 전부 내 손안에 파악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놈들은 나도 같이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 중인 걸 까먹은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서로 경쟁 관계라는 걸 다시 상기시켜 줘야 하나.

3차 개인전은 소극장이나 방청 무대가 아닌, 오랜만에 월말평가 형식으로 치러진다고 전달받았다.


'······설마 고작 소극장 두 번 빌렸다고 제작비 동 난 건 아니겠지.'


우리 회사 재정 상태라면 가능성 있는 얘기지만, 그래도 공동 제작사가 나름 대기업인데······.

파이널 미션 때 대관 비용에 올인하기 위한 투자 비용이라고 생각하자.

아무튼 트레이너들, 권혁필 사장님 앞에서만, 그것도 연습실에서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무도 꽤 손봤다.

이번에도 방청이 있을 줄 알고 관객석 정면에서 보일 걸 예측하며 준비한 안무들이라.

정면보단 카메라에 더 잘 담길 수 있도록 수정 과정을 재차 거쳤다.

그렇게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연습, 점심 먹고 오후 연습, 저녁 먹고 저녁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매일이 연습으로 충만한 하루하루라니. 이보다 값진 게 어디 있냐고 혼잣말했다가, 옆에서 주워들은 놈들에게 한동안 ‘연친놈’이라고 불렸다.

연습에 미친 놈이라는 뜻이라던데. 글쎄.

저놈들이 아직 데뷔를 못 해봐서 그렇다.

데뷔해서 미친 듯이 스케줄에만 쫓기다 보면, 문득 연습실에서 연습만 하면 되던 때가 그리워질 거다.

실제로 그럴 때쯤엔 플레어 멤버들 다 같이 개인 시간을 빼서라도 일부러 연습실에 모였었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느덧 2화가 방송을 앞두고 있었다.

각 팀마다 연습 스케줄이 달라, 2화는 알아서 챙겨보기로 했다.

배재혁과 나는 ‘공’은 공유해도 ‘사’를 공유할 사이까진 아니라, 각자 보기로 했다.

예전엔 휴대폰에 DMB 기능도 있었는데, 요즘 스마트폰엔 그런 기능이 없단다.

왜 스마트폰 기술만 더 퇴화한 것 같지. 요즘엔 휴대폰으로 TV가 보고 싶으면 돈을 내야 한다더라.

다행히 다들 외출 중이라 숙소에는 나 혼자였다.

마음 편하게 거실 침대에 홀로 누워 거실 TV를 켰다.

방송이 시작하려면 아직 몇 분 정도 광고를 기다려야 했다.

프로그램이 잘 되고 있긴 한 모양인지, 왠지 광고가 이전보다 좀 더 붙은 것 같았다.

조만간 PPL도 들어올지도 모르겠군.

방송이 시작하기 전까지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2화 방송을 앞두고 댓글로 함께 떠들며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발 빠르게 게시글을 파놨다.


[OnAir | 크온 잠시후 뜸 (1)]

[OnAir | 오늘은 달글 없나? (2)]

[OnAir | 엠쇼 크러쉬온 2화 달리자 (78)]


이번 화는 아마 우리 팀 분량이 많을 텐데.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연습실 분량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왕이면 좋은 쪽이면 좋겠지만, 내가 방송국 놈들 하루 이틀 겪는 것도 아니고.


[드디어 2화! 2차 팀전 팀원은? 연습실에서 피어난 위기!]

[1분 12초 후]


광고 시간에 띄우는 멘트부터 봐라.

아주 ‘위기’ 두 글자에 신나서 편집하려 달려든 게 눈에 훤했다.

시대가 변해도 방송국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은 변함이 없나 보군.

그렇게 멍하니 흘러가는 광고를 보고 있는데, 어떤 예능 방송 예고편 하나가 나왔다.


“······?”


와, 쟤네 아직도 활동하냐.

익숙한 얼굴들이네 하고 봤더니, 플레어 데뷔 동기인 하이타임(Hightime)이었다.


"어휴, 징그러운 놈들. 늙지도 않았네."


은퇴도 안 하고. 우리 같은 후배들한테 양보 좀 하지.

양심도 없이 저녁 황금시간대를 떡하니 차지했다.

그래도 당시 최대 인원으로 데뷔했던 10명이 반토막이 나서, 5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난 직장 동료들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1분이 훌쩍 지났다.

<크러쉬온>의 오프닝이 나왔다.

드디어 2화 방송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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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24.08.21 11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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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24.08.19 120 8 11쪽
17 17화 24.08.18 122 8 11쪽
16 16화 24.08.17 125 8 11쪽
15 15화 +1 24.08.16 133 8 11쪽
14 14화 +1 24.08.15 142 10 11쪽
13 13화 24.08.14 154 8 11쪽
12 12화 24.08.13 163 9 11쪽
11 11화 24.08.12 168 8 11쪽
10 10화 24.08.11 170 9 11쪽
9 9화 24.08.10 170 9 11쪽
8 8화 24.08.09 195 8 11쪽
7 7화 24.08.08 213 9 11쪽
6 6화 24.08.07 216 11 11쪽
5 5화 24.08.06 241 12 11쪽
4 4화 24.08.05 254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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