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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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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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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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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너무 과민하게 보는 거 아냐?

DUMMY

대면식 이후,

민준석에게 소주 3병을 강제로 마시게 해 인사불성으로 만들었다는 소문에 태준은 일약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어떻게 보면, 이제 갓 입학한 신입생의 하극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여론은 태준에게 호의적이었다.


사실, 말을 하지 못했을 뿐,

자신의 배경을 이용해 한국대에서 일진 놀이를 이어 나가던 준석에게 불만을 품은 이들이 제법 많았고,

그들 모두가 태준의 행동에 통쾌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너희 할아버지가 대한그룹 장 회장님이라는 것 정도는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뭐 하러?”

“아니... 그 준석이라는 선배가 너한테 해코지할지도 모르잖아.”

“그래봐야 경호원 몇 데려와서. 힘 자랑이나 좀 하겠지.”

“그게 걱정이라는 거잖아. 네가 아무리 체질이 바뀌었다고 해도. 전문 킬러나... 뭐 그런 사람들을 데려올 수도 있는 거니까.”


이 자식은,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건가...?

대한민국에서 킬러가 웬 말이냐.

설마 고작 소주 3병 마시게 했다고, 킬러를 데려오기야 하겠어?


"······"


아닌가?


어제 민준석이 했던 진상짓을 떠올리면,

그럴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았다.


[우웨에에에에에엑!!!]

[으아아아악... 준석아 여기서 토하면 어떡해.]

[서... 선배, 거긴 선배가 토한 데잖아요. 거기 눕지 말고, 옆으로 좀....]

[아악... 거기서 헤엄치지 마시라고욧!]

[우욱... 아... x발 이 냄새 어쩔 거야?]


그래도 다행인 것은 민준석이 저지른 만행(?)으로 대면식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고,

그 덕에 술을 마시지 않은 동기들은 나를 구세주로 여기고 있었다.


아무튼,

그러한 일련의 사건으로 용식이는 혹여나 민준석이 내게 해코지라도 할까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민준석은 한동안 학교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로 인해 나는 학교생활과 대한건설의 재무 이사 역할을 조용히 영위해 나갈 수 있었다.



***



"이사님, 지시하신 비자금 내역입니다."


박봉식 차장이 내미는 보고서를 확인한 내가 낮게 탄성을 터트렸다.

생각보다 그 규모가 상당했다.


"이게 전부 대한건설에서 나온 비자금 내역이라는 겁니까?"

"본래는 좀 더 규모가 컸던 것 같은데, 지난 대선 때 상당 부분 사용된 것 같습니다."

선거 때마다 대기업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수백억씩 지원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박 차장의 말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남은 비자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흠, 그러게 어떻게 처리할까?


정희원 과장의 물음에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앉아서 한참을 고민했다.

아마도 할아버지는 비자금을 이용해 내가 그룹 지분을 확보하길 원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리는 천도희와 장기석에게서 안전하게 그룹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부패 척결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집권을 시작한 나삼영 정권하에서 비자금을 잘못 사용했다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잠시간 고민에 빠져있던 나는 오래지 않아 결정을 내렸다.


"비자금 대부분이 허무인(虛無人) 명의로 되어있다고 했죠?"

"네."

"해당 비자금 전부를 세이프 하베스트라는 투자회사에 신탁하는 걸로 하죠."

"알겠습니다."


세이프 하베스트라는 처음 듣는 곳을 거론했는데도 정희원은 별다른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안광희 전무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이후부터 내게 보인 변화였다.


박봉식 차장, 정희원 과장과 비자금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던 중.

장기석으로부터 만나자는 전갈이 왔다.


‘역시 내가 그룹의 비자금을 마음대로 운용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볼 사람이 아니지.’

장기석은 내가 가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어떻게든 빼앗고 싶을 것이다.

물론, 나 또한 기다리던 연락이었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장기석의 집무실로 향했고,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오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대한그룹의 핵심인 대한전자 사장실이라.

입구부터 내 집무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화려함이 느껴진다.


“왔느냐. 거기 앉거라.”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장기석이 턱짓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찾으셨다고요?"

"급할 것 없으니, 차라도 한잔하자꾸나."


장기석은 사람 좋은 숙부 흉내를 내고 싶은 모양이지만,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상황에서 장단을 맞춰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저희가 그럴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용건만 간단히 하시죠."


장기석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넌 형님을 많이 닮았어."


장기석의 입에서 나온 아버지 얘기에 분노가 솟구쳤지만, 그럴수록 머리는 더욱 차갑게 식었다.


"그래서 두려우셨던 겁니까?"

"....뭐가 말이냐?"


사고사로 위장해서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것 말입니다.

머릿속에 맴도는 말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저를 부른 건 대한건설 때문이겠죠?"


묘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던 장기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재무 이사 자리를 내려놓거라."

"그럼 제게 뭘 주실 겁니까?"


당연히 거절할 거라 생각했던지.

예상치 못한 내 반응에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포기할 생각이 있다는 말로 들리는구나."

"뭘 주시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원하는 걸 말해보거라."

"대한랜드."

"헛소리!"


와락 표정을 일그러트리는 장기석의 표정에 내가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니까. 너무 화내진 마세요."

"어리다고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원하는 것을 말해보거라."

말 하지 않으면, 강제로 빼앗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회귀 전의 나였다면, 장기석의 험악한 기세에 눌려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내 반도 안 되는 덩치를 가진 장기석 따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허리를 분질러 버릴 수 있었다.


"그럼... 대한물산 지분 1%는 어때요?"

"뭐?"


