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668
추천수 :
270
글자수 :
149,987

작성
24.08.07 22:50
조회
216
추천
11
글자
11쪽

6화

DUMMY

6화



사흘 전.

주연제의 오디션 당일 저녁.


“형. 오늘 오디션 봤다면서요.”

“아, 어. 오늘이었어.”


배재혁이 연도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잖아도 오늘 있던 오디션이 궁금했는데, 마침 혼자 연습 중인 연도윤을 발견하고 얼른 말을 건 것이다.


“어땠어요?”

“······.”


어차피 침묵을 예상하고 한 질문이었다.

언젠가부터 이 회사에 실력이 뛰어난 지망생들은 오디션을 보러 오지 않는다.

당연했다. 위에서 끌어줄 건실한 선배 그룹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배재혁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고, 미래를 위해서라면 회사를 옮기는 게 맞다고도 생각한다.

이름만 ‘데뷔조’이지 언제 데뷔할지, 데뷔 후엔 대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연습생의 숙명이다.

특히나 이런 회사라면 더더욱.

그러나 배재혁은 회사를 옮길 수가 없었다.

HP 엔터는 자신이 고집해서 들어왔다. 오로지 자신의 ‘우상’을 위해.

함께 무대에 설 수는 없겠지만, ‘우상’의 후배, 남동생 타이틀 정도는 차지하고 싶었다.


- ······랑 진짜 비슷한데?


과거 권혁필 사장이 해준 이 한마디가 배재혁을 HP 엔터에 단단히 묶어두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오늘따라 형이 살짝 멍해 보이는 건 착각인가?’


약 3년 만에 열린 오디션은 마지막 데뷔조 멤버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형편없었나.’


“형, 너무 걱정하지 마요. 다음 오디션엔 실력 좋은 사람도 오겠······.”

“있었어.”

“네?”


사실 오늘 연도윤은 반쯤 포기한 상태로 오디션에 참관했다. 권혁필 사장의 지시였다.

데뷔조.

벌써 몇 번이나 엎어졌는지 모르겠다. 한 세 번째부터는 자신의 멘탈 건강을 위해 세기를 포기했을 지경이었다.

언젠가부터 사장님이 불러 데뷔조 이야기를 꺼내도 기쁘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 데뷔조도 엎어지겠지’ 이 생각뿐이었다.

그랬는데 지난 오디션장에서 희망을 봤다.

솔직히 누구한테도 말 못 할 조금 우습고 창피한 얘기지만, 이 회사의 마지막 희망을 봤다.

주연제의 노래를 듣는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다.


‘이번엔 데뷔할 수 있을지도.’


연도윤이 다시 입을 뗐다.


“노래를 진짜 잘해.”

“합격했어요?”

“아마? 지금 사장님이랑 계약서 쓰고 있을걸.”


아까 봤을 땐 분명 사장실로 데려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바로요?”

“응. 사장님이 바로 데뷔시켜 준다고 하시던데.”

“데뷔를요?”


데뷔가 이렇게 쉬운 거였나, 하는 생각에 배재혁은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뭘 얼마나 잘했으면.’


배재혁 자신은 지금 몇 년째 연습생에 꼴랑 데뷔조 신분인데.


“우리 팀으로 데뷔하면 좋겠다.”


그런 배재혁의 마음도 모르고, 연도윤은 계속 중얼거렸다.


‘솔로로 데뷔시키시진 않겠지? 안 되는데.’


자신의 팀에 넣어주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도 있었다.

그 정도로 연도윤은 주연제에게 자신을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아. 이전 회사도 없대. 아예 오디션 자체가 처음인가 봐.”


왠지 모르게 그 점마저 연도윤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러나 호의적인 연도윤과 달리 배재혁은 자꾸만 속이 타들어 갔다.


‘대체 어떤 놈이길래 형이 저렇게까지 칭찬하지?’


주 포지션이 보컬이라면, 자신에겐 위협이 될 놈일 게 뻔했다.

머리로는 인원수가 채워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슴은 자꾸만 갑갑해졌다.

안정적으로 팀의 메인보컬 포지션은 받아놨다고 생각했는데.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라이벌이 생겨버렸다.


“저도 얼른 만나고 싶어요.”


배재혁은 짧게 회상을 마치며 연습을 중단했다.

연습 내내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사흘 전 연도윤과의 대화까지만 해도 믿지 않았다. 형이 오바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어제 트레이닝 수업 전까진.


“······.”


어제 수업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있던 수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트레이너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더더욱 중요했다.

