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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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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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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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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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DUMMY

16화



1절은 괜찮게 흘러갔다.

간단한 동작에서 배재혁이 미세한 실수를 하는 게 거울을 통해 보였지만 나름 봐줄 만했다.

우정우와 민영훈 역시 무난하게 잘 소화했다.

간주를 넘어 2절이 시작됐다.


‘뭐야, 저 새끼.’


간주에서부터 살짝 삐그덕대더니, 결국 2절 벌스에서 배재혁이 갑자기 춤을 멈추고 그 자리에 우뚝 섰다.


“······?”


우정우와 민영훈도 뭔가 낌새가 이상했는지 동작을 서서히 멈췄다.

이건 사고다, 사고.


‘아니. 그래도 아직 수습 가능해.’


노래를 끊은 안무 트레이너도 화를 내기 전에 우선 무슨 일인지 사정을 들어보려고 하는 액션을 취했다.

물론 사방팔방에서 찍고 있는 카메라엔 우리 표정 하나까지 다 담겼겠지만.


“재혁아 2절은 안무 진도 안 나갔어?”

“······네. 죄송합니다.”


일단 사고 친 놈은 사고 수습의 정석대로 사과를 했다.


‘됐다.’


이제 왜 아직이냐고 물어보면 시간이 촉박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등 무난하게 답변만 하면 된다.

앞선 B팀과 비교해 욕은 좀 먹겠지만, 본 무대에서 잘하면 오히려 편집도 잘 들어갈 거고.

하지만 안무 트레이너의 질문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아까 보니까 정우랑 영훈이, 연제는 추던데?”

“······.”

“재혁이 너만 안무 숙지를 못한 거야?”


배재혁이 멈추는 꼴을 보고 둘도 이내 멈추긴 했지만, 분명 동작이 살짝 들어가긴 했다.

그걸 캐치한 안무 트레이너가 팀 전체의 문제인지, 개인의 문제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느낌이 쎄한데.’


나는 분명 다 가르쳐놨다. 어제 외운 걸 오늘 까먹은 건 저놈 대가리 문제지.

이걸 최대한 순화해서 전달하고자 입을 열려던 그때, 우정우가 먼저 선수를 쳤다.


“저희가 안무를 어제저녁에 급하게 외워서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헷갈렸던 것 같습니다. 다시 연습해 오겠습니다.”


괜찮은 멘트였다.

자꾸만 배재혁 하나에 맞춰지던 초점을 우리 모두로 돌린 것도 잘했고.

실제로 안무 연습을 빼먹는 동안 우리는 안무 진도를 다 나갔고, 오늘 점검을 위해 어제저녁에 급하게 주입시킨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 마무리 단계다.

그때 줄곧 고개만 떨구고 있던 사고 친 놈이 갑자기 입술을 뗐다.


“······저, 저 혼자만 진도가···.”


뭐? 쟤가 지금 뭐라는 거야.

자세히 보면 눈가에 눈물도 살짝 맺혔다.


‘멘탈이 터졌군.’


촬영 중에 안무는 까먹었고, 나름 수습해 보려고 입을 열었다가 상황이 꼬인 것 같은데.


“너희 설마··· 안무 연습 재혁이 없이 했니?”


가장 나와서는 안 될 멘트가 트레이너 입을 통해 나왔다.

X 됐다.

고개를 정면에 고정한 채 눈만 굴려 힐끗 쳐다보니, 우정우와 민영훈은 일단 굳었다.

지금 이 아작난 분위기에서 분량을 뽑아낸 제작진들만 신나 보였다.

머리를 아무리 빡세게 굴려봐도 완벽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은 상황을 수습할 만한 멘트를 했다.


“지난 무대 때 각자 부족한 점이 보여, 이틀간 우선은 개인 기량을 향상시킬 겸 개인 연습에 집중하자고 했습니다.”

“······.”

