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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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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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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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10화



정찬영이 자기 파트를 부르는 걸 가만히 들었다.


‘흠.’


B-. 누가 봐도 연습 2개월 된 줄 딱 알 것 같은 목소리다.

한마디로 목소리에 기초가 없다.


‘가르쳐서 안 될 목소리는 아닌데.’


지금만 해도 며칠 전 트레이너 수업 때보단 보컬이 훨씬 나아졌다.

문제는 서바이벌에서 초석부터 다질 순 없으니까 바로 실전 투입용으로 키워야 한다는 건데.

약 3일 안에 무대에 세울 수 있을지 견적을 뽑기 시작했다.

운동 신경은 타고난 건지 댄스는 보컬보단 상황이 낫다.

정찬영 몸은 정찬영 뇌의 말을 듣는다니. 그건 부럽군.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B+ 정도.

저 키, 저 피지컬이면 동작을 조금만 크게 해도 춤선이 더 살 텐데.


“······참 피지컬이 아깝다.”

“예?”


머리로만 생각한다는 게 입 밖으로도 작게 새어 나왔는지, 정찬영이 노래를 멈추고 쳐다봤다.


“그냥 한 말이니까 무시하고. 너 아까도 호흡 신경 쓰라고 하지 않았냐.”

“······.”

“계속 같은 부분인데.”

“형, 저 거기 한 호흡으로 못 부르겠습니다. 호흡이 딸립니다.”


아까와 같은 부분을 지적하자, 정찬영의 눈썹꼬리가 아래로 휘어졌다.


“운동선수가 뭔.”


호흡이 그렇게 딸려.


“예?”


깜짝이야.

분명 뒷말은 애써 삼켰는데, 그게 또 어쩌다 들렸나 보다.


“아니. 네 폐활량이 청력만큼 좋으면 좋겠다고. 어려워도 연습해야지 어쩌겠어.”

“아 형! 운동선수가 뭔 이러시는 거 다 들었습니다!”


내가 초반보다 편해졌는지 아웅다웅하는 정찬영에게 연습해 놓으라는 말만 남기고, 연도윤을 일으켰다.


“형. 좀 살만해지셨나 보네요.”

“······어?”

“아까부터 시온이랑 잡담하고 계시길래.”


바닥에 엉덩이를 붙인 지 딱 10분 흘렀다.

그리고 약 10초 전에 딱 한 번, 이시온에게 동선 한 군데를 물어봤을 뿐인데.


“역시 체력 회복이 빠르셔서 다행이에요.”

“······.”


겨우 10분 앉아 있었다고 약 2시간 동안 내리 춤추고 노래한 연도윤 자신의 체력이 회복되었을 리가 없다.

그걸 알만한 주연제는 무해한 얼굴로 눈빛을 보냈다.


“형. 형도 한 번만 불러주세요. 들어볼게요.”


연도윤은 변명하기 위해 입을 떼려다가 포기했다.

주연제에게 그깟 변명 따위가 통할 리 없다는 걸 지난 5시간 정도의 경험으로 철저히 습득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주연제가 뻗은 손을 잡고 연도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스피커가 연결된 컴퓨터를 만지작대며 주연제가 말했다.


“준비되시면 바로 시작해 주세요.”

“응.”


재혁이만큼은 아니지만 자신도 나름 이 팀의 리드보컬이고 연습 기간도 이 중에 제일 오래됐는데···하는 생각은 진작 접은 지 오래였다.

연도윤 자신이 제일 오래됐지만, 이 중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은 단연 주연제다.

심지어 우리 중에서 연습도 제일 열심이다.

무엇보다 주연제의 별거 아니게 들리는 코칭을 거치고 나면 거짓말처럼 보컬이 나아졌다.

그렇게 오디션장에서 느꼈던 감정을 매 순간 재차 확신하는 중이었다.


‘얘는 진짜 천잰가.’


결국 주연제가 하라는 대로 지금껏 몇 시간째 연습을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주연제보다 한참 부족한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죽자고 그를 따라가는 수밖엔 없으니까.


“나도 같이 할게!”


