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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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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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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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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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화

DUMMY

12화



A팀의 무대가 끝나고, 별다른 평가 없이 곧바로 우리 팀의 무대가 이어졌다.

옆에서 숨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이미 결과를 알고 보는데도 긴장되는 모양이군.

남 말 할 처지는 아니다. 사실 나도 약간은 긴장됐다.

뭘 해도 주목받던 플레어의 구진우 시절과는 달리, 주연제로서 무대를 꾸민 건 처음이니까.

우리끼리 만족스러운 무대였다 한들, 제일 중요한 건 역시나 대중 평가다.


멜로디 소리를 확 줄인 채 쿵쿵대는 박자만 울렸다.

멜로디 없이도 들어본 듯 익숙한 박자에, 숨죽이고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손이 저절로 리듬을 탔다.

쓰리피스 슈트 차림의 4명의 남자들은 각자 손에 지팡이 하나씩을 쥐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 어, 나 이 노래 아는데? 이거 그 영화잖아!


템포가 살짝 빨라지긴 했으나, 워낙 유명한 노래라 시청자들은 금세 노래를 눈치챌 수 있었다.

가운데에 정렬했던 대형이 반으로 갈라지며, 도입부를 맡은 주연제가 지팡이로 정면을 총처럼 겨눈 채 등장했다.


[I can feel it in the air

I hear screams from everywhere

But the signal doesn’t reach you

Right, this is an emergency]


가사나 멜로디는 원곡을 그대로 살렸지만, 전혀 색다른 곡처럼 느껴지게끔 편곡되었다.


- 심지어 무반주?


아무런 반주도 없이 사이렌 소리만 희미하게 깔린 파트에 주연제의 목소리가 입혀지자, 임팩트가 두드러졌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시청자들은 내가 노렸던 포인트에서 정확히 예상대로 반응해 주었다.


[산산이 조각나버린 세계의

퍼즐을 긁어모아 끼워 맞춰

다시 이어진 우리의 세상

Piece and Peace]


원곡의 힙합 파트는 팀 내에 래퍼 포지션이 없기에 연도윤과 이시온의 보컬 파트로 편곡되었다.

일부러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개사해 변화를 주었다.


[Can’t be scared (겁먹지 마)

Don’t be worried (걱정하지 마)

Just tell me

all the problems you’ve got]


정찬영이 앞으로 걸어 나와 파트를 소화했고, 주연제가 그 옆으로 섰다.

각도를 약간 빗겨 섰기 때문에 화면을 통해 정면에서 무대를 볼 땐 흡사 정찬영의 그림자처럼 보였다.

그렇게 주연제가 더블링을 맡아준 덕분에 다소 부족한 정찬영의 보컬이 표나지 않게 묻혔다.

지팡이를 활용한 군무가 딱딱 맞아떨어지자 그들의 연습량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곡은 금세 후반부를 향했다.


[I can feel it in the air

I hear screams from everywhere

But the signal doesn’t reach you

Yeah, this is an emergency]


주연제의 아웃트로에 맞춰 4명이 동시에 뒤를 돌았고, 무대 뒤편으로 걸어 들어가며 등 뒤로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던졌다.

인트로와 마찬가지로 멜로디 없이 사이렌 소리가 울리다가 서서히 페이드아웃 되며 끝났다.

내가 봐도 완벽한 무대였다.

관객 반응이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그 대신 인터넷 반응이 좋았다.


- 미친.

- 이 간 게 느껴짐

- ㄹㅇ 독기다

- 저 정도 맞추려면 연습을 대체 얼마큼 해야 하냐


무대가 끝남과 동시에 욕설 초성으로 도배된 댓글 창은 쉽게 읽을 수 없는 속도로 올라갔다.

하지만 무대 준비부터 본 무대까지 전부 보여준 A팀과 달리 우리 팀은 무대만 나왔을 뿐, 준비 과정이 안 나왔다.

시청자들은 슬슬 궁금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댓글들은 정확히 제작진의 의도대로 반응했다.


- 잘렸나?


시청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때쯤, 방송의 흐름상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뒤로 미뤄졌던 무대 준비 과정이 방송을 탔다.

이윽고 잠깐 잠잠해졌던 댓글 창은 다시 한번 불타올랐다.



* * *



나 역시 준비 과정이 방송을 타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나 지금이나 분량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는 우리 팀의 연습 분량이 증발 상태였다.


[3일 전]


그때 갑자기 화면이 역으로 되감기 되더니 자막이 떴다.

요즘 편집 스타일인 건가.

확실히 연습부터 무대까지 시간순으로 보여준 A팀보다 우리 팀의 분량이 더욱 임팩트 있게 느껴졌다.


“······?”


그렇게 생각하며 만족하고 있는데 불 꺼진 숙소가 다시 등장했다.

잘 준비를 마치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운 4명이 보였다.

연습실이 아닌 숙소라니. 이게 뭔.


- 숙소 방 배정 직후인가?

- 옷 보니까 그런 듯

- ?????


그러잖아도 무대 준비 과정을 갈구하던 사람들의 궁금증은 극에 달했고, 때마침 상황을 설명해 줄 자막이 떴다.


[현재 시각 11:30 PM]

[거실 CAM]

[연제의 한밤중 곡 서치]


- 애들 다 자는데?

- ㄴㄴ 한 명 안 자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불빛 보임.


댓글들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


‘설마.’


그렇게 생각할 무렵, 어둠 속에서 불빛 하나가 등장했다.

