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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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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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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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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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화

DUMMY

7화



“안녕하세요.”

“어~ 오늘도 연제 일찍 왔네~”


회사 1층으로 들어가자, 진작 출근한 직원들이 아는 체를 해주었다.

설마 오늘도··· 하는 마음에 서둘러 2층 연습실로 올라갔다.


“······허.”


역시나 연습실엔 불이 꺼져 있다.


달칵.


불을 켜고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내가 불을 켜고 있다.

즉 내가 제일 일찍 출근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한 우스갯소리를 본 적 있다.

국내 일류 대학에 수석 입학한 학생의 합격 수기였나.


[독서실에 마지막까지 남아 공부했다. 내가 제일 공부를 잘하는데, 내가 제일 열심히 한다.]


아마 이거였을 거다.


‘내가 딱 그 꼴이잖아.’


등교하는 미성년자 애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다 큰 성인 놈들은 대체 뭘 하느라 연습들을 안 해?

나 때는 연습실에서 연습하다가 잠들고, 그대로 연습실에서 깨면 곧바로 연습하고 그랬는데.

그냥 연습실에 있는 게 제일 마음이 편했다. 집 같았다.


“······빠져가지고.”


무슨 자신감들인지.


“트레이닝 수업 때 그따위로 해놓고도 잠이 오나.”


진심으로 궁금하다.

천천히 스트레칭을 하며 밤사이 굳었던 몸을 풀었다.


“······?”


그때 누군가가 복도를 걸어가는 모습이 연습실 정면 거울에 비쳤다.

서둘러 따라 나갔지만 복도에서는 이미 모습을 감추고 없었다.

그러나 깜깜하던 아까와 달리, 개인실 한 곳에 켜진 불이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

슬그머니 다가가 문에 난 투명한 창을 통해 그 속에 들어있는 사람의 존재를 확인했다.


‘배재혁?’


의외···는 아닌가. 열심히 하는 게 눈에 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이 시간에 연습하러 나오는 게 대견할걸.’


날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것 같긴 하다만.

눈이 마주칠 때마다 미간을 살짝 구기고 고개를 돌리던 모습이 생각났다.

말도 안 나눠본 것 같은데 대체 왜 그러는질 모르겠다.


“음- 음-”


그때 연습실 안에서 목 푸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이내 연습곡 하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역시 괜찮네.’


단체 트레이닝 때 들어도 괜찮더니 지금도 나쁘지 않은 실력이다.

그러니 내가 이름도 외워줬지.

엊그제 트레이닝에선 A- 정도였는데, 오늘 보니까 A를 줘도 될 것 같다.


‘춤도 잘 췄지.’


보컬에 이어 안무 트레이닝 때도 괜찮았다.

춤을 자연스레 익힌 게 아니라 ‘배운’ 건지, 느낌이라곤 없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B+ 정도.


“밖에 누구세요?”


한참 노래를 듣고 있는데 배재혁이 갑자기 노래를 멈췄다.

문과 벽이 두꺼워 방음이 잘 되는 편일 텐데, 무언가 인기척을 느낀 듯했다.


‘······마주쳐봤자 좋을 게 없겠지.’


괜히 부딪히지 말자.

결국 몇 가지 해주고 싶었던 조언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그대로 연습실로 돌아가지 않고, 3층으로 올라갔다.


‘혁필이 형 있으려나.’


반쯤은 충동적이었다.

그냥 낯선 세계에 떨어진 후부터, 종종 과거의 날 알고 있던 사람들이 그리워졌다.

만나도 어차피 제대로 설명도 못 할 거면서.


“연제니?”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내려가려는데 등 뒤에서 한 목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아. 사장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어? 고민이나.”


아마 내가 3층까지 올라온 이유를 나름대로 유추한 모양이었다.


“아니요. 그냥 올라와 봤습니다. 다시 내려가려고요.”

“잠깐 들어왔다 갈래? 커피 한 잔 타 줄게.”’


어··· 그냥 슬쩍 보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예.”


그러지 뭐.

권혁필의 제안에 결국 사장실에 들어와 앉았다.


“믹스 커피 타줄까, 주스 줄까?”

“체중 관리해야 해서요. 그냥 물이면 됩니다.”


음료 냉장고 쪽으로 걸어간 권혁필을 두고, 사장실 내부를 쭉 훑었다.

오랜만이었다.

전생엔 이렇게 권혁필과 둘이 앉아 이야기 나눌 일이 잦았다.

플레어(FLare)라는 그룹 자체가 구진우를 중심으로 결성된 그룹이라는 말을 했던가.

덕분에 매번 이렇게 권혁필과 앉아 데뷔하게 될 그룹의 컬러나 컨셉, 비전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심지어는 당시 연습생이었던 멤버들의 상태까지 공유하며, 데뷔조를 함께 구상하기도 했다.

권혁필이 내 앞에 물 한 컵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는 자신을 위해 탄 커피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천천히 입을 뗐다.


“연습생 생활은 할 만하고?”

“예, 뭐. 재밌습니다.”

“재밌다니 다행이네.”


평범한 연습생 면담이 이어졌다.

물론 보통은 신인 개발팀에서 해주지만.


“체중 관리 이런 건 좀 힘들지 않아? 생각보다 제약도 많고.”


연습생 계약서를 작성할 때, HP 엔터의 연습생으로서 하면 안 되는 수칙들을 열몇 가지 전달받았었다.

또 어제부터는 신인 개발팀 팀장이자 직원이 체력을 기르고, 몸을 만들기 위해 체중을 관리하자고도 했다.