옆에 누워있던 이시온도 벌떡 몸을 일으켰다.


“둘 다 확실히 나아졌네요.”

“와 진짜? 연습한 보람이 있네!”

“다 연제 네가 잘 가르쳐준 덕ㅂ···.”


이시온과 연도윤 둘 다 기분이 한껏 좋아져 들뜬 채로 말했다.

신난 분위기에 찬물 끼얹는 것 같아 미안하다만, 그래도 본무대를 위해서 할 말은 해야겠지.


“예. 근데 화음 부분에서 더 확실히 쌓아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좀 이도 저도 아니게 들려서.”

“응···.”

“다시 해볼게.”


잠시 들떴던 분위기가 일순간 가라앉았다.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햇병아리들이 알려나 모르겠다.

저쪽에서 당근도 못 받고 채찍만 받은, 또 다른 햇병아리 정찬영이 불쌍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봤다.

뭐. 왜. 너 연습은 다 했냐.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초능력을 얻게 된 건지, 정찬영이 독심술 능력을 숨기고 있던 건지.

한마디도 안 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잽싸게 피하고는 연습하는 척을 한다.


“······.”


사실 조언은 얼마든지 해줄 수야 있지만, 저들에게 있어 기분 나쁠 건 당연하다.

저들 눈에 나는 고작 사흘 된 신참일 뿐이니까.

그러니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발전하는 건 저들의 몫이다.


‘그런 면에선 제대로 된 놈들이군.’


셋 다 기분 나쁜 기색 없이 전부 수용해서 초반보다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업 시간을 제외하고 순수 연습 시간만 따진다면, 약 2시간 만에 나름 괜찮은 성과다.

아무래도 이쯤에서 당근을 줘야겠지. 많이 착해졌다, 나도.


- 우리는 맨날 채찍만 줘놓고···.


우리 멤버들이 보면 뒤로 자빠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왠지 귓가에 형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저희 노래 틀고 안무랑 보컬 딱 한 번만 맞춰보고 오늘 끝내죠.”


하지만 다들 신이 날 거라는 내 예상과는 반응이 달랐다.


“딱 한 번만이 벌써 몇 번째야···.”

“오늘 오십번은 들은 것 같습니다···.”


진짜 한 번만 더 하고 끝내준다니까 그러네.



* * *



다음날.

본 무대 하루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있는 트레이너 점검 시간이었다.

좋게 보면 피드백 시간이지만, 어떻게 보면 피드백을 받는다고 해도 뜯어고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최종 점검 차원으로 갖는 시간이었다.

카메라가 세팅된 연습실로 보컬 트레이너가 먼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어~ 준비들은 잘하고 있고?”


방송을 위한 형식적인 인사말을 던진 트레이너는 그대로 건반 의자에 앉았다.


“A팀부터 해보자.”


듣기론 지난번 평가부터 눈여겨 보고 있던 우정우가 편곡을 담당했다고 하던데.


‘확실히 좋네.’


내가 한 편곡따리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전문적인 느낌이 묻어났다.


‘노래는 좋은데 문제는 노래하는 애들이군.’


묘하게 노래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우리 쪽을 향해 있는 카메라 렌즈도 보였기 때문에 표정에는 드러내지 않았다.


“A팀 들어가고, B팀 나와봐.”


좋게 말하면 무난하다, 나쁘게 말하면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은 A팀이 자리로 돌아갔다.

이번엔 우리 팀이 건반 앞에 섰다.


“음, 편곡은 누가 한 거야?”

“다 같이 했습니다.”


무대가 끝나고, 보컬 트레이너의 질문에 팀원들 눈이 내게 쏠렸다.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연제가 맡아서 했어요.”

“그래? 연제는 음악 제대로 배운 적 한 번도 없다고 하지 않았어?”


젠장. 이럴까 봐 그냥 모두의 공으로 돌리려고 한 건데.

내 대답을 재빨리 치고 들어온 연도윤 덕에 괜한 질문을 받게 생겼다.


“······독학했습니다. 책이나 위튜브 보면서.”

“그래? 장하네.”


