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똥겜의 네크로맨서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53,930
추천수 :
6,427
글자수 :
231,723

작성
24.08.15 15:00
조회
5,393
추천
203
글자
13쪽

스켈레톤 메이커 (1)

DUMMY


게임 속 무기는 내구도가 존재한다.


아무리 강한 무기라도 수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있고, 특정 기술을 사용하면 자원을 채우도록 세팅된 경우도 있다.


이 세계의 무기는 그냥 현실적이다.

따로 상태창이나 시스템으로 알 수 없으니, 대장간의 장인들이 망치로 두드려보거나 하여 살피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언데드는 어떠한가?


'눈으로 보면 딱 봐도 알 수 있지.'


인간의 몸은 인간이 가장 잘 아는 법.

몸에 난 상처만 보더라도 얼마나 다쳤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하물며 뼈가 부러져있으면 금방 그 상태를 유추할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제대로 된 도적 스켈레톤의 수는 여섯. 나머지 셋은 죄다 하자가 있거나 생겨버렸나."


동굴 안 도적들은 깔끔하게 소탕되었다.

좀비처럼 동굴 안으로 들어간 도적들은 함정 앞에서도 아무런 타격이 없었고, 동굴에 숨어 있던 다른 도적을 모조리 깔끔하게 처리했다.


물론 도중에 손해도 있었다.


도저히 [레이즈 데드]마법으로 어떻게 부활시키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경우를 실제로 겪었다.


지식이 늘었다.

사지나 갈비뼈는 한 쪽이 떨어져나가도 상관없지만, 두개골과 척추는 온전히-혹은 최소 망가지지 않게 보존해야 되살릴 수 있었다.


한 번 망가진 두개골이나 끊어진 척추를 어떻게 잘 놓고 레이즈 데드 마법으로 부활시켜도 불가능.


스켈레톤을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쓰려면 어디를 보호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따라서.


"부품 교체를 해야겠어."


나는 육신을 한 꺼풀 벗어던지고 완연한 해골이 된 스켈레톤들을 한 줄로 나열했다.


온전한 스켈레톤은 여섯.


나머지 셋은 팔이 망가졌거나, 정강이 뼈에 금이 가있거나, 아니면 선천적으로 뭔가 잘못 되었던 건지 골반뼈가 비틀려있다.


"로드릭. 혹시 저기 있는 녀석들 중에 팔이나 다리 교체하고 싶은 거 있냐?"


내 질문에 로드릭인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아, 네 뼈는 도적들 것보다 더 튼튼해서 교체할 필요가 없다?"


로드릭이 두개골을 갸웃거린다.

아무래도 내 질문의 요지를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


"너, 강해질 수 있다고. 마을 경비병 A출신 스켈레톤이 아니라, 저기 성기사단의 기사들과 같이."


강해질 수 있다.


"그래. 성기사보다 더. 어쩌면 소드 마스터까지 노려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처음부터 한계가 정해진 채로 태어나는 이 세상 사람들의 특성상, 그 한계를 뛰어넘어 강해진다는 말 자체를 비상식으로 여긴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네 뼈 자체를 강화하거나, 아니면 네 뼈를 다른 강자의 뼈로 교체하거나."


나는 도적들 중 가장 골격이 튼튼한 스켈레톤의 갈비뼈를 가볍게 두드렸다.


"한 번 실험해볼래? 내가 터뜨린 네 갈비뼈, 한 번 끼워보자고."


로드릭이 허전한 자신의 아래쪽 갈비뼈를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갈비뼈라는 게 뭐 없어서 이상하거나 그런 건 크게 없겠지만, 내가 자신의 갈비뼈를 뽑아 실험재료로 썼다는 것 자체는 기억에 남아있으니.


"싫으면 말고. 다른 스켈레톤으로 확인하면 되니까."


까드득.

로드릭이 앞으로 나선다.

동시에 상체를 뒤로 숙이며, 자신의 비어버린 갈비뼈를 두 손으로 가리키며 하관을 딱딱 두드린다.


