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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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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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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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15화



다음 날.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연습실에 모여 연습이 한창이었다.

데뷔한 아이돌로 살다가 연습생으로 다시 돌아오니 생활이 꽤나 단순해졌다. 매일이 연습뿐인 삶이라.

거울을 보며 내 개인 연습을 마쳤다.


“······?”


두 명은 아직 연습 중인데, 한 명이 빈다.


“재혁이는?”

“보컬 연습한다고 개인실 갔어요.”


잠깐 한눈판 사이에 그새 사라지냐.

어제도 배재혁이 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단체 연습이 늦어졌다.


‘금방 오겠지.’


배재혁 목 위에 붙은 게 장식이 아니라 머리라면.


“······그럼 우리끼리 먼저 맞춰보고 있자.”


한자리를 비워둔 채 세 명이서 동선과 안무를 맞췄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게 흘렀다.

개인실에도 카메라가 달려있고, VJ도 한 명 따라간 것 같은데.

어제에 이어 세 명끼리만 더 연습을 진행하기엔 그림이 점점 이상해진다.

그렇다고 배재혁이 돌아올 때까지 이 두 명의 연습을 쉬게 할 수도 없다.


“영훈아.”


제작진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민영훈을 연습실 밖으로 불러냈다.


“미안한데 재혁이 좀 불러올래? 카메라에 티 안 나게.”

“네, 형.”


혹시라도 녹음이 들어갈까 봐 간략하게 한 말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한 민영훈이 서둘러 개인실로 향했다.

왠지 내가 가면 역효과가 날 것 같다.

민영훈 뒤로 카메라가 따라붙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

제작진 놈들은 싸움 나면 말릴 생각은 안 하고 분명 카메라부터 들이밀 인간들이라.

왜 이렇게 커버 쳐주냐고?


‘그야 이런 건 저놈 하나만 욕받이로 던져주고 끝날 일이 아니니까.’


심지어 배재혁 쪽이 소수, 우리 쪽이 다수라는 점도 걸린다.


‘이 구도는 누가 봐도 좀 그렇지.’


편집된 단편만 보고 인성을 들먹이는 수많은 논란이 머릿속에서 뚝딱 만들어졌다.

아무리 내가 불편해도 그렇지. 방송까지 버려?

이로써 배재혁 목 위에 달린 건 장식으로 취급해도 되는 건가.

설득하러 민영훈을 보내고 연습실로 돌아오자, 우정우가 몸 푸는 척을 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재혁이는?”

“영훈이가.”

“아.”


티 나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짧게 나눈 대화였지만 서로의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다.

그렇게 잠깐 가만히 생각하던 우정우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저기. 연제야. 재혁이 오면···.”

“걱정 마. 안 싸워.”

“어?”


이 자식들은 뭐 변호인이야 뭐야.


“뭐가. 걔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거 아니야?”

“아. 응.”

“안 건들 거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먼저 시비 걸 마음은 추호도 없다. 내 이미지만 깎아 먹는 짓을 내가 왜.

대신 갈궈줄 거거든. 철 지난 사춘기에는 매가 답이다.



* * *



“다리 돌리는 것부터 다시 해보자.”


배재혁이 돌아오고, 단체 연습을 재개했다.

안무 따는 속도도 제일 느린 놈이 혼자 뺀질거리더니만.


“재혁아 너만 혼자 다시 해봐.”

“······.”


결국 같은 구간에서 계속 걸려 도저히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 배우 소속사에서 춤의 ㅊ자도 안 배워본 민영훈도 묵묵히 따라오는데.

대충 평가해 봤을 때 춤에 대한 기본 스탯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정우나 연도윤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죽했으면 ‘쟤 지금 일부러 계속 틀리나’ 싶을 지경이었으니까.


“재혁아 그렇게 하면 백번 해도 소용없다니까?”


그러니까 이건 다시 말해, 능력도 충분한 놈이 노력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노오력을.

