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세상에서 각성해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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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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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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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패기만은 인정해주마

DUMMY

“끄워어어!”


팔이 잘려나간 아내 오우거가 괴성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푸슈우우.


후두둑.


팔이 잘려나가면서 생긴 절단면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심장과 매우 가까운 위치였던 터라, 피가 뿜어져 나오는 기세 또한 매우 거셌다.


절단면에서 전해지는 고통과 정신적인 충격에 오우거는 몸부림쳤고, 그 탓에 사방으로 피가 흩뿌려졌다.


“끄워어!”


후두두둑.


그 중 몇방울은 기훈의 몫이었다.


‘피? 오우거의?..’


얼굴에 튄 피를 손으로 대충 닦아낸 기훈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눈 앞에 벌어진 상황을 살폈다.


‘이, 이게 무슨?..’


그는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두 눈을 크게 뜨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심율의 움직임은 평범한 인간의 눈으로는 따라가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기훈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눈 앞에 놓여진 결과물을 통해 벌어진 일을 추측하는 것밖에는 없었다.


잠깐 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설마..’


상황 파악을 마친 기훈은 미간을 좁혔다.


잘려나간 오우거의 팔.


피를 뿜으며 몸부림치고 있는 오우거.


그리고,


어느새 오우거 등 뒤로 이동해 여유있는 자세로 서 있는 하얀 머리와


그 손에 들린 검에 잔뜩 묻어 있는 피까지.


모든 정황들은 한 가지의 결론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 하얀 머리 놈이.. 오우거의 팔을 잘랐다고?’


직접 두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저 놈이 자신에게 빌려간 검으로 오우거의 팔을 잘라 버린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강하다..’


기훈은 겉모습만 보고 저 놈이 약자일 것이라 예상한 자신의 판단이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육안으로는 따라갈 수조차 없는 가공할 속도의 움직임은 둘째치고,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검을 가지고 오우거의 저 강력한 피부를 뚫고, 두꺼운 근육과 뼈까지 단번에 잘라낼 수 있을 정도의 힘까지.


저 하얀 머리칼과 이상한 눈을 가진 놈은 분명 강자였다.


그것도 저 괴물같은 오우거 녀석을 상대로 여유를 부릴 만큼의 강자.


‘도대체 정체가 뭐지?’


한편,


휙.


후두둑.


검을 휘둘러 오우거의 피를 털어낸 심율은 생각했다.


‘생각보다 더 약하네.’


수컷 오우거가 암컷에 비해 더 강하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때문에 마력 성장으로 전투력이 올라간 지금, 아내 오우거를 상대하는 것이 남편때보다는 더욱 수월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한 바였다.


하지만 막상 붙어본 아내 오우거는 생각보다 더 약했다.


굳이 약올려서 흥분시키는 작전을 쓰지 않았어도 쉽게 이길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


‘내가 그 정도로 강해진 건가?’


심율의 이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가 강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남편보다는 약하다고는 하나 여전히 강력한 마물인 아내 오우거를 상대로 일격에 팔 하나를 잘라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더욱 빨라진 움직임과 더욱 강력해진 힘 덕분이었다.


하지만,


아내 오우거를 쉽게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직 그의 검은 오우거의 두꺼운 피부를 뚫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진 않았다.


다만 이번에도 상대의 약점을 미리 파악하고 이를 정확히 공략한 것이 먹혀들어갔을 뿐.


남편과 달리 아내 오우거는 목덜미 뒤에 피부가 벌어지는 틈새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는 관절 안쪽을 공략하자.’


아무리 두꺼운 피부를 몸에 두르고 있다고 한들, 움직이는 관절 안쪽 부위까지도 똑같이 두꺼울 수는 없었다.


특히나 움직이는 반경이 큰 팔이 딸려 있는 겨드랑이 안쪽의 경우, 다른 곳과 비교해 더욱 피부가 연약하다는 것은 마물이든 동물이든 대부분에게서 관찰되는 상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는 오우거도 마찬가지였다.


심율은 이미 남편 오우거와의 대결을 통해 이같은 점을 파악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남편과의 대결에서 이 부위를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않은 이유는


‘리스크가 너무 컸어.’


