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세상에서 각성해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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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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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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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언제까지 도망만 쳐댈거냐

DUMMY

한 손에 횃불, 나머지 한 손에는 도끼를 든 오우거는, 멀리서부터 코를 킁킁 거리며 다가왔다.


"킁킁. 이건 무슨 냄새지? 킁. 아무래도. 킁킁. 수컷 인간 냄새 같은데? 킁킁킁. 수컷 인간 냄새가 맞잖아. 수컷 인간 겨드랑이 냄새. 왜 우리 집에서 이런 더러운 냄새가 나는 거지? 킁. 난 수컷 인간을 잡아 온 적이 없은데 말이야. 이 냄새를 맡으니까 기분이 더러워. 냄새의 주인을 죽여야 겠어."


오우거의 목소리를 들은 여자가 몸을 숨기려다 말고 심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얼굴과 겨드랑이를 번갈아 쳐다봤다.


이에 심율은 저도 모르게 움찔하고는, 겨드랑이를 밀착시켜 냄새가 나지 않게 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씨, 씻은지 얼마 안됐어.."


"신경쓰지 말아요. 그냥 저 새끼 코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것 뿐이니까."


그 순간.


"가만 안두겠어! 수컷 인간 새끼!"


쿵. 쿵.


자신의 집에 누군가 침입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오우거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여자가 겁에 질려 말했다.


"..도, 도망쳐야 돼요. 안그러면 우리 둘다 죽어요."


공포에 질려 동공이 반쯤 풀린 그녀는 숨을 곳을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더니 오우거의 목소리가 들려온 반대 방향으로 냅다 뛰기 시작했다.


"잠깐! 그 쪽으로 가면.."


하지만 그것은 역효과를 낳았다.


나무에 가려져 안보였던 사각 지대를 벗어나, 오우거의 시야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


"오호! 이 년이 어디갔나 했더니 거기 숨어 있었냐!"


여자를 발견한 오우거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안 그래도 오늘 야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는 달리는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한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여자에게 집어 던졌다.


파앙.


도끼는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휘리릭.


정확히 여자의 뒷통수를 향해서.


하지만,


타다닷.


깡.


도끼가 여자의 뒷통수에 꽂히기 직전, 잽싸게 튀어나온 심율이 허리춤에서 뽑은 검으로 이를 튕겨냈다.


"꺄아악!"


뒤통수와 한뼘 거리에서 들려온 무시무시한 소리에 깜짝 놀란 여자는 그만 발을 헛딛고 넘어지고 말았다.


철퍼덕.


"흐윽."


그리고 그런 여자와 오우거의 사이를 막고 선 것은 심율이었다.


심율을 발견한 오우거 역시 멈춰섰다.


"너였냐? 겨드랑이에서 냄새 풀풀 풍기고 다니는 게?"


심율은 저도 모르게 또 한번 움찔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검 끝을 다시 오우거에게 겨냥했다.


"니 몸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만 할까, 이 괴물 새끼야."


오우거가 가소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꼴에 불알 달고 태어났다고 여자 앞에서 패기있는 척? 미안하지만 이 오우거님은 그런 꼴은 못본...음?"


타아앗.


오우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율이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기습 공격을 할 요량이었다.


타다닷.


순식간에 오우거와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심율.


하지만,


"에잇!"


오우거가 한발 빨랐다.


심율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오우거.


후웅.


'빨라!'


육중한 덩치에서 짐작되는 것과는 다르게 오우거의 움직임은 꽤나 날렵했다.


타닷.


가까스로 오우거의 공격을 피하는데 성공한 심율.


오우거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오잉?"


휘청.


중심이 흐트러진 틈을 타 심율이 다시 한번 공격에 나섰다.


타앗.


심율은 오우거의 등을 겨냥하고 검을 휘둘렀다.


파앙.


퍼억.


'먹혔...응?'


이게 무슨 소리지?


그것은 살을 벨 때 나는 느낌이 아니었다.


게다가 소리도 둔탁한 게 뭔가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 오우거의 등에 닿기는 했지만 살을 베는 데는 실패했다.


