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똥겜의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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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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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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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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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고 있습니다 (1)

DUMMY

[며칠 뒤, 늦은 밤. 폐허가 된 용사의 마을.]



사령왕 자하드.

인게임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레벨 99에 이른 흑마법사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검의 궁극에는 소드마스터가 있고, 마법의 궁극에는 아크메이지가 있는 것처럼, 흑마법의 궁극에는-


'용어가 미묘하지.'


흑마도사라고 하기에도 조금 그렇고, 그냥 다크 메이지라고 하기에도 조금 그런 미묘한 위치.


그래서 성검전기의 게임사에서는 '사령왕'이라는 식으로 표현을 했다.

인게임 안에서 엄청난 업적을 가진 존재의 이명을 그 직업의 마지막 전직 단계로 구성하여 이름을 표기했다.


비록 인게임 안에서는 시스템의 한계로 소환할 수 있는 언데드가 제한되어있었지만, 현실로 따지자면 하나의 군단을 부릴 수도 있는 존재.


죽은 자와 영혼의 왕.

말 그대로 왕에 이르면 군왕과도 같이 죽은 자들을 부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흑마법사이자 네크로맨서로서 나의 계급은 어느 정도인가?


'한 달하고도 조금 시간이 지난 결과, 노예는 간신히 면한 수준.'


지팡이를 든다.

해골이 박혀있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죽은 마수로부터 얻은 마석을 지팡이 끝에 달아놓고 마나를 일으킨다.


"레이즈 데드."


사자소생의 마법.

지팡이를 아래로 '딸칵'하자, 금방 무너진 잔해 속에 파묻혀있던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우득, 우드듯.

재가 되어 무너진 나무기둥 안에서 무언가가 들썩이고, 곧 몸을 일으키며 잔해 속에서 튀어나온다.


"와."


그것은 전신이 불타버린 괴물이었다.

완전히 숯이 되어 불타버린 것 같은, 얼굴은 커녕 몸의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불타버린 인간이었다.


스, 어어....


괴물이 입을 벌리자 안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온다.

마나의 기운은 아니고, 불타버린 입안의 것들이 벌려진 입 사이로 재가 되어 흘러나오는 잿가루다.


"어. 그래. 로드릭."


내 앞에 있는 이 불타버린 시체는 다름아닌 로드릭.


"눈도 없겠지만 그렇게 바라보지 마라. 적어도 구더기 끓는 좀비보다는 낫잖냐?"


로드릭은 텅 비어버린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내 덕분에 영혼이 저승으로 끌려가서 명계에 처박히는 일도 없었고. 만일 그랬으면 네 인성으로는 환생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지옥에서 십수 년은 고통받아야 했을걸?"


나는 지팡이를 뒤로 뻗어 가볍게 튕겼다.


"일단 따라와. 어차피 명령대로 해야하겠지만, 지금 여기에서 계속 말할 상황도 아니라서 말이지."


나는 빠르게 주변을 눈으로 가리킨 뒤, 따로 부활시킨 고블린들을 내 쪽으로 오도록 만들었다.


뻐그덕.

로드릭이 내 종복들, 언데드 고블린 여럿을 보며 기겁하며 움찔거린다.


'자기가 더 보기 흉하면서.'


살점이라고 할 것이 전부 사라진 스켈레톤 고블린 일곱.


그에 비해 로드릭은 건물과 함께 불타면서 육신이 건물 잔해에 깔려서 그런지, 불에 타버린 무언가가 백골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그그극.

로드릭이 이를 부딪치며, 검뎅이가 떨어져나온 가느다란 하얀 손가락으로 주변을 가리킨다.


"어, 맞아. 여기 초토화당했어."


주변은 온통 잿더미 뿐이다.

밤이지만,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라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백골에 영혼이 정착된 스켈레톤 언데드 로드릭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용사의 마을은 처참하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시신조차 곳곳에 널브러져 있지."


습격당한 마을.

버려진 마을.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단 활기가 넘치던 그 마을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까드득.

로드릭이 내게 퀭한 동공을 그대로 노려보며 이를 간다.

움직일 때마다 뻐그덕거리는 관절의 소리가 점차 매끄러워지는 것 같지만, 로드릭의 영혼은 지금 내게 미친듯이 외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냐고?"


아무리 로드릭이 꼰대스럽고 인성 나쁜 마을 경비병 선임이라고 해도, 이 마을의 주민이다.

가족은 없지만, 마음 한켠에는 마을 주민들을 형제자매처럼 여겼던 약간의 인간미가 있었겠지.


