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세상에서 각성해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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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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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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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꽃님아

DUMMY

진동의 근원은 분명 심율이었다.


그 근거로


‘오, 오러까지?..’


놀랍게도 심율의 몸 주변에서는 한데 농축된 마나가 빛을 발하는 현상인 오러가 관찰되고 있었다.


미약했지만 분명 오러였다.


이는 바티아크인 가운데서도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 되어야만 만들어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했다.


‘..도대체 어떻게?’


한게츠는 심율의 얼굴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의 이마에는 분명 쿠다가 박혀 있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지금은 붉은 색 빛을 발하고 있었지만, 분명 쿠다였다.


쿠다가 박혀 있는 한 인간은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


이는 불변의 진리였다.


백 년 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마법사들이 모여 설계한 바티아크 역사상 가장 완벽한 주문.


그것이 쿠다였다.


고작 저따위 애송이 녀석이 어찌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낮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음?”


한게츠의 머리 속에 또 다른 의문이 든 것은 그때였다.


‘왜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거지?’


심율의 몸 주변에는 이미 엄청난 양의 마나가 모여들고 있었다.


저 정도 양이면 이미 이 곳에 있는 호위병들을 모두 해치우고 어쩌면 한게츠 본인마저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율은 그 마나들을 활용해서 어떠한 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마나를 끌어 모으기만 할 줄 알았지 사용하는 방법은 모른다?


“그럼 그렇지. 인간 따위가 감히.”


코웃음을 친 한게츠는 호위병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는 저딴 애송이를 해치우는데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은 수치라고 생각했다.


호위병들은 아직 꽃님이를 차에 태우기 전이었다.


“느려 터져서는. 쯧.”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찬 그는 호위병 한 명을 불렀다.


“달쉬!”


호명된 호위병이 고개를 돌렸다.


“네, 한게츠님.”


한게츠는 심율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놈을 죽여라.”


갑작스러운 지시에 호위병 달쉬는 잠깐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한게츠의 매서운 눈빛을 확인하고는 답했다.


“네. 한게츠님.”


꽃님이의 오른쪽 팔을 놔준 달쉬는 천천히 심율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어깨에 둘러메고 있던 총을 가슴팍으로 옮겨 든 달쉬는 심율을 향해 사격 자세를 취했다.


이내 총에 연결된 마나 저장소가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마나빔이 생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렸다.


‘오, 오빠?’


고개를 돌려 달쉬의 행동을 본 꽃님은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알아차렸다.


‘아, 안돼!’


나머지 한 명의 호위병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손을 뿌리치고 달아나기 시작하는 꽃님.


타다다닷.


잽싸게 심율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오빠!”


그리고 그 순간,


삑.


마나빔 생성이 완료됐다는 알림음이 울렸고


꽃님이를 미쳐 발견하지 못한 달쉬가 그만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다.


부우잉.


푸슉.


그의 총에서 발사된 마나빔은 순간적으로 달려든 꽃님의 목덜미를 관통하고 말았다.


퍼억.


“커헉.”


철퍼덕.


꽃님은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쓰러진 꽃님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꼬, 꽃님아!”


한쪽에선 동생의 이름을 부르짖는 심율의 절규가 터져 나왔고,


“이, 이런..”


반대쪽에선 자신이 쏜 총에 엄한 사람이 쓰러졌다는 것을 확인한 달쉬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게츠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그는 겨우 입을 뗐다.


“하, 한게츠님.”


한게츠는 그런 달쉬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멍청한 놈. 네놈 때문에 슈라크님께 좋은 장난감을 드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생겼구나.”


“죄, 죄송합니다. 한게츠님.”


“그딴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한게츠는 가늘게 뜬 눈으로 심율과 꽃님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차가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멍청하게 서 있을 셈이냐?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테니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오거라. 이번에도 실수하면 그때는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그렇게 한게츠는 차에 올라탔다.


한게츠가 차에 오르는 것을 확인한 달쉬는, 그대로 몸을 돌려 섰다.


쓰러져 있는 꽃님이와 심율을 번갈아 쳐다 본 그는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확실히 마무리 짓는 데는 총보다는 검이 낫다고 생각하며


달쉬는 천천히 남매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꼬, 꽃님아!”


심율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눈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소리만 들어도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가능했기 때문.


오빠를 부르짖으며 달려오던 꽃님이의 발자국 소리.


거의 동시에 발사된 총소리.


이어지는 둔탁한 타격음과 꽃님이의 신음소리.


마지막으로 꽃님이가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


이 모든 소리들을 종합해봤을 때 결론은 하나였다.


꽃님이가 총에 맞고 쓰러진 것.


“꽃님아!”


동생이 다쳤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심율의 감정은 분노에서 걱정으로 대체됐다.


동시에 마나의 울림도 멈췄다.


털썩.


자세를 낮춰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심율은, 손을 앞으로 휘저으며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나아갔다.


휙. 휘익.


툭.


얼마 안가 그의 손 끝에 감촉이 전해졌고, 심율은 그것이 동생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 엎드려 있는 건가?..’


손이 닿았음에도, 동생은 기척이 없었다.