대신 피부에 그대로 박혀 버렸다.


'박혀?'


공격이 먹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심율은 잽싸게 검을 거둬 뒤로 물러섰다.


타앗.


그리고


"큭큭큭."


여전히 심율에게 등을 보이고 선 오우거가 키득거렸다.


그리고는 고개만 살짝 돌린 채, 입 안 가득 여유 넘치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이 오우거 님을 겨우 그딴 장난감으로 벨 수 있다고 생각했냐? 이 몸의 피부는 갑옷만큼이나 두껍다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분명 심율이 있는 힘껏 휘두른 일격에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등에서는 피 한방울 흐르지 않았다.


그저 검이 닿았던 곳에 살짝 눌린 자국만 남아 있을 뿐.


그제서야 오우거는 몸을 돌려 심율을 바라보고 섰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때? 아직도 이 오우거 님을 상대로 붙어보고 싶냐? 지금이라도 포기하면, 고통스럽지는 않게 죽여준다."


오우거의 도발에 심율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웃기는 소리. 고작 공격 한번 막아낸 것 가지고 우쭐하기는."


자신 있게 답하기는 했지만, 심율의 머리 속은 복잡했다.


단 한번의 경합이었지만, 그는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


'무턱대고 덤벼서는 승산이 없다.'


지금까지는 각성으로 얻은 스피드와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손쉽게 이겨왔지만, 지금 눈앞의 적은 급이 달랐다.


힘은 굳이 비교해 보지 않아도 심율보다 월등히 좋을 것이 분명했고, 한 수 아래일 것으로 생각했던 스피드도 생각보다 느리지 않았다.


게다가 갑옷처럼 두꺼운 피부는 검으로도 벨 수 없다.


아니, 작은 상처조차 내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아직 어설픈 염력은 저 녀석을 상대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자신 있는 척 지껄이더니, 뭘 그렇게 주저하는 거냐? 내가 갈까?"


심율의 복잡한 머리 속을 알고나 하는 소린지, 오우거가 다시 한번 도발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심율은 그저 오우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무리 강한 녀석이라도 약점은 있을테지..'


그리고 그 순간,


심율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오우거의 몸 주변을 흐르고 있는 마나의 움직임을 보던 중 뭔가를 발견한 것.


'목덜미가?'


강력한 마력을 자랑하는 만큼, 오우거의 몸 주변에는 굉장히 많은 마나의 흐름이 관찰되고 있었다.


때문에 심율의 눈에 오우거의 몸은 전체적으로 꽤나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어둡게 보이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목덜미 주변이었다.


특히나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동작을 할 때, 더욱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것은,


'저기가 약점이구나.'


마나가 많이 관찰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부위에 마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대로 마나가 많이 관찰되지 않는다면, 그 곳은 다른 곳에 비해서 마력이 덜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할 터.


다시 말해, 그 곳이 약점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좀 전에 등을 보인 상태에서 고개를 살짝 숙였을 때, 순간적으로 목덜미 쪽에 틈이 벌어지는 것을 본 것이 기억이 났다.


결국 아무리 피부가 갑옷처럼 두껍다고 해도, 몸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일부 빈틈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곳이 바로


'약점이겠지.'


문제는


'어떻게 저길 공격하느냐는 건데.'


약점인 것을 알았다고 한들, 그 곳까지 도달할 방법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저 덩치 큰 괴물의 순간 스피드가, 심율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속도만 믿고 덤벼 들었다가는, 약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오우거의 손에 붙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저 놈의 무지막지한 손에 붙들리는 순간, 심율의 몸은 갈기갈기 찢길 것이 뻔했고.


'속임수가 필요해.'


정직한 공격은 먹히기 어렵다.


좀 치사하더라도, 지금은 머리를 굴려야 한다.


생각이 정리된 심율은, 다시 한번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제야 들어올 마음이 생긴거냐? 올거면 빨리 와라. 기다리다 지치겠다."


오우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심율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타앗.


자세를 한껏 낮춘 그는, 오우거의 다리를 향해 돌진했다.