사실 고작 재무이사 자리 따위로 저들의 캐쉬카우인 대한랜드를 가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받아오는 게 좋았고,

나는 그것이 대한물산이라고 생각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본다면, 고작 재무이사 자리와는 비교도 안될 높은 가치를 지녔지만,

대한건설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질 비자금을 생각하면, 장기석도 고민이 되긴 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대한건설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장기석의 표정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회장님이 허락하시겠느냐?"

"결정하시면, 설득은 제가하죠."

"그걸로는 부족해. 대한건설의 재무이사 자리뿐 아니라. 사장까지 내가 지목하는 사람으로 임명해준다면 몰라도."

대한건설을 온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거머 쥐겠다는 말이었다.


"대신 지분증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까지도 전부 처리해주셔야 합니다."


장기석이 표정을 찌푸렸다.


"날강도가 따로없군."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장기석은 바로 대답하는 대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래봐야.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일 거다.'


내가 비자금으로 계속 그룹지분을 사들이는 것보다는 대한물산 지분 1%를 나눠주더라도.

자신이 직접 비자금을 관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테니까.

이런 내 예상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듯.

장기석이 오래지 않아 입을 열었다.


"지분을 가지고 싶으면, 무슨 수를 써서든 회장님을 설득하는 게 좋을 거다."

"안되면, 단식 투쟁이라도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저 대신 재무 이사 자리에는 누구를 앉힐 생각이세요?"

"덕현이를 앉힐 생각이다."


이거 잘하면 일타쌍피가 될수도 있겠는데.


그나저나 할아버지 한테는 뭐라 말하지?

그냥 금융실명제에 관해서 확 말해버릴까?


물론, 그건 안 될 말이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면, 마땅히 대답할 말이 궁색했다.


진짜 단식 투쟁이라도 해야 하나...



***



"그게 뭔 헛소리야!!"


아니나 다를까.

재무 이사 자리를 넘기겠다는 말에 할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냈다.

물론, 예상했던 상황이었기에 침착하게 미리 준비한 말로 할아버지를 설득했다.


"이번 정권에서 부정부패 척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건 할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

"그놈들이 내 돈을 받을 먹은 게 얼만데. 고작 비자금 몇 푼으로 너를 어떻게 하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는 게냐?"


걱정하는 게 아니라.

금융실명제가 시행되면, 차명으로 은닉한 돈을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된다니까요.


"하나회를 한 방에 날려 버린 것을 보고도 모르시겠어요?"

"그건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군사정권의 잔재를 없애려고 그런 거고. 재무 이사 자리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으니. 말도 안 되는 소린 그만두거라."


아... 난감하네.

쉽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 강경했다.


한편으로는 대한그룹 회장조차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금융실명제를 준비하고 있는 나삼영 대통령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를 못 믿으시겠으면, 기획실을 움직여서 확인이라도 해보세요. 분명 정부에서 비자금 같은 검은돈을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있을 거예요."


그동안 보여준 게 있어서인지.

할아버지도 내 말을 허투루만 듣지는 않았다.

곧장 김성재 실장을 불러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확인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성재 실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찾아왔다.


"그러니까. 이재식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말이지?"

"이상한 정도가 아닙니다. 이재식 경제 부총리와 홍진형 재무부 장관이 연일 붙어 다니며,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게 확실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봐."

"이재식 부총리와 홍진형 장관이 실·국장급 이상의 재무부 직원들과 KDI(한국개발연구원) 소속 핵심 인력만을 데리고 과천시 사무실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뭔가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너무 과민하게 보는 거 아냐?"


김성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장우진 회장에게 테이프로 이어 붙인 문서 한 장을 내밀었다.


"과천 사무실 인근의 쓰레기장을 뒤져 발견한 자료입니다."

자료를 확인한 장 회장의 눈이 급격하게 커졌다.

거기에는 검은돈, 차명 계좌, 조세 포탈, 비자금 같은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특히 차명 계좌 사용금지라는 단어가 수차례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태준이 말처럼. 절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국장급들만 모아둔 것도 그렇고, 그들 모두가 가족한테까지 일본에 출장 간다고 거짓말을 한 뒤, 아무도 모르게 그곳에 모인 거라고 합니다."

"경제수석한테는 알아봤나?"


장우진 회장이 대한그룹과 관계가 깊은 경제수석을 언급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그래?"


분명... 뭔가 있긴 있었다.

경제수석도 모르는 것을 경제 부총리와 재무부 장관이 직접 챙기고 있다?


순간적으로 싸늘한 무언가가 장 회장의 등줄기를 타고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그는 이번 일을 언급한 손자를 다시 회장실로 호출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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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모든 유보금을 달러로 +4 24.09.15 1,224 32 12쪽
41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거잖아 +2 24.09.14 1,311 29 11쪽
40 단군이래 최대 호황 +3 24.09.13 1,367 29 11쪽
39 온라인 서점 사업 +2 24.09.12 1,458 33 12쪽
38 감히 대적할 수 없는 힘 +2 24.09.11 1,592 31 11쪽
37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래? +2 24.09.10 1,709 30 12쪽
36 다이아몬드 수저 +2 24.09.09 1,897 32 11쪽
35 그런 게 어딨어! +2 24.09.08 2,048 30 13쪽
34 등에 비수가 꽂히다 +2 24.09.07 2,042 42 12쪽
33 들으면 속상할 텐데 +2 24.09.06 2,097 34 12쪽
32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2 24.09.05 2,195 32 12쪽
31 나만 아니면 돼! +2 24.09.04 2,283 31 12쪽
30 포털사이트? 그게 뭔데? +2 24.09.03 2,346 31 12쪽
29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3 24.09.02 2,489 38 12쪽
28 교수님이 저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봐 +2 24.09.01 2,560 37 11쪽
27 태풍의 나라 개발자 이용식입니다 +2 24.08.31 2,569 3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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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 +2 24.08.29 2,692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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