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세상에서 각성해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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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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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수색대

DUMMY

철컥. 철컥.


우거진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숲 속.


스무 명 언저리의 바티아크인 병사들이 줄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두꺼운 갑옷에 검과 창, 방패 등으로 중무장 한 이들은 게힐라트의 수호대 소속 병사들이었다.


“헉헉.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걷기만 해야 되는 겁니까, 분대장님? 어제도 강남 일대를 뒤지느라 한숨도 못 잤는데 말입니다.”


“진짜 이러다가 누구 하나 쓰러지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소대장님께 잠깐이라도 휴식을 건의해보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곳곳에서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제로 이들은 간 밤에 한 잠도 자지 못하고 이렇게 일대 수색을 이어가고 있었다.


초여름 더위에 수분 섭취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었다.


“잔소리 말고 계속 이동해라.”


분대장이 부대원들을 나무랐다.


그 역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땀은 폭포수처럼 흐르고, 목은 타고.


그렇다고 식사를 제대로 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그의 상사가 그런 사정을 봐줄 사람이 아니라는 것 또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아니나 다를까.


대열의 맨 앞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소대장 호르켄은,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진군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른 부대원들과는 달리 지친 기색 하나 없어 보였고 말이다.


‘냉혈 호르켄..’


분대장은 속으로 호르켄 소대장의 별명을 되뇌었다.


냉혈 호르켄.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차가운 성격 탓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그 정도로 호르켄 소대장은 철저하게 성과 중심주의자였다.


임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부대원들의 희생 따위는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는 마인드의 소유자이기도 했고 말이다.


일처리 하나 만큼은 끝내줬기에, 윗선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었지만,


아래 사람들 중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임무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가차없이 내쳐버리는 그를 좋아할 리 만무했다.


여전히 호르켄 소대장의 뒤통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분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순간,


“버러지 같은 인간 새끼 하나 때문에 대체 뭔 개고생인지!”


참지 못한 부대원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분대장도 이에 대해서는 뭐라 하지 못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


버러지 같은 인간 새끼 하나.


심율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들은 어제 밤 게힐라트에서 벌어진 이른바 ‘인간 각성자 대량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심율을 잡기 위해 급파된 수색대였다.


사건이 벌어진 직후 발빠르게 수색대를 편성한 수호대 본부는, 범인이 게힐라트를 벗어난 것으로 보고 남쪽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이들이 맡은 지역은 강남 지역 동남권 일대.


아직 인간 각성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기에, 그저 하달받은 대로 동남쪽 방향으로 무작정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철컥. 철컥.


얼마나 더 이동했을까.


“킁킁. 이, 이게 무슨 냄새지? 어디서 고기 썩는 냄새가 나는 거 같지 말입니다.”


어디선가 시작된 악취에 부대원들은 코를 막기 시작했다.


악취를 느낀 것은 호르켄 소대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을 가늘게 뜬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시체 썩는 냄새에 배설물 냄새까지.. 근처에 마물의 은신처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놈이.


“경계 태세를 강화하라!”


호르켄의 명령이 떨어졌고,


“경계 태세 강화!”


복명복창이 이어졌다.


그때였다.


“소대장님! 이 쪽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열보다 한참 앞서 이동하던 첨병 중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호르켄을 불렀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호르켄은 자리를 박차고 튀어 나갔다.


순식간에 첨병이 있는 곳에 도달한 호르켄.


“이 쪽입니다, 소대장님!”


호르켄은 첨병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흠.”


예상대로 그 곳에는 엄청난 숫자의 사체들이 쌓여 있었다.


돼지, 소, 사슴 등 동물의 사체가 대다수를 차지했고, 인간으로 보이는 것도 더러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사체들의 주변으로는 오물이 잔뜩 쌓여 있었고, 이것들로 인해서 악취가 더해지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악취에 결국 호르켄은 투구에 장착된 필터 기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필터 기능.


마나 에너지를 활용해 투구 주변에 보호막을 형성,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독성 물질을 차단해 주는 기능이다.


띡.


투구의 귀 위쪽 부분에 돌출되어 있는 버튼을 누르자


우웅.


얼굴 주변으로 오렌지색 투명한 보호막이 형성됐다.


“쓰읍. 후우.”


필터링 된 신선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 내쉰 그는.


이내 부대원들에게도 명령을 하달했다.


“필터 기능 활성화!”


부대원들이 복명 복창했다.


“필터 기능 활성화!”


