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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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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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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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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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화

DUMMY

11화



트레이너 점검 겸 촬영이 모두 끝났다.


“저희는 각도를 좀 더 맞춰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안무가 좀 산만해 보여서.”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는 안도감에 잠시 폈던 얼굴들이 금세 구겨졌다.

한숨을 푹푹 내쉬는 팀원들과 작은 연습실로 이동하기 위해 복도를 걸었다.


“······?”


뭐야.

굳이 널찍한 복도를 두고, 벽에 붙어서 걷고 있던 내 어깨를 어떤 놈이 치고 지나쳤다.

배재혁이었다.

쟤 지금 나 친 거야?


“연제야, 괜찮아?”

“네. 뭐.”


연도윤이 걱정스럽게 물어와 대충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얼른 주위를 둘러봤다.

복도 양쪽 끝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두 대 있는데, 불이 들어왔는지가 보이질 않는다.

돌고 있는 건가.


“재혁이가 원래 저런 애가 아닌데 왜 저러지···.”

“괜찮아.”


본인 일인 것마냥 변명하는 이시온에게도 대충 대답해 주었다.

그새 배재혁은 어느 방으로 들어가 버렸는지,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쯧. 누가 어린 놈의 새끼 아니랄까 봐.


“빨리 연습이나 하자.”


연습실의 두꺼운 방음문을 열어젖혔다.

저딴 인성질에 놀아줄 이유는 없다.


‘어차피 나중에 크게 한번 X 되면 저절로 고쳐지겠지.’


저대로만 커 준다면 나 아니어도 저 성질머리 고쳐줄 인간들은 연예계에 널렸다.

그 업계가 원래 좀 그래.


“찬영아. 너는 팔 뻗는 동작 100번 하고.”

“혀엉······.”

“제대로 하면 50번.”


정찬영이 더 이상의 협상 의지 없이 터덜터덜 연습실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정찬영을 보내고 나니, 구석에 앉아 있는 연도윤이 눈에 띄었다.


“도윤 형?”

“어?”


어딜 혼자 쉬려고.


“형도 찬영이랑 50번이요.”

“······응.”


전생에선 140도 팔 뻗기 이딴 동작만 100번씩 시킬 때 진짜 빡쳤었는데.

이제 보니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시온아.”


슬그머니 제게 유리한 안무 연습 쪽으로 빠지려던 이시온을 붙잡았다.

어딜 가. 너는 보컬 해야지.


“아까 음정 떨어진 부분 다시 불러봐. 안무랑 같이.”

“어, 어디?”

“1절 벌스.”

“어,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음정이 떨어졌으니까 알지.

너네가 둔한 거야. 너네 음감은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거냐.

따위의 말들은 다행히 목젖에서 자체적으로 검열되었다.


“그냥 딱 들으니까 알겠던데. 티 났어.”


그렇다기엔 아까 트레이너 형도 모르고 넘어가긴 하더라.

역시나 이시온은 내 대답이 그다지 만족스럽진 않다는 얼굴을 하고도, 결국 조용히 MR을 틀었다.


“내일이 무대니까 컨디션 조절할 겸 딱 50번만 맞춰보고 숙소 가죠.”


‘오십번’이 어느 집 개 이름인 것처럼 해맑게 말하는 주연제의 입을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내일이 드디어 무대다.

주연제를 제외한 세 사람은 왠지 날짜가 바뀌기 전까지 숙소에 돌아가긴 글렀다고 생각하며 대형을 맞춰 섰다.



* * *



금요일 밤 9시 59분.

HP 엔터테인먼트 데뷔조 연습생 숙소 거실에 놓인 TV는 진작에 Mshow 채널에 맞춰져 있었다.

앞선 프로그램이 끝나고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Mshow [크러쉬운(Crush-On)] 1화]

[대망의 1화! HP엔터 데뷔조 연습생 드디어 공개!]

[59초 후]


오른쪽 위에는 프로그램명과 한 줄 요약 멘트가 떴다.

