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환생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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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2 17:26
최근연재일 :
2024.08.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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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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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14화



“죽은 후에도 사랑해달라고 집착하면 어떨까.”


내 의견이었다.

곡의 기본적인 틀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겹칠 만큼 뻔한 것도 안 된다.

그렇다면 어차피 사랑을 갈구할 거, ‘일반적인’ 사랑이 아니라면.


“인간과 영혼의 사랑인 거지. 금지된 사랑. 집착의 끝.”

“약간 언데드처럼? 좋다.”


우정우가 가장 먼저 호응했다.

이제 보니 우정우. 인상은 날카롭게 생겨서 굉장한 평화주의자인 것 같군.


“저도 좋아요. 겹치지 않고 독특할 것 같아요.”


민영훈까지 동의하자 배재혁도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꼬우면 제대로 된 의견을 내던가.’


일단은 내놓을만한 아이디어가 마땅히 없으니 넘어가는 모양새다.


‘편곡이야 뭐.’


편곡은 한시름 덜었다. 문제없는 정도가 아니라, 지난번보다 욕심을 내도 된다.

1차에선 내가 짧은 지식으로 어떻게든 했다면, 이번엔 우정우가 있다.

지난번에 보니까 편곡 잘했더라. 감히 원곡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실 이번 아이디어도 우정우를 믿고 낸 거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대충 컨셉이 나오자마자 머릿속으로 편곡 방향성을 잡고 있는 모양이군.


“그럼 이제 파트 분배해야 하는데. 특별히 하고 싶은 파트 있는 사람.”


내 말에 배재혁과 민영훈 모두 손에 쥔 가사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특히 ‘파트’ 얘기가 나오자 배재혁은 어깨를 움찔했다.


“나 여기 ‘Love me’부터 ‘네 사랑이’까지 하고 싶은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누가 말할세라 재빨리 사비 파트를 선점했다.

아마 맨 처음 이 팀원 구성으로, 이 곡이 정해졌을 때부터 말하고 싶었을 거다.

1차 팀전에서 진 충격이 아직 가시질 않았는지 더 여유가 없어 보인다.


‘어려서 그런가.’


내가 예상한 그대로 행동하는 배재혁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파트가 무슨 한정 특가 장보기도 아니고.

나는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민영훈에게도 물었다.


“영훈이는 사비 하고 싶어?”

“아뇨. 저는 키가 안 맞는 것 같아요.”


역시나 민영훈은 거절했다.

음. 내가 구상하고 있는 그림에도 사비는 배재혁이 맡는 게 제일인데.


“그래? 그럼 이 파트는 재혁이가···.”

“근데 재혁이보단 연제 목소리가 더 잘 맞을 것 같은데.”

“······?”


배재혁한테 파트를 넘기려는 순간 우정우가 갑자기 의견을 냈다.

조용히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던 놈이 갑자기 입을 여니,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이런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잘 읽는 제작진들까지 카메라를 들고 옆에 달라붙었다.

전체 프로듀싱을 하게 될 놈이니까 순수하게 의견을 낸 것 같긴 하다만.

너 평화주의자 아니었냐.


“······.”


역시나 배재혁의 표정은 카메라가 바로 옆에서 자신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사람처럼 굳었다.

5년이나 함께 연습한 동기라서 배신감이 더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나’라서 싫은 건지.

음. 둘 다겠군.

민영훈은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눈치껏 빠졌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해결할 사람이··· 나밖에 없네.

일단 천천히 운을 뗐다.


“나는 나보단 재혁이 보컬이 좀 더 거칠어서 잘 어울릴 것 같아. 충분히 재혁이한테 어울리게 편곡할 수도 있고.”


내가 하는 말을 배재혁은 잠자코 들었다.


“그리고 애초에 원하는 파트 말해보라고 한 거니까. 하고 싶은 걸 해야 더 잘하지.”


이건 정말 진심이었다.

