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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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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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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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4화



결국 장소를 사장실로 옮겨, 그 자리에서 계약서에 서명하고 나서야 HP엔터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계약서를 쓰는 내내 권혁필은 내게서 한시도 눈을 떼질 않았다.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만 영양가 없어 보이는 질문도 계속됐다.


“어머니 성함이 어떻게 돼요? 혹시 친척 중에 구 씨 없어요? 먼 친척 중에라도.”

“부모님 두 분 다 안 계시는데요. 보육원에서 커서 친척도 몰라요.”

“아. 미안해요.”

“아뇨, 괜찮습니다.”


이 형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10년도 더 전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도통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


“말씀 편하게 해주십시오. 이제 사장님이신데.”


아무튼 이상한 질문들과 밖에서 머리 싸매고 끙끙 앓던 직원들만 빼면 계약 과정은 순조로웠다.

인생에서 두 번째 계약인데, 두 번 다 권혁필이랑 하다니. 코가 꿰여도 제대로 꿰였군, 하는 생각 정도는 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대충 계약 조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날인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0년도 더 된 그 시절과 달라진 점도 꽤 있었지만, 그래봤자 연습생 신분이라 계약 내용은 전반적으로 비슷했다.


“혹시.”

“예?”


집에 가려고 하는 주연제를 권혁필이 붙잡았다.


“서바이벌 하나 할래?”

“서바이벌이요?”


사실 과거 구진우가 속했던 그룹 ‘플레어(FLare)’는 6인조 그룹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데뷔조가 확정되고 6개월쯤 지났을 때, 여섯 명을 연습실에 불러 모은 사장님이 갑자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안하기 전까진.

당시에는 각 소속사에서 비밀리에 준비하던 그룹을 깜짝으로 데뷔시켜 음악 방송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던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그걸 깨고 권혁필은 데뷔 전부터 연습생을 미디어에 공개하고 시청자와 충분한 교감을 쌓게 한 뒤,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이 데뷔할 수 있을지 없을지 마지막까지 지켜보게 만들고자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권혁필이 들고 왔던 이 새로운 방송 포맷은 그야말로 초대박을 쳤다.

10대 또래 남자애들이 데뷔조에서 살아남아 무사히 데뷔하기까지 치열하게 연습하고, 경쟁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1020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남기며 방송은 꾸준히 화제가 되었고, 방송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인으로 데뷔한 플레어는 더 이상 신인이 아니었다.

데뷔 전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이미 연습생들과 감정 교류를 끝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플레어의 팬 활동을 이어갔다.

그 뒤로 데뷔조 연습생들을 데려다가 데뷔를 인질로 하는 비슷한 포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나왔었다.

뭐, 당연히 제일 잘 된 건 우리 프로그램이었지만.

아무튼 ‘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니.


“아······. 아뇨.”


당연히 두 번 다시 하고 싶은 경험은 절대 아니다.

지난번에 찾아봤던 HP 엔터의 지난 10년간의 행보를 쭉 머릿속으로 복기했다.

분명 HP 엔터에서 플레어를 제외하고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시킨 아이돌은 없었는데.

플레어의 직속 후배로 데뷔했던 걸그룹도, 그 뒤를 이어 데뷔한 보이그룹도, 모두 정석적인 루트로 데뷔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건가 싶다.


“지금 데뷔조 애들 데리고 찍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하나 회사 내부적으로 구상 중이거든.”

“······.”


권혁필은 진짜로 당장 내일부터 데뷔조에 넣을 요량인지, 방금 막 계약을 마친 일개 연습생 신분한테 회사 대외비를 줄줄 불었다.


“제가 안 하겠다고 하면요?”

“아마 못 그럴걸?”

“······.”

“월요일부터 회사로 출근하면, 당장 며칠 내로 연습실에 카메라 세팅되고 촬영 시작할 건데?”