띡.


우웅.


“쓰읍. 후우.”


보호막이 형성된 것을 확인한 부대원들은 한참동안 참았던 숨을 터트렸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쉰 그들의 표정은 세상 행복해 보였다.


“흠.”


사체와 오물 등의 형태를 면밀히 관찰한 호르켄은 생각했다.


‘오우거의 서식지다.’


각종 마물들의 행태 분석을 꿰고 있는 그에게 있어서, 오우거의 서식지 여부를 판별하는 일 따위는 전혀 어려운 게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대장님! 이 쪽에 오우거의 사체가 있습니다!”


또 다른 첨병 하나가 소대장을 찾았다.


이번에도 빠른 속도로 첨병을 향해 이동한 호르켄.


보고대로 오우거가 죽은 채 쓰러져 있었다.


‘엄청 큰 놈이군.’


지금까지 적어도 십수마리 이상의 오우거를 상대한 호르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덩치가 큰 오우거는 그로서도 처음 보는 바였다.


일반적인 오우거 수컷과 비교해서 몸집이 1.5배는 더 커보였다.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서식지의 주인이 목숨을 잃은 덕분에 쓸데없는 전투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 크기의 오우거와의 전투였다면, 사상자가 불가피했을 것이고


범인을 쫓는 데 있어서 시간을 지체하게 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호르켄은 오우거의 사체를 훑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개방된 복부였다.


‘칼?’


절단면이 매끄러운 것이, 예리한 도구로 벤 상처가 분명했다.


출혈도 많지 않았던 점을 미뤄보아, 죽은 뒤에 개방한 것으로 보였고 말이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띡.


이번에는 갑옷의 오른손 손목 쪽에 나 있는 버튼을 누른 호르켄.


우웅.


투구에서 필터 기능이 활성화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옷의 장갑 위로 오렌지색 투명 보호막이 형성됐다.


이 또한 독극물을 만져야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장착된 기능이었다.


보호막이 형성된 것을 확인한 호르켄은, 손을 뻗어 오우거의 개방된 복부 안으로 집어 넣었다.


휘적. 휘적.


잠시 손을 휘적거리던 호르켄은 이내 뭔가를 쥐더니, 힘껏 뽑아 냈다.


찌거걱.


맨들맨들한 장기 하나가 딸려 나왔고, 그것은 오우거의 간이었다.


그런데


‘잘렸어.’


간의 일부가 잘려 있었고, 이번에도 절단면은 매끄러웠다.


‘누군가 간을 노리고 배를 갈랐다는 말인데.’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고민하던 호르켄의 머리 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인간?’


오우거의 간을 필요로 하며, 예리한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


인간밖에는 없었다.


오우거의 간이 인간의 체력 보강에 매우 탁월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유독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이었다.


바티아크인이 오우거의 간을 먹을 경우, 이상 반응을 일으켜 오히려 건강이 악화된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호르켄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세상에 오우거를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은 적어도 호르켄이 아는 바로는 없었다.


고블린 한마리 보다도 못한 그들의 전투력을 감안했을 때, 수십명이 무리지어 덤빈다고 해도 오우거 한마리를 쓰러뜨린다는 보장이 없었고 말이다.


게다가


‘여럿이 공격한 게 아니다.’


수십명이 동시에 공격했다면, 아니 십수명만 되었어도 이 일대는 난장판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 주변의 흙이나 나무 상태들은 너무 온전했다.


기껏해야 부러진 나뭇가지 몇개가 눈에 들어왔고, 발자국도 오우거의 것을 제외하고는 한 두명에 불과했다.


호르켄이 미간을 좁혔다.


‘설마.. 인간 각성자의 짓?’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은 확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저 덩치 큰 오우거를 혼자서 상대했다고 하기에는, 수호대 본부가 발표한 범인의 능력치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철퍼덕.


들고 있던 간을 바닥에 던진 호르켄은 오른손 손목의 버튼을 다시 눌렀다.


그러자 오렌지색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방금 전까지 손에 잔뜩 묻어 있던 오우거의 피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드러난 호르켄의 오른손은 아무 것도 만지지 않은 것처럼 깨끗했다.


“흠.”


호르켄은 오우거의 몸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저건?’


시커멓게 변한 목덜미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뒤집어라.”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부대원들에게 지시했고, 부대원들은 지시를 이행했다.


“셋에 넘기겠습니다. 하나! 둘! 셋!”


철퍼덕.


