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세상에서 각성해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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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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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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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인간 따위가 감히

DUMMY

심율이 검을 거두었다.


그러자,


휙.


후두둑.


검에 맺혀 있던 호위병의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흠."


심율은 낮게 침음하며 자세를 고쳐 바로 섰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난장판이 된 주변을 둘러봤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앗아간 바티아크인 시신 두구를 눈에 담았다.


특히 달쉬의 시신은 너무도 처참한 상태라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를 내려다보는 심율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표정 역시 너무도 침착했다.


방금 전 처음으로 살인이라는 것을 해본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다시 고개를 든 심율은, 한게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히익."


심율과 눈이 마주친 한게츠는 저도 모르게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잔뜩 겁을 먹은 그는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고귀하신 성직자께서 마치 고양이에게 쫓기는 쥐새끼 마냥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라니.


혼자 보기 참 아까운 광경이라 생각하면서, 심율은 내리깐 두 눈을 한게츠에게 고정시킨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


궁지에 몰린 한게츠는 결국 자신의 필살기를 쓸 수 밖에 없었다.


"멈춰라!"


심율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듯, 그는 심리 계통 마법인 보욘을 사용했다.


더이상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음?"


심율은 잠깐 움찔하는가 싶었지만,


"흐음!"


두 눈에서 광채를 한번 내뿜고는 손쉽게 보욘을 풀어 버렸다.


'어, 어떻게 저럴?..'


한게츠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


'내 마력을 넘어 섰다고?..'


심리 계통 마법이 갖는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사용자와 피사용자의 상대적인 마력의 세기에 따라 그 효력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마법을 쓰는 사람의 마력이 더 높으면 효과가 있지만, 작으면 효과가 아예 없을 수도 있는 셈.


심율이 한게츠의 보욘을 저렇게 손쉽게 풀었다는 것은


그의 마력이 자신의 것을 뛰어 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이럴 순 없어. 저런 버러지 같은 놈이..'


사실 한게츠와 같은 성직자들은, 군주를 보필해야 한다는 직업적 특성상 마력보다는 지력이 뛰어난 인재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덕분에 보욘이라는 매우 유용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은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전투력 역시 일반 바티아크인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약했다.


이는 한게츠도 마찬가지였다.


'다, 다시 한번..'


한게츠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믿을 거라고는 이것밖에는 없었기 때문.


한게츠는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해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심율을 향해 강한 어조로 명령했다.


"멈춰라!"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번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심율은 여전히 여유있는 걸음으로 한게츠를 향해 걸어갔다.


저벅. 저벅.


두세 걸음을 더 옮긴 심율은,


챙그랑.


바닥에 검을 내던지고는


파앗.


순식간에 쇄도해 나가더니 한게츠와의 거리를 좁혀 버렸다.


어느새 심율은 한게츠의 등 뒤로 와 있었다.


"히익.."


깜짝 놀란 한게츠가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덥썩.


심율은 한게츠를 붙들어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정확히는 오른팔로 한게츠의 턱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감싸고, 왼팔로는 목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쌌다.


"네, 네 이 놈! 이, 인간 따위가 감히 이 몸에..."


하지만 한게츠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대신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끔찍한 비명이었다.


"끄, 끄아아아아악!"


심율은 양손을 각각 반대 방향으로 잡아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뼈가 부러지는 소리였다.


우드득.


곧이어 한게츠는 비명도 지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륵. 그르륵."


이내 목 주변의 피부와 살이 뜯겨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피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쩍. 쩌저적. 푸슉.


결국 한게츠의 머리와 몸이 완전히 분리되고 말았고,


역류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와 온 바닥에 흩뿌려졌다.


푸슉. 푸슉.


후두두둑.


심율은 분리된 한게츠의 시신을 그대로 바닥에 던져 버렸다.


투둑.


철퍼덕.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심율은, 이어서 숨을 크게 들이키고 내쉬었다.


“후우.."


그렇게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서 있던 그는, 이내 몸을 돌려 섰다.


그리고는 동생 꽃님이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잠시 후,


시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심율은 잠시 동안 꽃님이의 얼굴을 내려다 봤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죽음 맞이한 탓인지, 꽃님이는 여전히 두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을 질끈 감은 심율.


이내 천천히 손을 뻗어 동생의 눈을 감겨 주었다.


그리고는 양팔로 그녀를 품에 안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가 향한 곳은 꽃님이의 방.


동생의 잠자리인 바닥에 깔아놓은 얇은 이불 위에 시신을 눕힌 심율은 다시 한번 꽃님이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핏기 하나 없는, 차갑게 식어버린 동생의 모습은 너무도 낯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앞으로는 영영 볼 수 없을 터.


그는 마치 머리 속에 이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기라도 하려는 듯 한동안 동생의 모습을 지켜봤다.


잠시 후.


"히익! 라, 란츠 상병님! 이 쪽으로 좀 와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왜 또 호들갑이...? 히익! 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근처 순찰을 돌던 수호대 대원들인 모양이었다.


‘약해.’


각성한 심율에게 생긴 또 하나의 능력이 있었으니 굳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마력 레벨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직감이 말하고 있는 바, 이들의 마력 레벨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잘해야 방금 심율이 죽인 호위병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심율은 동생에게 마지막 인사로 이마에 입맞춤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너무도 침착한 모습으로 수호대 대원들을 맞이하기 위해 걸어 나갔다.




