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719
추천수 :
270
글자수 :
149,987

작성
24.08.29 21:50
조회
63
추천
9
글자
11쪽

28화

DUMMY

28화



다른 연습생들과 오후 촬영을 위해 연습실에 도착했다.

연습실엔 이미 세팅이 거의 끝나 있었고, 우리가 들어가자 곧바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3차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피디의 인사말로 오프닝이 진행되었다.


“이제 4차 파이널 미션만 남겨두고 있는데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감회가 새롭다.


‘출근 첫날부터 제작진들 앞에 앉힌 게 엊그제 같은데.’


아니지. 애초에 이 몸으로 눈 뜬 지가 벌써 몇 주나 흐른 거냐.

주연제의 몸으로 환생해서 지금까지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려고 하길래 재빨리 털어냈다.

지금은 촬영이 우선이니까.


“이번 4차 파이널 미션의 진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때 피디의 말에 스크린에 새로운 화면이 떴다.


“······!”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마지막 팀 구성은 이렇게 되지 않을까,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아무래도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컨셉이었으니까.


[구(舊) VS 신(新)]

[도윤+정우+시온+재혁 VS 제이+영훈+찬영+연제]


이 컨셉을 3차 개인전 때부터 꾸역꾸역 끌고 왔다.

징하군.


“그리고 이번에 여러분들이 커버하게 될 그룹은···!”


화면이 한 번 더 넘어가고, 그곳엔 익숙한 이름이 떴다.


[플레어 (FLare)]


언제 나오나 했다.

2차, 3차 미션 때도 나오지 않아 잠시 제작진과 내 추리력을 의심할 뻔했다.

드디어 나오는군.

팀원도 떴고 그룹명도 떴겠다, 연습생들은 슬슬 이동할 준비로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파이널 무대는 무려···.”


그때 피디가 다시 한번 우리의 관심을 모았다.

다들 부산스러운 움직임을 멈추고, 피디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토요일 밤, 생방송으로 진행됩니다!”

“······!”


드디어 4차 파이널 미션이 시작되었다.



* * *



연습실 바닥에 둥글게 모여 앉은 우리 주변으로 카메라가 달라붙었다.


“그럼 곡부터 정해볼까요.”


큐 사인이 있고,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 그 전에 4차가 되어서야 겨우 한 팀으로 만난 캐나다 연습생, 윤제이와는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주연제보다 한 살 많은데,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성격이 좋은 놈 같긴 하더라.


‘외국에서 자라서 그런가.’


아무튼 머릿속에 이 멤버 구성으로 하면 좋을 것 같은 플레어 곡 리스트를 몇 개 뽑았다.

4차 팀전은 커버할 그룹만 정해줬을 뿐, 곡까지 정해주진 않았다.

한마디로 자유곡.


‘아무래도 내가 제일 잘 알겠지.’


그러나 10년 전에 활동했던 플레어 곡을 잘 모를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회의는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겼다.


“저는 2집에 더블 타이틀로 수록된 곡이 좋을 것 같습니다!”

“NO. 4집 맨 마지막 곡인 <Central>이 더 좋아.”

“······정규 1집 곡들이 아무래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5번 트랙처럼요.”


이 세 사람한테.


“······?”


생각보다 플레어 곡을 잘 아는데.

심지어 민영훈까지 합세해서 저럴 줄은 몰랐다.

도저히 끼어들 틈도 주지 않으며 빠르게 흘러가는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지금까지 무대를 통틀어 가장 선곡이 치열하지 않나 싶은데.


‘새삼 우리 노래가 많군.’


뭐, 6년 차에 미니 5집, 정규 2집까지 냈으니 당연한 건가.

그 당시 가요계에는 1년에 1.5에서 2 컴백이 기본이었으니까.

그때 갑자기 정찬영이 나에게도 물어왔다.


“형. 형은 어떤 곡 하고 싶으십니까?”


음. 사실 나도 생각해 둔 곡이 있기 한데.

아마 내 아이디어가 제일 좋을 거라, 일부터 임팩트를 주기 위해 뜸을 들였다.


“나는 5집에 <인 디 에어>가 좋을 것 같은데.”


이번엔 민영훈이 치고 나왔다.


“그럼 형, 생각해 두신 편곡 방향도 있으세요?”

“있긴 해.”


내 대답에 눈알 6개가 다 나만 쳐다보는데.