그 밑에 뜬 시간이 초 단위에 접어들자, 정찬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 1] 팻말이 붙은 방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방안에서 들리던 말소리가 끊겼다.


“형들, 이제 곧 방송 시작할 것 같습니다.”

“어, 나갈게.”


곧바로 방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대화 중이던 주연제와 연도윤이 거실로 나왔다.

오늘은 다 같이 거실에 모여 <크러쉬온>의 첫 방송을 봐야 했다.

예전엔 이런 것도 없었는데.

요즘은 1화를 연습생들끼리 보며 리액션 컷을 따는 게 서바이벌 프로의 트렌드라나.

나가보니 이미 2층 침대 두 개가 다 사내 놈들 6명으로 가득 찼다.

주요 각도를 찍을 만한 곳곳에 제작진이 미리 설치해 둔 카메라들도 보였다.


“도윤 형, 얼른 와요!”

“연제도 얼른 와!”


다행히 방송 촬영 일주일 차 짬밥들답게 표정 관리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내가 자리를 짧게 스캔하는 동안 연도윤은 벌써 어딘가에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나도 정찬영과 우정우 사이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아직 시작하기까지 몇 초간 남아, 방송을 기다리며 휴대폰으로 연예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OnAir | 엠쇼 크러쉬온 1화 달글 (121)]


아이돌 덕질 좀 한다 하면 필수적인 사이트답게 이미 달글이 파져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런 문화는 똑같군.

대충 쓱 훑어본 댓글들에는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반으로 갈렸다.

아주 무관심은 아니란 소리다.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며 휴대폰을 껐다.


“······시작한다!”


3초, 2초, 1초를 지나 드디어 1화가 방송을 탔다.


어두운 무대 위로 4명의 남자가 올라와 무대를 꾸민다.

사람의 형체만 갖췄을 뿐 어두워 잘 분간이 가질 않는다.

그리고 그들 뒤로 4명의 남자가 추가로 등장한다.

총 8명의 검은 그림자가 서로 경쟁하듯 무대를 누비고 하얀 연기가 피어나자, 휘갈긴 글씨체로 방송 타이틀이 떴다.


[Crush-On]


[4월의 어느 날]

[HP 엔터테인먼트 연습실]


화면에 자막이 타이핑되고, 연습실에서 각자 개인 연습 중인 남자 8명이 등장했다.


‘다행히 회사의 이미지 차원에서 사옥 외관은 찍지 않기로 했나 보군.’


곧바로 연습실에서부터 장면이 시작되는 것에 내심 꽤 크게 안도했다.


“······?”


1화가 시작되고 본인의 얼굴이 방송을 타면 시끄럽게 반응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주변이 잠잠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분위기가 차게 얼었다.


‘긴장한 건가.’


방송을 하긴 해야 할 텐데.

지금 이 순간도 다음 주나 다다음 주 방송으로 풀릴 분량을 촬영 중이었다.

뭐··· 알아서 입들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자 마음먹고 시선을 다시 TV로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 누가 봐도 소속사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권혁필: 플레어(FLare)의 계보를 잇는 보이 그룹을 준비 중인데요.]

[권혁필: 도윤아, 너 연습한 지 얼마나 됐지?]

[권혁필: 아무래도 연습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경쟁’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권혁필: 재혁아. 어쩌냐. 연습 이틀 한 연제가 5년 연습한 너보다 보컬이 안정적이네.]

[권혁필: 저라고 왜 마음이 안 아프겠어요. 다 제 손으로 뽑은 자식 같은 녀석들인데.]

[권혁필: 도윤아, 정우야. 이제 두 달 된 찬영이랑 영훈이가 왜 너네보다 나은 것 같지?]

[권혁필: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새로운 자극을 줘야 했어요. 따끔하게 정신 차릴만한.]


연습실에서 한 잔소리 컷과 사장실에서 한 인터뷰 컷이 교차 편집되어 내레이션처럼 흘렀다.

왠지 딱 예상했던 편집 그대로였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건 참 일관적이라니까.