오우거의 거대한 몸뚱어리가 뒤집어졌다.


얼마나 무거운지 병사 넷을 동원해야 간신히 넘길 수 있을 정도였다.


목덜미 쪽을 확인한 호르켄은 미간을 좁혔다.


‘독극물에 당한건가?’


목덜미를 중심으로 피부가 시커멓게 변하고 부풀어 오른 것이, 딱 봐도 독극물에 노출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 밖에 다른 상처는 없는 것으로 보아, 이것이 사인으로 보였고 말이다.


‘포션?’


사체 주변에 흩어져 있던 유리 잔해들을 확인한 그는, 그것이 독극물 포션을 담고 있던 유리병이 깨진 조각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웅.


마나 보호막을 두른 손으로 유리 조각을 집어 든 호르켄.


유리 조각에 새겨진 글귀를 살펴본 그는 이 포션이 게힐라트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게 왜 여기..’


“흠.”


유리 조각을 바닥에 버린 호르켄은 생각에 잠겼다.


잠깐 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그는 결론 지었다.


‘역시 그 녀석의 짓인건가?’


지금까지 발견된 단서들이 가리키고 있는 유일한 사람.


그것은 바로 인간 각성자, 심율이었다.


한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이 거대한 오우거를 쓰러뜨릴 정도로 인간 각성자가 강할 리 없다는 것이었는데,


‘어쩌면 굉장히 운이 좋았을 수도.’


초기 각성자 주제에 바티아크인 일곱을 죽이고 게힐라트를 무사히 빠져나간 것만 해도 엄청난 행운이 깃들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호르켄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운이 어쩌면 이 곳에서 까지 이어졌을 수도 있는 노릇이고 말이다.


아니면 오우거가 방심한 틈을 타서 제대로 약점을 공략했는 지도 몰랐다.


힘은 세지만 지능은 떨어지는 오우거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가능성이 아주 없는 얘기도 아니었다.


‘정말 인간 각성자의 짓이 맞다면.’


호르켄의 눈이 이채를 띠기 시작했다.


만약 오우거를 쓰러뜨린 사람이 그들이 쫓고 있는 자가 맞다면, 그것은 굉장한 호재였다.


‘길을 제대로 찾았다는 얘기니까.’


이번 수색 작전에 투입된 부대는 총 열 곳.


이 중 범인의 발자취를 제대로 쫓고 있는 곳이 바로 자신의 부대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었군.’


호르켄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때마침 승진을 앞두고 있는 지금, 게힐라트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인간 각성자 녀석을 잡아 들인다면 한번에 두개급 특진도 기대해볼 수 있을 터.


‘무조건 잡는다!’


가뜩이나 승부욕과 명예욕으로 똘똘뭉친 호르켄의 의욕이 더욱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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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깔끔한 솜씨다 24.09.09 38 0 14쪽
25 24화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24.09.06 45 2 13쪽
24 23화 네 녀석의 운도 여기까지다 +1 24.09.05 51 0 11쪽
23 22화 제 손을 잡아요 24.09.04 54 0 14쪽
» 21화 수색대 24.09.03 63 2 12쪽
21 20화 청계산 입구 역 24.09.02 74 0 15쪽
20 19화 조건이 하나 있어요 24.08.30 73 3 13쪽
19 18화 일종의 던전인 셈이죠 24.08.29 78 3 13쪽
18 17화 이런 사진을 24.08.28 87 3 12쪽
17 16화 저 분이 정말 24.08.27 89 2 11쪽
16 15화 패기만은 인정해주마 24.08.26 95 1 11쪽
15 14화 안 아프게 해줄게 24.08.23 103 2 13쪽
14 13화 나 혼자 간다 24.08.22 111 3 13쪽
13 12화 언제까지 도망만 쳐댈거냐 24.08.21 125 3 10쪽
12 11화 살려주세요 +1 24.08.20 138 5 12쪽
11 10화 강남 24.08.19 154 6 9쪽
10 9화 겨우 너같은 애송이라니 24.08.16 170 8 14쪽
9 8화 그냥 죽여 버릴까 24.08.15 188 9 9쪽
8 7화 인간 따위가 감히 +2 24.08.14 200 12 10쪽
7 6화 쿠다가 24.08.13 218 11 11쪽
6 5화 꽃님아 +1 24.08.12 241 11 11쪽
5 4화 내 동생은 24.08.10 284 13 10쪽
4 3화 나약한 인간이여 24.08.09 30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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