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세상에서 각성해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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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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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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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0화 강남

DUMMY

출입문을 나선 심율은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


"스읍."


그리고는 그대로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게힐라트의 남쪽에는 한강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땅에 인간들만 살았던 시절부터 이 강을 지칭하던 이름이라고 심율은 전해 들었다.


태어나서 수영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심율이었지만, 물을 헤쳐 나가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그에게는 염력이라는, 물 안에서도 사용 가능한 동력원이 있었기 때문.


아직 강력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공기 중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부력이 있는 물 안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게다가 얼굴 주변에 염력을 펼쳐 작은 공기 주머니까지 만든 덕분에, 물 안에서도 숨 쉴 걱정이 없었다.


사용자가 얼마나 창의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사용법이 있다는 것, 그것이 염력이 가지는 또 다른 위력이었다.


강물 속에는 물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


간혹 마물화가 진행된 것들도 있었지만, 그리 대단한 놈들은 아니었기에 감히 심율을 넘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강의 3분의 1 정도를 건너왔을까.


갑자기 수면 위쪽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어?"


"네,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벌써 달아난 것 같은데 말입니다."


"더 찾아봐!"


"네!"


방금 심율이 빠져 나온 출입문과 연결된 다리 위로 몰려온 바티아크인 병사들이었다.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그들은, 결국 고개를 숙여 한강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에 심율은 이동을 멈추고 물 속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염력으로 만든 공기 주머니 덕에 숨을 참을 필요도, 그가 내쉰 공기 방울이 수면 위로 올라가는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잠시 후,


"없다! 돌아가!"


대장으로 보이는 바티아크인의 외침이 들렸고, 이에 한강 물을 들여다보던 나머지 병사들도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쩐지 멀쩡한 다리 놔두고 물 속에 뛰어들고 싶더라니.'


심율은 이번에도 이 강력한 직감 덕분에 자신의 목숨을 구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다시 염력을 펼쳐 이동하기 시작했다.



***



잠시 후.


첨벙. 첨벙.


어느새 강을 건너 온 심율이 뭍으로 올라왔다.


스윽.


젖은 머리를 쓸어올린 그는,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강 건너 게힐라트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볼만하네.'


야경으로 보는 게힐라트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특히 저멀리 게힐라트의 중심부 곳곳에 세워진 건축물들과 이들이 내뿜는 조명들이 어우러져 꽤나 멋들어진 모습을 연출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심율의 눈에도 낯설지 않은 건축물 하나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굘콧 성이었다.


'슈라크..'


불과 몇 시간 전에 겪었던 생생하고도 끔찍한 기억이 머리 속에 떠오른 심율은 그만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말았다.


마치 복수에 대한 의지를 한번 더 다짐하듯, 그는 굘콧 성을 한번 더 눈에 담고는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한강 남쪽에 위치한 지역은 강남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이 또한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들 사이에 불려졌던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게힐라트 내부의 지역명에는 바티아크어 사용을 엄격하게 고집하는 것과 달리, 외부는 이렇게 오래된 지명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귀찮았나?'


아무려면 어떠랴. 그깟 동네 이름 따위 유래가 어떻게 됐든.


지금의 강남 지역은 대부분 경작지로 이뤄져 있었다.


정확히는 남쪽을 둘러싸고 있는 숲을 제외하고 95%가 경작지였다.


구역을 나눠 벼나 보리, 옥수수 등 농작물을 주로 심었고


가축을 키우는 곳도 있었다.


다행히 밤 중이라 그런지


'인간이고 바티아크인이고 코빼기도 안 보이네.'


심율은 경작지 사이사이에 나 있는 작은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가 향하는 곳은 남쪽이었다.


'경작지를 가로 질러 가면 숲이 나오고, 그 숲을 넘어가면 인간 마을이 있다고 했지.'


심율은 오래 전 함께 일했던 동료로부터 주워들은 이야기를 곱씹었다.


물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말 그대로 주워들은 이야기였을 뿐이니까.


심지어 게힐라트 밖에 정말로 바티아크인들을 피해 숨어 사는 인간들이 있는지조차 심율은 확신할 수 없었다.


직접 본 적도 없었을 뿐더러


직접 봤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로부터, 그리고 시장에서 지나가는 말로 들은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들 또한 자신이 직접 뭔가를 보거나 가보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전해 들은 이야기를 다시 전했을 뿐.


하지만, 심율에게는 기댈 곳이 이것밖에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남쪽으로 가라고.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나의 직감을 믿어 보자.'


그냥 직감도 아니고, 각성을 통해 얻은 미래를 예감하는 능력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직감의 강도가 각성하기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저 '그럴 것 같애'의 수준이 아니라


'이게 아닐 수가 없어' 정도의 강력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게힐라트를 등지고 남쪽을 향해 한참을 걷던 중이었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마나가, 다시 한데로 모이기 시작했다.


'어, 이건?'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게힐라트를 벗어나기 전, 출입문에서 종팔이 형을 만났을 때와.


그때도 홀로그램 영상 같은 걸 만들어서 심율에게 당시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보여줬었는데,


지금 여기 강남 한복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뭘 보여주려는 거지?'


