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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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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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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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DUMMY

29화



“후우.”


짧게 숨을 한 번 내쉬고는, 방금 샤워를 끝내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휴대폰을 켰다.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알아보자.’


오늘 낮에 팀장님 호출을 받고 간 회의실에서 들은 내용의 전말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크러쉬온>이 막방을 앞두고 갑자기 잘되고 있는 이유를.

이제는 w 한 글자만 적어도 자동으로 주소창에 완성되는 익숙한 연예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덕질하는 분야가 카테고리별로 묶여있는 일명, ‘독방’.

그중에서도 <크러쉬온> 독방부터 우선 살펴봤다.


- 4차 생방 방청 컷 ㄹㅇ 빡셀 듯;

└ 찍먹만 하던 내 친구도 응모했더라

- 다들 예상하는 최종 라인업이 어떻게 돼?

- 방청 응모 폼 링크 터졌던 거 실화야?

└ 실화임... 무려 한 시간 넘게 복구 안 됨

└ 엠쇼와 힢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모...

└ ㅎㅇㅌㅇ 팬들까지 몰려서 더 난리인 듯

- 최종 데뷔 멤 추측해 보자! 일단 나부터!

- 아 마딧고 더 사야 하나;;;

└ 나 이미 7번 응모하긴 했는데 불안해서 3~4번 더 하려고;;

└ ㄱㅆ 아 나 3번 했는데 더 해야겠닼ㅋㅋㅋㅋ

└ 지금 냉동실 꽉 찼다고; 리얼로 평생 먹어야 함;;


예상대로군.

<크러쉬온> 자체가 시청자층을 점차 확보한 것도 맞지만, 그보단 하이타임 팬들의 유입 덕이 더 큰 것 같다.

아무래도 연습생 서바이벌 보단, 친숙한 구세대 아이돌 예능 프로가 접근성이 더 좋기도 하고.

그리고 거듭 언급되고 있는 저 ‘마딧고’라는 게 뭔가 살펴봤더니, 냉동식품이란다.

엠쇼의 모기업인 MJ에서 나온 거라던데.

이번에 MJ의 냉동식품을 4만 원어치 이상 구매 시, 응모권을 한 장씩 준 걸로 보인다.

그렇게 시청자들은 방청권도 아닌 방청 응모권을 인질 잡혀, 꽤 큰 금액들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아까 메인 작가 얼굴이 핀 이유가 있었군.’


다소 불쾌한 방식 같지만, 더 말 얹지 말고 넘어가자.


- 하 나 이번에 방청 갈 수 있을까?;;

- 무려 > 파이널+방청 <인데 못 가면 죽음뿐

- 녕제가 괜히 방청 컷 올려놓는 바람에 우리 애 못 보러 가게 됐네~ ㅅㅂ~

- 다들 방청 응모 몇 번 했는지 투표 좀 ↓↓ (탐넘 O)

- 만두랑 볶음밥 주위에 다 뿌리는 중; 방청 때문에 이게 뭔 지랄이냐...;; 근데 오늘 또 살라고...ㅎㅎ

- 방청 광탈 예정인 내 픽 : 도굥 우정 녕제 0훈 찬0


SNS 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응모권이 인질로 잡혀 필요 이상으로 돈을 쓰고 있다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고, 높아진 인기에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확실히 방송이 거듭되고, 이제 마지막 방송을 앞둔 시점에선 개인 팬 풍조가 짙어졌다.

프로필 사진부터 닉네임까지 각자 좋아하는 연습생들로 꾸며졌다.


‘보자.’


이름 세 글자와 ‘데뷔해’ 조합은 너무 흔하고.

예를 들면··· ‘Do-Re-Mi’ 라던가, ‘천제만제’, ‘벗(友)’ 등.

뭔가 철학적이고 은유적이라 누굴 응원하는 건지 이름만 봐선 알 수 없는 계정도 눈에 띄었다.

프사를 보고서야 ‘아, 얘를 응원하는군’을 알았다.

아무튼 그들 사이에선 매일 오르고 있는 인기와 높아진 방청 허들을 내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어떡하겠냐.’


우린 데뷔해서 이것보다 더 잘 돼야 하는데.

그러니 데뷔까지 지지해 주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보답할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왕이면 대면으로.

휴대폰 화면의 상태 바에 걸린 시계는 어느새 11시가 다 되어갔다.

거실의 유일한 광원이었던 내 휴대폰이 마침내 꺼지자, 완전한 암전이 되었다.



* * *



다음 날.

새벽부터 연습실에 모였다.

여전히 한 열흘째 팀별로 나누어 연습 중이기 때문에, 연습실엔 일명 ‘병아리’라 불리는 우리뿐이었다.


“형 꿈 같지 않아요···?”


잠깐의 휴식 시간에 연습실 바닥에 철퍼덕 앉자, 내 옆으로 민영훈이 바짝 붙어 앉았다.

이제는 옆에 따라붙는 카메라도 별로 의식하지 않을 만큼 많이 성장했군.


“······.”


그런 민영훈이 말하는 ‘꿈’ 같은 상황이라는 게, 어제 있었던 일인지, 막방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인 건지, 그것도 아니면 열흘 내내 4시간 이상 못 자서 멍한 정신 상태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만.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꼭 데뷔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다 같이.”

“······.”


제 나름 두 번째 의미로 해석한 정찬영이 그야말로 ‘꿈’ 같은 소리를 했다.

나는 이번에도 별로 해줄 말이 없어, 고개만 끄덕거렸다.

저쪽 팀엔 벌써 데뷔시킬 만한 인재가 가득 찼다.

어쩌면 이쪽 팀의 셋보다 가능성이 더 높을지도 모르지.

인원수라는 건 정해져 있으니, 분명 탈락자가 나올 것이고.