굳어버린 내 표정을 긴장감 때문이라고 대충 생각해 버린 권혁필이 내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왜, 방송 긴장돼? 걱정 마. 내가 너 무조건 데뷔시킬 거거든.”


허, 긴장은 무슨. 내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시조새인데.

긴장이 아니라 귀찮은 거다.

당장 데뷔조 애들 만나서 실력 확인부터 하고, 빡세게 연습시켜서 하루빨리 데뷔해야 하는데.


“······네.”


어쩌겠냐. 까라면 까야지.

난 이제 구진우가 아니라 주연제인 걸.

회사 내에서 가장 목소리 컸던 멤버가 아닌, 일개 연습생인 것을.



* * *



당장 다음날부터 바로 회사로 출근해야 했다.

외관에서부터 대충 예상은 했다만. 회사 내부는 더 별 볼 일 없었다.

10년 새 페인트 비용이 많이 올랐는지, 벗겨진 외관 도색 만만치 않게 내부 복도도 죄다 도색이 벗겨졌다.

회사 내 부서별 직원도 한 명이라, 직원 자신이 팀원이자 팀장이자 부서 그 자체인 구조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 멀쩡한 거라곤 회사 간판밖에 없다.

그마저도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유령 회사라고 인근 주민들에게 신고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회사 연습생 7명이 전부 다 데뷔조라고.’


매 순간 놀라기도 지겨워,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직원 수보단 연습생 수가 많다니 아주 다행인걸.’


참고로 플레어 이후로 입사한 후배들은 데뷔조를 A, B, C로 나누어 세 가지 컨셉으로 각각 준비했었고, 월말 평가를 통해 각 조의 운명이 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다 HP 엔터가 잘나가던 시절 얘기지만.


“아, 도윤아!”


코딱지만 한 회사 내부를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꼼꼼하게 설명해 주던 직원이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인영에 대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가까이 다가온 인영은 오디션 때 권혁필 옆에 앉아 있던 앳된 남자였다.


‘역시 데뷔조 리더였나.’


자신도 이전 생에서 권혁필의 제안으로 오디션을 종종 참관했었기에 분위기가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여긴 오늘부터 함께 할 연습생.”

“안녕하세요. 주연제입니다.”


직원의 소개를 이어받아, 이름을 말하며 악수를 건넸다.


“우리 오디션 날 봤죠? 연도윤이라고 해요.”


깔끔한 얼굴에 부드러운 인상을 지닌 연도윤은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뻗은 손을 마주 잡았다.


“연습실이나 연습생들 소개는 도윤이가 좀 해줄래? 나 호출.”

“네, 그럴게요.”


급히 누군가의 전화를 받은 직원은 미안한 표정으로 연도윤 손에 나를 맡기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보컬실부터 보여줄게요.”

“말씀 편하게 하셔도 돼요.”


복도를 나란히 걷던 연도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말을 놓고는 친근하게 굴었다.


“회사가 좀 작지?”


좀이 아니라 많이 작다, 많이.


“아뇨, 괜찮습니다. 아늑하니 좋은데요.”


두 번만 아늑했다간 회사가 우주 먼지처럼 사라질 처지 같다만.


“하하.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인데?”


인사치레 대답을 제가 좋을 대로 해석해 버린 연도윤은 두꺼운 보컬실 문을 열며 안쪽으로 이끌었다.


“그래도 우리 회사 연습실은 정말 잘 되어 있어.”


그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3개 있는 보컬실 내부는 HP엔터의 구사옥처럼 신식 느낌을 내며 갖출 건 다 갖춰져 있다.


‘하긴.’


권혁필은 원래 그랬다.

본인은 편의점 음식으로 대충 때워도, 성장이 중요한 연습생들만큼은 영양소를 고려해서 먹였다.

회사에 보수가 필요하면 항상 연습실, 휴게실, 사장실 순으로 고쳐졌다.


“진짜네요.”


