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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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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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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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9화



“안녕하십니까!”

“······니까.”


다음 날 모인 연습실엔 어젯밤 숙소에서 퇴근한 제작진들이 미리 카메라 세팅을 끝내놓은 상태였다.

그런 제작진들을 보고 하는 우렁찬 인사에 묻어가기 위해 함께 허리를 숙였다.

다들 아침부터 텐션들도 좋다.

참고로 오늘은 모든 연습생이 오전부터 연습에 참여하게 되었다.


‘촬영이 아주 큰일 했네.’


이렇게 다들 오전 연습을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권혁필한테 필참으로 바꿔 달라고 할 걸 그랬다.


“형.”

“어?”


갑자기 등 뒤로 나타난 덩치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어젯밤에 이어 정찬영이었다.


“형.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화이팅입니다.”

“어, 그래. 나도 오늘 잘 부탁해.”


다른 애들은 제작진한테 잘 부탁한다고 하던데. 얘는 왜 나한테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상한 녀석한테 적당히 대답을 해주곤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아. 오늘부터 본무대 전까진 미성년자 연습생들도 학교를 쉰다.

그래서 그런가. 묘하게 들떠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저희는 가볼게요. 옆에서 대기하고 있으니까 뭔 일 있으면 오시고.”

“네! 잘 부탁드립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담을 계획인지 카메라 세팅을 마치자, 몇 명만 남기고는 대부분 연습실을 나갔다.

연습과 촬영은 큰 연습실과 그보다 작은 연습실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었다.

큰 연습실에는 제대로 된 장비가 다 갖추어져 있는 반면 작은 연습실에는 간이 장비만 있어, 분량도 뽑을 겸 게임이 진행됐다.


“······아.”

“와, 연제 가위바위보 극단적으로 못하는구나?”


그리고 나의 깔끔한 연패로 우리 팀은 결국 작은 연습실을 빌리게 되었다.

연도윤의 말에 뭐라고 반박할 여지가 없다.


“형. 저는 작은 연습실이 더 좋습니다.”


옆에 있던 정찬영이 나를 달래기 위해 하는 말도 귀에 닿지 않았다.


“그래, 말이라도 고맙다···.”



* * *



“그럼 우리 곡부터 정할까?”


연습실 바닥에 둘러앉아 자연스럽게 연도윤의 진행으로 회의가 시작됐다.

우리 중 누구도 연도윤이 회의를 주도하는 것에 불만을 품을 사람은 없었다.


“하고 싶은 곡 있는 사람?”


기존 연습생 한 명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보컬이 B인 대신에 댄스가 A였던··· 아. 이시온.

머릿속에서 이름보다 트레이닝 때 보여줬던 댄스와 그날 내가 매겼던 등급이 먼저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일본인이랬던가.

두 명 있는 외국인 중 한 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플레어 선배님들 곡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


플레어의 곡이라. 소속사 후배로서 커버하기에 스토리도 괜찮을 거다.

문제는 너무 괜찮기 때문에 분명 2차나 3차 과제 곡으로 나올 거라는 거지.


“저희 다음이나 다다음 미션에 소속사 선배 곡 커버 미션이 나오지 않을까요?”


같은 가수의 곡을 두 번씩이나, 것도 짧은 서바이벌 내에서 다룬다면 이미지 소모가 너무 클 텐데.

이번엔 정찬영이 살짝 손을 들었다.


“어··· 그러면 다른 아이돌 선배님들 곡은 어떻습니까?”


그러면서 요즘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그룹명을 언급했다.

절대 안 된다.


‘웬만해선 편을 들어주고 싶다만.’


잘해도 본전, 조금이라도 못하면 원곡자 팬덤에 주기적으로 조리돌림 당할 계기를 만들어줄 뿐이다.

비교 영상이 따라다닐 거고, ‘역시 〇〇〇’ 이라며 원곡 가수를 띄워주는 꼴밖에 안 된다.


“저도 의견이 있는데요.”


