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세상에서 각성해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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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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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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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이런 사진을

DUMMY

다음날 아침.


잠을 청한지 불과 한시간 여 만에 눈을 뜬 심율.


‘너무 개운한데?’


평소와 비교하면 굉장히 짧은 수면이었지만,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몸이 날아갈 것 같은 것이, 마치 며칠은 푹 쉬었다 다시 일터에 나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전날 엄청나게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다는 것, 그리고 잠자리에 든 시간도 매우 늦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각성해버린 심율에게, 상식적인 일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각성하면 잠도 오래 잘 필요가 없는 건가?’


수면을 통해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고 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체력, 근력, 민첩성 등 모든 능력치가 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마당에, 수면 회복력만 그대로인 것도 이상한 일일 테니까.


그렇게 결론을 지은 심율은, 현관문을 박차고 집을 나섰다.


‘아직 어둡구나.’


해가 뜨지 않은 마을의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화재는 전부 진압이 된 상태였지만 불에 타 흉측한 몰골만 남은 집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으며


미처 치워지지 못한 시신의 조각들도 거리에 나뒹굴고 있었다.


‘기분 나쁜 냄새..’


피비린내에 불에 타고 남은 잿더미들이 풍기는 매캐한 냄새까지 더해지면서, 매우 불쾌한 냄새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심율은 마을 곳곳을 둘러봤다.


‘아담하네.’


잘해야 서른 가구 정도가 모여 살고 있는, 그리 크지 않는 규모의 마을이었다.


안 쪽으로 들어갈수록 대부분의 집들이 불에 타지 않고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덕분인지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은 한 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심율은 방향을 돌려 마을 입구 쪽으로 향했다.


‘청입 마을?’


입구에는 마을의 이름이 새겨진 작은 간판 같은 것이 세워져 있었다.


새벽에 마을에 진입할 때 분명 이곳을 지나쳐 들어왔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워낙 정신이 없긴 했던 모양이다.


그때였다.


‘저게 뭐지?’


심율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마을 입구를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는 낮은 수풀 더미.


그리고 그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 하얗고 동그란 물체.


가까이 다가간 그는, 해당 물체의 정체를 금방 알아봤다.


‘알?’


그것은 알이었다.


높이가 심율의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거대한 알.


‘대체 누가 여기 알을 가져다 놓은 거지?’


주변을 살펴본 심율은, 어미의 소행은 아닐 것으로 추측했다.


둥지를 포함해 알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잘 보이는 곳에 자신의 알을 무방비로 가져다 놓는 어미는 없을 것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훔친건가?’


도둑맞은 알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리 생각하는 사이.


‘또?’


이번에도 심율의 의문을 해결해주기 위해 마나 홀로그램 영상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슈슉. 슈슈슉.


주변에 흩어져 있던 마나들이 모여서 형태를 취했고, 영상 속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오우거?’


오우거 부부였다.


어제 밤 심율을 만나 저세상 길에 오르게 된 그 오우거 부부.




스윽.


털썩.


알이 깨지기라도 할세라 조심스럽게 수풀에 내려 놓는 남편 오우거.


“캬아. 맛있겠다, 요놈. 넌 내가 좀 이따 디저트로 먹어 줄게. 조금만 기다려라.”


뭐가 그리 신나는지 새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뭐하는 거야, 남편! 얼른 오지 않고!”


아내 오우거가 남편을 보채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긴! 보면 몰라? 나중에 먹을 디저트 챙기고 있잖아!”


“디저트는 무슨?”


“무슨이라니! 벌써 까먹은거야? 그렇게 어렵게 구한 건데! 아까워서 나중에 먹으려고 참고 참았구만!”


“지금 그깟 알이 중요해! 저 앞에 인간들이 널려 있는데!”


“알겠어! 가면 될거 아니야!”


구박에 못 이긴 남편 오우거가 입맛을 다시며 자리를 떴다.




그렇게 영상이 끝이 났다.


‘끝이야?’


영상을 모두 확인한 심율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누구의 알인지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


‘오우거의 알은 아닌 거 같은데..’


둘의 대화를 통해 짐작했을 때 오우거 본인들의 알은 아닌 듯했다.


아무리 무식하기로 유명한 오우거라고 하더라도 설마 지들이 낳은 알을 디저트로 먹겠다고 챙겨 놓는 일은 없을테니까.


게다가 오우거가 번식을 할 때 알을 낳는다는 이야기 또한 금시초문이었다.


‘대체 누구의 알인 거지?’


심율은 이 거대하고 탐스럽게 생긴 알이 누구의 알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하나 확실한 것은, 평범한 동물은 아니라는 것.


일단 크기부터 남달랐다.


성인 남성의 무릎보다도 높은 크기의 알이라니.