특히 무한 신뢰의 눈빛을 발사하고 있는 정찬영과 민영훈이 부담스럽다고.

나는 다시 한번 천천히 운을 뗐다.


“밴드 버전은 어떨까 싶어.”

“밴드 말씀입니까?”


플레어의 5집은 애초에 내가 죽는 바람에 음방 활동을 길게 못 한 앨범이다.

덕분에 대중들에게 확 각인된 이미지가 적으니까 새로운 버전으로 무대 보여주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타이틀도 아닌 거의 끝 번호 트랙이었던 <인 디 에어>는 아예 활동 기회조차 없었다.

즉, 무대 영상이 아예 없다.


‘물론 콘서트에서 부르려고 하긴 했지만.’


그리고 그 콘서트에서 부르려고 했던 <인 디 에어>가 바로 밴드 버전이었다.

아마 진작 사후 정리된 내 당시 컴퓨터에 미완성 편곡 버전이 저장되어 있었을걸.

콘서트를 앞두고 거의 후반 작업 중이었거든. 아무튼.

내 설명이 더 이어졌다.


“응. 파이널이라 당연히 관객들이 있을 거잖아. 라이브로 관객과 호흡 맞추기엔 밴드가 딱일 것 같은데.”


무대 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크면 클수록 좋다.

제작진 측에선 ‘생방송’이라고만 알려줬지만, 지금 봤을 땐 무조건 방청을 받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그리고 이 컨셉은 생방송 무대에 무조건 먹힐 것 같다.

그때 조용히 고민하던 정찬영이 다시 한번 되물었다.


“형. <인 디 에어>는 좀 잔잔한 곡이지 않습니까?”


얘는 뭐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잘 알아.

정찬영의 말대로이긴 하다.

<인 디 에어>는 잔잔한 멜로디에 가사말도 서정적인 편이다.


“맞긴 한데. 그래서 오히려 편곡으로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더 이상 말로 더 설명하기보단, 구상하고 있는 편곡의 아웃라인을 대강 들려주었다.

그걸 다 들은 팀원들은 내 선곡과 편곡에 적극 찬성했다.


“연제! 넌 어쩜 그렇게 항상 아이디어 많아?”

“형, 이번에도 멋지십니다!”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형 대단하세요.”

“······예. 다들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칭찬하길래 민망함에 대충 대답하고 얼른 화제를 넘겼다.

카메라 앞에서 제발 나 좀 그만 띄워라.

본방송 챙겨볼 때마다 민망해 죽겠다.


“저희 그럼 빨리 파트부터 분배하고, 편곡 의견 모아서 전달하시죠.”


내 말에 다들 가사지부터 들여다봤다.

지난 무대 보니까 다들 보컬 폼들이 많이 올라왔던데.

덕분에 파트를 분배하는 데에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애들이 내지 못할 고음 파트를 주로 내가 가져오고, 나머지 파트들은 거의 공평하게 나눠 가졌다.

거진 3주 만에 느껴보는 평화군.

물론 이렇게 희망적이기만 해선 방송 분량이 적어지겠지만.


‘악편보단 통편이 낫더라고.’


둘 다 당해본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말이다.

자, 대충 파트도 나눠 가졌겠다. 이제 진짜 중요한 시간이었다.


“구체적인 컨셉이랑 편곡 방향 잡죠.”


밴드 풍은··· 잘하면 멋있지만 자칫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경험상 정말 그 미세함이 한 끗 차이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그 촌스러움을 죽이고, 세련된 멋을 살려서 잘 뽑아야 한다는 건데.


“저 의견이 있는데요.”


다양한 밴드 아이디어를 내놓는 팀원들 사이에서 조용히 손을 들었다.



* * *



“얘들아 잠깐 좀 모여봐.”


4차 팀전 무대 준비가 한창일 때쯤.

신인개발팀 팀장이 우리를 불러 모았다.

팀별로 나뉘어 연습 중이던 우리는 다 함께 1층 회의실로 모였다.


‘제작진까지?’


회의실엔 메인 작가도 함께 있었다.

둘 다 묘하게 표정들이 밝은데.

투명한 벽 너머로는 직원 네 명 정도가 왜인지 지친 기색으로 바삐 돌아다니고 있는 게 보였다.


“······?”


우리 회사는··· 보통 이렇게까지 바쁠 일이 없을 텐데.