"이 세상이 이 모양 이 꼬라지인데 뭐 어쩌겠냐."


로드릭이 계속 나를 바라본다.

그것이 대답이 될 수 없다는듯, 혹은 좀 더 명확한 답을 원한다는듯.


"듣고 싶으면 일단 위에 올라타지?"


나는 아래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이미 스켈레톤 고블린들이 네 발에 가깝에 엎드린 채 나와 로드릭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이 왔다간 흔적은 있으면 안 되거든. 스캐빈저처럼 시체 뒤지거나 한 고블린의 발자국이라면 모를까."


나는 스켈레톤들의 손과 발을 가리켰다.

그들은 발 뿐만 아니라 손에도 고블린의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냥 단순히 마을이 마물들에게 습격당하고 불타버린 게 아니니까 이런 불편한 짓을 하는 거야. 혹시나 모를 감시자들에게 흔적이 드러나도, 그들이 여기에 고블린은 왔다 갔어도 사람의 흔적은 찾지 못하게."


로드릭이 고블린들의 위에 조심스럽게 올라탄다.


"신발 팀은 바로 기어가기 시작하고, 파밍 팀은 즉시 시체 건드린 흔적을 남긴다. 실시."


내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스켈레톤 고블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절그럭, 절그럭.


"아. 그거 말하는 거 잊었다."


나는 로드릭에게 짧게 엄지를 척 들었다.


"내가 부활시켜준다고는 했는데, 멀쩡하게 즉시 부활시켜준다고는 안 했다?"

그르르.


음.

뭔가, 우스스 떨어지는 검뎅이로 드러난 로드릭의 머리뼈는 어딘가 상당히 억울해보이고 화가 많은 인상이었다.



* * *



잠시 뒤, 사령왕의 은신처.



"고맙다, 로드릭. 네 덕분에 [레이즈 데드] 마법의 한계를 알아냈거든."


나는 한 번 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이제는 완전히 백골이 된 로드릭(스켈레톤)을 내 앞에 세웠다.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거든.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영혼이 해골에라도 묶여있는 게 낫다?"


나는 로드릭의 손에 나무막대를 건네 움켜쥐게 했다.


"적어도 해골 상태로도 무기 휘두르고 싸울 수 있으니까."


로드릭의 텅 비어있는 눈동자에서 무언가 빛이 반짝인다 싶은 순간.


"아, 그건 안 돼."


로드릭은 나무막대를 검처럼 내게 찌르려 했으나, 그 움직임은 그대로 멈췄다.


"언데드가 사령술사에게 저항할 수 있겠냐."


있기는 하다.

지금의 내 수준으로 무슨 '검성'이라거나 '소드마스터'같은 자들을 억지로 부활시킬 경우, 그들은 레이즈 데드 마법의 종속력보다 더 강한 자유의지로 나를 오히려 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걸 로드릭에게 말해주지는 않는다.


'내가 뭐 로드릭을 오랫동안 이용하려는 것도 아니고.'


로드릭은 소모품이다.

내가 좀 더 흑마법을, 사령술을, 그리고 이 세계에서 흑마법사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마법 기술적 매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용 자료다.


"로드릭. 네가 누구에게 죽었는지 잊었나?"

까드득!


예를 들어 지금처럼 나보다 정신력이 약할 경우.

로드릭의 등 뒤에 스켈레톤 고블린을 세워두고, 나무막대로 로드릭의 갈비뼈 뒤를 가볍게 툭툭 건드리는 현 상황.


끄드득....


로드릭은 나에게 100%까지는 아니지만 분명히 굴종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처음 살해당했을 때, 불에 타서 죽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자기를 죽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잊지마라. 로드릭.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를 언제든지 폐기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자신을 살려내기도 했기 때문.


"지금은 사지가 그래도 멀쩡하지. 어떻게 뼈 하나 빼줄까? 응? 어디를 원해?"


로드릭의 머리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인다.

눈알을 굴린다-라는 표현이 이 해골에게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로드릭의 영혼은 지금 나와의 대화를 통해 이런저런 정보를 모으고 있을 것이다.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어떻게, 내게 반격할 기회는 없는지.


'상황 파악이 빠른 놈이야.'


로드릭은 마을 경비병 중에서 자기가 유리한지 불리한지 확실히 아는 눈치 빠른 자였다.


'그러니까 내가 혼자 있을 때 족치려 든 거고.'


동생인 지크가 사라지니까 내가 혼자가 된 틈을 노려 나를 '후배교육'하려고 했던 인간이다.


그 결과가 이렇게 되었지만.