겨드랑이를 공략하려면 상대의 코 앞까지 침투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심율 역시 상대의 사정거리 안에 노출되는 리스크가 있었다.


남편 때는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충분히 감당할 만 했다.’


남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느리고 약한데다 반대로 심율은 더 강해져 있었기에,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할일을 하고 빠져나올 자신이 있었던 것.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어서 마무리를 지어야 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


“감히 이 오우거님의 몸에 손을 대! 너는 오늘 뒈졌다, 이 징그러운 얼굴 새끼야!”


잘린 팔의 고통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는지, 아내 오우거가 심율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잔뜩 흥분한 상태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거만한 오우거의 성격 탓인지 그녀는 상황 파악이 전혀 안되고 있었다.


방금 당한 것은 그저 운이 나빠서 였을 뿐, 실력은 여전히 자신이 한 수 위라고 생각했다.


“죽인다!”


다시 한번 목청껏 소리를 지른 그녀는, 심율을 노려보며 무서운 기세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쿵쿵쿵.


‘느려.’


여전히 기세는 등등했지만, 속도는 많이 떨어져 있었다.


한 팔을 잃어 밸런스가 무너진데다, 꽤나 피를 쏟은 바람에 체력도 떨어졌을 것이었다.


잔뜩 분비되고 있는 아드레날린 덕분에 그 사실을 스스로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


‘안쓰럽군.’


마지막으로 발악하는 오우거를 바라보며 심율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렇다고 정말로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 녀석은 아무 죄도 없는 인간들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먹어치운 괴수였다.


살아온 세월을 감안했을 때 적어도 수백명 이상의 인간을 잡아먹지 않았을까?


그 중에는 어린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고, 나이 든 노인도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누군가는 아들을, 딸을, 부모를,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고통받았을 것이다.


그 죄만 놓고 보면, 지금 심율이 주는 고통 정도는 아주 싼 값이었다.


타앗.


심율은 아내 오우거가 오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녀를 향해 돌진한 그는


파앙.


서걱.


쿵.


“끄워어어!”


이번에는 아내 오우거의 오른팔을 잘랐다.


푸슈우.


후두둑.


겨드랑이에서 피가 솟구쳤지만, 전과 비교해서는 매우 약했다.


이미 피를 많이 쏟은 상황이기에, 몸 속의 혈압이 낮아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팔을 잃은 오우거가 위태로운 자세로 섰다.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얼굴이 퀭한 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기세만은 등등했다.


“이 징그러운 인간 새끼가!”


겨우겨우 버티고 서 있으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심율을 향해 고함을 질러댔다.


‘끝내자.’


이제 마지막 일격을 날릴 차례였다.


사실 한쪽 팔을 잃은 상황에서 진작에 그리 하지 않은 이유는


‘안전빵을 위해서지.’


그래도 오우거는 오우거.


한 쪽 팔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급소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 들었다가 자칫 잡히기라도 한다면?


그 때는 제아무리 심율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각오해야 할 것이었다.


때문에 심율은 더욱 안전빵으로 가기 위해서 양팔을 제거해 놓은 뒤 급소를 노릴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


“간다!”


타앗.


그는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를 보고도 아내 오우거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와라! 이 징그러운 새끼야!”


“그 패기만은 인정해주마!”


단숨에 오우거와의 거리를 좁힌 심율.


어느새 오우거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아내 오우거 역시 그런 심율을 똑바로 보고 있었지만 어떤 반격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양팔은 이미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


심율은 양손으로 붙든 검을 오우거의 벌어진 입 사이로 찔러 넣었다.


파앗.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검은 오우거의 입안 깊숙이 꽂혔다.


푹.


“크헉!”


오우거의 얼굴이 고통에 잔뜩 일그러졌지만,


심율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더욱 깊숙이 꽂아 넣었다.


푸우욱.


그러자 검 끝이 오우거의 목을 뚫고 목덜미 쪽으로 튀어 나왔다.


푸확.


“크헉. 크극.”