"좋아. 그러면 바로 테스트해보자고."


나는 도적 대장의 갈비뼈를 뽑아냈다.

서로 단면의 끝 모양이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 끝을 살살 갈아내며 도적의 소굴에서 구한 연마제를 발랐다.


"[리페어 언데드]."


수리마법.

일상 생활에서 용이하게 쓰이는 것과는 다른, 죽은 자의 육신을 수복하는 마법이다.


언데드 한정.

살아있는 이의 상처는 치료할 수 없어도, 죽은 자의 경우에는 떨어져나간 살점을 적당히 붙여두면 마나가 알아서 서로 달라붙는다.


엄밀히 따지면 상처를 '치료'하는 건 아니고, 납땜을 하거나 덧대는 방식.


'치과 의사가 된 기분이군.'


아말감으로 치아를 떼우거나, 보철치료를 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이도 결국 뼈니까 비슷하기는 해.'


이가 없으면 임플란트를.

부식되지 않는 소재를 쓴다면 금니를.


스켈레톤을 수리하고 강화하는 건 그와 결이 비슷하다.


위잉.

손에서 마나가 빠져나가기 무섭게 갈비뼈가 '찰칵'하고 달라붙는다.


색깔은 비록 로드릭의 것보다 조금 누런 감이 있기는 하지만, 크기도 미묘하게 맞지 않지만, 비어있던 부분이 채워지자 로드릭은 어딘가 만족스럽다는듯 자신의 새로운 갈비뼈를 어루만졌다.


"로드릭. 혹시 뭐 이상한 기억 같은 게 넘어오거나 그런 건 없어?"


로드릭이 두개골을 갸웃거린다.


"막 도적의 영혼이 튀어나와서 네 뼈를 점령하려고 한다거나, 도적의 기술을 익힌다거나, 존재하지 않는 기억이 갑자기 머리 속에 떠오르거나 하는 건 없냐?"


내 말에 로드릭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곧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더니, 뇌도 없으면서 무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리도리.


그런 건 없나보다.


"다행이군. 다른 이의 갈비뼈에 깃든 원령에 침식되는 줄 알았지."


사령왕의 문헌에는 그런 경우가 있다고 했는데, 다행히 로드릭의 정신력이나 능력이 갈비뼈의 주인보다는 높은 모양이다.


"뼈 부러지거나 망가지지 않게 조심해. 이렇게 하나하나 교체를 하다보면, 결국 남은 건 로드릭이 아니라 로드릭이었던 누더기 스켈레톤이 될 테니까."


까드드득!

로드릭이 손을 마구 흔들며 한사코 거부한다.

말을 하지 못해서 저렇게 격한 행동을 크게크게 할 때마다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당분간은 계속 데리고 다니자.'


머나먼 여행에 음악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광대가 하나는 필요하다.


'언제든지 터뜨릴 수 있는 호신용 스켈레톤 하나는 있어야 하니까.'


위기의 순간에서 항상 내 목숨을 챙길 수단은 반드시 필요한 법.


"좋아. 수리는 끝났고...."


로드릭의 수리와 '뼈 접합'을 테스트 했으니, 이제 다음 작업을 시작할 때.


"자금 파밍."


나는 도적들의 사이에 놓여있는 제법 큰 상자로 눈을 돌렸다.


보물상자.

겉이 화려하게 장식되었다기보다는, 누가 함부로 들고 움직이지 못하게 무게가 상당히 나가도록 만들어진 검은 상자.

심지어 사슬까지 여러개 채워져있다.


"열어."


나는 도적 두목의 스켈레톤에 지시를 내렸다.


로드릭과 같이 스켈레톤에 영혼이 깃들어있는 개체가 아니라, 도적 두목의 스켈레톤은 나의 의지대로 상자에 걸린 자물쇠를 손에 든 망치로 부수며 상자를 열었다.


덜커덩.

자물쇠가 망가지고 사슬이 풀리며, 굳게 닫혀있던 상자가 입을 벌린다.