“그러다 보니 안무 숙지 속도가 벌어져, 단체로 맞춰보기에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배재혁이 혼자만 동떨어져 연습하던 장면은 카메라에 전부 담겼다.

이렇게까지 했으니 방송에도 무조건 담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재혁의 단독 행동을 독단이 아닌, 팀 내의 합의하에 이뤄진 행동으로 포장했다.

다행히 트레이너도 더 문제 삼기보단 잠자코 들었다.

배재혁의 어깨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이번엔 재를 한 바가지로 뿌릴 생각은 없는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래. 터진 멘탈로 망치느니, 입 다물고 있어라.’


트레이너가 한마디 하기 위해 입을 뗐다.


“너희 아이돌이야. 솔로 아니라고. 무조건 단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거 몰라?”

“맞습니다. 판단이 잘못되었던 것 같습니다.”


내 설명을 들은 트레이너가 이번엔 대상을 변경했다.


“고작 일주일 된 연제나 두 달 된 영훈이 말고. 5년 된 정우 네가 말해봐.”

“······!”


서둘러 우정우 쪽을 봤다. 여전히 카메라에 표나지 않게 눈알만 굴렸다.

다행히 내가 말하는 동안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얘기할 상태는 되어 보였다.

워낙 사고 칠만한 애는 아니니까 잠자코 우정우 말을 들었다.


“편곡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팀에 신경을 잘 쓰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죄송합니다.”

“정우야 너 이 회사에서 연습만 5년 했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네. 본 무대 때는 반드시 나아진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정우의 말에 트레이너 표정이 조금씩 풀렸다.

나는 눈치껏 말을 더 얹지 않았다.


“그래. 지켜볼 거야. 데뷔까지 코앞이야. 더 열심히 해야 해! 알지?”

“네!”

“됐어. 이제 들어가 봐.”

“감사합니다!”


트레이너의 손짓에 단체로 인사를 다시 한번 했다.

이 정도로 입에다 떠먹여 줬는데 뱉어내면 그건 사람 새끼가 아니지.

다행히 배재혁도 이제야 처박아둔 눈치를 챙길 생각이 들었는지, 우리 인사에 묻어갔다.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배재혁은 아까부터 계속 고개를 푹 숙인 상태라 표정 읽기가 쉽지 않았다.

매번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쟤도 참 대단하다.

상대 팀은 분위기 좋은 것 같던데.


‘덕분에 이번 화는 우리 팀 분량이 터지겠군.’


어차피 터질 분량, 편집이나 좀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다. 별 기대도 안 하지만.

무대가 좋으면 위기를 극복한 걸로 편집될 거고, 무대가 나쁘면 연습 분위기 아작난 채로 무대까지 망친 놈들로 편집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무대 하기에 달렸다.


‘······연습이나 하자.’


그렇게 흐지부지 트레이너 점검이 끝났다.

오후 스케줄까지 끝내고 나니 어느새 밤이 어둑해졌다.

이대로 숙소로 돌아갈 순 없어, 우리 팀만 연습실에 다시 모였다.

모이긴 했는데, 누구도 입을 떼지 않은 채 연습실 바닥에 둥글게 앉아만 있었다.


“······저기.”

“······?”


그때 정적을 깨고 배재혁이 입을 뗐다.


“······죄송합니다.”

“······!”


배재혁 입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중한 사과였다.

환생한 이후로 지금이 제일 놀란 것 같은데.

민영훈은 가만히 있고, 우정우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괜찮아.”


그러다 우정우가 가장 먼저 대답했다.

그래 뭐···.

이 판국에 멱살잡이하면서 ‘너 이 새끼, 너 하나 때문에 분위기 작살난 거 안 보여? 안무 까먹은 네놈 대가리 탓을 해야지 감히 팀원들을 팔아? 너 진짜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걸리적거리게도 바로 옆에 카메라가 붙어 있기도 했고.


“괜찮습니다.”

“나도 괜찮아.”