옛날이었다면 몰라도, 회사 규모가 10분의 1 토막 난 지금의 HP 엔터는 오히려 매일 한가로웠다.

그거야 일이 없으니까.

익숙지 않은 풍경에 무언가 낯선 느낌마저 들었다.

하나둘씩 호출을 당한 연습생 여덟 명이 다 모이자, 팀장이 입을 열었다.


“지금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그렇게만 말하면 우리가 어떻게 알아듣냐.

다른 애들도 쓸데없이 비장한 팀장의 말에 긴장되는지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더 설명을 요구하는 우리의 눈빛에, 팀장은 입을 열기보단 노트북과 연결된 TV 화면을 띄웠다.


“······?”


팀장이 보여준 화면엔 그래프가 떠 있었다.

그것도 확신의 우상향 그래프가.

초록색 꺾은선 그래프는 원만한 경사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팍 치고 올라갔다.

다들 영문도 모르고 그래프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자, 연도윤이 먼저 나섰다.


“팀장님, 이게 뭐예요?

“4차 파이널 방청 신청 들어온 거야.”

“방청 신청이요?”

“응. 이것 봐.”


팀장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걸린 숫자로 시선이 쏠렸다.

1만 7천.


‘흠.’


사실 옛날과 비교했을 때, 이 업계가 워낙 거품이 껴서 정확한 판단이 어렵긴 한데.

그럼에도 오프라인을 뛰러 오겠다는 사람들이 1만 7천이나 된다는 소리다.

물론 추첨제인 특성상 여러 아이디로 응모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리가.’


한 사람당 170개의 아이디를 생성하는 성실하게 미친 인간이 아니고서야, 큰 수인 건 틀림없다.

주변 애들만 봐도 많이 놀란 눈치고, 무엇보다 메인 작가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어젯밤부터 갑자기 신청 건수가 늘었거든? 근데 오늘 아침엔 벌써···.”


우리 표정을 살피던 팀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팀장이 페이지를 새로고침을 한번 누를 때마다 그래프가 위를 향해 서서히 움찔거렸다.

지금도 계속 응모가 들어오고 있는 모양이군.


‘잠깐.’


어젯밤부터면···.

방금 뭐 하나가 뇌리를 팍 스치고 지나갔다.


‘하이타임.’


일단 심증은 있는데, 확신할 순 없으니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인터넷이나 SNS를 확인하면 좀 더 확실히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내가 입 열어봤자, 다 내 덕이라고 설치는 꼴밖에 더 되냐.’


엊그제 방송한 <크러쉬온> 4화는 분명 하이라이트 모음이었다.

즉 이번 주 본방은 결방.

우리에겐 새로운 떡밥이 뜬 것도, 새로 유입이 늘만한 콘텐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내가 출연했던 하이타임 예능 프로그램밖엔.


‘······내 덕분 맞는 것 같은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 공지 (24.08.21 수정) 24.08.13 117 0 -
30 30화 +1 24.08.31 63 10 11쪽
29 29화 +1 24.08.30 65 8 11쪽
» 28화 24.08.29 64 9 11쪽
27 27화 24.08.28 68 8 11쪽
26 26화 24.08.27 80 9 11쪽
25 25화 24.08.26 86 8 11쪽
24 24화 24.08.25 91 7 11쪽
23 23화 24.08.24 94 9 11쪽
22 22화 24.08.23 91 7 11쪽
21 21화 24.08.22 102 6 11쪽
20 20화 24.08.21 115 8 12쪽
19 19화 24.08.20 114 8 11쪽
18 18화 24.08.19 122 8 11쪽
17 17화 24.08.18 122 8 11쪽
16 16화 24.08.17 127 8 11쪽
15 15화 +1 24.08.16 134 8 11쪽
14 14화 +1 24.08.15 144 10 11쪽
13 13화 24.08.14 155 8 11쪽
12 12화 24.08.13 165 9 11쪽
11 11화 24.08.12 170 8 11쪽
10 10화 24.08.11 174 9 11쪽
9 9화 24.08.10 172 9 11쪽
8 8화 24.08.09 196 8 11쪽
7 7화 24.08.08 215 9 11쪽
6 6화 24.08.07 218 11 11쪽
5 5화 24.08.06 242 12 11쪽
4 4화 24.08.05 257 12 11쪽
3 3화 24.08.04 296 11 11쪽
2 2화 24.08.04 344 1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