"로드릭. 궁금한 게 많겠지. 하지만 나는 내 멋대로 떠들 거다. 네가 뭐 말을 할 수 있어야지."


로드릭은 몸을 최대한 움직여보려고 하지만, 그는 그저 걸어다니는 해골에 지나지 않는다.


"해골이 말하려면 마나로 이야기를 해야 하거든? 마나로 말하는 방법은 너 혼자서 어떻게 터득해보고, 나는 네 몸을 이용해서...."


로드릭이 뒤로 슬쩍 물러난다.


"...뭐하냐?"


마치 '어떤 위협'을 느꼈다는 것처럼 내게서 물러나는 모습에 나는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뭐 네 시체를 가지고 이상한 장난질을 할까봐? 이거 미친놈이네. 머리 속에 도대체 뭐가 들었길래 해골바가지면서 두 손으로 거기를 가리는 건데?"


해골 주제에 낭심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잠시 헛웃음이 나왔다.


"어쩐지 선배 경비병들이란 놈들이 술만 마시면 마을 주민들 상대로 온갖 음담패설을 지껄이더라니."

까드득.

"그런 게 아니라고? 상관없어. 나를 상대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불쾌하니까."


딱.

손가락을 튕긴다.

가볍게 마력을 일으켜 로드릭에 집중한 순간, 로드릭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린다.


까드드득.

움직이는 것은 오직 턱뼈 뿐이고, 이를 부딪치며 뭔가를 말하려고 열심히 애를 쓴다.


"소용없다. 성대도 없는 네가 무슨 육성으로 말을 하겠다고."


완전히 불타버린 로드릭이 말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마나를 통한 의사전달 뿐이다.


"고블린. 단검 들어."


로드릭의 뒤에 있던 고블린에게 지시를 내린다.


"갈비뼈 제일 아래에 있는 거 뽑아."

까드득!


로드릭이 깜짝 놀라지만, 고블린은 자연스럽게 단검을 톱처럼 쓰며 로드릭의 갈비뼈 하나를 자르기 시작했다.


"손가락 열 마디는 아무래도 무기를 드는데 온전하게 있어야하겠지만, 갈비뼈는 이제 내장도 없는데 굳이 있을 필요도 없잖아?"

까드드득.

"가만히 있어. 이게 다 실험을 위한 거니까. 내가 고블린들은 좀 연습을 해봤는데, 사람 상대로는 아직이거든?"


우둑!


"잘했다."


로드릭의 갈비뼈가 하나 줄었다.

척추에 가깝게 뜯어낸 덕분에 호선을 그리며 길게 휘어진 각도 그대로 빠져나왔고, 나는 손가락 끝에 마력을 담아 로드릭의 갈비뼈 위에 흘렸다.


"...음."


순간,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원래는 그럴 의도가 아니긴 한데, 이걸 가지고 그걸 하지 않는다?


부웅.

로드릭의 갈비뼈 끝을 잡고 검처럼 휘두른다.


"...역시 곧게 뻗은 가시뼈가 아니면 그게 안 되는 건가."


나중에 강이든 바다든, 사람보다 더 큰 물고기를 언데드로 부리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 다시금 해봐야겠다.


'진정한 고수는 물고기의 가시뼈도 명검처럼 다루는 법이니까.'


까드득.


"아. 미안. 이런 장난을 치려고 멀쩡한 갈비뼈 뽑으라고 한 건 아닌데 말이지."


사령술 덕분일까.

눈 앞에 있는 건 로드릭의 두개골인데, 영혼이 나를 향해 성질을 내는 게 은근히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걸로 장난을 치든 뭘 하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나는 로드릭의 갈비뼈 끝을 움켜쥐었다.


"내가 이걸로...."


사령왕의 기술 중 하나이자, 경비병 켈트를 초반부터 소위 '스토리 불도저'로 만들어준 공격기술.


"이래도, 네가 뭘 할 수 있냐고."


어깨 너머로 갈비뼈를 넘기며, 앞으로 던진다.


부우웅!


부메랑처럼 날아간 갈비뼈를 향해, 나는 손을 그대로 앞으로 뻗었다.


"[콥스 익스플로젼.]"


마력을 일으킨 순간, 로드릭의 갈비뼈에 검보랏빛 마나가 쪼개진 표면에 드러나듯 반짝이더니.


파-앙!


강한 폭음과 함께, 로드릭의 갈비뼈가 폭발했다.


"이야. 잘 되네."


우리 말로 하면, 시체폭발.


"터뜨릴 게 참 많아서 다행이야."


턱 관절이 딱딱거리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작가의말

뼈도 터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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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5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4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7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2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1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1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7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2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7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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