그걸 알기에 배재혁도 노력했다.

그런데 자신의 노력을 한순간에, 그것도 너무 손쉽게 짓밟아버리는 연습생이 등장했다.

처음 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아, 얘가 도윤 형이 말한 그 애구나.’


어제 있었던 단체 트레이닝 수업이 자꾸만 눈앞에 재생되어 뭘 해도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묘하게 거슬린다.

지금만 해도 자신의 신경을 최대로 긁는 중이다.


‘대체 어디를 가는 거야!’


주연제는 개인 연습 시간마다 종종 어딘가로 사라졌다.

회사 내에 연습실이란 연습실은 다 돌아다녀 봐도 주연제의 머리카락 한 올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간 지 한 2분 지났나?’


그래서 배재혁은 오늘 주연제의 뒤를 밟기로 했다.

연습실엔 없으니 연습할 리는 없고. 나쁜 짓에 어울려준다면 퇴출의 사유가 될 테니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서둘러 연습실을 나가자, 복도 끝에서 아래로 향하는 계단에 서 있는 주연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놓치기 전에 더 바싹 따라붙었다.

연습실은 2층. 사장실은 3층. 1층엔 직원 부서와 로비밖에 없다.


‘직원들한테 볼 일이 있는 건가?’


그러나 놀랍게도 주연제가 발걸음을 완전히 멈춘 곳은 회사 건물 밖이었다.


‘뭐 하는 거지?’


배재혁은 건물 모퉁이에 몸을 숨겼다. 주연제에게는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뭘 하는지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스팟이었다.


“음- 음- 음- 음- 음-”


그때 주연제가 갑자기 제자리에서 점프하면서 소리를 냈다.


“아- 아- 아- 아- 아-”


입을 더 크게 벌리면서 음을 한 단계씩 올렸다.

어느새 0옥타브에서 시작한 음은 3옥타브까지 올라갔다.

3 옥타브까지 올려놓은 음은 천천히 내려오며 -1옥타브에 도달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주연제는 이 모든 과정을 제자리에서 점프하며 불렀다.

처음엔 살짝 흔들리는 것 같이 들렸던 음들도 시간이 지나자 점차 안정되어 흔들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목소리에 떨림이 없는 것을 확인한 주연제는 점프를 멈췄다.

그러고는 제자리에서 러닝머신 위를 뛰듯 달리기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미친.’


배재혁은 더 이상 지켜보지 않고, 뒤로 돌아 회사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누굴 마주치기 전에 서둘러 하나 비어 있는 개인실로 들어갔다.


“······꼴값은.”


오늘 지켜본 주연제의 연습에 대해 짧은 평가를 남기고 서둘러 연습에 매진했다.



* * *



야외에서 하는 연습을 마치고 단체 연습실로 돌아왔다.

개인실은 방음은 훌륭하지만 뛰기엔 좁다. 단체실은 넓지만 함께 써야 해서 불편하다.

어차피 거울 보면서 연습할 것도 아니고. 엊그제부터 밖에서 연습하는 게 루틴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전면이 거울로 된 단체실에서 댄스 연습을 할 계획이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촬영이 시작되기 전까지 춤의 대대적인 공사를 마쳐야 했다.


‘구진우 때 해봤으니까.’


물론 그때와 달리 옆에서 1대 1로 코칭 해줄 안무 트레이너도 없고, 이틀 내로 끝내야 해서 기간도 짧지만.

한 번 해봤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이 마인드로 시작했다.

안되면 어쩔 건데. 그래도 해야지.


“연제야.”

“······?”


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옆에 다가와 이름을 불렀다.

삼삼오오 모여서 연습하던 연습생들은 다들 괜히 힐끔대기만 할 뿐 딱히 말을 걸어오질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연도윤이 있었다.

그제야 연습생들이 더 티 나게 힐끔거리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예, 형.”

“미안한데, 나 여기 파트가 안돼서.”


연도윤이 가사와 멜로디 라인이 적힌 악보를 내밀었다.

어제 불렀던 연습곡이네.


“한 번 불러보세요. 들어볼게요.”


창법이 매우 깔끔하다. 음색도 특이한 편은 아니지만 청량해서 듣기에 무난하게 좋다.

연도윤의 노래를 듣고 난 평가였다.

알파벳으로 매기자면 A- 정도.

아. 참고로 어제 트레이닝에서 본 댄스는 B+ 정도였다.


‘음.’


보컬이 다 괜찮은데 어딘가 불편하게 들린다.


