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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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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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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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DUMMY

24화



각 팀별로 마지막 연습을 알아서 마치고, 제작진들의 부름에 연습실로 모였다.

연습실에는 기다란 책상 하나와 의자 세 개가 놓여 있었다.

정말 카메라와 제작진이 있는 것만 빼면, 딱 월말평가 구도였다.

가운데 무대를 비워두고, 우리는 주변에 둘러앉았다.


“다른 팀들 무대할 때 계속 카메라 돌고 있으니까 리액션 잘 부탁드릴게요~”


막내 직급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우리에게 말했다.

다들 말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알아서 할 정도의 짬밥들은 찼다.

대충 대답들을 하고, 촬영이 시작되기까지 각자 시간을 가졌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켜서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껐다.

별다른 이슈도 없는데, 요즘 허구한 날 인터넷을 들여다봤더니 그새 습관이 되었나 보다.

2화가 방송된 지는 이제 이틀이나 지났다.

그러니 연예계 이슈가 충분히 물갈이 되었을 시기였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다소 긴장한 표정의 배재혁이 앉아 있었다.

대체 왜 긴장이 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듀엣 할 때 팀원의 긴장이 좋진 않은데.

이대로 자칫하면 시너지에 영향을 미칠까 봐 먼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야. 긴장되냐. 떨지 말고 해. 내가 커버 쳐줄게.”

“뭐래. 너나 잘해.”


아니 이 새끼가?

너 롤모델이 나라며. 넌 지금 우상한테 응원받을 기회를 놓친 거야, 자식아.

곧이어 피디가 연도윤과 민영훈을 호명해, 어딘가로 데려갔다.

아무래도 개인 인터뷰 컷을 따는 중인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사장님과 두 트레이너가 연습실로 들어와, 준비되어 있던 의자에 앉았다.

연도윤과 민영훈이 돌아와 중앙에 서자, 제작진들이 준비해 준 반주가 나왔다.


‘둘 다 잘하는데?’


회사에 처음 와서 들었을 때보다 둘 다 비교도 안 될 만큼 실력이 좋아졌다.

최종적으로 더 잘하는 건 연도윤이었다.

아무래도 연도윤이야 원래 스탯이 좋은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성장세는 민영훈이 훨씬 좋았다. 연도윤의 1년 연습치 정도는 맞먹는 것 같았다.

그런 그 둘을 보며, 피디가 요구하지도 않은 흐뭇한 눈빛이 절로 나왔다.

이시온과 윤제이의 무대는 확실히 보컬보단 안무에 더 치우치게 준비했다.

뭐, 둘 다 댄서니까. 내가 딱히 말 얹을 건 없었다.

그냥 대충 곡 분위기에 맞춰 고개만 까딱거리면서 다른 애들처럼 대강 리듬을 탔다.

다음으로는 우정우와 정찬영 순서였다.

아마 준비 과정이 가장 안정적이었던 건 이 팀이었을 거다.

우정우가 곡을 준비할 때, 정찬영이 안무를 준비했다.


‘확실히.’


더 이상 피지컬이 아깝다고 나한테 꼽이나 먹던 정찬영이 아니었다.

지난 팀전에서 이시온, 윤제이와 같은 팀을 하면서 어떻게 각성했는진 몰라도 춤 스탯이 몇 단계나 상승한 게 보였다.

안무를 직접 짤 정도니까 말 다했지.

우정우 실력에 편곡이야 당연했고, 심지어 정찬영의 안무도 세련됐다.

감탄하면서 무대를 보다 보니까 한 가지 의문이 내 머리를 스쳤다.


‘난 대체 이런 비하인드를 왜 다 알고 있는 거냐.’


알고 있을 수밖에. 죄다 뭐만 안 풀리면 나한테 와서 상담을 해댔으니까.

결국 나는 사장님이나 트레이너 둘보다 더 많은 사전 정보를 가진 채 무대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진짜 많이 늘었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우리 무대 순서였다.