우정우와 민영훈도 지금은 조금이라도 쉬기 위해 이쪽을 신경 쓰지 않고 벌렁 드러누웠다.


“그냥 무릎 하나 갈린다 생각하고 돌리면 안 돼?”

“······.”

“뭐 그렇게 아낀다고 살살하고 난리냐.”


답답하다. 우리 때는 연습생이면 몸이 부서져라 췄던 것 같은데.

언제 설렁설렁 추는 걸로 바뀌었냐. 내가 지금 트렌드에 못 따라가고 있는 거야?


“10분만 쉬었다가 다시 맞춰보자.”


배재혁도 딱히 입 열 생각이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열심히 출 생각도 없어 보여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제작진들도 몇 시간 내리 촬영만 하려니 힘든지, 이참에 카메라 내리고 다 같이 쉬기로 했다.

배재혁이 조용히 연습실을 나가는 뒷모습이 거울로 보였다.

카메라를 파악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내가 여기서 나간다고 딱히 카메라가 따라붙을 것 같지도 않았다.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레 스트레칭하며 연습실 밖으로 나왔다.


‘솔직히 귀찮아 죽겠다.’


내 팔자에 말 안 듣는 놈 개조시키기 위해 상담까지 해줘야 한다니.

원래 내 성질대로면 때려치우라고 소리 지르고도 남았지만, 권혁필 얼굴이 떠올랐다.


‘이미 나, 배재혁, 그리고 합류할 3명을 고민하고 있겠지.’


노래를 좀만 못했으면, 춤을 좀만 못 췄으면 가차 없이 버렸을 텐데.

버리고 가기엔 아까운 놈이다. 회사에서도 연도윤과 우정우 다음으로 실력이 나쁘지 않고.

그리고 솔직히 이 업계에 저놈보다 더 개차반인 놈들도 수두룩하고, 카메라 뒤에선 사이가 아작난 채로 활동하는 팀들도 널렸다.


“아이고. 내 팔자야···.”


은혜 갚기가 이렇게나 힘들다.

복도를 쭉 걸어 회사 건물 뒷문으로 나가자, 벤치에 앉아 있는 인영이 보였다.

말이나 걸어보자.


“여기 있었네.”


발걸음 소리에도 꿋꿋하게 눈길 한번 안 주던 놈이 내가 말을 건네니까 드디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무 연습 힘들어?”

“······아니.”


카메라가 없으니 나와 대화할 마음이 약간은 생겼는지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대답이 좀 짧은데. 얘기가 더 이어지길 기다렸다.


“나는 메인보컬인데 왜 안무를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기껏 기다려줬더니. 겨우 입 열어서 한다는 소리가 이거다.


‘아오. 이 자식은 생각보다 경계심이 없어.’


나는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며 카메라나 녹음 장비가 없는 걸 확인했다.

다행히 없네.

그 사이 배재혁이 마저 말을 이었다.


“저쪽 팀은 시온이나 제이 형처럼 댄서 포지션이 있으니까 이해해.”

“······.”

“근데 우리 팀엔 다들 보컬이랑 랩 포지션인데, 댄스에 이렇게나 비중을 둬야 해?”


그러니까 네놈 말은. 다 같이 스탠드 마이크 세워두고, 무대에 두 다리가 박힌 것처럼 가만히 서서 입만 뻥끗대며 노래만 하자고?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나는 이미 50개는 새긴 것 같다.

51번째 참을 인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말을 고르고 또 골랐다.


“너 보컬리스트 할 거야?”

“······.”

“아니잖아. 아이돌 할 거 아니야?”


아이돌 한다는 놈이 안무가 어쩌고 보컬이 어째?

별다른 호응이나 대답이 없길래 말을 이어갔다.


“데뷔부터 해. 데뷔하면 너 파트에 춤 안 춰도 아무도 뭐라 안 해.”

“······.”

“아니면 5년 연습하고 집에 가고 싶어?”


맞는 말만 해줬구만, 뭐가 그렇게 꼬운지 말없이 홱 째려본다.