옆에서 카메라가 찍고 있는 바람에 솔직하게 이유는 말하지 못하고, 그냥 내 의견을 내기로 했다.


“곡은 팝송으로 정하고, 안무는 창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팝송?”


물론 쉽지 않은 선택지다.

이미 짜여 있는 걸 외우기에도 3일은 벅찰 텐데, A부터 Z까지 새로 짜고 외우기까지 하려면.

그렇지만 이번 첫 번째 무대는 무조건 티저에 포함될 것이다. 그러려고 이렇게 촬영을 서두르고 있는 걸 테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퀄리티 면에서 절대 타협할 수 없지.’


무엇보다 사장님과 제작진이 보고 싶어 하는 그림이 바로 이거일 것이다.

자체 제작. 타이틀 좋잖아.


“이 곡 어때요?”


사실 어젯밤에 소등한 뒤 이불 속에 들어가 곡을 찾았다. 연습 기간이 짧으니 곡 선정 시간이라도 아껴보려던 의도도 있었고.

아무튼 어제 찾은 곡 하나를 휴대폰으로 틀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왔고, 연도윤과 정찬영이 알은체를 했다.


“어, 나 이 노래 아는데···.”

“저 이 영화 좋아합니다!”


10년쯤 전에 국내에서 개봉한 한 외국 영화의 주제곡이었다.

국내에선 엄청난 관객 수를 동원하여 당시 화제가 되었고, 지금도 명절마다 TV에서 방영해 줘 남녀노소 모를 수가 없는 영화다.


“흠- 흠- 흐음-”


이시온도 메인 멜로디 파트가 나오자 들어본 적 있는지 작게 흥얼거렸다.

서바이벌에서 팝송을 할 때 최대 단점은 익숙하지 않은 노래라는 점이다. 케이팝은 웬만해선 들어봤지만, 팝송은 굳이 즐겨듣는 장르가 아니면 모를 수밖에.

그러니 인지도 면에 있어 이 곡은 확실히 강점이 있다.

심지어 찾다 보니 10년 만에 영화의 속편이 올해 개봉 예정이란다.


‘타이밍까지 좋지. 순전히 운이지만.’


“템포를 이 정도까지 올리면 댄스곡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고요.”


연습실 바닥을 손으로 두드리며 구상 중인 템포를 들려주었다.


“좋다!”

“그러게. 진짜 좋은데? 연제야 언제 이렇게까지 준비했어!”


만장일치로 곡은 선정되었다.

조금 아까까지 ‘웬 팝송?’ 하던 표정들은 쏙 들어가고 다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네, 그럼 넘어갈게요. 다음은 안무인데요.”


다행히도 우리 팀엔 마침 메인 댄서 포지션이 있다.

참고로 지난번 트레이너 수업 때도 기존 안무가 아닌 자체 제작 안무로 평가받았던, 아무튼 나랑은 결이 다른 놈이다.


“시온아, 안무 시안 짜는데 어느 정도 걸릴까?”

“하루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


이시온이 말끝을 흐리며 자신 없게 대답했다.

대충 머릿속으로 스케줄을 돌려봐도, 하루를 통으로 안무 짜는 데에 쓰는 건 안 되는데.

무엇보다 안무에 참여하지 않는 잉여 인력이 발생해버린다.


“4분 다 짜라는 거 아니고, 무대 구성상 포인트 몇 개랑 동선만 짜면 될 것 같아.”

“그러면 서너 시간···?”

“오케이. 그 정도면 충분해.”


안무는 이시온이랑 내가 짜면 될 것 같고···.


“우리 편곡은 어떻게 할까?”


연도윤이 말을 꺼냈다.

제 의견 피력하기 바쁜 놈들이 웬일로 조용한 걸 보니 아무도 곡 작업을 배운 적 없나 보군.

결국 내가 슬쩍 손을 들었다.


“간단한 편곡 정도는 제가 프로그램 다룰 줄 알아요.”