휴대폰의 화면 밝기를 최대로 어둡게 조정하고 이불 속에서 켠 모양인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일 정도로 불빛은 희미했다.


[▶︎▶︎ 2배속]


휴대폰 불빛을 이불로 가린 채 한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장면이 2배속으로 빠르게 흘렀다.


[▶︎▶︎ 30분 경과]

[현재 시각 12:00 AM]


이 자막과 함께 불빛이 사라졌다.


“······.”

“연제야 이렇게 됐던 거였어?”

“······예, 뭐.”


곡 찾기의 전말을 알게 된 연도윤이 반응해 왔다.


“저희 다 잘 때 찾으신 줄 몰랐습니다!”


옆에 앉은 정찬영도 괜히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모르는 게 정상이다.

내가 불빛 티 안 나게 하느라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저 불빛을 눈치채고 굳이 확대해서 편집한 방송국 놈들이란.

그렇게 다음 날, 연습실에 모여 앉아 주연제가 곡을 들려주는 장면이 등장했다.

그러자 퍼즐이 맞춰지며 시청자들은 한발 늦게 드디어 이해했다.


- 어젯밤에 찾던 게 이 곡이었구나!


[도윤: (연제가) 언제 찾았는지 곡 하나를 들려줬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시온: 안무를 함께 짰는데 (연제가) 무대 구성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더라고요!]

[찬영: (연제 형이) 너무 든든했습니다.]


개인 인터뷰 컷 역시 적절하게 삽입되었다.

확실히 주연제의 활약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편집에 공을 들인 티가 났다.

적당히 의견 정도 냈겠지 싶었던 시청자들은 곡 선정부터 편곡, 개사, 안무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주연제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것도 3일 만에.

이후로는 곡이 완성되고, 빡센 연습 스케줄 속에 무대를 완성해 가는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 저렇게 4명 그대로 데뷔 시켜줘ㅠㅠ

- 무해하다 무해해

- 조별과제 희망편


네 명이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의견을 공유하며 연습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은 편안하게 지켜봤다.

방송 1화 만에 연습생들과 깊게 교감을 나눈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데뷔를 외쳤다.

워낙 준비 과정에서 사건 사고가 없던 터라, 겨우 방송을 탄 갈등이래 봤자 제작진과 멤버들 사이에 일어난 충돌뿐이었다.

멤버들이 총을 사용한 안무를 구상하자 제작진 측에서 막은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연제: 원래 총으로 하려고 했는데 심의 규정상 (안된대요.) 아쉽지만 도윤 형이 지팡이로 하자고 해주셨어요.]


- 원래 지팡이가 아니라 총이었구나

- 연제 속상한 표정 졸귀 미안하다 이런 누나라

- 주연제 연습 주도할 땐 으른 같더니 속상한 일 생기니까 바로 형한테 이르는 것 좀 봐ㅋㅋ

- 방통위가 잘못했네


지금 봐도 총이 아닌 게 아쉽긴 하다.

그래도 지팡이로 그 맛이 살지 걱정했던 것보단 무대가 잘 뽑혀서 다행이었다.

심각하지 않은 수준의 적당한 갈등이라, 인터넷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시간이 흘러 무대 당일이 되었다.

그러나 연습실에서 즐거웠던 분위기와 달리, 당일 대학로 소극장에 도착한 멤버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백스테이지]

[도윤: 연제야 너는 긴장 안 돼···?]


화면 속에선 연습생 짬밥이 있는 두 명과 10년 넘게 시합으로 다져진 운동선수마저 긴장감에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침대에 앉은 채 고개를 돌려 TV를 보고 있는 팀원들을 쳐다봤다.

지금이랑 별반 다를 바 없군.

TV 속 세 사람이 하도 떨다 보니 내가 비교적 떨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별로 안 떨린 것도 맞지만.


[연제: 저는 안 떨려요.]

[연제: 우리 연습 많이 했잖아요. 근데 왜 떨려요?]

[연제: 자신 없는 애들이나 떠는 거예요.]


- 엥 진짜로 안 떠는 것 같은데?

- 인생 몇 회차냐

- 쟤 진짜 아이돌 하려고 태어났나 봐···


반응이 좋았다.

재수 없게 보일까 걱정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나를 더 좋게 봐주고 있었다.

편집 덕분인가?

연습 과정을 빌드업으로 쌓아준 덕분인지, 재수 없다기보단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렇게 무대가 끝난 이후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무대 아래에 앉아 지켜보고 있던 트레이너들이 평가를 위해 마이크를 쥐었다.

먼저 A팀에 대한 평가가 짧게 끝났고, 곧바로 우리 팀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보컬 트레이너: 훌륭하네요. 이야, 인트로를 무반주로···.]

[보컬 트레이너: 어제보다 훨씬 늘었는데? 아주 편안하게 잘 들었어요.]

[댄스 트레이너: 동선이나 무대 구성은 너무 좋았어요.]

[댄스 트레이너: 근데 군무 부분에선 동작들이 너무 심플하지 않았나···.]


마지막으로 권혁필의 총평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권혁필이 천천히 마이크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


[권혁필: 두 팀 다 잘 봤고. 확실히 경쟁을 붙여놓으니까 확 더 사네!]


가볍게 농담을 던지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뗐다.


[권혁필: 이번엔 B팀이 더 잘했다. 두 팀 다 수고 많았고.]

[B팀 전원 : 감사합니다!]


알고 봐도 기분 좋은 우리 팀의 승리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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