애초에 배재혁이 나에게 비협조적일 거라고는 처음부터 예상했다.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파트라도 손에 쥐여주고, 잠자코 따라오게 할 생각이었다.

최소한 연습은 열심히 하겠지.


“그래. 알겠어.”


우정우도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내 의견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아무도 문제 삼지 않고, 이야기를 끝냈다.

애초에 저 녀석은 나냐 배재혁이냐가 중요한 것보다 곡의 완성도를 고려한 거였을 테니까.


“그럼 재혁이가 사비 하는 걸로 하자.”

“······어. 고마워.”

“고마울 게 뭐 있어. 자 다음.”


배재혁이 얼빠진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왜. 네가 원하는 파트도 줬구만.

아무래도 나도 사비에 지원해서 서로 경쟁하는 그림을 예상했나 본데.


‘내가 굳이 왜?’


나는 아까부터 노리고 있던 파트가 따로 있거든.

민영훈도 원하는 파트를 가져가고, 이제 내 순서가 되었다.


“그럼 내가 1절 벌스랑 브릿지 파트 맡으면 되겠네.”


사실 한창 플레어로 활동할 때, 이 곡을 연습 중이던 데뷔조 후배들을 몇 번 오가며 마주쳤었다.

이 곡의 메인은 언뜻 보면 사비 같겠지. 음도 높고.

하지만 고음 부분보다 어려운 게 이상하게 쪼개진 박자에 딱딱 맞게 부르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내 파트는, 어설프게 도전했다간 느낌이 잘 안 살고 곡을 망칠 수 있다.

물론 잘 살린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걸즈에라’에서도 대중들에겐 리드보컬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메인보컬 격이었던 멤버가 맡았던 파트였기도 하다.

배재혁이 나서서 고음셔틀을 맡아준다는데 오히려 좋다.

덕분에 나는 파트 양보하는 그림도 챙긴 것 같고.

내가 처음 그린대로 파트가 저절로 분배되니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정우야 편곡 관련해서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럼 이제 내 파트도 좀 챙겨보자.

그렇게 머릿속에서 배재혁에 대한 생각을 갈무리했다.



* * *



우정우와 작업실에 다녀온 사이, 연습실엔 민영훈 혼자였다.


“영훈아. 재혁이는?

“재혁이 형 보컬 연습하러 개인실 갔어요.”

“그래?”


때마침 제작진 측에서 촬영 시작 사인을 보내왔다.


“영훈아. 안무는 어디까지 땄어?”

“1절 사비까지는 대충 땄어요···.”


대답이 시원찮은 걸 보니, 정말 대충 땄나 본데.


“그럼 봐줄 테니까 보컬이랑 안무 같이 한번 해봐. 외운 곳까지만.”

“네.”


민영훈이 음원 파일에서 자신의 파트를 틀었다.

아이돌에 욕심은 크게 없어 보이는데 또 연습할 때는 엄청 열심히 한다.

춤이 좀 부족해서 그렇지 보컬은 나름 괜찮았다.


“시작할게요.”

“응. 준비되면 바로 해봐.”


민영훈이 부르는 노래를 가만히 들었다.


‘발성을 잘 배웠네.’


전 소속사에서 배역 오디션을 보려고 보컬 수업을 좀 들었다더니. B 정도는 된다.


‘얘도 참 몸의 근육들이 뇌 말을 안 듣는군.’


동류는 동류를 한눈에 알아본다고 하던가. 처음엔 꽤 강한 동질감도 느꼈었다.

외웠다고는 하는데 어딘가 어설픈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1차 때보단 확실히 나아졌다. 지난번이 C였다면, 지금은 C+ 정도.

음. 그럼에도 고질적인 보컬의 문제점은 아직도 못 고쳤다.


“영훈아 목에 힘 그만 주고. 그냥 평소에 말하듯이 불러봐. 너 목소리 그대로.”

“······네. 다시 해볼게요.”


