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세상에서 각성해 버리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모만
작품등록일 :
2024.08.06 16:46
최근연재일 :
2024.09.16 19:0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4,544
추천수 :
170
글자수 :
166,103

작성
24.08.27 19:05
조회
89
추천
2
글자
11쪽

16화 저 분이 정말

DUMMY

“흑흑.”


눈물 범벅이 되어 달려오고 있는 정은은, 반쯤 정신줄을 놓은 사람처럼 보였다.


마을 입구를 지나치면서 오우거의 먹잇감이 되어 버린 사람들의 끔찍한 시체들을 보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시체라고 해봐야 뼈에 살점이 약간 붙어 있는, 혹은 미처 벗겨지지 않은 신발이나 옷 등이 걸쳐져 있는 신체의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옷가지나 장신구 등이 누구의 것인지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수정아..”


“덕현 아저씨..”


하나 하나 확인할 때마다 그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때마다 그녀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을 입구를 지나친 그녀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어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심율과 아내 오우거의 사투가 한창이었고


잠깐 몸을 숨겼던 그녀는, 심율이 오우거를 쓰러뜨리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현장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아수라장이 된 결투 현장에 도착한 그녀.


심율을 향해 달려가려던 그녀의 눈에 쓰러져 있는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상훈 오빠!”


상훈의 몰골은 처참했다.


손으로 주요 부위를 겨우 가리고 있었지만, 완전히 발가 벗겨진 상태와 다름 없었고


다리 한 쪽에서는 심한 출혈이 있었다.


“저, 정은아!”


“오빠! 다리가..”


“괘, 괜찮아. 그냥 좀 부러진 거 같아. 그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괜찮기는! 뼈가 다 튀어 나오고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데!”


상훈의 다리 상처를 확인한 정은은, 고개를 돌려 심율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심율은 흐뭇한 표정으로 쓰러진 오우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각성자님! 인간 각성자님!”


정은은 다급한 목소리로 심율을 불렀다.


스윽.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심율.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정은은 도움을 청했다.


“여기 많이 다친 사람이 있어요, 각성자님! 제발 좀 도와주세요!”


정은의 다급한 표정을 확인한 그는 쓴입을 다셨다.


“쩝.”


물에 빠진 사람 건져냈더니 보따리 내놓으란다고.


지금이 딱 그 꼴 아닌가?


다급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무슨 만능 치트키도 아니고.


다친 사람 치료해주는 능력 따위는 나도 없다고.


“여기 오우거의 간을 떼어 줄테니 가져가서 먹여라. 기력을 회복하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될 거야.”


심율은 일단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으로 상훈이라 불린 인간을 돕기로 했다.


‘에혀, 내 팔자야.’


허리를 숙여 방금 쓰러뜨린 오우거의 배를 가르기 시작하는 심율.


한편,


‘가, 각성자?’


정은의 입에서 나온 인간 각성자라는 말을 들은 기훈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저 놈이? 정말?..’


말은 되는 것 같았다.


인간이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바티아크인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겉모습.


게다가 방금 보여준 어마어마한 전투 능력까지.


이해가 안 가는 것 투성이었다.


하지만 만약 정은의 말대로 저 녀석이 각성한 인간이라면?


모든 것이 납득이 된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께서..’


기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각성하면서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지.’


잃어버린 신체가 다시 생기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재생된 신체의 모양은 평범하지 않게 생겼다는 설명도 덧붙이셨다.


‘그렇다면 저 이상한 눈도 설명이 된다.’


지금은 돌아가신 기훈의 할아버지는 한때 각성자로 활동했던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이었다.


덕분에 그들에게 각성자와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전해들은 이야기들을 마치 전래 동화 마냥 기훈에게 들려주시고는 했다.


기훈은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을 정말 좋아했고 말이다.


‘하지만 쿠다는 어떻게..’


저 녀석이 인간 각성자가 맞다고 치더라도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다.


쿠다가 생긴 이래 인간의 각성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불변의 진리 아니었던가?


그런데 저 녀석은 어떻게 그 불변의 진리를 깨트리고 각성을 한 것이란 말인가?


아니면


‘쿠다가 원래 없었나?’