민영훈과 나도 배재혁의 사과를 받았다.

배재혁이 들리지도 않게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아무래도 ‘고마워’ 뭐 이런 말이었던 것 같았다.

제 딴엔 되게 노력했나 보군. 그것도 카메라 앞에서.


“그래, 얘들아. 그럼 우리 연습 마저 하고 들어가자.”


아까 트레이너의 말이 우정우의 리더십을 각성시켰는지, 나름대로 연습을 주도하려고 했다.

나머지 애들도 이 분위기에 싫단 말은 당연히 못 하겠으니, 다들 벌떡 일어나 연습 대형을 맞췄다.

내가 굳이 입 아프게 말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는 연습이라니.

······편리한데?



* * *



며칠 후.

2차 미션 무대 당일.

이번에도 지난 미션을 치렀던 소극장에 다시 모였다.

1차 때도 느꼈던 건데, Mshow라는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니까 확실히 복지가 다르군.

나 때는 서바이벌 무대라고 해봤자, 연습실에서 월말평가 형식으로 했었는데.

사장님 앞에서 하냐, 카메라 앞에서 하냐 정도의 차이였다.

물론 그때도 선구적으로 Mshow와 공동 제작하긴 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Mshow는 체급이 달라졌다.

음악 전문 채널이란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획사와 처음 손잡고 프로그램 만들던 방송사가 이렇게까지 클 줄 누가 알았겠냐. 아무튼.

눈 깜짝할 사이에 주어졌던 5일이 지났다.

아니, 정말 말 그대로 눈을 한번 깜빡일 때마다 하루씩 살살 녹은 것 같다.

그만큼 시간이 정신없이 흘렀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약간만 피곤한 기색이 묻어날 뿐 멀쩡해 보인다.

나도 스무 살 주연제 체력이라 버티고 있긴 한데.


‘쟤네보다 정신이 늙어서 그런가.’


난 왜 이렇게 피곤하냐.

어린 놈들 어르고 달래랴, 가르치랴, 연습시키랴.


‘가만. 내가 제일 힘든 게 맞잖아?’


젠장.


“오늘까지 2차 미션 준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무대 대기실에 우리를 단체로 모아놓은 피디가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피디 뒤로 카메라가 들어오자 다들 약간씩 묻어나던 피곤한 기색마저 완전히 털어냈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여러분들 많이 지치고 힘들 것 같아서 제작진 측에서 선물을 하나 준비했는데요.”


선물?

다 필요 없고 지금은 그냥 비타민 500개 정도 때려 붓고 싶을 지경인데.

아니면 5일 정도 안 깨고 자던가.


“우선 바깥 상황을 한번 보실까요?”


피디의 말에 대기실에 있던 모니터가 켜지고, 무대와 관객석을 찍고 있는 화면이 나왔다.

무대는 그렇다 치고, 관객석은 왜···.


“······!!”


잠깐. 관객석에 누가 앉아 있는데.


“1차 미션 직후 저희가 무대 관람 신청을 받았는데요.”


1화도 아니고 1차 미션 직후?


“추첨을 통해 당첨되어 무대를 직접 보러 와주신 관객분들이 밖에 계십니다.”

“헐 대박! 우리 팬이에요?”

“홀리 완전 좋아요!”


우리 중에서 리액션이 큰 두 사람이 신이 나서 외쳤다.

엄밀히 말하자면 팬은 아니지.

1화도 방송하지 않은 채 신청을 받았으니, 저 중에 대다수는 우리를 모른 채로 신청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방청객 정도랄까.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아무래도 관객이 있어야 더 힘이 나잖아요?”


그럼에도 우리 반응에 만족한 듯 피디가 씩 웃어 보였다.

그래, 선물은 선물이다.

아무래도 환생한 후로 무대 아래에 팬이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거든.

1화 방송 직후가 아니라 1차 미션 직후라는 점이 걸리지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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