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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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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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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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DUMMY

18화


무대를 내려오자, 우리 팀 녀석들은 긴장감에 멈추고 있던 숨들을 몰아쉬기에 바빴다.


‘하긴 데뷔도 안 한 연습생들이 언제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쥐어 봤겠냐.’


사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피디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무대가 끝나면 바로 내려오지 말고 서서, 사인이 있을 때까지 멘트를 하라고 지시했다.

아무래도 B팀의 무대 세트를 준비할 때까지 우리로 하여금 시간을 벌게 할 생각인 듯싶었다.

그리고 우리끼리 누가 멘트를 할지 정하게 되었다.

다들 본인들이 하겠다고 나서서 경쟁이 치열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반응들이 없었다.


‘특히 배재혁이 의외였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할 줄 알았는데, 못 하겠다며 냉큼 발을 뺐다.

결국 그 역할이 내게 돌아왔다.


‘나로서도 오랜만에 관객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나는 B팀이 나가고 빈 대기실 의자에 앉아, 아직도 거칠게 호흡을 내뱉고 있는 녀석들을 돌아봤다.


“좀 괜찮냐?”


진이 다 빠진 듯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녀석들이 엉거주춤 고개만 끄덕였다. 저들에게 시간을 조금 더 주기로 했다.

다들 몸이 힘들기보단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널뛰어 흥분감을 감추기 힘들어 보였다.

원래 콘서트같이 큰 무대를 하고 나면 산소마스크가 시급하게 필요할 정도로 호흡이 가쁘고 녹초가 됐다.

그래서 항상 엔딩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면, 스태프들이 백스테이지에서 산소마스크를 구비해 두었다가 서둘러 입에 씌워주었다.


‘······그건 맞는데, 어쩌려고 소극장 무대 하나 했다고 벌써 저러냐.’


뭐··· 물론 나도 고조되긴 했다.

이런 감각이 너무 오랜만이라.

무작정 아이돌 다시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연습생을 시작했다지만 내가 진짜 그리워한 건 이런 거였구나.

이보다 더 큰,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하는 공연장에서도 단독 콘서트를 몇 번이나 했었다.

당시 10만 석을 가득 채웠던 건 오로지 나를 보러 와준, 내 팬들이었다.

그럼에도 오늘, 심지어 내 팬도 아닌 50명 앞에 평가받기 위해 선 무대는 쉽게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대에서도 평소보다 더 날뛰었던 것 같은데.’


그간 이뤄 놓은 것들이 전부 과거에 묻히고, 다시 0부터 시작하는 생활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가끔은 답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거라면. 이렇게 무대에 대한 감각마저 0으로 돌아가, 다시 함께 커가는 거라면 좋다.


“······.”


손에 넣은 이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주먹을 꽈악 쥐었다 폈다.

그 누구라도 이 감각을 한 번 느끼면 당장이라도 오디션을 보고 연습생 생활부터 시작하게 될걸.

그만큼 중독적인 감각이었다.

무대가 너무 좋다.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 도저히 이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B팀의 무대 소리가 들렸고, 그사이 무대를 모두 마쳤는지 관객들의 함성이 들렸다.

······결과는 보나마나겠군. 함성 크기부터 차이가 났다.


“연습생분들 전원 무대 위로 올라오시겠습니다~”


촬영 준비가 다 끝났는지, 제작진이 대기 중이던 우리를 불렀다.

2차 팀전 결과 발표의 시간이었다.


“여러분 2차 팀전 무대 준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피디의 형식적인 인사치레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번 2차 팀전은 관객분들이 직접 투표한 결과를 바탕으로 승자가 정해집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트레이너 두 명이 다 좌석에 없었다.

역시. 관객을 그냥 불렀을 리가.

아마 예상하건대 촬영이 미뤄진 것도 결과 개표 때문이었을 거다.


“와···!”

“진짜요?!”


주위 애들에게서 놀라는 리액션이 나왔다.

피디가 아주 노렸을 만한 반응이군.


“무대가 마음에 들었다면 투표해 주셨기 때문에 중복 투표가 가능했습니다.”


피디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제 손에 한 표만 주어진다면, 첫 무대를 보고도 괜히 표를 아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대한 무대 순서상 유불리가 없도록 한 건가.

뭐, 그럼에도 이렇게 투표를 받는 경연 특성상 무대를 먼저 하는 팀이 더 불리한 건 사실이다.

충분히 이 장면에서 쓸 만한 컷을 다 뽑았는지 피디가 말을 이어갔다.


“그럼 투표 결과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

“뒤에 보이는 스크린을 봐주세요!”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정면을 본 채 일렬로 서있던 우리는 그대로 뒤를 돌았다.

오. 무대 뒤편에도 카메라가 있었군. 아무래도 결과를 확인한 우리 표정을 찍기 위해서겠지.

스크린 속에 숫자가 빠르게 바뀌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드디어 멈췄다.


[A팀 | B팀]

[47 | 14]


“······!”


이겼다.

대기실에서 들은 함성 크기로도 대충 승리를 예견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실제로 보니 더 기분 좋은 결과였다.

게다가 득표수도 50명 중 47명이 투표한 거면··· 솔직히 많이 만족스러웠다.


“와아아아!”

“와···! 형···!”


배재혁과 민영훈도 나름의 방식대로 기뻐하고 있었다.

배재혁은 많이 기뻐 보이고, 민영훈도··· 그러고 보니 민영훈 입에서 저렇게 큰 소리 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아, 두 번짼가. 아무튼. 날 부르는 민영훈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오늘 무대 잘하더라.”

“연제야 수고했어!”