기훈의 머리 속이 이런 저런 생각으로 복잡해지고 있던 순간,


‘사람들이?’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마을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들도 정은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


그런 탓인지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뿐만 아니라, 인간 각성자라 불린 이에 대한 호기심도 엿보였다.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 그들은 이내 수근거렸다.


“들었어? 정은이가 저 사람을 인간 각성자라고 부른 거?”


“응. 난 오우거와 싸울 때부터 알아봤어. 바티아크인이라면 절대 우리를 구해주지 않았을 거 아닌가?”


빠르게 수긍하는 이들도 있었던 반면,


“백년 동안 한번도 나온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각성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이야?”


의심하는 이도 있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뜻을 가진 이들의 시선이 심율에게 집중되고 있었고


바로 그 순간,


우웅. 우웅.


갑자기 심율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심율의 몸 주변으로 마나가 모여들며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결투가 끝나면 으레 돌아오는 순서, 마나 충전을 통한 성장이었다.


“흠.”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을 힐끔 쳐다본 심율.


이내 고개를 들어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가뜩이나 자신을 경계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런 모습까지 보이게 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 지 궁금했기 때문.


심율에게는 이제 익숙한 이벤트였지만,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크게 놀라고 있었다.


살면서 사람의 몸이 저런 광채를 뿜어내는 것을 본 적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


그리고 그들의 반응은 심율의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저, 저것 좀 봐! 저 사람 몸에서 빛이 나고 있어!”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그, 그 분이 분명해! 모든 것을 보는 눈! 전시안!”


결국 누군가의 입에서 전시안이라는 말이 뱉어졌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사람들은 완전히 열광하기 시작했다.


“전시안이시다! 우리를 구해주러 오신거야!”


“뭐? 저, 저 분이 정말 전시안이시라고?”


“그래! 저 눈!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라니!”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저희에게 이런 기적을 내려주시다니!”


더 이상 심율이 인간 각성자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는 신앙에서 말하는 전능한 존재가 바로 심율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시안님!”


“전시안님!”


하나같이 감격한 표정을 짓고는 전시안을 외쳐대고 있는 사람들.


몇몇은 양손을 하늘로 뻗고 자리에서 방방 뛰었고


또 몇몇은 양손을 가슴에 모으고는 기도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절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눈물을 보이는 자도 있었다.


‘이게 무슨?..’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 심율.


그순간


번쩍.


심율의 머리 속에 강렬한 영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이건?’


미래를 보여주는 건가?


영상의 내용은 이랬다.


거대한 요새 앞에 당당한 자세로 서 있는 심율.


요새 안에는 수백의 사람들이 심율의 눈을 형상화한 것 같은 그림이 그려진 깃발을 휘날리고 있었고


심율을 향해 열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한결같았다.


-전시안님!


-전시안님!


그렇게 영상은 끝이 났다.


아직 정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었지만, 미래에 일어날 일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분명했다.


아마도 잇따라 치른 결투를 통해 마력이 성장하면서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력도 더욱 강해진 것이리라.


머리 속이 복잡해진 심율은 눈을 가늘게 떴다.



***



잠시 후,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겨우 사람들을 진정시킨 기훈이 심율을 이끌고 온 곳은 꽤나 안락하게 실내가 꾸며진 집이었다.


오우거가 지른 불길에 휩싸이지 않은 몇 안되는 집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고 말이다.


“저희 마을 사람들이 믿는 여러 종교 중 하나입니다. 전시안이라고,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그런 전지전능한 눈을 섬긴다고 하네요. 한때 성행했다가 지금은 믿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필이면 지금 남아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사람들이었나 보네요. 많이 놀라셨을 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차분하게 대답한 심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심율의 머리 속은 방금 전 머리 속을 스친 영상들로 인해서 여전히 복잡했지만, 기훈의 앞에서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았다.


애써 생각들을 눌러 담은 그는 눈을 굴려 집 안 곳곳을 살폈다.


그 모습을 본 기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분간 이 곳에서 지내시면 될겁니다.”


“제가요? 이 집 주인들은 어떻게 하고?..”


“죽었습니다. 오우거한테 먹혀서..”


“···”


심율은 말을 잇지 못했다.


기훈이 대신 입을 열었다.