내 대답에 이번에야말로 만족했는지, 연도윤은 메인 연습실로 다시 한번 나를 이끌었다.

연습생들 상태나 확인하자 싶은 마음에 둘러본 연습실에는 적갈색 머리의 남자가 혼자 거울 앞에서 팔 각도를 체크하고 있었다.

연도윤의 부름에 잠시 다가와 장난 아닌 발음으로 ‘Canada’를 외치며 나와 인사를 나누고는, 서둘러 연습을 이어갔다.

한국말이 유창하시네요, 등의 괜한 말은 저 남자의 배경을 아직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삼켰다.

그러는 동안 연습실을 휙휙 둘러본 연도윤은 설명을 마저 마무리했다.

연습생들 이름도 쭉 읊어줬는데, 어차피 이름만 들어서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잘 외워지지도 않아 대충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분위기는 천천히 익혀가기로 하자.”


그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기가 무섭게, 아까 급히 호출받고 달려간 직원이 연습실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도윤아, 사장님 긴급 호출!”


그제야 내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생각났다. 내가 이제껏 본 사람 중에 권혁필 성격이 제일 급하다는 사실을.



* * *



천천히 분위기를 익혀가기는 개뿔.

나는 곧장 서바이벌 프로그램 작가와 피디라는 사람들 앞에 앉혀졌다.


“사장님, 작가님이랑 피디님은 무슨 일로······.”


서로 마주 본 채 멀뚱멀뚱 앉아 있던 연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명색이 데뷔조였는데 어째 나보다 더 들은 게 없는지, 표정들이 꽤 당황스러워 보였다.


“다른 애들도 다 오면 시작하려고 했는데, 미리 설명하자면··· 너희 데뷔 서바이벌 하나 찍을 거야.”


그때 마침 타이밍 좋게 회의실 문이 열렸다.

학교에 간 미성년자들을 제외하고 추가로 소환당한 연습생들은 눈치껏 서둘러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프로그램 이름은 <크러쉬온>이 될 거고, 자세한 내용은 첫 촬영 날 듣게 되실 거예요.”


리얼한 리액션을 따기 위해서인지, 우리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제목 외엔 아무것도 없을 만큼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럼 각자 준비들 충분히 하시고, 촬영일에 뵐게요.”


그렇게 첫 촬영일조차 알려주지 않고 돌아간 제작진들은 사흘 만에 다시 찾아왔고, 고작 일주일 만에 기사가 뜨고 티저 영상이 공개되었다.


[HP엔터, 新서바이벌 ‘크러쉬온’ 런칭··· 첫 티저 공개]

[‘크러쉬온’으로 손잡은 Mshow-HP엔터 ‘새 역사’ 쓴다]


새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 런칭 소식에, 포맷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회사에서 홍보 차원으로 뿌린 기사만 해도 감정 이모티콘 중에 ‘슬퍼요’와 ‘놀랐어요’가 세 자릿수를 넘었다.

포탈 연예 뉴스는 댓글이 막혀, 기대가 안 된다는 심경을 이렇게라도 표현한 것이다.

그마저도 자유롭게 댓글을 남길 수 있는 연예 커뮤니티 반응은 더 신랄했다.


- 또바이벌ㅋ

└ 2 서바 지겹다

- 이딴 거 방송할 시간에 우리 애들 개인 예능이나 좀 꽂아줘라


그러나 실제로 위튜브에 티저 영상이 공개되고, 영상을 직접 확인한 사람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조금씩 섞이기 시작했다.


- 근데 공개된 애들 봄? 애들 ㄱㅊ음

└ ㄹㅇ 권혁필 보석함 개같이 부활

- 하 나 또 챙겨보게 생겼네;

└ 그래서 본방 언제라고?ㅋㅋ


그리고 1화가 공개된 날 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연예 커뮤니티와 SNS에서 반응이 폭발했다.


- 권혁필 감 아직 안 뒤졌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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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24.08.05 254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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