타다다닷.


"고작 생각해낸 게 그거? 그게 먹힐 거라고 생각하냐?"


오우거는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는 듯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마찬가지로 자세를 낮춘 그는 심율을 붙잡기라도 하려는 듯 손을 뻗었다.


후웅.


그러자,


'벌어졌다.'


저도 모르게 오우거의 고개가 숙여졌고, 역시나 목덜미 뒤 쪽의 틈이 벌어졌는지 마나의 흐름이 더욱 약해지는 것이 목격됐다.


약점을 확인한 심율은 오우거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다시 한번 바닥을 박차고, 방향을 틀어 뒤로 물러났다.


오우거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허리를 펴고 자세를 높였다.


"가소로운 수컷 인간 새끼. 잽싼거 하나는 인정."


어느새 오우거와 거리를 벌린 심율.


그는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다시 한번 오우거를 향해 돌진했다.


타앗.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었다.


심율은 방금 전과 동일한 속도, 동일한 각도로 오우거의 다리를 향해 돌진했다.


'이 녀석이 잘도!'


오우거는 심율이 무엇을 노리는 지 알 것 같았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큰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작은 저 녀석이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을 터.


그 가운데 이렇게 하체를 노리는 공격도 하나일 것이다.


'머리는 잘 썼는데.'


이 오우거 님이 그깟 단순한 공격을 용납할 리가 없지.


오우거는 이번에도 자세를 한껏 낮추고 돌진해 오는 심율을 붙잡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심율은 오우거의 손아귀에 들어오기 직전 방향을 틀고 빠져나갔다.


"언제까지 도망만 쳐댈거냐, 수컷 인간 새끼야. 제대로 된 공격을 좀 해봐라."


마찬가지로 오우거와 거리를 벌린 심율은,


이번에도 역시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다시 오우거를 향해 돌진했다.


역시나 목표물은 오우거의 다리인 것처럼 보였다.


'이 새끼! 이번엔 꼭 잡는다!'


약이 오를 데로 오른 오우거는, 이번에는 심율이 내달리는 것을 보자마자 자세를 숙였다.


덕분에 심율이 거리를 완전히 좁혔을 때, 오우거의 고개는 전보다 더 숙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때.


타앗.


심율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오우거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서기 직전 바닥을 박차고 방향을 틀었다.


단, 이번에는 방향이 달랐다.


이번에는 위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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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깔끔한 솜씨다 24.09.09 38 0 14쪽
25 24화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24.09.06 45 2 13쪽
24 23화 네 녀석의 운도 여기까지다 +1 24.09.05 51 0 11쪽
23 22화 제 손을 잡아요 24.09.04 54 0 14쪽
22 21화 수색대 24.09.03 63 2 12쪽
21 20화 청계산 입구 역 24.09.02 74 0 15쪽
20 19화 조건이 하나 있어요 24.08.30 73 3 13쪽
19 18화 일종의 던전인 셈이죠 24.08.29 78 3 13쪽
18 17화 이런 사진을 24.08.28 87 3 12쪽
17 16화 저 분이 정말 24.08.27 90 2 11쪽
16 15화 패기만은 인정해주마 24.08.26 95 1 11쪽
15 14화 안 아프게 해줄게 24.08.23 103 2 13쪽
14 13화 나 혼자 간다 24.08.22 111 3 13쪽
» 12화 언제까지 도망만 쳐댈거냐 24.08.21 125 3 10쪽
12 11화 살려주세요 +1 24.08.20 138 5 12쪽
11 10화 강남 24.08.19 154 6 9쪽
10 9화 겨우 너같은 애송이라니 24.08.16 170 8 14쪽
9 8화 그냥 죽여 버릴까 24.08.15 189 9 9쪽
8 7화 인간 따위가 감히 +2 24.08.14 200 12 10쪽
7 6화 쿠다가 24.08.13 218 11 11쪽
6 5화 꽃님아 +1 24.08.12 241 11 11쪽
5 4화 내 동생은 24.08.10 284 13 10쪽
4 3화 나약한 인간이여 24.08.09 30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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