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세상에서 각성해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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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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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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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9화 조건이 하나 있어요

DUMMY

“어제 밤 오우거가 쳐들어 왔을 때 벌어진 일입니다.”


대표는 호리병에 금이 가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호리병은 대표의 집에 보관되고 있었다. 결계의 주문이 담긴 호리병들을 마을 대표의 집에 보관하는 것은, 청입 마을이 생긴 이래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과 같은 것이었다.


오우거가 쳐들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표는 가장 먼저 호리병이 든 상자부터 챙겼다.


혹시나 오우거의 횡포로 인해 호리병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너무 급한 마음에 이동 중 발을 헛딛고 말았고, 호리병이 든 상자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사태가 마무리되고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이렇게 금이 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금이 간 호리병은 하나였다. 나머지는 무사했다.


“문제는 금이 간 호리병에 하필이면 역의 입구를 막고 있는 결계의 주문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금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속도를 봤을 때 앞으로 24시간을 버틸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구요.”


그 다음에 벌어질 일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호리병이 깨지면 결계가 붕괴될 것이고, 던전에 갇혀 있던 마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을 것이었다.


“마을을 버리고 도망치는 것도 어려운 일이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결계 밖은 마물 천지입니다. 섣불리 결계를 벗어났다가 저희같은 평범한 인간들은 마물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지요. 저희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마을을 지키는 수밖에는.”


설명을 마친 대표는 고개를 떨궜다.


“저 쪽이 역 입구인가요?”


심율은 손으로 청계산 입구 간판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네, 맞습니다.”


힘없는 목소리로 대표가 답했다.


몸을 돌린 심율은 역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계단이 있군.’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고, 그 끝에는


‘결계가.’


역 입구를 막고 있는 결계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나가 뭉쳐서 만들어진 결계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도식과 문자들로 구성돼 있었으며, 노란 빛을 띠고 있었다.


덕분에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눈에도 보였다.


결계 뒤 쪽으로는 커다란 바위들과 콘크리트 더미들이 쌓여 있었다.


‘저 안쪽에 마물들이 있다는 거지?’


심율은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군데 군데 빛이 흐려졌다.’


전반적으로 밝게 빛나고 있는 결계의 일부분에서 빛이 약해지고 있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우웅. 우우웅.


‘진동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결계 전체가 진동에 의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원래도 이런 진동이 있었나요?”


“아닙니다. 호리병에 금이 간 이후로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대표의 답을 들은 심율이 미간을 좁혔다.


‘오래가지 못할 것 같은데?’


대표가 말한 24시간은 많이 과장된 예측이라고 심율은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이 결계는 잘해야 대여섯 시간을 버티고 완전히 붕괴할 것이 분명했다.


“흠.”


결계에 대한 분석을 마친 심율은 심호흡을 한 뒤 온 몸의 신경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역 안에 있는 마물들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스읍.


후우.


잠시 후,


‘예상대로 입구 쪽에 몰려 있어.’


상당수의 마물들이 입구 쪽에 몰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결계가 만들어내고 있는 진동이 마물들을 끌어 당기는 것 같았다.


‘다 조무래기들 뿐인데?’


긍정적인 것은 입구 쪽에 모여 있는 마물들은 대부분 마력이 약한 조무래기들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안 쪽은 어떤지 볼까?’


심율은 더 깊숙한 곳까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그 순간,


번쩍.


‘이, 이건?’


심율의 머리 속에 다시 한번 예지 영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것은


‘방금 전에 봤었던?’


아레스의 심장.


남심이라는 책에서 본 검의 사진을 봤을 때 나온 영상이었다.


음침한 곳에 득실거리는 마물들, 그리고 더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강력한 마물.


그 녀석이 지키고 있는 검.


영상을 본 심율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여기에 검이 있다!’


심율은 직감적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아래, 청계산 입구 역 깊은 곳에 아레스의 심장이 있다는 것을.


그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내가 가져 온다!’


마음을 굳힌 심율은 다시 발걸음을 옮겨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대표와 눈이 마주친 그가 입을 열었다.


“제가 저 던전에 갇힌 마물들을 처리해줬으면 하는거죠?”


단도 직입적인 말에 대표가 움찔했다.


안 그래도 부탁하려던 찰나였는데 심율이 먼저 치고 나오는 바람에 정곡을 찔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헛기침을 한번 한 그는 말을 이었다.