“배재혁 연습생, 주연제 연습생 앞으로 나와주세요.”


연습실 중앙에 서서, 인트로 대형을 갖추었다.

나는 서서 왼쪽을 쳐다보고, 배재혁은 바닥에 기대듯이 누워 오른쪽을 쳐다봤다.

서로 정반대의 자세로, 정반대의 방향을 쳐다보며 반주가 시작됐다.


차분한 피아노 반주가 흘렀다.

조명이 어두워지자, 위아래를 흰옷으로 입은 주연제만 시야에 들어왔다.

안무를 하는 주연제 옆으로, 검은색 옷을 입은 인영이 그 박자에 맞춰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때 잔잔한 반주를 뚫고 주연제의 목소리가 먼저 치고 나왔다.


- 침대에 누워 가만히 눈을 감아

(내 생각에 잠이 오지 않잖아)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들려

(내 목소리에 빗소리는 묻혀)


주연제의 보컬 뒤로 배재혁이 코러스를 넣었다.

일부러 가사 한 줄씩을 번갈아 가며 부를 수 있게 편곡했다.

그러자 정말 두 사람이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엔 주연제가 천천히 내려가 바닥에 기댔다.

한껏 몸을 웅크린 주연제는 마치 무언가에 짓눌린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서서히 웅크려있던 몸을 활짝 일으킨 배재혁의 목소리가 울렸다.

묘하게 변주된 멜로디와 배재혁의 거친 보컬 탓에 곡의 분위기가 다소 날카로워졌다.


- 나는 네 안에 있어

(아니야 고개를 내저어)

내 존재를 부정하지 마

(아니 넌 존재하지 않아)


이번엔 배재혁이 메인 멜로디 부분을 맡자, 주연제가 코러스를 넣었다.

그렇게 한 번씩 주고받으며 벌스가 끝나갔다.

사비에 들어서서는 곡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주연제가 노래를 부르며 안무를 하는 동안, 배재혁은 옆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 갇혔다.

배재혁은 연신 가로막은 문을 두드려댔고, 보컬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 네 목소리는 내게 들리지 않아

(아니야 들리는 거 알아 집중해)

네 모습도 내겐 보이지 않아

(아니야 보이는 거 알아 날 보라고)

넌 내 안에 존재하지 않아


이어진 간주에서는 안무만 나왔다.

곡의 흐름상 댄스 브레이크 같지만, 거센 안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마치 무대 위 주인공 ‘주연제’의 여린 성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언뜻 보기에 두 사람은 다투는 것처럼 보였다.

주연제가 우위를 점할 땐 배재혁이 작아졌다가도, 금세 탈환한 배재혁에게 밀린 주연제는 수그러들었다.

배재혁의 안무가 의도적으로 반 박자씩 밀리다가, 어느새 한 박자씩 밀렸다.

주연제가 안무를 하면 똑같은 안무를 정반대 방향으로, 한 박자씩 느리게 행했다.

그렇게 따라잡을 듯 따라잡을 수 없는 안무 탓에 둘 사이엔 묘한 긴장 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다 간주가 끝나고 나온 브릿지에서는 주연제와 배재혁이 동시에 불렀다.

지금까진 분리되어 극명한 대비를 이루던 그들의 보컬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 나를 봐 (보고 있어)

내 목소리를 들어 (듣고 있어)

나와 너는 하나야

너는 내 안에 존재해


그렇게 배재혁의 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주연제 안에 스며들었다.

배재혁을 품은 주연제의 모습은 곡의 초반보다 편안해 보였다.

그들의 얼굴에서 날카로움이 사라졌고, 곡이 끝났다.


“와!”


연습실 불이 다시 환해지고,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무대를 하는 데에 몰두하느라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연습생들은 물론, 평가하러 온 사장님과 트레이너들도 좋아 보였다.