“데뷔 맡아놨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무쪼록 다 너를 위해 친히 해주는 말이니까 대충 잘 새겨들었길 바란다.

지금 우리, 아니 네 상황에 보컬, 춤을 가릴 때냐.

배재혁은 별 대답 없이 휙 연습실로 돌아갔다.


‘멍청한 놈은 아니니까 대충 이해했겠지.’


자기도 연습 5년이나 하고 집에 가긴 싫을 거 아니야.

나는 정말 할 만큼 했다고 본다. 이제 신경 끄자.

벌써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한 저녁이었다.

나도 서둘러 연습실로 돌아가자, 어느새 10분이 다 흘러 이미 장비 세팅이 끝나 있었다.

제작진 측에서도 바로 연습을 시작해도 된다는 사인을 보냈다.

고개를 돌리자, 저쪽 거울에서 우정우에게 안무를 속성으로 과외 받는 배재혁도 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딱 10번만 맞춰보고 숙소 가자.”


배재혁도 별다른 군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렸으면 됐다.’


그렇게 생각하고 음원을 틀었다.

확실히 쉬는 시간 이전보다 분위기가 나아졌고 순조로웠다.



* * *



다음 날.

하루 종일 트레이너 평가가 있는 날이었다.

오전에 있는 팀별 보컬 수업부터 촬영이 시작됐다.


“와, 연제야···.”


노래가 끝나자마자 보컬 트레이너의 입에서 감탄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나 무의식중에 펜으로 박자 세다가 소름 돋았잖아. 네가 칼박에 딱딱 들어와서.”


그러면서 옷소매를 까서 제 팔뚝을 요란스럽게 보여주었다.

어제 내가 가져온 브릿지 파트였다.

별 볼 일 없어 보였던 파트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자, 배재혁의 어깨가 흠칫하는 게 보였다.


“네가 이 노래 설영이 다음으로 제일 잘해!”


참고로 설영은 이 파트의 원래 주인이다.


“감사합니다.”


나에 대한 칭찬을 얼른 갈무리하기 위해 인사를 서둘렀다.

다행히 트레이너도 다음 멤버에 대한 평가로 넘어갔다.


“영훈아, 정말 많이 늘었어! 네가 이 중에 제일 는 것 같은데?”

“······감사합니다.”


민영훈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원래 잘하던 애들을 제외하면 민영훈 실력이 가장 많이 늘긴 했다.

문제는 저런 와중에도 아이돌에 딱히 욕심이 없어 보인다는 거지만.

열심히는 하는데 의욕은 없어 보이는 놈은 나중에 따로 상담하기로 하자.

그렇게 오전에 보컬 수업이 끝나고, 오후에 안무 트레이너가 전원을 연습실로 불러 모았다.

방식은 합동 평가였다.


“오늘은 B팀부터 안무 봐볼까?”


트레이너의 말에 연도윤네 팀이 연습실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전주부터 청량함과 상큼함을 사발로 들이킨 것 같은 멜로디였다.

편곡은 프로그램에서 붙여준 작곡가와 작업했다고 들었는데, 제법 팀과 잘 어울리게 잘 뽑았다.


‘나쁘지 않네.’


특히 입사 첫날 봤을 때보다 지난 무대를 하고 난 후에 다들 능력치가 상승한 게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확실히 무대를 경험해 봐야 해.’


말 잘 듣던 지난 팀원들을 그리워하며, 카메라에 찍힐 만한 리액션도 했다.


“많이 늘었네? 시온이랑 제이 안무 잘 짰다! 잘했어!”

“감사합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B팀이 들어갔다.


“자, 다음. A팀 나와봐!”


트레이너의 목소리에 아까 B팀을 부를 때보다 더 기대감이 묻어나는 것 같다면 내 착각인가.


‘메인 댄서 두 명은 다 저쪽 팀에 있는데, 굳이 우리 팀을 왜.’


아무튼 이상하게 부담 어린 시선을 받으며 초반 대형을 맞춰 섰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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