“네, 말하자면 그런 셈입니다. 하지만 심율님 혼자서 마물을 상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마을에도 꽤나 잘 훈련된 군사 조직이 있고, 이들이 심율님을 도와서..”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혼자서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심율이 대표의 말을 끊었다.


“크흠. 흠..”


평소 같았으면 역성을 냈을 대표였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헛기침 한번으로 넘겼다.


“..무, 물론 그렇게 해주시면 저희로서는 감사할 일이지만. 정말 괜찮겠습니까? 저 안에 어떤 대단한 놈들이 있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오우거를 혼자서 쓰러뜨리신 것은 알지만..”


“지금 저를 못 믿겠다는 건가요?”


심율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대표는 난처한 듯 손을 가로 저으며 답했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못 믿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걱정이 좀 돼서..”


“걱정할 건 없구요. 단, 도와드리는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네? 조건이요?”


조건이라는 말에 대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건가’라는 표정이었다.


인간 각성자가 오우거를 쓰러뜨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분명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터였다.


이는 마을 중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중 몇은 ‘거 봐라. 내가 그랬지?’라는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저 안에서 나오는 건 다 제가 가질게요.”


“네?”


심율이 내놓은 대답은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대가를 요구했다는 것까지는 예상대로였지만, 그 내용에 대한 것이 완전히 예상 밖이라는 말이었다.


그들은 심율이 좀 더 실질적인 것을 요구할 것이라 생각했다.


예를 들어 마을에서 진귀한 물품들을 전부 가져다 바치라던가


아니면 마을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을 전부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겠다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지하철 역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길이 없는 그들은, 심율의 이같은 요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대표가 물었다.


“아니, 저 안에 있어봤자 뭐가 있다고..”


“그건 제가 알아서 하구요. 그래서 제 조건 받으실 건가요, 마실건가요?”


난처한 표정으로 마을 중진들을 한번 둘러보는 대표.


중진들은 ‘그냥 받어’라는 표정들이었다.


그들 모두 던전 안에 건질 것이 뭐가 있겠냐는 생각들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고개를 돌려 심율을 쳐다본 대표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시죠.”


대답을 들은 심율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지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네?”


이번에도 마을 대표를 비롯해 중진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이번에는 대표가 아닌 중진 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왜 벌써 들어가신다는 겁니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오랜 시간이 남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얼마가 남았든 기다리면 뭐해요? 어차피 열릴거고, 제가 다 처리할 건데.”


“아니, 그래도. 저희도 전투 준비도 좀 하고. 노약자들 대피도 좀 시키고 해야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니까. 아까 한 얘기 못 들으셨어요?”


“아니, 그래도.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는 게..”


반발이 이어졌고,


“나, 참.”


심율은 성가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사람들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지를 잘 알고 있었다.


‘못 미더운 거겠지.’


이 가운데 심율이 오우거를 쓰러뜨리는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기훈 단 한명 밖에는 없었다.


나머지는 그저 말로 전해들었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 기훈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심율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설령 잘 안다고 하더라도, 던전 안의 마물을 공략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고 말이다.


오우거 이상으로 강한 마물이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고, 때문에 심율이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럴 경우 남은 마물을 상대하는 것은 마을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었다.


조심하는 것이 당연할 터.


하지만 심율은 이들의 입장을 하나하나 고려해줄 생각이 없었다.


몇 발자국 앞에 대박 아이템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시간을 끌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말이다.


‘어쩔 수 없군.’


나지막이 한숨을 내쉰 심율이 갑자기 대표가 손에 들고 있는 호리병 쪽으로 손을 뻗었다.


염력을 펼칠 셈이었던 것.


우웅. 우웅.


잠시 후,


콰직.


호리병이 산산조각 나는가 싶더니


펑!


폭발음과 함께 호리병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흐미!”


“이게 뭣이여!”


호리병이 있던 자리에서는 결계의 주문으로 보이는 푸른 기운들이 흩어지는 것이 관찰됐고 말이다.


슈슈슈슈우우.


“호, 호리병이!”


“이걸 어째! 호리병이 깨졌다!”


잠시 후


결계가 붕괴된 역 입구에서 엄청난 진동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쿠쿠쿠쿵.


이를 확인한 심율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러면 된 거 아닌가요.”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중진들은 겁에 질려 고함을 질러 댔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이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이려는 셈이요!”


“내가 그랬잖소! 저 인간 각성자인지 뭔지한테 부탁하는 거, 잘 생각해보고 하자고!”


“일단은 자리를 피하고 봅시다! 곧 마물들이 쏟아져 나오게 생겼는데!”