한참 시간이 흘러, 민영훈 목도 슬슬 맛이 가려고 할 때쯤, 제작진 측에서 잠시 촬영을 쉬자는 사인을 보냈다.


“정우야.”

“어?”


앉아서 쉬려고 하는 우정우를 불러 세웠다.

춤을 그렇게 해놓고 어딜 쉬려고.


“쉬는 시간 끝나면 너도 안무 한번 맞춰보자.”

“······.”

“싫어도 해야지. 어쩌겠어.”

“응······.”


우정우가 싫은 티를 내고 힘없이 대답하면서도, 결국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안무 연습을 이어갔다.

아주 이 팀에 안무 구멍들은 다 모였구만.


‘그러니까 애초에 셔플이 잘못되었다니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춤이라곤 없는 놈들 넷을 한 팀에 묶어놓는 게 말이 되냐고.

셔플이 공정하게 이뤄진 건지, 과정을 공개해 줬으면 좋겠는데, 따위의 의구심을 괜히 속으로 쏟아내며 벽에 기대앉았다.


“연제 형.”

“어?”


쉬는 동안 제공된 패드로 안무 영상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민영훈이었다.

‘형’이라 불린 시점에 이미 민영훈이겠거니 예상은 했지만, 그럼에도 꽤 놀랐다.

연습 시간 이외에 누구한테건 따로 살갑게 말 거는 편이 아닌 놈이라.

보통은 쉬는 시간이 되면, 혼자 구석에 짱박혀서 조용히 눈을 감고 체력을 충전하는 편이었다.

그런 놈이 갑자기 나한테 가질만한 용건이 무엇인지 감도 안 잡혔다.


“형은······.”

“편하게 얘기해도 돼.”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까지 조심스럽냐.

슬슬 불안해지려고 그런다.


“원래 보컬로 들어오셨다고 들었어요.”

“어···. 뭐 그렇지.”


······그야 권혁필 사장이 나한테 춤출 시간을 안 줬으니까.

나는 분명 춤을 준비해 갔다.

사장님이 보지도 않고 대뜸 계약서부터 내밀었지. 아무튼.


“근데 지금은 어떻게 그렇게 추시는지···.”

“······?”


응? 춤? 춤을 나한테 묻는 건가?

인생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가 다른 것도 아닌 춤에 관련된 질문을 다 받아보고.


“아.”


설마 지난 미션 트레이너 점검 때 지적받았던 걸 아직 마음에 품고 있었나.

분명 그건 민영훈을 자극하기 위한 말이기도 했지만, 그보단 방송용 멘트일 뿐이었다.

적당히 흘려들었으면 됐을 텐데.

딱 보기에도 천성이 성실한 녀석이라 그런지, 그걸 곧이곧대로 듣고 속에 담아두었나 보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내 정적이 길어지자 민영훈이 다시 입을 뗐다.

원래도 느꼈지만 정말 개복치 같은 놈이다.

뭐··· 방법이야 알려줄 수 있지만, 그게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닐 텐데.


“한 오천 번씩 추면 돼.”

“네?”


단언컨대 내가 들었던 민영훈 목소리 중에 제일 컸다.


“오천 번 정도 추다 보면 외우기 싫어도 외워져.”

“아······.”

“안되면 될 때까지 해야지. 어쩌겠어.”


민영훈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단순히 ‘오천 번’이라는 숫자가 주는 충격이 컸는지, 계속 ‘오천 번씩···?’ 만 중얼거렸다.

플레어 시절 구진우는 춤을 어려워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못 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곡이랑 안무가 나오면, 음악방송에 서기 전까지 밥만 먹고 계속 안무만 연습했다.

처음 환생했을 때 가관이었던 주연제의 몸도, 이제는 어느 정도 뇌의 명령을 따르는 수준까진 올려놓았다. 그러니까.


“효과는 보장한다.”


내가 무려 인생 2회차에 걸쳐 효과 본 비법이거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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