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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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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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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메이커 (2)

DUMMY

성검전기는 20년 전 게임으로서, 그 장르는 일단 RPG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질문.

성검전기는 어떤 RPG였을까?


20년 전의 고전게임을 여럿 해본 게이머라면 다들 여러 가지 게임을 추억으로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성검전기는 조금 특이한 게임이었다.


-SRPG의 마지막 자존심.


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고전 중에서도 상당한 고전에 속하는 장르였지.'


왜, 그런 게임들 있지 않은가.


네모난 격자판에 캐릭터들을 배치하고, 성장시킨 캐릭터를 바탕으로 매번 정해진 전장에서 전투를 치르는 그런 게임.


엄청 많은 캐릭터를 하나의 턴에 동시에 운용하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전투의 승패가 갈리는 게임.


20년 전 즈음이면 슬슬 SRPG의 끝물이 아니냐~~하는 그런 시기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예 장르 자체가 죽은 건 아니었다.


성검전기는 이전의 여러 SRPG에서 장점을 최대한 취합한 게임이었다.


이후로도 여러 후계 장르의 게임이 나오고 점차 해당 IP의 팬을 위주로 굴러갔지만, 성검전기는 그런 장르의 게임 팬들을 모두 아울렀던 입지적인 게임이었다.


성검전기가 리메이크 제작사의 돈놀이 대상으로 찍힌 건 SRPG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뽑기로 뽑은 캐릭터가 매번 압도적인 화력을 보일 수 있게.

새로운 스토리와 전장에서는 기존 캐릭터의 스킬조합으로는 공략할 수 없지만, 새로운 캐릭터의 스킬구성으로는 너무나도 쉽게 공략할 수 있게.


가령 공성전 기믹이 있는 경우, 기존 캐릭터들로는 성벽을 넘기 어려워할 때 스토리의 신규 캐릭터를 투입 시키는 거다.


SSR, 그리폰 라이더. [비행]능력 보유.

해당 캐릭터는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이 캐릭터를 이용해서 적의 성벽 안에 있는 마법진을 해제하여, 성벽을 보호하는 결계를 무너뜨리세요.


실제 스토리에도 그런 기믹이 있었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그게 스토리의 이벤트였지, 그걸 이용해서 캐릭터 돈장사를 하는 그런 게임은 아니었다.


내가 2시간 플레이를 하고 게임을 집어던진 결정적인 계기.


'용기사 지크가 드래곤 타고 안 날아오면 못 깨게 만들었으니.'


한정뽑기 캐릭터가 아니면 몸을 아무리 비틀어도 클리어를 할 수 없게 해놓았으니, 꼬운 사람들은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뽑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


기믹의 상술화.


이런저런 기믹이 많았던 게임이었으니 리메이크라는 추억팔이로 돈을 긁어모으려고 했겠지.


'썩을 놈들.'


자기네 회사의 적당한 뽑기 게임의 구조에다가 성검전기의 UI를 강제로 덧씌워, 포장만큼은 성검전기로 느껴지게끔 만들어 한 몫 크게 당기려고 했던 것이다.


'지들 게임으로 하나 새로 만들어서 할 생각은 안 하고, 성검전기 IP에 빌붙어서 돈을 빨아먹으려고 한 기생충 놈들.'


하여튼.


리메이크 게임이기는 해도 원작의 배경을 답습하고 있는 이 개똥겜의 세상은 SRPG 게임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담고 있다.


용사의 마을에서 용사 후보로 발탁된 주인공 캐릭터가 중심이 되고, 그 주인공의 세력을 바탕으로 여러 동료가 늘어나며 마왕군과 싸우는 스토리 라인.


즉.


이 게임은 용사파티의 모험물이 아니라, 영웅들이 이끄는 전쟁물이었다.


표현은 캐릭터 하나하나가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식으로 표현되지만, 실상은 그 캐릭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부대가 서로 부딪치는 전쟁을 묘사하고 있었다.


이곳은 한 개개인의 뛰어난 영웅이 압도적인 힘을 보여서 전장의 승패를 뒤집을 수 있는 세상.


세상을 온전히 게임으로 바라볼 생각은 아니지만, 그런 세상인 만큼 특별히 어느 한 조직에 들어가야 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나대로 살아가면 돼.'


원작?

만일 원작이라고 하는 게 리메이크 개똥겜의 스토리라인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걸 얼마든지 망칠 자신이 있다.


