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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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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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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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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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8화



우리는 사전에 지시받은 대로 자연스럽게 연습하는 척을 했다.


“어, 사장님!”

“사장님, 안녕하세요!”


이어서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온 권혁필을 연도윤이 가장 먼저 발견하고, 그 신호에 맞춰 우리는 모두 일렬로 서서 연신 꾸벅댔다.


“사장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이런 어색한 연기까지 해가면서.


“너희들 연습하는 거 구경 왔지~”


권혁필의 멘트에 어딘가 어색한 웃음이 이어졌다.

그렇게 다시 흩어져 각자 하던 개인 연습을 마저 했고,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권혁필이 드디어 입을 뗐다.

여기까진 사전에 전달받은 각본대로였다.


“도윤아, 너 연습한 지 얼마나 됐지?”

“5년 차입니다.”

“정우, 시온이, 재혁이는?”

“저희도 5년 됐습니다.”


권혁필이 연습생 중에서 연습 기간이 긴 애들만 골라 이름을 불렀다.

우정우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권혁필이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재혁아.”

“네!”

“어쩌냐. 연습 3일 한 연제가 5년 연습한 너보다 보컬이 안정적이네.”

“······!”


갑자기 내 이름이 소환되었다. 그것도 비교 대상으로.

배재혁과 나를 제외한 연습생이 놀란 듯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보는 시선이 옆통수에서 느껴졌다.

재빨리 편집이 어떻게 들어가게 될지부터 생각했다.


‘편집이 어떻게 들어가든 간에 일단 큰 리액션은 안된다.’


나는 고개를 살짝이라도 끄덕이거나 입꼬리가 미세하게라도 올라가면 뒤진다는 일념으로 고개를 내리깐 채 무표정을 유지했다.

배재혁 역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재빨리 고개를 깊이 숙여 표정을 최대한 숨겼다.

다행히도 권혁필은 우리 둘을 시작으로 다른 연습생들을 하나 둘 마저 소환했다.


“시온이도 마찬가지야, 제이 춤추는 거 봤지?”

“······네.”

“도윤아, 정우야. 이제 두 달 된 찬영이랑 영훈이가 왜 너네보다 나은 것 같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한 채, 연습실 내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이름이 불리지 않길 내심 기도하고 있던 연습생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림과 동시에 표정들이 굳었다.

하지만 이로써 모든 연습생 여덟 명이 공평하게 한 컷씩 나눠 갖게 되었다.

편집 당하지만 않는다면.


‘······이러니까 미리 설명을 안 해준 거네.’


분위기 흐름상 대충 눈치를 깠다.

아마 권혁필의 모든 멘트는 이미 사전에 제작진 측과 상의가 된 것일 거다.

오직 긴장감 조성을 위한 멘트일 뿐, 그 말속엔 어떠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게 느껴졌다.

오히려 [!!!!!!] 이러한 자막과 함께 짧게 지나갈 오프닝의 빌드업에 불과했다.


<크러쉬온>

HP 엔터에서 오랜 연습 기간을 거친 4명의 고인물 연습생과, 입사한 지 약 2개월 된 연습생들이 ‘데뷔’라는 한정된 티켓을 두고 경쟁하는 포맷으로 기획되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기존 연습생 4명과 신입 연습생 4명 간의 대결 구도를 뚜렷하게 보여주기 위해, 권혁필의 이런 빌드업 장면이 필요했다.

그러나 주연제와 비교당한 배재혁만큼은 달랐다.

비교적 타격이 크지 않은 다른 기존 연습생들과 달리 배재혁의 정신적 타격은 상당했다.

이는 그가 지난 사흘 동안 개인실에서 연습하던 주연제의 노래를 밖에서 몇 번이고 몰래 훔쳐 들어봤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대로 넋 놓고 있다간, 연습 3일 차인 주연제에게 괜히 ‘천재’ 수식어가 붙어버릴지도 몰랐다.


“기존 데뷔조 4명은 당연히 데뷔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안일해졌던 거지.”

“······.”


배재혁의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바삐 오가든, 촬영을 위한 권혁필의 쓴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결국 너희 모두를 일반 연습생으로 강등시키고, 8명이서 동등하게 경쟁하기로 했다.”


프로그램상의 연출적 장치라는 것을 이제야 한발 늦게 눈치챈 연습생들은, 알면서도 분한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대신.”


권혁필이 의도적으로 멘트 사이에 잠깐의 뜸을 들였다.


“······이 서바이벌에서 살아남는 최후의 5인은 프로그램이 끝남과 동시에 바로 데뷔 시켜준다.”

“······!!”


리액션 하나는 제대로 땄겠네.

풀이 죽어 있던 연습생들은 ‘데뷔’라는 말에 눈을 번뜩였다.


“그럼 첫 번째 미션 공개하겠습니다.”


권혁필이 연습실을 떠나고 이후의 촬영은 메인 피디의 지시 하에 진행되었다.


[2+2 VS 2+2]


“기존 연습생 두 명과 신입 연습생 두 명씩, 총 네 명이 팀을 이루어 붙을 겁니다.”


연습실 내에 있던 프로젝터의 검은 스크린에 하얀 글씨로 키워드가 떠올랐다.


“두 팀 중 누가 과연 4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Team은 어떻게 정해요?”


적갈색 머리의 캐나다 연습생이 질문했다.

그러자 피디가 화면 속 슬라이드를 한 장 더 넘겼다.


“첫 번째 미션의 팀은 제작진과 사장님이 논의한 끝에 공정하게, 임의로 배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너희끼리 짜맞췄다 이거 아니야.


[A팀 : 정우 + 재혁 + 제이 + 민형]

[B팀 : 도윤 + 시온 + 찬영 + 연제]


B팀 맨 끝에서 내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음. 방식에는 불만이어도 딱히 배정된 팀에 불만은 생기지 않았다.