“감사합니다.”


배재혁과 함께 인사했다.

지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사랑 노래에서 몇 군데 개사를 거치고 나니, 내면의 나와 대화하는 것처럼 들렸다.

여성 솔로 가수의 곡이었는데, 의도적으로 두 파트로 나눈 것도 한몫한 것 같군.

물론 우리 둘 다 어차피 보컬은 되겠다, 임팩트도 줄 겸 키는 건들지 않았다.

그렇게 만족스럽게 무대를 마쳤는데.


“······?”


의외로 제작진들 표정도 좋다.

그동안 무대 밑에서 촬영하기만 바빴던 제작진들은 이렇게 가까이, 바로 옆에서 주연제의 무대를 본 적이 처음이었다.

마치 아이돌의 무대보다 뮤지컬 넘버 하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동안 오락성만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돌의 무대에 예술성이 입혀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지막 네 번째 무대까지 마치고, 연습생들은 한곳에 모였다.

그동안 세 명은 의견을 모으는 중인지, 무어라 쑥덕댔다.

이대로 결과 발표를 바로 할 생각인 건가.

드디어 권혁필에게 마이크가 쥐어졌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동안 준비하느라 수고 많았다.”

“감사합니다!”


첫 마디는 으레 하는 인사치레였다.


“8명 모두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준비한 것 같네.”

“감사합니다!”

“우선 도윤이네 팀부터···.”


그렇게 한 팀씩 간단한 피드백을 해주며, 둘 중에 승자를 가렸다.

결과는 연도윤, 이시온, 우정우의 승리였다.

뭐, 예견된 결과였다.

‘병아리 연습생’들의 성장세가 아무리 무섭다고는 하나, 5년의 연습량 차이를 메우지는 못했다.

그렇게 구(舊) 대 신(新)의 대결 결과는 지금까지 3 대 0.

마지막으로 나와 배재혁 팀만 남았다.

그때 권혁필이 드디어 운을 뗐다.


“재혁이랑 연제 팀.”

“네.”

“오늘 봤던 무대 중에 너희 팀 무대가 제일 완성도가 높았어.”

“감사합니다.”


우선은 칭찬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길 것 같긴 한데.

승리는 자신 있었으나, 배재혁의 반응이 어떨지 예상 가진 않았다.

제발 이번엔 멘탈 터지지만 마라. 귀찮다.


“둘 다 너무 잘해서 사실 둘 중에 승자를 가려내기 어려웠다.”

“······.”

“그럼에도 둘 중 승자는 주연제다.”

“······!”


배재혁이 숨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본인도 어느 정도 예상한 것 같긴 한데, 그럼에도 귀로 직접 들으니 느낌이 남다른가보다.


“재혁이도 충분히 잘했어. 내가 5년 동안 본 네 무대 중에 오늘이 제일 좋았어.”


권혁필이 멘탈 터짐 방지용 쿠션어를 앞뒤로 잔뜩 깔아주었다.

스크린엔 오늘 3차 개인전의 최종 결과가 떴다.


[3차 개인전]

[구(舊) | 신(新)]

[ 3 | 1 ]


배재혁은 저 숫자 1에 자신의 패배가 담겨있다는 듯이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음. 멘탈은··· 살짝 나간 것 같긴 하군.



* * *



“수고하셨습니다!”


결과까지 발표하고 나니, 촬영이 마무리되었다.

어차피 한 숙소로 이동할 예정이라, 다 같이 갈 준비를 마쳤다.


“그럼 저희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사를 하며 빠지려던 그때,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연제 씨, 잠깐만.”

“······?”


메인 작가였다.

다른 연습생들에게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만 남기고, 작가를 따라갔다.


“저 왜요?”

“아, 별건 아니고···. 연제 씨한테 섭외가 하나 들어왔는데.”

“······?”


데뷔도 안 한 일개 연습생한테 섭외?

아주 별건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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