그다음으로는 연습생들의 그간 연습 영상이 담겼고, 순서상 마지막으로 내가 보컬 연습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분량은 짧았지만, 저음에서 한 번에 고음으로 뻗어 올라가는 파트를 굳이 편집해서 넣어주었다.

공들여준 건가.

덕분에 방송이 끝나고 확인했을 때, 당시 약간의 소란이 일었었다.


- 엥 방금 뭐임···

- 쟤가 주연제야?

- 아까 다른 애들 꼽주던 거 이해감

- 연습기간 구라 같은데ㅋㅋ

- 연습 3일차가 서바 나와도 됨ㅋㅋ?

- 저 정도 하면 나와도 됨

- 메보 각

- 응 편집빨


이미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지만 한참이나 더 주연제의 보컬에 대해 논하기 바빴다.

그만큼 주연제의 보컬은 짧지만 강렬하게,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었다.

곧이어 개인 인터뷰 컷이 삽입되었다.

1차 미션이 공개되기 전에 한 명씩 불려 나가 찍었던 사전 인터뷰였다.

질문이 뭐였더라.


[가장 견제되는 연습생은 누구예요?]

[연도윤: 주연제 연습생이요.]

[민영훈: ······주연제 형이요.]

[정찬영: 연제 형입니다.]


연습생들의 대답을 짧게 편집하여 이어 붙였다.

정확히는 6명이었다. 배재혁만 빼고.

아마 ‘저 자신이죠’ 이딴 재미없는 답변을 했을 거라 예상해 본다.

그러니 주연제로 포커싱 하고 싶은 제작진들에겐 불필요한 컷이라 편집되었을 것이다.

내 대답도 곧이어 자막과 함께 등장했다.


[사전 인터뷰에서 몰표를 받은 주연제 연습생!]

[주연제 연습생이 가장 견제되는 연습생은?]

[주연제: 전부 다죠. 다 제 경쟁상대예요.]


“오오~~”


내 대답과 동시에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가장 먼저 이 이상한 소리를 낸 주범, 이시온과 눈이 마주쳤다.


“헐 나 연제한테 견제당했다~”


······끝까지 놀리는군.

주위에서 놀리는 소리가 지속됐지만 딱히 반응해 주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트레이너들의 사전 인터뷰도 나왔다.


‘언제 찍은 거지?’


항상 검은색 옷만 입고 다니는 둘이라 촬영 날짜를 짐작할 수가 없다.


[어떤 연습생이 가장 기대되시나요?]

[보컬T: 연제요.]

[안무T: 주연제 연습생이요!]


또···? 이렇게까지···?

계속 내 이름만 불린다. 오늘 평생 들을 내 이름을 다 들은 것 같다.

이쯤 되면 내 이름을 말해달라는 부탁이 들어갔거나, 다른 곳에서 불린 내 이름을 갖다 붙인 게 아닌가 싶다.

좀 민망한 마음에 눈을 돌리다가 배재혁과 눈이 마주치자, 배재혁 표정이 썩었다.


‘저 새끼 저거 표정 관리 또 안 하네.’


요 며칠 표정 관리에 실패하는 배재혁을 하도 마주했더니 이젠 새삼스럽지도 않다.

TV에선 첫 번째 미션이 공개되고, 뒤이어 숙소 씬이 나오고 있었다.

가위바위보도 지고, 뽑기에도 실패해 결국 마지막 거실 멤버가 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안타깝다.


“형. 그래도 이제 거실 좋지 않습니까?”

“그래, 좋다.”


옆에서 말 걸어오는 정찬영에게 방송용으로 적당히 반응해 주었다.

이쯤에서 중간 광고가 삽입되었다.

광고 시간 동안 잠시 시끄러워졌던 인터넷은, 2부가 시작됨과 동시에 반응 올라오는 속도가 다시 느려졌다.

슬슬 무대가 나오려나.

역시나 2부의 배경은 더 이상 회사 연습실이 아닌, 대학로의 한 소극장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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