적어도 심율이 알고 있는 한, 이렇게 큰 알을 낳는 동물은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마물이겠지?’


이 녀석의 어미는 분명 마물일 것이었다.


그것도 덩치가 상당한 녀석.


‘그냥 두면 안될 거 같은데.’


어디서 온 건지, 어미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지만, 심율은 이상하리만치 이 알이 마음에 걸렸다.


처음 봤을 때도 마치 잃어버린 물건을 찾은 것 같은 반가운 기분이 들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저 알만 혼자 남겨두고는 도저히 발걸음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애착이 느껴졌다.


‘희한한 일일세.’


잠시 알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심율.


결국


‘여기는 안전하겠지?’


알을 들고 집으로 오고 말았다.


각성 이후 심율에게 생긴 심적 변화가 있었으니, 바로 자신의 직감에 대한 강한 신뢰였다.


사실상 거부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의 확신에 가까운 수준의 직감.


어쨌거나 알을 품에 안고 집에 들어선 심율.


집 안 여기 저기를 뒤져본 그는, 허름한 옷장을 하나 발견했다.


나무 줄기를 엮어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천을 두른 옷장이었다.


‘여기다 숨겨 놓자.’


옷장의 바닥에 푹신한 옷을 몇장 깐 심율은,


스윽.


혹여나 깨지기라도 할세라 조심스럽게 알을 내려 놨다.


‘부화시키는 방법이 있을 텐데.’


마치 오뚜기처럼 똑바로 서 있는 알을 흐뭇하게 내려다보며 심율은 생각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옷으로 덮었다.


그렇게 옷장을 벗어나려는 순간,


‘응?’


이번에는 옷장 안에 숨겨져 있던 물건이 심율의 눈길을 끌었다.


‘나무 상자?’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꽤나 정성스러운 손길로 만들어진 나무 상자였다.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고는 그 위에 꼼꼼하게 기름칠까지 되어 있었다.


‘이런 상자가 왜 여기 있지?’


유물함이라도 되는 건가?


아니나 다를까.


상자의 측면을 보니 ‘조연갑의 유물’이라는 작은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조연갑?’


아마도 이 집 주인의 조상 중 한명이리라.


심율의 마음에 갑자기 호기심이 밀려왔다.


‘열어 볼까?’


원래 남의 물건에 손 대는 것을 싫어했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자꾸 물건들에 손이 가는 심율이었다.


그렇게 또 한번 강한 직감에 이끌려 나무 상자를 들어 올린 그.


스윽.


상자를 바닥에 내려 놓고는 뚜껑을 열자


‘책이다.’


굉장히 오래된, 여기저기 구겨지고 빛바랜 책 서너권이 모습을 드러냈다.


심율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위에 놓인 책을 집어 들었다.


‘여자?’


책 표지에 사람의 사진이 있었는데, 주요 부위만 천으로 겨우 가리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좀 더 자세하게 묘사하자면 뽀얀 피부에 육덕진 몸매를 한 여성이 빨간색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조연갑님도 참.”


사진을 본 심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후방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런 종류의 컨텐츠를 확인할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인류의 모습은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다시 한번 시선을 책으로 옮긴 그는 표지를 좀 더 자세히 훑기 시작했다.


여자의 주변으로는 여러 개의 글자들이 적혀져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다른 것들을 압도할 정도로 컸다.


‘남심.’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2026년 6월호라.’


책이 발간된 시기로 추정되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2026년. 지금으로부터 딱 백 년 전이었다.


‘오래된 거 치고는 상태가 괜찮네.’


백 년 전 발간된 책을 이렇게 직접 볼 수 있게 된 사실만으로도 마냥 신기한 심율.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눈에 또 다른 글자가 들어왔다.


‘바티아크인 집중 탐구?’


특집이라는 글자 옆에 이탤릭체로 새겨진 글자.


바티아크인 집중 탐구.


‘백 년 전 사람들도 바티아크인을 알고 있었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한줄 아래로 시선을 옮기자


‘아슈타크.’


이번 특집의 주인공인 것으로 추정되는 바티아크인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아슈타크.


이는 심율도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슈라크의 아버지..’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는 절대 군주이자 심율의 두 눈을 앗아간 장본인인 슈라크.


그의 아버지 이름이 아슈타크였다.


‘그에 대한 정보가 있다는 말이지?’


심율은 조심스레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아슈타크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면, 그 아들인 슈라크를 상대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거야.’


비록 백 년 전의 기록이라고는 해도 말이다.


현재 심율의 마음은 온통 슈라크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했다.


두 눈을 앗아간 것은 둘째치고, 그 사건이 계기가 되어서 동생 꽃님이까지 목숨을 잃게 됐다.