"극. 그르륵."


심율은 두 명의 수호대 대원마저 처참하게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자신이 만든 참상을 둘러봤다.


다섯 명의 바티아크인이 처참하게 죽어 있는 현장.


이 정도면 학살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듯 덤덤하기만 할 뿐.


"흠."


누군가는 물을 지도 모르겠다.


꼭 다 죽였어야 했냐고.


한게츠와 달쉬는 그렇다 쳐도, 꽃님이의 죽음에 가담하지도 않은 나머지 바티아크인들은 무슨 죄냐고.


게다가, 이렇게까지 손속이 잔인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여기에 대한 심율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들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인간을 다루는 데 있어서 손속에 자비를 두는 바티아크인은 없었다.


적어도 심율이 경험한 바는 그랬다.


덕분에 심율은 지금 다섯 명의 바티아크인들을 연달아 죽여 놓고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서 있을 수 있었다.


죄책감?


그동안 바티아크인들에게 당한 것들을 생각한다면, 그가 직접 당한 것뿐만 아니라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바티아크인들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인간들의 모습들까지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걸로도 부족할 판이라고 심율은 생각했다.


사실 그동안 이렇게 바티아크인들에게 복수하는 것을 생각 안해본 것은 아니었다.


아니.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씩 머리 속에서 바티아크인들의 목을 칼로 따고 머리를 깨부쉈다.


다만. 그동안은 약하기 때문에, 힘이 없기 때문에 이를 실천하지 못했을 뿐.


그리고 각성으로 힘을 얻은 지금, 이제 그것을 실천할 수 있게 된 것일 뿐.


하나,


‘일단은, 자리를 피해야겠지.’


지금처럼 끊임없이 살상을 이어가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각성을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의 마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바티아크인들은 차고도 넘쳤다.


더욱 처절한 복수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자리를 피하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것이었다.


마음을 정리한 심율은 다음 행보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온 몸에 흩뿌려진 핏자국들을 간단하게 제거한 뒤, 옷을 챙겨 집을 나선 심율이 향한 곳은 샥뗌 최외곽 지역이었다.


그곳으로 가는 이유는,


'게힐라트를 벗어나야 해.'


각성 후 얻게된 예지력은 말하고 있었다.


지금은 무조건 게힐라트를 벗어나야 한다고.


물론 예지력 때문이 아니더라도 심율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었다.


게힐라트를 떠나는 것 말고 남은 선택지는 사실상 없었기 때문.


이 곳에 남아 있다가는, 놈들에게 붙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일 테니까.


또한, 어물정 거리는 것은 상황을 더 안좋게 만들 뿐이었다.


그보다는 가능하면 빨리, 그래서 살인 사건 현장에 대한 분석을 마친 놈들이 심율을 쫓기 시작하기 전에 게힐라트를 벗어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일 것이었다.


'인간들만 사는 마을이 있다고 했어.'


일단 게힐라트를 빠져 나간 심율은, 바티아크인들을 피해 숨어 사는 인간들의 마을을 찾을 계획이었다.


이 또한 오래 전 시장에서 주워들은 이야기였기에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다.'


그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많지 않았다.


타다닷.


척.


무사히 샥뗌의 가장 바깥쪽까지 도달한 심율은 담장에 몸을 숨겼다.


샥뗌은 게힐라트의 남쪽에서도 가장 외곽 지역에 속해 있었고, 때문에 게힐라트 밖으로 출입할 수 있는 문들이 여럿 있었다.


지금 심율이 도착한 곳도 그 중 하나였다.


각각의 출입문은 보통 두명의 바티아크인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 곳도 마찬가지였다.


심율은 일단 멀리서, 이들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그의 눈에 이상한 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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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깔끔한 솜씨다 24.09.09 37 0 14쪽
25 24화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24.09.06 45 2 13쪽
24 23화 네 녀석의 운도 여기까지다 +1 24.09.05 50 0 11쪽
23 22화 제 손을 잡아요 24.09.04 54 0 14쪽
22 21화 수색대 24.09.03 62 2 12쪽
21 20화 청계산 입구 역 24.09.02 74 0 15쪽
20 19화 조건이 하나 있어요 24.08.30 73 3 13쪽
19 18화 일종의 던전인 셈이죠 24.08.29 78 3 13쪽
18 17화 이런 사진을 24.08.28 87 3 12쪽
17 16화 저 분이 정말 24.08.27 89 2 11쪽
16 15화 패기만은 인정해주마 24.08.26 95 1 11쪽
15 14화 안 아프게 해줄게 24.08.23 103 2 13쪽
14 13화 나 혼자 간다 24.08.22 111 3 13쪽
13 12화 언제까지 도망만 쳐댈거냐 24.08.21 125 3 10쪽
12 11화 살려주세요 +1 24.08.20 138 5 12쪽
11 10화 강남 24.08.19 154 6 9쪽
10 9화 겨우 너같은 애송이라니 24.08.16 170 8 14쪽
9 8화 그냥 죽여 버릴까 24.08.15 188 9 9쪽
» 7화 인간 따위가 감히 +2 24.08.14 200 12 10쪽
7 6화 쿠다가 24.08.13 217 11 11쪽
6 5화 꽃님아 +1 24.08.12 241 11 11쪽
5 4화 내 동생은 24.08.10 284 13 10쪽
4 3화 나약한 인간이여 24.08.09 30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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