아니, 반드시 망칠 것이다.

성검전기의 원작 스토리를 얼마나 잘 다듬어놓았길래 스토리를 돈 받고 팔아먹으려고 했는지 지켜볼 것이며, 그게 나를 불편하게 만들면 내가 안전한 상황에서 개입할 생각이 얼마든지 있다.


'갓겜 스토리는 건드리면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만, 똥겜은 내가 개입해서 스토리를 뒤엎는 게 이 세상에도 도움이 될 테니.'


따라서.


나는 원작 스토리와 같이 여신교단으로 가서 그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게 아닌, 나의 길을 걷는다.


바로 이곳.


"델겐."


도적의 소굴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바로 이 요새도시, 델겐으로부터.


원작에서는 제법 이야기 후반에 나오는 장소.


하지만 이 세상은 장소에 따른 레벨이 정해져있거나 하지 않으니.


"정지."


나는 델겐의 성문 앞을 지키는 병사들의 앞에 섰다.


"신원을 밝혀라. 어디에서 온 누구지?"


경비병들이 나를 경계한다.

그저 갈색의 여행자 로브를 입은 청년에 불과한 나를.


"뒤에 있는 건 뭐지?"


그리고 그 뒤에 나를 따라 걷고 있는 사람보다 살짝 더 큰 진흙덩어리를.


"설마...[어스맨]인가...?"


마물의 한 종류로, 그 생김새가 꼭 초등학생 어린 아이들이 미술 시간에 찰흙으로 만들어낸 사람처럼 생겼다.


"소환수입니다."


나는 내 뒤를 지키고 있는 소환수의 복부를 가볍게 두드렸다.


"저는...흙마법사고요."

"흙마법사?"

"예."


흑마법사가 아니다.

'흙'마법사다.


"대지의 순례를 다니는 중입니다. 이 녀석은 제가 부리는 사역마로서...."


흙마법사의 골렘.


"[인벤토리]라고 합니다."


진실.

스켈레톤의 뼈 위에 젖은 붕대를 휘감고, 그 위에 진흙을 덕지덕지 펴발라 진흙을 굳힌 로드릭이다.


"보시다시피, 제 짐꾼이죠."

"크흠."


경비들이 로드릭 더 인벤토리를 보며 턱을 만지작거린다.

딱히 얼굴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냥 목각인형과 같이 눈도 코도 귀도 없는 모습에 서로 눈치를 본다.


얼굴.

만들다 실패했다.


어떻게 잘 조형을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나에게 조형창작에 대한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혹시나 나중에 조각가나 예술가를 만나게 된다면 얼굴의 형태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그냥 가면을 씌우고 다니거나.


"크흠. 그대, 혹시 어디 마탑 소속인가?"


다행히 로드릭이 스켈레톤이라는 게 들키지 않아서 그런지, 질문의 화살이 내게로 돌아왔다.


"마탑은 아니고, 고향에서 스승님께 가르침을 받아 순례길에 올랐습니다. 흙마법사로서 마물을 제거하고 시신을 땅에 묻는...장의사라고 할 수 있죠."


나는 원작 속 대지마법사 중 한 직업의 설정을 나의 것처럼 언급하며 가볍게 인사했다.


"[언더테이커], 장의사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하급 마법사 '자하드'라고 합니다."

"자...뭐?"

"자하드요."


내 이름을 듣자마자 두 경비의 표정이 굳지만.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아."


내 대답에 경비병들은 입을 벌리며 시선을 피했다.


영웅의 이름을 자식의 이름으로 짓는 경우는 잘 없기는 하지만, 아예 0%라고 할 수는 없으니.


"제 이름에 무슨 문제라도?"


문제 있다고 말하는 순간, 다음 스켈레톤은 누가 될지는 자명한 상황.


"아니. 전혀. 아무래도 흔한 이름은 아니니."


경비병은 투구 뒤를 긁적이며 창을 거두었다.


"통과. 고대 영웅의 이름을 가진 흙마법사 청년. 마찬가지로 고대 영웅의 이름을 딴 도시, 이곳 델겐에 온 걸 환영한다네."



* * *




요새도시 델겐에 무사히 들어왔다.


전형적인 판타지 게임 첫 번째 마을과 같이 벽돌 깔린 길에 붉은 지붕을 한 수많은 벽돌집이 가득한 도시.


