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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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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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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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1화



“······201X 코리아 뮤직 어워즈! 한국 대중 음악상에서는 마지막으로 ‘올해의 노래’ 시상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금빛으로 화려하게 휘감은 드레스의 여성이 상체만 살짝 숙여 마이크에 가까이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손에 들린 큐카드를 한 장 뒤로 넘기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올해의 노래’ 시상에는 지난해 수상자이신 김남우 님께서 도와주시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작년도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한 김남우입니다.”


멀끔하게 차려입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오른쪽에 준비된 백스테이지에서 걸어 나와, 무대 가운데에 세워진 마이크 앞에 멈춰 섰다.


그때 식장 안으로 한 소녀가 자세를 한껏 낮춘 채 발소리를 죽이며 뛰어 들어왔다. 소녀는 [플레어], [구진우]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손에 든 무리가 모여 앉은 구역의 빈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의 노래상’은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사랑받고 또 불린 노래에 주는 상으로, 가장 영광스러운 상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 올해의 노래 후보, 화면으로 만나보시겠습니다.”


남자의 말이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 그 뒤로 있던 대형 스크린에 여러 곡이 제목과 함께 하이라이트 부분만 10초 정도씩 흘러나왔다.


“와, 후보가 정말 쟁쟁하네요. 제 X회 한국 대중 음악상. 올해의 노래! 영광의 수상자는!”


이미 전달받은 카드를 통해 수상자를 확인한 남자가 프롬프터에 적힌 대로 몇 초간 뜸을 들였다.


제발. 제발, 우리 오빠들. 제발. 앞으로 착하게 살게요. 제발!


귀밑까지 오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교복을 입은 소녀는 눈을 꽉 감고 두 손을 꼭 모은 채 중얼거렸다.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급하게 야자만 째고 달려온 터라, 미처 등에서 내려놓지 못한 빨간 배낭만이 쉴 새 없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아이돌 최초 수상이시네요! 그룹 플레어(FLare)입니다!”

“꺄아아아아!!”


역시 나중에 좀 혼나더라도 오길 잘했다!

소녀가 앉은 구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함성과 앞 구역의 박수 소리가 뒤섞여 식장 안을 가득 메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권위 있고, 공정하다고 평가받는 시상식.

음반 판매량 등의 상업적 성적이 아닌 오로지 ‘음악성’만을 평가하는 이 시상식은, 음악 인생에서 한 번쯤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불리며,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꿈의 무대였다.


당연하게도 매년 비아이돌의 축제였던 이 자리에, 최초로 아이돌을 후보로 올리기까지 거센 반발도 예상되었다.

그러나 식장 안의 모든 아티스트들은 한마음으로 일어서, 얼떨떨하게 서 있는 플레어 멤버들을 향해 박수와 악수를 건네며 얼른 무대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등을 밀었다.


“어······ 안녕하세요. 그룹 플레어의 리더 구진우입니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 보이는 구진우는 멤버들보다 두 걸음 정도 앞에 나와, 힘겹게 마이크를 쥐었다.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 정말 몰라서요······. 사실 후보에 올랐다는 걸 전해 들었을 때 기뻤지만, 수상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해서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손에 든 트로피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구진우를 향해 다시 한번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후보에 올라 시상식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도 멤버들끼리 마냥 기뻤습니다. 무엇보다도 저희 노래가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사랑받았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이렇게 큰 상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이크 앞에 선 구진우가 먼저 고개를 숙이자, 그 뒤로 선 멤버들 역시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를 함께 빛내주신 선후배 아티스트분들과 함께 앞으로 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우리 블레이즈! 고마워요!”


앞에 살짝 걸어 나온 노란 머리 멤버가 발랄하게 외쳤다. 권위 있는 시상식인 만큼 다소 경직되어 있었던 분위기가 그 한마디에 약간은 풀어지며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노란 머리 멤버가 원래 위치로 돌아가고, 다시 구진우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희 HP엔터 권혁필 사장님 감사합니다! 저희 플레어 키우시겠다고 집도, 차도, 심지어 약혼반지도 다 파신 분이세요.”


구진우의 농담에 다시 한번 객석에서 좀 전보다 더 커진 웃음소리가 터졌다.


“······고아였던 제게 음악 하자며, 재능 있다며 끈질기게 설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요즘 너무 행복합니다. 형, 형은 제게 부모이자, 형이자, 유일한 가족이에요. 감사합······.”


쿠우우웅!!!


“······!!”


구진우의 수상 소감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한 마디는 완성되지 못했다.

무대 정중앙에 놓인 마이크를 비추던 조명이 떨어졌고, 그 바로 아래에 서 있던 구진우는 조명에 맞아 그대로 쓰러졌다.


“꺄아아아아아악!!!”


아까와는 달리 패닉으로 덮인 비명이 식장을 메웠고, 인터넷으로 생방송 중이던 화면은 급하게 종료되었다.


[방송사의 사정으로 송출이 중단되었습니다.]


까만 화면에 하얀 글씨만이 떠 있었고, 생방송을 챙겨보고 있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단독] 구진우, ‘한대음’ 수상소감 중 조명 결함··· 응급실行]


이 짧은 기사 한 줄만이 포털 사이트 메인에 몇 시간째 걸려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자정.


[[속보] 플레어 구진우 사망··· “무대 결함 조사 중”]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후속 기사가 연예면에 쏟아져 나왔다.