호리병 상자를 챙겨든 대표가 내달리기 시작했고,


나머지 마을 중진들 역시 우왕 자왕하며 역을 벗어났다.


아직까지 떠나지 않고 심율의 곁을 지키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기훈이었다.


기훈 역시 잔뜩 겁에 질려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자리를 뜨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 기훈에게 다가가 손을 뻗는 심율.


“검 좀 빌려줘요. 금방 돌려 줄테니.”


라고 말하는 심율의 얼굴에는 장난기 어린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여, 여기..”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의 기훈은, 자신의 허리 춤에 차고 있던 검을 심율에게 건네 주었다.


척.


“감사.”


그때였다.


쿠쿠쿵.


역 입구를 막고 있던 바위와 콘크리트 더미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이내 마물들이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키요오오오!


끄워어어어!


‘고블린?’


입구에서 튀어나오는 마물들은 고블린이 주를 이뤘고,


간혹 흑화된 개나 고양이들도 눈에 띄었다.


‘역시 조무래기들 뿐이군.’


한번 더 입꼬리를 말아올린 심율은 주저없이 이들에게 달려들었다.


타다닷.


파앙.


서걱. 서거걱.


후두두둑.


심율이 한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두 세마리의 마물들이 잘려 나갔다.


머리부터 시작해 몸이 두동강 나는 놈들도 있었고,


모가지가 잘려 나가는 놈도 있었다.


파파팡!


서거거거걱!


이런 놈들은 대부분 즉사했기에 고통이 덜했지만,


어설프게 서 있다가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놈들은 죽기 전까지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끄워어어어!


마물 가운데서도 최약체 중 하나인 고블린의 신체 능력은, 성인 남성 두 세명을 합친 수준에 불과했다.


인간들도 서너명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는 의미.


심율에게는 한 칼 거리도 안되는 수준이고 말이다.


슈파앗!


우우웅.


퍼퍼퍽!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수의 적과 싸우는 것은 처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율은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검을 휘두르는 동안 중간 중간 염력을 섞어 주면서, 매우 효율적으로 싸움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덕분에 수십마리의 마물을 쓰러뜨리는 동안에도 몸에 피 한방울 흘리지 않을 수 있었다.


타다닷.


파앙!


서걱.


우우웅.


퍼퍼퍽.


어느새 역에서 튀어나온 놈들은 전부 처리한 심율.


“그럼 다녀 올게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기훈에게 인사를 하고는


파앗.


역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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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완전 꿀단지구나 NEW 20시간 전 11 0 13쪽
30 29화 쥬루오스 24.09.13 20 0 14쪽
29 28화 포탈이 뭔지 아세요 24.09.12 25 1 13쪽
28 27화 반드시 복수한다 24.09.11 27 1 15쪽
27 26화 한시간 준다 24.09.10 33 0 13쪽
26 25화 깔끔한 솜씨다 24.09.09 37 0 14쪽
25 24화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24.09.06 45 2 13쪽
24 23화 네 녀석의 운도 여기까지다 +1 24.09.05 50 0 11쪽
23 22화 제 손을 잡아요 24.09.04 54 0 14쪽
22 21화 수색대 24.09.03 62 2 12쪽
21 20화 청계산 입구 역 24.09.02 74 0 15쪽
» 19화 조건이 하나 있어요 24.08.30 73 3 13쪽
19 18화 일종의 던전인 셈이죠 24.08.29 78 3 13쪽
18 17화 이런 사진을 24.08.28 87 3 12쪽
17 16화 저 분이 정말 24.08.27 89 2 11쪽
16 15화 패기만은 인정해주마 24.08.26 95 1 11쪽
15 14화 안 아프게 해줄게 24.08.23 103 2 13쪽
14 13화 나 혼자 간다 24.08.22 111 3 13쪽
13 12화 언제까지 도망만 쳐댈거냐 24.08.21 125 3 10쪽
12 11화 살려주세요 +1 24.08.20 138 5 12쪽
11 10화 강남 24.08.19 154 6 9쪽
10 9화 겨우 너같은 애송이라니 24.08.16 170 8 14쪽
9 8화 그냥 죽여 버릴까 24.08.15 188 9 9쪽
8 7화 인간 따위가 감히 +2 24.08.14 199 12 10쪽
7 6화 쿠다가 24.08.13 217 11 11쪽
6 5화 꽃님아 +1 24.08.12 241 11 11쪽
5 4화 내 동생은 24.08.10 284 13 10쪽
4 3화 나약한 인간이여 24.08.09 30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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