“형. 여기 자꾸 가성으로 바꿔 부르려고 하지 말고 그냥 진성으로 지르세요.”

“어······. 근데 높아서 안 될 것 같은데···.”


내 말에 연도윤이 곤란하다는 듯이 뒷목을 긁적였다.

안돼도 되게 해야지.


“음을 끝까지 유지하려고 하지 말고, 진성으로 툭 세게 내뱉듯이 질러보세요.”


연도윤이 같은 파트를 내 조언대로 몇 번 시도하려고 했다.


“대신 음정을 정확하게 찍는 게 제일 중요해요.”


안 그러면 그냥 악쓰는 거랑 다를 바가 없지.


“그리고 무엇보다 호흡이 부담스러워요.”

“······.”

“숨을 좀 더 자연스럽게 쉬셔야 할 것 같아요. 말하듯이.”

“응, 해볼게.”


연도윤은 몇 번의 시도 끝에 내 피드백을 적용하는 데에 성공했다.


“연제야, 훨씬 듣기 좋다!”

“그러게요.”


아까보다 나아지긴 했다. 확실히 소질은 있다니까.


“고마워! 어제 쌤한테 피드백 받고도 잘 안됐는데.”

“뭘요.”

“뭐 힘든 점은 없고? 어려운 거나.”


얘는 지금 본인이 나한테 물어보러 온 거라는 걸 잊은 건가.

그리고 설령 있다 해도 딱히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이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래, 그럼 연습 열심히 하고!”


연도윤은 내게 감사 인사를 남기고는, 더 이상 내 연습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액션을 취하며 멀어졌다.

전생에선 딱히 후배들 양성에 관심이 있진 않았다.

내 그룹, 내 멤버들이 제일 중요했으니까.


- 연제야, 오늘 데뷔조 애들 보컬 좀 봐줘라.

- 싫다고 몇 번 말했잖아요. 준규 형 있잖아요.

- 야! 트레이너보단 데뷔한 선배 조언이 더 와닿겠지, 인마!

- 싫어요. 저희 거 연습해야 해요.

- 야! 후배가 나와줘야 회사도 또 굴러가ㄱ···!

- ······알겠어요. 딱 한 번만이에요.


권혁필의 끈질긴 부탁으로 연습생들 수업에 들어가 몇 번 봐주고, 조언 몇 마디 던져준 게 다였다.

회사에서 오며 가며 마주쳐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멀찍이 거리를 유지하며 지냈다.

그들은 까마득히 높은 선배였던 내게 깍듯했고, 나는 그런 그들이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내 조언에 점점 나아지는 연도윤의 모습을 보니 왠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래서 후배들 트레이닝을 맡고 있는 건가.’


회사에 남아 ‘선생님’ 소리를 들어가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는 전 직장 동료들의 근황이 생각났다.


‘······지금은 내 코가 석 자다.’


뿌듯함 따위를 느낄 때가 아니다.


“······.”


댄스 기초 공사는 끝내야 할 거 아니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 공지 (24.08.21 수정) 24.08.13 116 0 -
30 30화 +1 24.08.31 60 10 11쪽
29 29화 +1 24.08.30 64 8 11쪽
28 28화 24.08.29 60 9 11쪽
27 27화 24.08.28 67 8 11쪽
26 26화 24.08.27 77 9 11쪽
25 25화 24.08.26 85 8 11쪽
24 24화 24.08.25 88 7 11쪽
23 23화 24.08.24 91 9 11쪽
22 22화 24.08.23 90 7 11쪽
21 21화 24.08.22 101 6 11쪽
20 20화 24.08.21 114 8 12쪽
19 19화 24.08.20 113 8 11쪽
18 18화 24.08.19 121 8 11쪽
17 17화 24.08.18 122 8 11쪽
16 16화 24.08.17 125 8 11쪽
15 15화 +1 24.08.16 134 8 11쪽
14 14화 +1 24.08.15 142 10 11쪽
13 13화 24.08.14 154 8 11쪽
12 12화 24.08.13 164 9 11쪽
11 11화 24.08.12 169 8 11쪽
10 10화 24.08.11 170 9 11쪽
9 9화 24.08.10 171 9 11쪽
8 8화 24.08.09 195 8 11쪽
7 7화 24.08.08 214 9 11쪽
» 6화 24.08.07 217 11 11쪽
5 5화 24.08.06 241 12 11쪽
4 4화 24.08.05 254 12 11쪽
3 3화 24.08.04 293 11 11쪽
2 2화 24.08.04 343 1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