심율은 꽂아진 검을 돌려 수직으로 세우고, 그대로 위로 들어 올렸다.


서걱.


오우거의 머리 위쪽이 반으로 갈라졌고,


푸슛. 후두둑.


피가 사방으로 뿜어졌다.


양팔이 잘려 나가고, 머리마저 반으로 갈라져 끔찍한 몰골이 된 아내 오우거는


“으극.”


마지막 신음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쿵.


철퍼덕.


심율은 무표정한 얼굴로, 쓰러진 오우거의 사체를 내려다 봤다.


그리고는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냈다.


휙. 후두둑.


한편,


‘마, 말도 안돼..’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본 기훈은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심율에게 검을 빼앗겼을 때의 자세 그대로 어정쩡하게 앉아 있었다.


자세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그 정도로 순식간에 모든 일이 벌어졌던 것.


‘오, 오우거를. 저렇게 손쉽게 해치우다니..’


워낙 빠른 움직임이었기에 모든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가 하나도 안된 상태였던 처음의 일격과 달리, 그 이후로는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따라가려 노력한 덕분에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은 가능했다.


오우거는 심율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반면 그녀를 상대하는 심율은 매우 여유가 넘쳤고 말이다.


‘일단 오우거가 쓰러져서 다행이긴 한데..’


기훈은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휘저었다.


지금 넋놓고 남의 무위에 대한 감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던 오우거가 죽었다는 사실은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저 놈은 대체..’


하얀 머리에 요상한 눈을 가진 녀석.


저 녀석의 정체는 여전히 불가사의였다.


오우거에게 죽을 뻔한 자신을 구해줬고, 눈앞에서 직접 쓰러뜨리기까지 한 사실만 놓고 봤을 때는 같은 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방심하기는 일렀다.


어떤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


갑자기 돌변해 기훈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자세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였다.


‘확실히 인간은 아닌 거 같은데.’


처음 겉모습을 보고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싸우는 모습을 본 뒤로는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바티아크인이라고 하기도 좀..’


아무래도 이렇게 머리가 복잡한 것은 기훈 뿐만은 아닌 듯 했다.


분명 숨어 있는 다른 마을 사람들도 오우거가 쓰러진 것을 봤을 텐데, 어느 누구도 뛰쳐 나와서 환호하거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여전히 숨죽이고 오우거를 쓰러뜨린 저 미지의 존재가 다음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타다닷.


마을 입구 쪽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것은


‘정은이?’


얼굴 한가득 눈물 범벅이 되어 나타난 정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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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깔끔한 솜씨다 24.09.09 3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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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네 녀석의 운도 여기까지다 +1 24.09.05 51 0 11쪽
23 22화 제 손을 잡아요 24.09.04 54 0 14쪽
22 21화 수색대 24.09.03 63 2 12쪽
21 20화 청계산 입구 역 24.09.02 74 0 15쪽
20 19화 조건이 하나 있어요 24.08.30 73 3 13쪽
19 18화 일종의 던전인 셈이죠 24.08.29 79 3 13쪽
18 17화 이런 사진을 24.08.28 87 3 12쪽
17 16화 저 분이 정말 24.08.27 90 2 11쪽
» 15화 패기만은 인정해주마 24.08.26 96 1 11쪽
15 14화 안 아프게 해줄게 24.08.23 103 2 13쪽
14 13화 나 혼자 간다 24.08.22 112 3 13쪽
13 12화 언제까지 도망만 쳐댈거냐 24.08.21 126 3 10쪽
12 11화 살려주세요 +1 24.08.20 139 5 12쪽
11 10화 강남 24.08.19 154 6 9쪽
10 9화 겨우 너같은 애송이라니 24.08.16 170 8 14쪽
9 8화 그냥 죽여 버릴까 24.08.15 189 9 9쪽
8 7화 인간 따위가 감히 +2 24.08.14 200 12 10쪽
7 6화 쿠다가 24.08.13 218 11 11쪽
6 5화 꽃님아 +1 24.08.12 241 11 11쪽
5 4화 내 동생은 24.08.10 284 13 10쪽
4 3화 나약한 인간이여 24.08.09 30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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