“너도 수고 많았다. 곡이 좋았어.”


우정우도 기뻐하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빈말이 아니라, 이번에도 우정우가 같은 팀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런 컨셉은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였으니까.

B팀도 나름대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회포를 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형.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런 B팀 무리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온 정찬영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어. 고맙다. 너도 오늘 무대 좋았어.”

“다 형이 봐주신 덕분입니다!”

“연제 수고 많았어. 축하해.”

“감사해요, 형.”


A팀과 B팀이 뒤섞여 서로를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서 연도윤도 내게 다가왔다.

그래도 나름 두 번의 팀전을 거쳤다고, 잘 섞여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강 분위기가 마무리 되어 갈 때쯤 피디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어서 3차 미션을 시작할 건데요.”


아, 그렇지.

무대가 끝났으니까 또 새로운 무대를 준비해야겠구나.

그렇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신났다면 신났다.

아무래도 관객 효과가 좀 오래 지속되는 것 같았다.


“이번 3차는 개인전으로, 1 대 1 포지션 평가입니다.”


포지션 평가라. 누구랑 붙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스크린에 득표수가 사라지고, 연습생들 이름이 주르륵 떴다.


[배재혁 VS 주연제]


8명의 이름 가운데서 내 이름을 찾았다.

제작진의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고인물 연습생’과 ‘병아리 연습생’의 대결인 듯하다.

처음부터 강조되던 ‘신(新) VS 구(舊)’ 프로그램 컨셉을 이렇게 끌고 갈 모양이었다.

이어지는 설명을 듣자니 3, 4분짜리 무대를 두 명이서 함께 꾸미는 형식이라고 했다.


“······.”


그나저나 또 엮였군. 매칭을 누가 했는지 그렇게 됐다.

괜히 배재혁 쪽으로 힐끔 굴러가는 눈동자를 그냥 자연스레 두었다.


“······?”


멘탈이··· 안 터져 보이는데? 이겨서 그런가.

아무튼 다행이다. 상대편 멘탈 지킴이까지 해줄 필요는 없겠군.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피디가 웅성거리던 우리의 시선을 모았다.


“곧바로 시작하지 않고! 내일 하루 푹 쉬시고, 모레부터 시작할 거고요.”

“와아!!”


하루 휴식 시간을 준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것들··· 어째 결과 발표 때보다 신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연습실로 모아야 하려나.

쉬는 날 내내 연습실에서 다 같이 단체 연습이나 하려던 내 계획은, 피디의 말에 금세 파기되었다.


“1차 팀전 때 우승팀한테 드린다던 베네핏 기억하시나요?”


아. 그러고 보니 베네핏이 있었지.


“베네핏은 두 가지 주어집니다. 첫 번째는 바로, 3차 개인전에서 사용하실 [우선권]입니다.”


우선권?

무엇인지 감이 안 잡히니 일단 피디의 설명을 마저 들어보자.


“둘 중 [우선권]이 있는 연습생이 곡과 파트를 정할 수 있습니다.”


혜택이 꽤 달달한데.

곡 선정도 그렇고, 파트까지 정할 수 있다니.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하라는 거 아닌가.

첫 번째 혜택부터 달달하니, 두 번째 혜택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올라갔다.


“두 번째 혜택은 [멘토 매칭]입니다! 바로 내일, 멘토들이 베네핏을 받은 연습생을 찾아갑니다!”


멘···토?

피디는 첫 번째 베네핏보다 이게 더 좋다는 듯이 힘을 주어 말했지만, 솔직하게 말해 두 번째 베네핏은 별로다.


‘웬 멘토. 내 연차에 무슨 멘토.’


멘토로 누가 와도 나보다 연차나 성적 면에서 밑인 사람일 게 뻔했다.

아무튼 지난 팀전 우승자들은 내일도 촬영을 해야 한다는 말이군.


“······.”


이거 진짜 베네핏 맞냐.



* * *



촬영이 모두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각자 충전을 위해 자신만의 공간들로 흩어지고, 나도 얼른 내 침대에 몸을 뉘었다.

참고로 숙소 여기저기에 비치되어 있던 카메라들은 엊그제 첫 방송 리액션 촬영을 끝으로 전부 수거해갔다고 전해 들었다.


‘감시받지 않는 기분이 이렇게나 편하다니.’


물론 예전 예능들도 ‘리얼리티’라고 하면서 숙소나 편한 일상에서의 모습을 촬영했었다.

그런데 대중들이 추구하는 ‘리얼함’의 기준이 세월의 변화에 따라 더 강화되었는지, 요즘 제작진들은 정말 모든 걸 촬영하려 들었다.

좋은 것만 찍던 시절이 아니다. 체감상 샤워하는 것 빼곤 다 찍었다.

심지어는 화장실 갈 때 마이크를 차고 갈 뻔하기도 했다.

이런 불편함에 억지로 적응하다가, 이렇게 촬영이나 녹음 장비가 없는 환경에 놓이니 세상 편하다.

편한 자세를 찾기 위해 뒤척이면서 휴대폰을 켰다.

선곡을 알아보기 전에 인터넷 반응을 좀 더 관찰할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방청 후기가 떴겠지.’


원래는 방청 후기를 올리는 건 스포일러 차원에서 금지된다.

그럼에도 홍보 차원에서 보자면, 무료 바이럴 마케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본방송에 영향을 줄 정도로 자세한 스포일러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눈감아주는 것이 관례다.

물론 이건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인터넷에 접속해 닥치는 대로 방청 후기들을 살피며 분위기를 파악했다.

그리고 역시나 방청 왔던 사람들은 인터넷에 착실히 후기를 남겼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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