사실상 두 남매의 삶을 처참히 짓밟아 버린 장본인이 바로 슈라크인 셈이었다.


지금은 상대도 되지 않겠지만,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다면 언젠가는 맞설 수 있을 거라고 심율은 기대하고 있었다.


촤락.


책장을 넘겨 목차를 찾은 심율은, 주저하지 않고 아슈타크에 대한 내용이 있는 페이지로 직진했다.


아니, 직진하려 했으나 또 다른 헐벗은 여인들의 사진이 나오는 바람에 잠시 시간을 지체하고 말았다.


“크흠.”


고개를 휘저어 정신을 다잡은 심율은 다시 원래 계획했던 목적지인 아슈타크에 대한 집중 탐구 페이지로 넘어왔다.


‘이건!’


놀랍게도, 해당 페이지에는 아슈타크의 실물 사진이 실려 있었다.


멀리서 찍긴 했지만 직접 촬영한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카메라를 직접 본 적도 없고 사용하는 방법도 모르는 그였지만, 본능적으로 이런 사진은 찍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진의 바로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첨부되어 있었다.


-연방통신 고 김찬우 기자의 명복을 빕니다. 김 기자는 목숨을 걸고 아슈타크에 접근, 위 사진을 촬영하는데 성공했지만 직후 이어진 공격으로 사망했습니다. 저희 남심은 정식 계약을 통해 연방통신이 제공한 사진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목숨과 맞바꾼 사진이었다니..’


심율은 얼굴도 모르는 고 김찬우 기자를 위해 명복을 빌어줬다.


그리고는 다시 사진에 집중했다.


사진 속 아슈타크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슈라크는 양반이었어.’


아들 슈라크보다 훨씬 더 우람한 근육.


몸 전체를 휘감고 있는 알 수 없는 표식.


위 아래로 두개씩 총 네개가 달린 팔.


등 뒤에 나 있는 날개.


이마에 달린 두개의 거대한 뿔과 흉측한 얼굴.


‘악마가 따로 없군.’


사진에 대한 감상을 끝낸 심율은 기사 본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기사는 아슈타크에 대한 집중 탐구에 앞서, 바티아크인이 현세계를 침략하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처음부터 그들이 적대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바티아크인이 지구에 첫 발을 들인 것은 2024년 여름.


당시만 해도 그들은 인간들에게 매우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선발대로 지구에 보내진 바티아크인들은 몸이 우락부락하지도, 괴물처럼 생기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인간이 보기에도 잘생기고 예쁘다고 생각될 정도의 선남 선녀들이었다.


그들은 방송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 출연하면서 바티아크인들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를 쌓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인간들은 바티아크인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그들이 사용하는 마력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 국가에서는 선발대로 넘어온 바티아크인들이 아이돌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릴 정도였다.


이 시기, 아주 소수였지만 마나에 접한 인간들이 각성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워?’


문제는 그 다음 단계에서 벌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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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반드시 복수한다 24.09.11 27 1 15쪽
27 26화 한시간 준다 24.09.10 33 0 13쪽
26 25화 깔끔한 솜씨다 24.09.09 37 0 14쪽
25 24화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24.09.06 45 2 13쪽
24 23화 네 녀석의 운도 여기까지다 +1 24.09.05 50 0 11쪽
23 22화 제 손을 잡아요 24.09.04 53 0 14쪽
22 21화 수색대 24.09.03 62 2 12쪽
21 20화 청계산 입구 역 24.09.02 74 0 15쪽
20 19화 조건이 하나 있어요 24.08.30 72 3 13쪽
19 18화 일종의 던전인 셈이죠 24.08.29 78 3 13쪽
» 17화 이런 사진을 24.08.28 87 3 12쪽
17 16화 저 분이 정말 24.08.27 89 2 11쪽
16 15화 패기만은 인정해주마 24.08.26 95 1 11쪽
15 14화 안 아프게 해줄게 24.08.23 103 2 13쪽
14 13화 나 혼자 간다 24.08.22 111 3 13쪽
13 12화 언제까지 도망만 쳐댈거냐 24.08.21 125 3 10쪽
12 11화 살려주세요 +1 24.08.20 138 5 12쪽
11 10화 강남 24.08.19 153 6 9쪽
10 9화 겨우 너같은 애송이라니 24.08.16 170 8 14쪽
9 8화 그냥 죽여 버릴까 24.08.15 188 9 9쪽
8 7화 인간 따위가 감히 +2 24.08.14 199 12 10쪽
7 6화 쿠다가 24.08.13 217 11 11쪽
6 5화 꽃님아 +1 24.08.12 241 11 11쪽
5 4화 내 동생은 24.08.10 284 13 10쪽
4 3화 나약한 인간이여 24.08.09 30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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