나도 나름 이놈들과 정이라는 게 들어버렸는지 이런 답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얘네들도 탈락 안 했으면 좋겠는데.’


함께 데뷔하고 싶다···라는 감정보단, 합격시켜 주고 싶단 감정인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가르쳐 놓은 애들이니까.


“······.”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무대 퀄리티를 높여주는 것뿐이다.


“저희 후렴 연습 한 번 더 하죠. 특히 표정들 신경 쓰시고. 여유롭게, 무대를 즐긴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그게 밴드의 매력이니까.”


내가 벌떡 일어나자, 나머지 셋도 재빨리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의 반복 연습이 끝날 때쯤이었다.


“다음 파트 넘어갈···.”

“얘들아, 호출!”


신인개발팀 팀장이 연습실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팀장의 다급한 모습이, 순간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팀장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


이틀 내리 회의실 소집이라니.

오늘은 제작진은 없군.


“······?”


그보다 쟤넨 연습 안 하나.

그렇게 회의실에 도착했을 땐 연도윤네 팀 팀원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4차 미션이 시작된 후로는 오며 가며 인사만 했지, 연습 과정을 지켜본 적이 없으니까.

연습은 어떻게 되어가느냐고 물을 만한 상황은 아닌 듯 보였다.

한 명은 울고 있고, 두 명은 표정이 굳었다.


‘······세 명. 그러고 보니 나머지 하나는?’


내가 묻기도 전에 팀장의 손이 더 빨랐다.

팀장은 재빨리 TV 화면에 컴퓨터 화면을 연결해 띄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확신의 우상향 그래프가 떠 있던 화면에, 오늘은 포털 사이트 연예 뉴스 탭이 떠 있었다.


[크러쉬온 배재혁, HEX와 비밀리 접촉?]

[‘막방 앞둔’ 크러쉬온 무슨 일... “배재혁 HEX로 가나”]


내가 말 안 했던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높은 화제성이라는 것이 꼭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정식 데뷔도 거치지 않은 우리라고 할지라도, 그만큼 가십거리가 된다는 뜻이다.

특히 업계의 때가 아직 덜 묻은 연습생들은, 행적을 조금만 조심 안 하면 곧바로 표적이 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배재혁의 행적이 기자들한테 넘어간 것 같은데.


“배재혁 연락은요.”

“······재혁이 연락 안 받아.”


내 질문엔 팀장 대신 연도윤이 대답했다.


“숙소에서 같이 나왔을 거 아니에요.”

“어젯밤에 숙소를 나갔나 보더라고.”


팀별로 연습 스케줄이 워낙 다르고, 방을 함께 쓰지 않다 보니 나도 몰랐다.

이래서 나 때는 매니저가 한 숙소에서 같이 지냈던 건데.

일단 우리는 현재 매니저 인력이 없으니 넘어가고.


“우선 우리 측 입장문은 기사로 냈는데···.”


배재혁 입을 통해 들은 게 없으니, 입장 표명을 잘못했다간 우리 꼴만 우스워질 수 있다.


‘뭐 하자는 거냐.’


하필이면 관심도가 제일 쏠린 이 시점에.

그렇게 일곱 명이서 하릴없이 회의실에 앉아 두어 시간이 흘렀다.

그때 바깥 상황이 소란스러워졌다.

직원 중 하나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와, 상황만 전달해 주고는 빠르게 나갔다.


“얘들아, 밖에 재혁이 왔대.”


우리도 서둘러 회의실을 나와 회사 로비로 향했다.


“······?”


직원 말대로 그곳엔 배재혁이 있었다,

다만, 회사 내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묵묵히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3층으로 향했다.

그렇다고 해서 녀석이 죄지은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거나 눈을 피했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그냥 주변 어디에도 시선을 두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결국 또 대기군.’


사장실로 들어간 배재혁과 계약 업무 담당 팀장을 기다렸다.

그렇게 또 한 시간 정도가 흘렀나.

사장실에서 나온 배재혁은 왔던 그대로, 아무와도 시선을 섞지 않고 그렇게 회사를 나갔다.


“······.”


길게는 5년간, 짧게는 몇 달간 같이 연습한 친구가 갑자기 떠나버린 그 심정은···.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잘은 모르겠지만, 이해해 보자. 그래.

근데 인간적으로···.


“연습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연습실을 한참 동안 메우던 정적이 내 목소리에 의해 깨졌다.

시선 역시 내 쪽으로 쏠렸다.


“저희 막방 무대까지 4일 남은 건 알고 계시죠?”

“······.”

“저희 팀이야 그렇다 쳐도, 도윤 형네 팀은 동선이며 보컬 파트며 다시 짜야 하실 것 같은데.”


내가 짚어주자, 연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물론 저희 팀도 더 연습해야 하고요. 오늘 이만하면 충분히 시간 소비한 것 같은데, 이만하고 다들 연습 복귀하죠?”


‘낭비’ 대신 ‘소비’라는 단어를 고른 건 내 나름의 배려였다.

내 말에 몇몇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또 몇몇은 다 털어내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알아듣고 끄덕이기만 했다면 됐다.


“자, 움직입시다. 저희 팀도 아까 안무 속도 달라졌던 파트 다시 맞춰볼게요.”


몇 시간 내로 관련 기사가 나갈 테지만, 이제 더는 신경 쓸 바 아니다.

그보다 큰 알 바는 아무래도···.


‘정찬영의 보컬과 민영훈의 안무겠지.’


뭐···. 대중들 반응도 견고히 할 겸 신경 써야 하고.


[HP엔터 “확인 중”이라더니... 배재혁, HEX와 “계약 성사”]

[“생방송 4일 남았는데...” ‘크러쉬온’에 드리운 그림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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