“꽃님아?”


이름을 불러봐도 마찬가지였다.


‘기, 기절한건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심율은, 동생의 몸을 흔들었다.


“꽃님아! 일어나봐, 꽃님아! 많이 다친거야?”


소용없었다.


아무리 흔들어봐도, 큰 소리로 이름을 불러봐도, 동생 꽃님이는 반응이 없었다.


엄습해 오는 불길한 예감을 애써 눌러가며, 심율은 동생의 양쪽 겨드랑이에 자신의 팔을 끼우고 몸을 들어 올렸다.


원래대로라면 가볍게 들려야할 동생의 몸이, 오늘따라 축 늘어진 것이 무겁게 느껴지는 심율이었다.


이 또한 매우 불길한 징조였지만, 심율은 애써 외면했다.


잠시 후, 품에 안은 동생의 고개를 들어 올리기 위해 목에 손을 가져다 댄 심율은, 그제서야 이 불길한 예감의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피?’


꽃님이의 목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피는, 목덜미에서 목 앞쪽까지 관통하는 탁구공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구멍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심율은 직감했다.


이 정도의 부상이라면 즉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는 인정할 수 없었다.


아직은.


동생의 생사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더듬고 더듬어 경동맥에 손을 가져다댄 심율.


‘···제, 제발. 꽃님아.’


그의 간절한 바램에도 불구하고,


‘···’


맥박은 뛰고 있지 않았다.


이어서 손을 가져다 댄 코와 입에서도 호흡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살갗에서도 온기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꽃님이에게서는 그 어떤 생명의 징후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심율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생의 죽음을.


“꽃님아..”


동생의 몸을 힘껏 끌어안은 그는 작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꽃님아..흐흑.”


하지만 눈물은 오래 가지 못했다.


대신 그의 마음 속에는 다시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분노의 강도는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마치 폭포수가 쏟아져 나오듯, 그의 온몸을 하얗게 태워버릴 것같은 기세의 감정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대체, 왜..”


우리 꽃님이에게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져야만 하는 것인가.


누구에게 해 한번 끼친 적 없는, 심지어 개미 한마리 밟아 죽이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우리 착한 꽃님이에게.


도대체 우리 인간들은 언제까지 저 바티아크인들에게 벌레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살아야하는 건가.


한번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분노는 점점 커져만 갔다.


꽃님이의 죽음에서 시작된 그 감정의 폭포는, 그동안 억압받았던 모든 것들, 그 모든 기억과 원한들에 대한 것까지 더해져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몸 주변으로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마나가 모여들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그렇게 농축된 마나들은 눈이 부실 정도의 강렬한 빛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빛이 어찌나 강렬한지,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호위병들이 제대로 눈을 뜰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빛은 차 안에 타고 있던 한게츠마저도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음?”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 한게츠는, 좀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양의 마나들이 심율의 몸 주변으로 모여들며 빛을 쏟아내는 광경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그만 입을 쩌억 벌리고 말았다.


“어, 어떻게 이런?..”


우우우우우우웅.


농축된 마나들은 점점 더 강하게 심율의 주변을 울렸다.


이윽고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쿠쿠쿵.


이제 모여든 마나의 양은 심율에게 걸린 저주의 주문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쿠다의 붕괴를 야기했다.


쩌적. 쩍.


이마에 박혀 있던 선명한 표식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고,


파앙.


결국 쿠다는 완전히 산산 조각이 났다.


그 순간.


쿠콰콰콰콰콰.


작은 폭발음과 함께 심율의 몸 주변에 모여들었던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들이 한꺼번에 그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번쩍.


콰앙.


“흐억.”


“컥.”


순간적으로 발생한 빛과 폭발로 인해 호위병들은 몇걸음이나 뒤로 튕겨 날아갔다.


철퍼덕. 쿵.


한게츠가 타고 있던 차 역시도 심하게 흔들렸다.


휘청. 쿵.


“히익.”


잠시 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서야 한게츠는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그가 차에서 내렸을 때는 모든 일이 마무리가 된 후였다.


푸슈우우.


더이상의 빛도 진동도 없었으며, 그저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심율이 서 있던 자리에는 뿌연 연기만이 가득했다.


그것만이 방금 전 폭발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다는 것을 짐작케 할 뿐이었다.


한게츠는 정신 못차리고 바닥을 뒹굴고 있는 호위병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지시를 내렸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셈이냐! 찾아라! 놈을 찾아!”


“네, 네. 한게츠님.”


“네, 알겠습니다.”


허둥지둥 자리를 털고 일어난 호위병들은 한게츠의 지시대로 심율을 찾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4 js*****
    작성일
    24.09.02 22:49
    No. 1

    돈생죽는건 국룰인가 요즘소설은 초반에 주인공가족이나 가족같은 사람나오면 죄다 죽는데
    작가들끼리 합의한건지 죄다똑같네

    찬성: 2 | 반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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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언제까지 도망만 쳐댈거냐 24.08.21 12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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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화 그냥 죽여 버릴까 24.08.15 189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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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꽃님아 +1 24.08.12 242 11 11쪽
5 4화 내 동생은 24.08.10 284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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