전생에서 작곡가 형들 어깨 너머로 대충 배운 적이 있다. 어깨 너머로지만.

작곡 멤버가 없다는 게 아쉽지만 그림만 나오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스케줄을 다시 한번 굴렸다.


“근데 연제 너, 원래 음악 안 했다고 하지 않았어?”

“도윤 씨부터 개인 인터뷰 컷 딸게요~”


갑자기 연습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제작진 덕에 연도윤의 말이 끊겼다.


“형 나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내가 화제를 넘기자, 연도윤이 찝찝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제작진을 따라 나갔다.


‘깜짝이야.’


오디션에서도 그러더니. 생각보다 예리하다.

뭐. 이번 생에선 해본 적 없지. 전생에서도 해본 적 없냐고 물어본 건 아니잖아?


‘어차피 이 장면은 편집될 테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이시온과 정찬영의 대화에 끼었다.



* * *



“연습 한 번만 더 갈게요.”

“······우리 좀만 쉬자, 응?”

“형. 우리가 저 팀보다 시간상 뒤처졌을 테니까 몇 배로 더 해야죠.”


노래를 다시 앞으로 돌려 재생하려 하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졌다.

대충 보아하니 저쪽 팀은 요즘 인기 있는 그룹의 데뷔곡으로 정해, 진작 편곡을 마치고 안무까지 다 딴 것 같던데.

우리는 편곡, 안무 작업까지 끝내고 이제야 연습에 들어선 참이다.

그러자 연도윤이 쭈그려 앉으며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연제야 너는 안 지쳐?”

“저도 지치죠, 사람인데.”


무슨 소리야. 안 지치냐니.


“아니, 지금 말이야. 지금! 지금 안 지치냐고!”


연도윤의 말에 어이없게 대답했더니, 이번엔 옆에서 이시온이 난리다.


“우리 4분짜리 곡 하나 한 건데요?”


콘서트 셋리스트처럼 몇 곡 내리 연습한 것도 아니고, 겨우 곡 하나 해놓고 무슨.


“······그 4분짜리 한 곡을 지금 스무 번 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체력이 좋아 꽤 따라오는 듯 보였던 정찬영마저 연습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세 명 다 몰골들이 말이 아니다.

초반엔 연습 와중에도 카메라를 의식하던 세 사람은, 거듭되는 연습에 점점 촬영은 안중에 없어졌다.

봐줬다, 내가.


“그러면 딱 한 번만 더 하고 쉬죠.”

“진짜 못 하겠어. 나 더는 다리가 안 움직여.”


이시온이 아예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다른 놈들 상태도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달래도 소용이 없다. 이전에 구진우 때는 어떻게 했더라.


- 자, 열 번만 더 가자.

- 진우야 나 진짜 못 하겠다. 죽겠어.

- 연습하다가 죽는 사람 못 봤어. 형이 최초가 되면 내가 꼭 형 이야기 어디에라도 실어줄게.

- 아악! 질질 끌지 마 구진우! 악! 내 발로 갈게! 아, 알았다고!


······우리 멤버들은 제 발로 움직이겠다며 잘 따라와 줬던 것 같은데.

아니, 요즘 것들은 왜 이렇게 나약해? 약해 빠졌네.

그래도 어쩌겠냐. 좋은 말로 어르고 달래가며 해야지.

어린 친구들 비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 안무는 잠깐 쉬죠. 쉬는 동안 보컬 연습하면 되니까.”

“······.”

“보컬은 팔다리에 힘 안 들어가도 되니까 괜찮죠?”


다들 질린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데, 나더러 어떡하라고.


‘너희 실력이 그만큼 처참한걸.’


결코 내 연습량이나 연습 방식이 과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나마 뻗은 둘보단, 앉아 있는 자세로 보아 체력이 남아있어 보이는 정찬영 쪽으로 갔다.

정찬영 얼굴에 드리운 절망감은 못 본 척했다.


“찬영아. 너부터 하자.”

“······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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