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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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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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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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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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17화



소극장 밖에는 그렇게까지 붐비지도, 한산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추첨 인원이 50명밖에 되질 않았다.

물론 당첨은 되지 않았지만, 공연장 밖에서라도 듣기 위해 온 사람들도 몇몇 섞여 있었다.

그래도 아직 방송 초기라 입소문이 덜 탔는지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


‘여기 서면 되는 건가?’


대학생은 쭉 광장을 지나 한 소극장 앞에 멈춰 섰다.

1화 방송도 하기 전부터 관객을 모집한다길래, 정말 재미 삼아 한번 지원해 봤다.

마침 학교 기숙사 근처라 그냥 공강 날 무료로 문화생활이나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물론 예습할 겸 본 1화 방송에서 주연제를 보고 난 뒤엔, 그날의 자신을 부둥켜안아 주고 싶어졌지만.

주위를 한번 둘러봤다. 아마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제작진 이 미친놈들···.’


1화가 방송을 타기 정확히 1분 전, 무대 관람 신청이 마감되었다.

한마디로, 방송을 조금이라도 보고 난 뒤엔 절대 신청할 수 없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모인 사람들은 좋아하게 될 줄도 모르고 그냥 신청한 사람들이라는 거지.’


제작진의 어이없고도 악랄한 횡포에 한동안 SNS에 욕설이 달리긴 했지만, 우선 자신은 선택받았으니 괜찮다.


‘그렇지만 다음 공연쯤엔 내 자리는 없을지도···.’


그러잖아도 요즘 슬슬 팬덤 규모가 커지는 것 같아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했다.

오늘 공연만 해도 티켓 양도를 구하는 글이 꽤 많이 올라왔다.

그래서인지 입장까지 본인 확인이 오래 걸리고 있었다.


“한 분씩 천천히 도와드릴게요~”


제작진으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 더 나오고 나서야 드디어 입장할 수 있었다.

50명 규모의 좌석이 다 차자, 무대 위로 남자 스태프가 걸어 나왔다.


“그럼 A팀부터 시작할게요~”


이윽고 공연장 불이 꺼졌다.

무대 위로 4명의 검은 인영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A팀부터 한다고 했지?’


그 정보 외엔 팀원이 누군지, 무슨 곡을 하는지 등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아직 주연제가 어느 팀인지 알 수가 없어 어두운 무대 위를 집중해서 노려봤다.


- 나를 더 사랑해 줘


잔잔하게 내레이션이 울리고, 아까보다 살짝 밝아진 조명으로 무대를 확인한 대학생은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다.


‘연제야···!’


- 나를 더더 사랑해 줘


나지막하게 마이크를 통해 공명한 주연제의 목소리가 작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그 목소리가 언뜻 스산하게 들렸다.

주연제 머리 위로 핀 조명이 쏟아졌고, 드디어 얼굴을 확인한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다.


‘왜 저렇게 창백해···?’


조명 탓인지 화장 탓인지 모를 만큼 주연제의 얼굴이 창백했다.


‘눈도 좀 이상한데?’


어디를 쳐다보는 건지 눈에 초점도, 안광도 없다.

검은색 셔츠는 매우 잘 어울렸으나, 셔츠 곳곳에 붉은 선혈 자국 같은 것이 묻었다.

아직 무대 위가 어두워서, 관객들은 상황 파악이 채 되지 않았다.

주연제 머리 위로 떨어지던 핀 조명이 꺼지고, 이번엔 다른 쪽 핀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 네가 없으면 난 안돼

죽어서도 너를 원해

네 옆을 난 지킬 거야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민영훈이랬나?’


1화에서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딱 봐도 배우상이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쟤가 저렇게 노래를 잘했었나?’


분명 지난번 무대 때는 평범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목소리가 노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렸다.


‘파트를 엄청 잘 받았네.’


설마 이번에도 연제가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했을까. 비하인드가 궁금해졌다.

다시 민영훈 쪽 조명이 꺼지고, 드디어 전체적으로 무대가 약간 밝아졌다.

무덤가를 연상하게 하는 스산한 무대와, 왠지 힘겹게 서 있는 네 명의 멤버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그들은 얼굴을 다 가릴 만큼 큰 케이프를 머리에 덮어쓴 채였다.

그제야 사람들은 눈치챌 수 있었다.


‘사후 세계? 좀비? 아··· 언데드구나···!’


그때 네 명의 멤버들은 케이프를 벗고, 각자 자리에서 벗어나 무대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주연제가 섰다.


- 사랑해달라고 외쳐도

네게는 닿질 않는 내 목소리

갈라져 버린 우리 둘의 세계

네가 없는 세계를 헤매다가

난 다시 한번 크게 외쳐

날 사랑해달라고

더 사랑해달라고

들리진 않아도 느껴지잖아


조금 전까지 스산하기만 했던 노래에 약간의 파워풀함이 가미됐다.

비트가 변주되었고 안무가 거칠어졌다.

팔을 위로 뻗었다가 좌우를 헤집었다가 하며 상반신을 전체 다 쓰는 안무였다.

물론 발도 쉴 틈 없이 스텝을 밟았다.

그런데 그런 거친 안무를 추면서도 단 한 번도 음정 실수가 나질 않았다.


‘주연제 노래 진짜 잘한다.’


오직 이 인상만이 무대를 보러온 사람들의 머리에 강하게 남았다.

주연제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마저도 그의 얼굴은 기억하게 됐다.