연도윤은 그나마 말을 섞어본 멤버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인지 딱히 불만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특히 배재혁은 나와 팀이 갈렸다는 사실에 다행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션 곡은 자유롭게 정하시고, 평가는 3일 후에 진행됩니다.”

“······헉, 3일!”


다소 짧은 기한에 놀랐는지, 연습생들 사이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이마저도 제작진들이 정확하게 노린 리액션이겠지만.

확실히 3일이면 연습 기간으로 치기에 짧다.

아무래도 조만간 공개될 티저 영상에 무대 장면까지 다 넣으려다 보니까 일정이 촉박해진 모양이지.


“그리고 우승팀에게는 엄청난 베네핏이 주어집니다.”

“우와···!”


다시 한번 여기저기서 리액션이 터져주었다.


“그리고 병아리 연습생 네 분.”


병아리? 귀엽게도 지었네.

아무튼 나를 포함한 4명의 신입 연습생이 피디의 부름에 대답했다.


“데뷔조 연습생이라면 가지는 특전이죠. 오늘부터 숙소 생활을 시작하시게 됩니다.”



* * *



“와, 여기가 숙소예요?”


배우 소속사 출신이라던 연습생이, 전 연기자답게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리액션을 뱉었다.


‘확실히 오늘 하루 촬영 중 가장 자연스러운 대사군.’


이 정도면 대사 한 줄을 맡긴 제작진도 후회하진 않겠다고 생각하며 신발을 벗었다.

현관을 지나 짧은 복도를 걸어 들어가자 거실이 나왔다.

누가 봐도 소파가 있었을 것 같은 자리에는 이층 침대 두 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쩐지. 아까 연도윤이 혼잣말로 한 숙소에서 다 같이 생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더니.

숙소는 방 두 개에 거실 하나인 구조로, 방 두 개에선 기존 연습생들이 각각 2명씩 거주하고 있는 듯했다.


“그럼 우리 방 정하기 게임 할까?”


작가가 들고 있던 스케치북을 얼른 캐치한 한 연습생이 선수를 쳤다.


“좋아! 어, 여기 캡슐 기계다!”


좀 아까 연습실에서 기가 팍 꺾여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배재혁 역시 톤을 높여 신나게 대답했다.

그래. 사방이 카메라 밭인데 지금부터라도 제 분량은 제 손으로 챙겨야지.

그렇게 분량 뽑기 차원에서 진행된 방 배정 게임에서 초반부터 방 하나는 다 털렸다.

후반이 되자 남은 자리는 방 한자리, 거실 한자리뿐이었다.

내 앞번호인 배재혁의 순서가 다가왔다.


“재혁이는 어디 하고 싶어?”

“저는 형들, 동생들 누구랑 방 써도 다 좋아요!”


배재혁이 더없이 밝게 대답하자, 연도윤이 이번엔 내게 물어왔다.


“연제는?”

“음. 저도 다 좋은데요. 이왕이면 아직 얘기를 많이 못 나눠본 멤버들이랑 됐으면 좋겠어요.”


적당히 성의 있게 모범적으로 대답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웬만하면 방으로 배정받고 싶다고 생각했고, 50%나 되는 확률이라고도 생각했다.


“재혁이 방 확정!”


배재혁이 공을 뽑기 전까진.


“하하! 연제가 마지막 거실 멤버네!”

“멤버들 많은 곳에 배정돼서 좋겠다.”


다른 녀석들이 하는 말은 별로 안 얄미운데, 노란 공을 손에 쥐면서 말하는 배재혁은 왜 저렇게 얄밉지.


“······감사합니다.”


그래봤자 10살도 더 어린놈을 얄미워한들 뭐 하겠냐.

그렇게 첫날 촬영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곳곳에 무인 카메라만 설치하고 제작진들이 철수하자, 기존과 신입 너나 할 것 없이 단체로 짐 옮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별로 가져온 짐이 없는 나는 가장 먼저 정리를 마치고 침대에 앉았다.


“형, 짐 다 푸신 겁니까?”


같이 거실에 배정받은 정찬영이 가까이 다가왔다.

인상이 차가워서 딱히 살가운 성격은 아닐 줄 알았더니, 대뜸 말을 걸어와 내심 놀랐다.


“응. 난 애초에 가져온 게 별로 없어서.”

“불편하시진 않으십니까?”

“음? 괜찮은데?”

“아. 저는 좁은 합숙소 생활을 오래 해서 이런 게 익숙합니다만, 형은 괜히 불편하실까 봐 여쭤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운동선수 출신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짐 정리가 빨리 끝난 듯했다. 흘끗 보니 각도 아주 칼 같고.

딱히 불편할 건 없다.

물론 아깐 방에 배정받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다만. 그건 그냥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릴 수 있는 약간의 욕심 정도다.


‘플레어로 뜨기 전까진 매니저 형을 포함해 6명이 원룸 생활도 했었거든.’


너네는 데뷔 전부터 운 좋은 줄 알아라.

꼰대스러운 멘트가 입에서 나오려고 해, 얼른 입을 닫았다.


“나도 뭐··· 단체 생활을 안 해본 건 아니라서. 괜찮아.”

“그럼 다행입니다.”

“······저기.”


어느새 짐 정리를 마친 또다른 연습생이 다가왔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작업실로 소환당한 우정우를 빼면, 마지막 거실 멤버였다.

이름이 민영훈이랬나.


“저희 거실 소등해도 될까요?”


아까보다 톤이 낮아진 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일상적인 목소리인 듯했다.

배우 출신이라 그런지 듣기는 좋다만··· 설마 카메라가 계속 돌고 있는 걸 모르는 건가.

······내일 말해줘야겠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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