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세상에서 각성해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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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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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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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쿠다가

DUMMY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셈이냐! 찾아라! 놈을 찾아!”


“네, 알겠습니다.”


허둥지둥 자리를 털고 일어난 호위병들은 한게츠의 지시대로 심율을 찾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얼마 안가 다시 멈춰 서고 말았다.


푸슈슈슈.


“음?”


연기가 걷히면서 시야가 확보되기 시작했고, 그 곳에는 여전히 심율이 서 있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뭐, 뭐지 저건?”


“아까 그 놈이 맞아?”


어떻게 된 일인지, 분명 좀 전까지 피범벅이 된 옷을 입고 있던 심율의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쳐져 있지 않았다.


그저 군살 하나 없는 매끈한 근육질의 몸이 드러나 있을 뿐.


그뿐만이 아니었다.


삭발했던 그의 머리카락과 눈썹이 다시 자라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자란 머리카락의 색은 이전과 달랐다.


원래 한국인 특유의 짙은 흑갈색을 띠고 있던 심율의 머리는, 이제 새하얗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의 백발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심율의 눈이었다.


“아, 아니. 어떻게?”


“누, 눈이?”


슈라크의 촉수에 뜯어 먹혀 흉측한 몰골만 남았던 자리에, 다시 두 눈이 생겨난 것이었다.


이 또한 이전과는 모양새가 매우 달랐다.


검은 눈동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흰색 눈동자가, 흰자위가 있어야 할 곳에는 검은자위가 자리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눈의 명암이 뒤바뀐 것이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옷, 달라진 머리색, 새로 생긴 눈.


그게 다가 아니었다.


“쿠, 쿠다. 쿠다가 사라졌어!”


원래 쿠다가 있어야 할 이마가 텅 비어 있었다.


묵묵히 사태를 주시하고 있던 한게츠가 탄식과도 같은 한마디를 내뱉은 것은 그때였다.


“설마?..”


그리고 이어지는 단어를 한게츠는 차마 입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각성?’


지금까지 관찰한 것을 종합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방금 심율은 각성을 한 것이 분명했다.


고작 인간의 몸으로 바티아크인들이 만든 저주의 마법 쿠다를 무력화시키고 말이다.


‘어, 어떻게 저 놈이..’


한게츠는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과거 쿠다를 발명하기 전, 인간들 가운데 각성자가 끊이지 않던 시절.


각성을 하는 인간들 사이에 보고됐던 기현상 중 하나가 있었으니 상실한 신체 부위가 재생되는 것이었다.


물리적인 치료가 아닌 마나를 이용한 재생이었기 때문에 그 형태는 원래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마치 저 눈처럼 말이지..’


심율의 눈도 분명 동일한 과정을 거쳐 재생된 것이 분명했다.


‘이,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한낱 인간 나부랭이가 스스로 쿠다를 깨고 각성에 이른다는 것이?


바티아크인들은 백 년 전 대침략에 마침표를 찍을 당시, ‘성대한 축제’라 불리는 방식의 마법을 사용했다.


이는 단 한번의 시도로 지구상에 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일제히 주문을 거는 것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소모되기 때문에 섣불리 그리고 여러번 시도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그랬기에 바티아크의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힘을 합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주문은 성공했고, 이 세상의 모든 인간들은 쿠다의 저주에 걸렸다.


쿠다는 자녀들에게도 대물림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모든 인간들이 대를 이어 몸에 쿠다를 지니게 될 것이며, 각성자 역시 영원히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했다.


실제로 최근 백 년 동안은 그렇게 지내왔다.


이 기간 동안 인간이 각성했다는 보고는 그 어느 곳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지금 한게츠의 눈 앞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단 말인가?


‘설마.. 쿠다의 힘이 약해지기라도 한 것인가?’


머리가 복잡해진 한게츠가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심율을 바라봤다.


혹시라도 잘못 본 것은 아닐까 하여 다시 한번 꼼꼼히 훑었지만, 역시나였다.


쿠다는 사라졌고, 심율은 각성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한편,


심율 역시 본인의 몸이 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 첫번째 증거로


‘눈이..’


보인다.


분명 어둠으로 막혀 있던 앞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달랐다.


이전과는 다른 것들이 보이고 있었다.


‘마나?’


가시광선은 물론이고, 이제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마나의 흐름까지도 읽을 수 있게 됐다.


시공을 초월해 존재하는 물질 마나.


그런 마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미래에 일어날 일도 미리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만 각성 초기이기 때문에 아직 그 힘은 미약했다.


때문에


‘뭔가 느껴져..’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은, 아직 직감이라는 형태로 느껴지는 제한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 것인지, 이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 역할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강해..졌다?'


그는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충만한 에너지가 몸 속 가득 들어차 있는 것을 느꼈다.


체격이 더 커진 것도 아니었고 근육의 사이즈가 달라진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분명히 강해져 있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저 몸의 기운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몸만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그의 정신력 역시 더욱 단단해졌다.


심율은 근거있는 자신감이 마구마구 샘솟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자신감은, 바티아크인의 노예로 살면서 그의 마음 한켠에 늘 자리하고 있던 불안감과 두려움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리기에 충분했다.


‘내가, 각성을.. 한건가?’


심율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방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각성이라 불리는 현상이라는 것을.


'나쁘지.. 않은데?'


그가 두 눈을 번뜩였다.


한편,


넋을 잃고 심율을 쳐다보고 있던 한게츠가 정신을 차렸다.


호위병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그들 또한 정신줄을 놓고 멍하니 서 있었다.


“이···”


화가 난 한게츠가 호통을 쳤다.


“뭣들 하느냐! 어서 저 인간 녀석을 죽여라!”