그러나 또다시 의문점이 생겼다.


‘대체 무슨 노래지?’


가사는 분명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무슨 노래인지, 도저히 원곡과 매칭되지 않았다.


- Love me Love me more

나를 더더 (사랑해 줘)

Love me Love me more

아직 부족해 (네 사랑이)


배재혁이 부르는 사비가 나오자, 드디어 알만한 지점을 찾았다.


‘어, 이거 여돌 노래 아닌가···?’


어디선가 들어본 이 곡은 분명 어떤 걸그룹의 데뷔곡이었던 것 같았다.

그렇지만 분명 원곡은 상큼하고 발랄한 노래였던 걸로 기억했다.


‘이 노래 가사가 원래 이랬었나?’


분명 가사는 맞는 것 같은데, 곡의 분위기 탓인지 음울하게 들렸다.

실제로 A팀 멤버들은 가사를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해석하기 나름인 가사를 사랑스러운 집착이 아닌 음산한 집착으로 바꿔서 해석했을 뿐이었다.

그걸 당장은 알 리 없는 사람들은 그저 일단 무대를 즐기기에 바빴다.

우정우의 랩 파트가 끝나고 금세 곡의 후반부를 향했다.

주연제가 다시 한번 중앙에 섰다.


- 네게서 멀어질수록

내 심장은 멈춰

고동이 느껴지질 않아

숨소리는 옅어지고

서서히 내 목을 (옥죄어)


‘뭐지···?’


분명 고음 하나 없는 파트인데도 주연제가 굉장히 잘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학생은 확신했다.


‘가수는 가수구나···.’


문득 지금껏 고음 잘 내는 가수만 인정하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만큼 지금 무대 위에 서 있는 주연제의 박자감은 가히 미쳤다고 할 수 있었다.

어두운 노래와 매칭되지 않을 만큼 빡센 안무가 계속 이어졌고, 그때마다 음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 Love me Love me more

나를 더더 (사랑해 줘)

Love me Love me more

아직 부족해 (네 사랑이)


다시 한번 후렴구가 잔잔하게 반복되었고, 네 명의 남자들은 아까 벗었던 케이프를 다시 뒤집어썼다.

그렇게 노래가 끝났다.

박수 소리와 함성으로 공연장 안이 미어터졌다.

대학생도 원 없이 소리를 질러주었다.

무대 아래로 바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A팀은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와 일렬로 맞춰 섰다.


‘뭐지?’


그때 주연제가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A팀입니다!”

“와아아악!!”


다시 한번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엊그제 1화 방송 봐주셨나요?”

“네에에!!!”

“감사합니다. 항상 무대 아래에 팬분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그렸는데요. 이렇게 여러분들이 계셔서 너무 좋았어요.”


주연제의 말 한마디마다 박수와 함성이 공연장을 채웠다.


“모두 앞으로 저희 팬 해주셨으면 좋겠고··· 하하.”


주연제가 나지막이 웃었다.


‘웃··· 었어···?!’


물론 아직 한 편밖에 방영되진 않았지만, 1화에서도 주연제가 웃는 모습은 희귀했다.

그만큼 매사에 진지하고 열심이었기에, 얼굴은 귀염 상이지만 언뜻 보면 인상이 차갑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주연제가 팬을 언급하며 웃다니.

그러고 보니 그동안 방송에서의 모습과 달리, 오늘 주연제의 말투는 묘하게 부드럽고 사근사근했다.

‘미쳤다’를 염불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모르는지 주연제는 계속 멘트를 이어갔다.


“저희 무대를 처음으로 보러와 주신 여러분들 얼굴, 표정 전부 소중히 기억하겠습니다.”

“······!”

“오늘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감사 인사는 단체로 허리를 숙여 함께 했다.

A팀 멤버들은 빠른 속도로 무대를 내려갔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다시 한번 함성을 질러주었다.

자신은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온 것이었는데. 이제는 절대 가벼운 마음일 수 없게 됐다.

무조건 주연제를 데뷔시켜야 하기 때문에.

대학생은 짐짓 비장하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해당 팀의 무대가 마음에 들었다면 O 버튼을 눌러달라고 사전에 전달받은 리모컨의 O 버튼을 미친 듯이 연타했다.

어차피 표수는 1표밖에 안 올라가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그저 자신의 굳은 결의와 흥분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연타할 수밖에 없었다.


‘주연제. 너 누나가 무조건 데뷔시켜 준다.’


A팀이 이끌어낸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B팀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A팀 멤버들이 관객의 시선을 끌며 멘트를 이어가는 동안, 무대 세트를 바꾸었는지 뭔가 약간 달라졌다.

불이 꺼졌다가 서서히 불이 들어왔다.


‘얘네는 무슨 노래를 하려나. 가수는 같나?’


그렇게 생각하던 관객들은 첫 전주를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까랑 같은 노래잖아···?!’


심지어 원곡의 상큼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청량하게 무대를 꾸몄기에, 아까 무대보다 귀에는 더 익숙했다.


‘아 맞다. 원래 이런 노래였지?’


무대가 끝나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확실히 원곡에 충실한 편곡과 무대였다.

하지만 그런 윈곡을 머릿속에서 지워낼 만큼 A팀의 무대와 컨셉은 강렬했다.

보통 이런 경연은 무대 순서가 앞선 팀이 불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기억에서 휘발되기는커녕, B팀 무대를 보고 나니 A팀 무대가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대학생은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아끼며 A팀의 승리를 확신했다.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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