도로가 대각선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듯 격자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집들도 네모난 세상이 아니면 못 사는 이들처럼 효율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광장, 그리고 그 광장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대리석 조각상을 제외하면 별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없어보이는 곳.


작중 후반에 오는 곳이면 나름 커다랗고 웅장란 도시가 나오는 게 고전게임 국룰이기는 하지만, 이곳은 원작적으로 조금 특이한 장소다.


'도시 전체가 전장.'


각진 구조는 원작 게임 속 전장을 그대로 빼다막았다.


대로는 3~4유닛이 이동하는 통로이며, 시가지는 비행능력이 없는 뚜벅이 캐릭터는 지나갈 수 없는 이동불가 지역.


그리고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문은 마물들이 침공하기 딱 좋은 구도이며, 어느 문이든 대로를 그대로 달려오면 중앙 광장에 도착한다.


'크네.'


2m가 넘을 대리석 단상 위, 검을 아래로 든 청년의 조각상이 있다.

검을 아래로 붙잡은 채, 인자하면서도 근엄한 자태로 내가 들어온 남쪽 성문을 바라보는 조각상이 있다.


'그냥 조각상이 아니지.'


사람들은 모른다.

약 500년 동안 이 마을의 중심에 펼쳐진 이 대리석 조각상이 실은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정확히는 석화마법을 맞은 고대용사지만.'


고대용사.

동료로 영입 가능한 90레벨 이상급 존재.


'하드코어 난이도로 플레이를 하는 게이머들이 엔딩 즈음에 동료를 모두 잃었을 경우, 엔딩을 좀 더 쉽게 보라고 놔둔 제작사의 안배.'


성검전기 특.


-캐릭터는 한 번 죽으면 그걸로 끝.


20년 전 게임은 자비가 없었다.


한 번 캐릭터가 사망에 이르면 그대로 캐릭터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나마 자비로운 부분이 있었다면, 세이브 데이터까지 건드리는 악랄한 짓은 하지 않았다는 것.


노말 난이도는 그냥 단순 퇴각 처리로서 다음 전투에 다시 나오거나 할 수 있었지만, '퇴각=죽음'이라는 시스템은 하드코어 이상의 난이도에만 적용되었다는 것.


'나와 같아.'


지금의 나는 강제로 하드코어 모드를 진행하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료를 영입한다면 그들도 한 번 죽으면 끝이다.


나의 인벤토리, 로드릭도 마찬가지다.


다른 스켈레톤들이 다 그러한 것처럼, 두개골이나 척추가 망가지거나 부서지면 로드릭은 죽어버리고 만다.


영혼이 더 이상 그 뼈에 깃들지 못하기에.


내가 좀 더 사령술사로서 경지가 높아지면 본격적으로 '중급 사령술사'의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강령술]이라거나 [영혼빙의]라거나 하는 기술도 사용할 수 있지만-


"저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


나를 부르는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부르는 걸까.


상관 없기는 하지만-


"거기, 나만큼이나 잘생긴 마법사 청년!"

"뭔데?"


나는 뒤를 돌아봤다.


"하하하! 만나서 반갑소!"


그곳에는, 낯익은 얼굴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길베르트!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견습기사!"


금발벽안의 장신 청년.

전형적인 귀족 기사 중에서도 기사도를 외칠 것 같은 남자.


"......."


얘가 왜 여기에서 나와.


'아니지. 지금 얘가 여기에 있다면-'


"그리고 여기, 이쪽은...!"


길베르트의 옆.


"나와 함께 모험 중인 여도적, 레이디 '지오니'라고 하지!"

"......!"


나타났다.

은발은안의 미인.


지오니.

라는 이름으로 정체를 숨긴 메인 스토리의 중역.


동시에 이 게임 만악의 근원이자, 최종보스.


은태자 지온하르트.

그는 프롤로그 시점, 적의 추격을 피해 여장을 한 채로 숨어 지냈으니.


-이게 여캐가 아니라고?


그 외모는 일견 여자라고 오해할 만큼, 중성적인 미형을 가지고 있었으니.


"우리와 함께 파티를 짜지 않겠어?"


목소리마저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실하게 답하지 못할 어중간한 위치.


"흑마법사."

"......."


나는 미소로 답했다.


"일단 어디 조용한 곳에서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 물론, 그쪽이 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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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5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5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7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2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1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1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7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3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7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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