한게츠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온 호위병들.


그들은 땅에 떨어뜨렸던 검을 주워 들었다.


하지만 심율의 달라진 모습을 다시 한번 눈에 담은 그들은, 도저히 달려들 엄두가 나지 않는 듯 머뭇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사정을 봐줄 한게츠가 아니었다.


"뭘 꾸물거리는 것이냐! 지금 당장 저 녀석을 제압하지 않는다면, 너희들에게 큰 벌을 내릴 것이다!"


다시 한번 불호령이 떨어지고,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깨달은 달쉬가 먼저 검을 들고 심율을 향해 달려 들었다.


"으아아아앗!"


어느새 심율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달쉬는, 머리 위로 들러올린 검을 그대로 내리 꽂았다.


"죽어!"


촤앗.


푹.


하지만 검은 심율의 몸에 닿지 못했다.


대신 허공을 가른 뒤 그대로 바닥에 꽂혀 버렸다.


"흐익."


고개를 든 달쉬는 그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 분명 눈 앞에 서있던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


"이, 이 새끼가 어디로?.."


그 순간


타닷.


어느새 달쉬의 등 뒤에 나타난 심율은


파앗.


오른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닿은 곳은 달쉬의 목덜미였고


푹.


전투복을 찢고 들어간 손가락들이 살을 뚫고 목덜미 안쪽까지 깊숙이 박혀 버리고 말았다.


"끄악!"


목덜미에서 전해진 끔찍한 고통에 달쉬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심율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목덜미에 박힌 손을 그대로 움켜쥐었다.


그러자 경추의 가장 밑단이 손에 잡혔다.


꾸드득.


"끅. 끄아악."


달쉬가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을 쳤지만, 이번에도 심율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는 움켜쥔 손을 그대로 뽑아버렸다.


우드득. 드득.


찌거걱.


끔찍한 소리와 함께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잠시 몸부림치던 달쉬도 이내 잠잠해졌다.


심율은 자신의 얼굴과 몸에 피가 튀는 와중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철퍼덕.


바닥에 쓰러진 달쉬의 몸을 확인한 심율은, 한게츠와 나머지 호위병이 서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섰다.


'어, 어떻게 저런..'


눈앞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한게츠는 그만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아무리 각성을 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방금 심율이 보여준 움직임은 초기 각성자라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민첩성은 말할 것도 없고 힘 또한 상당하다.


저 정도라면 바티아크인 일반 병사 열명을 합쳐도 당해낼 수 없는 수준일 터.


과거 인간 각성자들을 수도 없이 봤던 한게츠로서도 지금 심율의 움직임은 섣불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저 빨라지고 강해진 게 다가 아니라는 것.


"이 버러지 같은 새끼가!"


눈 앞에서 자신의 동료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것을 보고는 눈이 돌아간 나머지 한 명의 호위병이 심율에게 달려 들었다.


심율은 이번에도 자비 없는 선택을 했다.


달쉬가 떨어트린 검을 향해 손을 뻗었고, 그러자 그의 손에서 뻗어나온 염력이 검을 끌어당겼다.


휘릭. 척.


그렇게 한 손에 검을 쥔 심율은 순식간에 호위병과의 거리를 좁히더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의 강력한 찌르기 한방으로 호위병의 숨통을 끊었다.


푹.


"컥."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입으로 피를 토하며 쓰러진 호위병.


철퍼덕.


"꾸륵."


잠깐의 꿈틀거림이 전부였다.


그렇게 한게츠는 혼자가 되었다.


방금 심율의 동작을 본 한게츠의 머리 속은 전보다 더 복잡해져 있었다.


'여, 염력까지 쓴다고? 이 버러지 같은 놈이..'


염력은 자칫 흔해 빠진 능력처럼 보이기 쉬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초기 단계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기 어렵겠지만, 각성자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염력이었다.


생각해보라.


멀리서도 상대방에게 타격을 입히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눈에 보이는 모든 물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있고.


처음에는 고작 돌덩이 같은 작은 물체에 불과하겠지만, 능력이 커질수록 조종할 수 있는 물체의 크기와 종류가 다양해진다.


이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이의 능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것이 염력이 가지는 위력이었다.


더군다나 염력은 희귀성도 갖추고 있었다.


바티아크인들 가운데서도 염력을 사용할 수 있는 개체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염력이 가지는 위력 덕분에 절대강자라 불리는 이 중 상당수가 염력 사용자들이었다.


‘슈라크님 역시도..’


슈라크 역시도 강력한 염력을 바탕으로 절대강자 반열에 올라선 이 중 하나였다.


'서, 설마 저 녀석이..'


심율을 바라보는 한게츠의 눈빛이 전과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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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청계산 입구 역 24.09.02 7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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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이런 사진을 24.08.28 87 3 12쪽
17 16화 저 분이 정말 24.08.27 89 2 11쪽
16 15화 패기만은 인정해주마 24.08.26 9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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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언제까지 도망만 쳐댈거냐 24.08.21 125 3 10쪽
12 11화 살려주세요 +1 24.08.20 138 5 12쪽
11 10화 강남 24.08.19 154 6 9쪽
10 9화 겨우 너같은 애송이라니 24.08.16 170 8 14쪽
9 8화 그냥 죽여 버릴까 24.08.15 188 9 9쪽
8 7화 인간 따위가 감히 +2 24.08.14 200 12 10쪽
» 6화 쿠다가 24.08.13 218 11 11쪽
6 5화 꽃님아 +1 24.08.12 241 11 11쪽
5 4화 내 동생은 24.08.10 284 13 10쪽
4 3화 나약한 인간이여 24.08.09 30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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