모여든 마나들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홀로그램 영상을 만들어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종팔이 형을 만났을 때는 시간의 흐름대로 사건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영상은 강남의 최근 모습, 다시 말해 경작지에서 농사를 짓는 인간들과 이를 감시하는 바티아크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보여준 영상에는 농작물이고 인간이고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의 모습이 나왔다.


'원래 이런 곳을 개간해서 만든건가?'


하지만 영상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좀 더 과거로 돌아가자,


'연금술사들?'


바티아크의 연금술사들이 영상에 등장했다.


그것도 매우 실력있는 자들로 구성된 하나의 팀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은


'뭔가를 분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들은 무너진 건물들과 망가진 자동차 등을 분해해서 금속, 석유 등 원래의 소재로 돌려놓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분해해서 얻어낸 소재들 중 일부는 땅으로 버려져 토양이 되기도 했고, 또 일부는 게힐라트로 보내져 사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영상을 본 심율은 입이 쩌억 벌어지고 말았다.


'전쟁?'


눈 앞에 펼쳐진 영상은 전쟁을 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은


'인간?'


인간 각성자들과


'저저건 바티아크인들이잖아?'


바티아크인들이었다.


지금 영상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100년 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전쟁, 대침략 전쟁이었다.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이세계의 바티아크인들이 쳐들어와 벌인 전쟁.


영상 속에서 인간들은 심율은 들어본 적도 없는 과학기술이라는 것을 활용해 바티아크인과 싸우기도 했고,


일부 각성자들은 각성한 힘을 이용해 대적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말도 안돼..'


심율이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과거였다.


심율을 비롯해 게힐라트의 인간들이 알고 있는 과거는,


원시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인간들의 세상에 이세계 사람들인 바티아크인들이 넘어 오게 됐고, 덕분에 인간들이 조금이나마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지금처럼 바티아크인들을 섬기고 사는 것은 인간들에게 주어진 축복이라는 것도.


물론 축복이라는 말에 완전히 동의하는 인간은 거의 없었지만, 어쨌든 그들이 전해들은 이야기는 그러했다.


그런데,


지금 심율의 눈 앞에 펼쳐진 영상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인간들은 원시적이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최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찬란한 문명을 이루고 있었으며, 각성자들의 힘 또한 일부는 바티아크인과 대등한 실력을 보일 정도로 강력했다.


그리고


쿠다?


이번 영상 만큼은 시간 순서가 원래대로 흘러가고 있는 듯했다.


전쟁이 한참 격해질 무렵, 바티아크인들이 들고 나온 것은 쿠다였다.


결국 쿠다는 전세계의 인간들의 머리에 새겨지게 되었고,


더이상 각성할 수 없게 된 인간들은 바티아크인들에게 끌려가 노예가 되었다.


'이럴수가..'


심율의 얼굴은 이제 놀라움을 넘어서 경악의 단계에 이르렀다.


그의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으며, 휘둥그레 진 두 눈에서는 눈물까지 흐르고 있었다.


각성 이후 스스로도 놀랍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냉정함을 유지해온 그였건만,


인류가 찬란했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굴욕적인 시대로 접어드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그 충격은


백년만에 나타난 인간 각성자 심율 마저도 눈물을 보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씨익.


마지막으로 이어진 영상을 본 심율은, 그만 저도 모르게 환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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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쥬루오스 24.09.13 20 0 14쪽
29 28화 포탈이 뭔지 아세요 24.09.12 25 1 13쪽
28 27화 반드시 복수한다 24.09.11 27 1 15쪽
27 26화 한시간 준다 24.09.10 33 0 13쪽
26 25화 깔끔한 솜씨다 24.09.09 37 0 14쪽
25 24화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24.09.06 45 2 13쪽
24 23화 네 녀석의 운도 여기까지다 +1 24.09.05 50 0 11쪽
23 22화 제 손을 잡아요 24.09.04 54 0 14쪽
22 21화 수색대 24.09.03 62 2 12쪽
21 20화 청계산 입구 역 24.09.02 74 0 15쪽
20 19화 조건이 하나 있어요 24.08.30 72 3 13쪽
19 18화 일종의 던전인 셈이죠 24.08.29 78 3 13쪽
18 17화 이런 사진을 24.08.28 87 3 12쪽
17 16화 저 분이 정말 24.08.27 89 2 11쪽
16 15화 패기만은 인정해주마 24.08.26 95 1 11쪽
15 14화 안 아프게 해줄게 24.08.23 103 2 13쪽
14 13화 나 혼자 간다 24.08.22 111 3 13쪽
13 12화 언제까지 도망만 쳐댈거냐 24.08.21 125 3 10쪽
12 11화 살려주세요 +1 24.08.20 138 5 12쪽
» 10화 강남 24.08.19 154 6 9쪽
10 9화 겨우 너같은 애송이라니 24.08.16 170 8 14쪽
9 8화 그냥 죽여 버릴까 24.08.15 188 9 9쪽
8 7화 인간 따위가 감히 +2 24.08.14 199 12 10쪽
7 6화 쿠다가 24.08.13 217 11 11쪽
6 5화 꽃님아 +1 24.08.12 241 11 11쪽
5 4화 내 동생은 24.08.10 284 13 10쪽
4 3화 나약한 인간이여 24.08.09 30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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