“제 또래의 부부와, 딸 아들 하나씩. 이렇게 넷이 살던 식구였습니다. 참 안타깝게 됐죠.”


기훈의 눈시울이 살짝 불거지는 것이 보였다.


목이 메이는 지 그는 말을 잇지 못했고,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죄송합니다. 저도 워낙 가깝게 지냈던 가족이라.”


“아니에요. 그 마음 저도 이해해요.”


심율 역시 불과 몇시간 전 여동생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바였다.


크게 심호흡을 한 기훈은, 이번에는 자세를 고쳐 잡고 심율을 향해 똑바로 선 채로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심율님께서 오우거를 쓰러뜨려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남아 있던 사람들 다 죽었을 겁니다.”


기훈은 심율을 향해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적어도 자신의 큰 형 뻘은 되어 보이는 기훈의 이같은 행동에, 심율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아닙니다. 정말 이 은혜는 평생을 갚아도 모자를 겁니다.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뭐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푹 쉬라는 말을 끝으로 기훈은 집을 나섰다.


“후우.”


혼자 남겨진 심율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천천히 집을 한번 둘러 보더니, 달빛이 훤히 비치는 창가에 멈춰섰고,


유난히 밝게 빛나는 달을 올려다 보며, 저도 모르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전시안이라..”


자신을 전시안이라 부르며 환호했던 사람들.


그리고 머리 속에 떠오른 짧은 영상.


영상 속의 자신의 모습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렇다는 것은


‘가까운 미래는 아니라는 것인가?’


복잡한 머리 속을 정리하려는 듯 고개를 휘저은 심율은, 방 한쪽 구석에 그대로 드러 누웠다.


그러자, 피곤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였다.’


인생을 통틀어 한번 겪을까 말까 한 일들을 한나절만에 연달아 겪은 그였다.


잠이 쏟아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렇게 각성자로서 맞이한 첫번째 날이 끝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금지된 세상에서 각성해 버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명 수정했습니다 24.09.12 3 0 -
공지 연재 시간은 월화수목금 오후 7시 5분입니다. 24.08.20 46 0 -
31 30화 완전 꿀단지구나 NEW 20시간 전 11 0 13쪽
30 29화 쥬루오스 24.09.13 20 0 14쪽
29 28화 포탈이 뭔지 아세요 24.09.12 25 1 13쪽
28 27화 반드시 복수한다 24.09.11 27 1 15쪽
27 26화 한시간 준다 24.09.10 33 0 13쪽
26 25화 깔끔한 솜씨다 24.09.09 38 0 14쪽
25 24화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24.09.06 45 2 13쪽
24 23화 네 녀석의 운도 여기까지다 +1 24.09.05 51 0 11쪽
23 22화 제 손을 잡아요 24.09.04 54 0 14쪽
22 21화 수색대 24.09.03 63 2 12쪽
21 20화 청계산 입구 역 24.09.02 74 0 15쪽
20 19화 조건이 하나 있어요 24.08.30 73 3 13쪽
19 18화 일종의 던전인 셈이죠 24.08.29 78 3 13쪽
18 17화 이런 사진을 24.08.28 87 3 12쪽
» 16화 저 분이 정말 24.08.27 90 2 11쪽
16 15화 패기만은 인정해주마 24.08.26 95 1 11쪽
15 14화 안 아프게 해줄게 24.08.23 103 2 13쪽
14 13화 나 혼자 간다 24.08.22 111 3 13쪽
13 12화 언제까지 도망만 쳐댈거냐 24.08.21 125 3 10쪽
12 11화 살려주세요 +1 24.08.20 138 5 12쪽
11 10화 강남 24.08.19 154 6 9쪽
10 9화 겨우 너같은 애송이라니 24.08.16 170 8 14쪽
9 8화 그냥 죽여 버릴까 24.08.15 189 9 9쪽
8 7화 인간 따위가 감히 +2 24.08.14 200 12 10쪽
7 6화 쿠다가 24.08.13 218 11 11쪽
6 5화 꽃님아 +1 24.08.12 241 11 11쪽
5 4화 내 동생은 24.08.10 284 13 10쪽
4 3화 나약한 인간이여 24.08.09 306 1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