그렇게 대충 잘했다, 이대로만 해라 등의 싱거운 피드백을 받고 끝났다.

아주 잠깐의 휴식이 끝나고 안무 트레이너가 들어왔다.


“보컬은 어느 팀부터 했어?”

“A팀이요!”

“그래? 그럼 B팀 나와봐~”


그냥 알파벳 순서대로 하지···.

쓸데없이 공정한 트레이너 때문에 우리 팀이 먼저 연습실 중앙으로 불려 나왔다.

전주에 맞춰 안무가 시작됐고, 안무와 보컬을 동시에 하며 1절을 실수 없이 끝마쳤다.

끝나자마자 다들 숨을 바삐 몰아쉬며 트레이너의 피드백만을 기다렸다.


“연제야! 너 엄청 늘었다~!”


놀랍게도 트레이너의 첫 마디는 이거였다.


“감사합니다.”

“잘할 줄 알았어! 춤에 소질 있는 것 같더라니~”


확실히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 미친 듯이 댄스만 판 게 빛을 발했는지, 별 칭찬을 다 듣는다.

춤에 소질이라니. 전혀.

전생과 현생 합쳐서 그런 말은 생전 처음 들어본다.


“안무는 누가 짰어?”


빠지면 섭섭한 공 돌리기 시간이었다.


“시온이가 짰습니다.”

“멤버들 다 같이 짰어요. 특히 연제가 많이 도와줬어요.”

“헤엑! 연제가 안무 짜는 것까지 참여했어?”


난감한데······.

나의 담백한 답변에 이시온이 굳이 나를 덧붙였고, 결과적으로 트레이너는 희한한 소리까지 내며 오바해서 반응했다.


“아. 멤버 전부 다 의견을 냈는데, 제 의견이 채택돼서 그랬나 봅니다.”


서둘러 뭉뚱그리며 마무리를 지었다.

여기서 내가 춤으로 더 관심을 받아봤자 곤란하다.

아직은 내 기준에 완벽하지도 않고, 어차피 할수록 내 밑천만 드러날 뿐이니까.


‘휴.’


다행히 아무도 말을 더 얹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다음 A팀 나와봐~”


A팀도 마찬가지로 1절까지 마쳤다.

여기 온 첫날 마주쳤던 캐나다 연습생이 주도적으로 짰다는 안무는 나름 칭찬을 받았다.

안무 자체는 말이지.

문제는 배우 소속사 출신이라던 민영훈이었다.

민영훈은 박자를 중간에 놓치더니 안무를 빼먹는 실수를 해버렸다.

나머지 두 명도 가히 잘 췄다고 할 순 없지만, 그 덕분에 가려질 수 있었다.


“영훈아.”

“죄송합니다.”


민영훈은 트레이너가 부르는 목소리에 바로 사과부터 박았다.


“이제 연습생 시작한 지 3일 된 연제도 저 정도 하는데, 너 어쩌려고 그러냐.”

“······죄송합니다.”


혼낼 거면 쟤만 혼내지. 왜 나까지 걸고넘어져···.

분명 내가 알던 저 트레이너 성격상 굳이 저런 말을 할 리가 없다. 제작진 측에서 시킨 게 아니라면.

아예 본격적으로 ‘배운 적 없는데 이 정도 하는 재능충’ 이라는 방송용 프레임을 씌우기로 작정한 것 같다.

여기까지는 내 지난 짬밥으로 유추한 거고. 지금부터는 몇 초 안에 통밥을 굴렸다.


‘재능충과 비호감은 한 끗 차이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반응을 잘못했다간 고스란히 캡처로 남아 처먹게 될 악플들이 눈에 훤했다.


- 엥 그렇게 잘하는지 모르겠던데; 피디픽 아님?ㅋㅋ


흘끔 제작진 쪽을 보니, 역시나 카메라 렌즈가 나를 향해 있는 게 띄었다.

줌까지 당겼나 보군.

내가 이런 거 한두 번 당해보나.

고개를 숙이는 짓은 자칫 웃음을 감추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계속 정면만 응시했다.

슬픈 생각을 하자.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뒤진다는 일념으로.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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