[1 구진우 사망]

[2 한국대중음악상]

[3 구진우]

[4 플레어]

[5 올해의 노래상]

[6 플레어 구진우]

[7 구진우 부상]


그리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충격적인 사건은 실시간 검색어 1위부터 20위까지를 며칠 동안이나 장악하고 나서야 조금씩 잠잠해졌다.



* * *



“······윽.”


발가락부터 손가락까지 피가 도는 듯한 이질적인 느낌에 인상이 절로 구겨졌다.

분명 누워있는 것 같은데 등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바닥에, 온몸이 쑤시고 배겨 미칠 노릇이었다.

귓속에서는 비명과 사이렌 소리, 그리고 바이털 소리가 울렸다.


“으윽.”


무언가에 심하게 부딪혀 양쪽으로 갈라질 것만 같은 고통이 정수리를 강타해 두 번째 신음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도저히 통증이 가시질 않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주위를 둘러봤다. 사실 크게 둘러볼 것도 없다.

누렇게 색이 물들어 얼룩덜룩한 벽지로 둘러싸인 작은 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서둘러 작게 난 창문을 열었다.

끼이익 소리를 내며 힘겹게 열린 창문은 절반이 벽돌에 가려졌지만, 그럼에도 그 나머지 절반에 매달려 상쾌한 공기를 조금이라도 폐에 주입했다.


“······후우.”


정수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조금이나마 가시고 나서야 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는 구석에서 메케한 연기를 뿜으며 내 정신을 교란하는 저 녀석에게 부어줄 물을 받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익!!”


사람이 진짜 놀라면 비명도 잡아먹힌다더니.

무언가에 먹힌 듯 짧게 잘린 비명이 내 입에서 하찮게 터졌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으레 하듯이 천천히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봤다.

살아있는 인간의 따뜻한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지니 공포감이 한층 더 솟았다.

덜덜 떨리는 손을 반대 손으로 부여잡고, 서둘러 좀 전까지 누워있던 차렵이불 옆에 놓인 지갑을 집었다.


[주연제]


지갑 속에 나란히 꽂혀 있는 주민등록증과 학생증의 이름이 ‘주연제’ 하나를 가리켰다. 딱히 더 얻을 정보 없이, 이번엔 옆에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이건 또 왜 이렇게 커.”


내가 생전에 쓰던 최신형 스마트폰보다 액정이 훨씬 넓어진 것 같은 휴대폰 화면을 두어 번 두드렸다.


“······!”


미친.


[202X. XX. XX (월)]


잠금화면 속 날짜를 보고 휴대폰을 집어던질 뻔한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10년이나 지났다고.”


환생 뭐 이딴 건가.

그런데 그냥 곱게 살려준 것도 아니고, 내가 죽은 지 10년이 흐른 이 시공간에 나를 던져둔 거다.

받아들이자.

모르는 사람 몸에 들어온 것과 죽은 지 10년 후에 다시 태어나는 것 중에 뭐가 더 충격적이겠냐. 그렇게 생각하고 숨을 깊게 내쉬었다.


“······!”


외계 기술인가.

비밀번호나 패턴이 뭘까 고민하는 찰나, 휴대폰을 한번 스윽 쳐다보니 그대로 잠금이 풀려버려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더 이상 시간을 뺏기지 않게 서둘러 수화기 아이콘을 눌러, 최근 통화 기록을 살폈다.


[02-XXXX-XXXX]


불과 약 15분 전에 통화를 마쳤다고 찍혀 있는 번호에 대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네, 한국 대학교 입학처입니다.”


대학교 입학처라니.

몇 번의 통화음 끝에 연결된 전화에서는 뜻밖의 멘트가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요. 한 15분 전쯤 전화드린 주연제라고 하는데요.”

“아, 네~ 그런데 좀 아까 여러 차례 안내해 드린 바와 같이 한번 입학을 취소하셨으면 번복이 안 되세요~ 이미 추가 번호 1번이셨던 분께 확인 전화를 다 돌려서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술술 풀어주는 입학처 직원 덕에 상황 파악이 대충 끝났다.


“예, 감사합니다. 그럼 전화 끊겠습니다.”


통화가 종료된 휴대폰을 가만 내려다보다, 〇〇은행이라고 쓰여 있는 어플을 눌렀다.

이번에도 휴대폰을 스윽 한번 쳐다보는 걸로 모든 잠금이 풀렸다.


[출금가능금액 673,900]

[202X.XX.XX(금) | 정착금 | +2,000,000]

[202X.XX.XX(금) | △△PC | -18,400]

[202X.XX.XX(토) | 보증금 | -1,000,000]

[202X.XX.XX(토) | 월세 1 | -300,000]

[202X.XX.XX(일) | ☐슈퍼 | -7,700]


이게 다다. 그리고 사용처들은 대강 유추가 되었다.


“보육원에서 정착금을 지원받고 나와서 이 방을 구했고. 대학은 합격했는데 등록금이 없어서 입학 취소했고. 비관해서 자살하려고 했고.”


주연제에겐 절절한 사연이었겠지만, ‘구진우’에겐 너무 익숙한 이야기라 더 특별할 것도 없었다.

부모님 계신 행복한 가정의 아들이었다면 몸을 빌려 쓸 때 조금은 죄책감이 들었을 것 같다.

이 몸을 찾을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서둘러 휴대폰과 지갑을 챙겼다.


“죽기는 싫었던 건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기 전, 테이프 자국 하나 없이 깔끔하게 열린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모르지 나야.”


하려던 생각을 접었다. 주연제의 생각을 알 길이 없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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