그러니 제약이 많은 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내겐 좀 뜬금없는 질문이라고 느껴졌다. 애초에.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거면 아이돌을 왜 합니까. 보여주는 직업을 택한 이상 관리는 당연한 거죠.”


당연한 거 아닌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거면 일반인으로 살면서 평범한 직업을 택하면 되지.

두 번째로 주어진 삶에서도 다시 아이돌이 되겠다는 건 내 선택이었다.


“우리 연제 마인드가 됐네!”

“······그나저나 오전 연습은 원래 자율이에요?”

“어?”


3층에 어슬렁어슬렁 기웃거린 이유를 드디어 밝혔다.

권혁필을 만나면 이 회사의 연습 시스템에 대해서 좀 물어보고 싶었다.

예전엔 우리 회사 연습생 트레이닝이 좀 빡셌던 것 같은데.

사실 ‘좀’이 아니라 ‘많이’ 빡셌었다.

오죽했으면 회사 중에 HP 엔터가 제일 힘들다고 당시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말들이 돈다고 전해 들었었으니까.


“며칠 보니까 다들 오후는 돼야 나오길래요.”

“아하. 오전은 자율 맞아.”

“그냥 의미 없이 여쭤본 거였어요.”

“······.”


뭐, 그러라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권혁필은 이제 겨우 며칠 된 연습생에게 회사의 치명적인 약점을 들킨 것처럼 굴었다.

가만히 있던 권혁필이 살짝 곤란하다는 말투로 말을 덧붙였다.


“옛날엔 우리 회사 트레이닝 시스템이 유명했을 때도 있었는데 말이야.”


아마 내가 기억하는 그때 그 시절을 가리키나 보다.


“요즘은 조금만 빡세게 굴려도 금세 힘들다고 나가버려서.”


권혁필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결국 시류에 편승했단 거군.

역시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요즘 애들이 나약한 게 맞았다. 어쩐지.


“연제는 매일 오전 연습 꼬박꼬박 다 참여하고 있다고 보고 받았어.”

“······.”

“잘하고 있어.”

“······.”


딱히 칭찬받으려고 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었다.


“예, 뭐. 당연한 건데요.”


전생에선 연습한다고 권혁필한테 칭찬받았던 적은 없던 것 같은데.

지금보다 훨씬 열심히 할 때도 딱히 연습량으로 칭찬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당연한 거였으니까.


‘요즘 애들이 진짜 연습을 안 하나 보네.’


그러니까 나 정도만 해도 확 티가 나지.


“······저 이만 연습하러 가보겠습니다.”


슬슬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래! 얼른 가봐야지.”

“예.”

“또 고민 같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올라오고!”


오늘 딱히 내 고민을 말한 것 같진 않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가보겠습니다.”


오늘의 대화가 만족스러웠는지 굳이 문 앞까지 배웅을 받으며 사장실을 나왔다.


“이따 잘하고~”

“이따요?”


대답도 해주지 않고 사장실 문은 닫혔다.

다시 열고 들어가 무슨 의미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러진 않았다.



* * *



오전에 있었던 권혁필과의 대화 마지막에 ‘이따가’의 의미를 오후에서야 알 수 있었다.

학교에 간 미성년자들의 하교 시간에 맞춰 모든 연습생은 연습실에 모였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제작진들과 회의실에서 짧게 만난 지 3일 만에 카메라가 연습실 곳곳에 설치됐다.

카메라가 ‘들이닥칠 것’이라는 권혁필의 말마따나 정말 들이닥쳤다.

······오늘부터 촬영할 거라고 그 누구도 우리에게 귀띔해 주지 않았다.

그놈의 ‘리얼함’이 뭔지.

연습생들은 생각보다 빨리 시작되는 촬영에 동요하는 한편, 미팅에 참석하지 못해 제작진과의 대면이 처음인 연습생들은 살짝 들떠 보였다.


“와 이게 다 몇 대야? 이거 다 저희 찍는 거예요?”

“우와 나 이제야 실감 나!”


아무래도 연습생들이다 보니 카메라가 신기한지 다들 두리번거렸다.

나도 적당히 두리번거리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연제야 너는 괜찮아?”


젠장. 어김없이 이런 질문을 받을 테니까.

고개를 옆으로 돌려 질문을 던진 사람을 확인했다.

연도윤이었다.


“아, 형. 카메라가 많으니까 떨리네요.”

“첫 촬영 잘해보자.”

“네. 형도요.”


연도윤은 나와의 대화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다른 애들에게도 다가갔다.

자신도 떨릴 텐데 여기저기 연습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말을 걸고 있는 듯했다.


‘전형적인 리더상 맞네.’


다른 건 사람 보는 눈이 없을지라도, 며칠 지켜본 결과 연도윤만큼은 참된 리더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플레어 리더는 저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음. 참고로 플레어 리더는 구진우였다.

분주했던 촬영 세팅 현장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연습생 여러분들은 자연스럽게 연습하는 장면 연출해 주시면 되세요.”

“네!”

“그러다가 사장님 오시면 자연스럽게 아는 척해주시면 되고··· 이건 연도윤 연습생이 해주시죠.”

“네.”

“나머지 분들도 인사하시면 되고··· 우선 지금 전달 드릴 사항은 여기까지고요. 나머진 자연스럽게 해주시면 되세요.”


그놈의 ‘자연스럽게’는 무슨.

제작진 측에서 극강의 ‘리얼함’을 추구하기 위해 모든 설명을 내다 던졌다.


“네!!”

“그럼 잘 부탁드려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에도 연습생들은 즐거워 보였다. 그럼 됐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우렁찬 조연출의 지시에 따라 카메라가 본격적으로 돌았다.

앞으로 몇 주간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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