미믹이라면 스켈레톤도 단숨에 혀로 날름 휘감아 집어삼키겠지만, 미믹은 아니었다.


"아, 젠장."


대신 대박도 아니었다.

상자 안에는 포션으로 추정되는 비약과 약간의 금화, 그리고 양피지 몇 개가 들어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제법 비싸보이는 장신구, 귀금속류가 전부.


장물이다.


"곤란한데."


포션은 상했을 수도 있으니 함부로 건드리기 난감하고, 챙길 수 있는 건 금화와 양피지-


"오."


양피지를 펼치니, 안에 천으로 감싸둔 돌멩이가 굴러떨어진다.

그 돌멩이를 본 순간, 나는 그 말을 참을 수 없었다.


"운이 좋군."


마석이다.

보석의 원석을 아무렇게나 떼어낸 것처럼 보이는 탁구공만한 크기의 작은 돌멩이지만, 그 안에 깃들어있는 마나가 분명히 느껴진다.


"후우."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마석을 손에 움켜쥔다.


마석 내부에 깃든 마나를 흡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기는 하지만, 사령왕의 서적에 있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으로 마나를 흡수한다.


꽈아악.

마석을 손으로 움켜쥐며, 마석 내부의 마나를 뽑아낸다.


수백 년 전의 방식이지만, 이건 지금도 여느 마법사들이나 사용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식의 마나흡수법.


어떤 마법사들은 마석을 갈아서 마신다거나 코로 흡입한다거나, 수프에 넣고 녹여서 다른 음식과 함께 섭취한다고 그러더라.


'근본대로 하자.'


마석을 움켜쥐고 마석의 마나가 손을 타고 흘러와 내 심장에 깃들게 하는 방식은 성검전기의 근본 설정 중 하나다.


설령 제작사에서 유저들의 골수까지 빨아먹기 위해 성장 아이템이라는 명목으로 [마나 파우더]라거나, [이상한 마나 사탕]이라거나, [마나 인젝션]이라면서 수상쩍기 그지 없는 방식으로 캐릭터의 스펙을 올릴 수 있는 유료 아이템을 팔아치웠고, 그것이 이 똥겜세상에 그대로 녹아들었다고 하더라도.


'사령왕의 방식은 고전이자, 갓겜 성검전기의 방식 그 자체.'


가장 고전적인 방식이 비효율적이고 비능률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곧 다른 말로 하자면 '근본'이라 할 수 있다.


파스스.

한참 마나를 흡수하는데 집중하고 나니, 움켜쥔 마석의 색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움켜쥐기 전까지 장신구로 써도 좋았을 마석은 색이 바란 잡동사니처럼 평범한 돌조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로드릭."


툭.


"챙겨."


마나가 비어버린 마석을 로드릭에게 던진다.

두 손으로 빈 마석을 받아낸 로드릭은 '이걸 왜 나한테'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상자 안의 물건들을 마저 챙기며 도적들의 스켈레톤을 가리켰다.


"너를 데리고 마을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잖냐."

까드득...?

"이러고 마을로 가냐고? 당연히 그냥은 안 되지. 네크로맨서가 당장 살해당하거나 그럴 부류는 아니지만, 인식은 나쁘니까."


흑마법사로서 스켈레톤을 대동하고 마을에 들어간다?

문전박대 당하거나 그 자리에서 살해당하지는 않겠지만, 정체를 심문당하거나 배척받거나 하는 상황이 생길 터.


"그러니까 몇 가지 변장을 할 거다. 그걸 위해서...."


나는 동굴 내부를 가리켰다.


"여기, 임시 거점으로 쓰기 딱 좋은 곳이거든? 도적들이 더 나타나면 그대로 시체로 써먹으면 되고, 이 동굴 나름대로 가치가 있으니."


로드릭이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다가간다.

그곳에는 도적들이 쓰던 것으로 추정되는 곡괭이 몇 개가 바닥에 박혀있었다.


"구리광석이든 철광석이든, 도적 놈들이 광물 캐내고 있던 곳이니."


도적들 나름대로 수입원이 따로 있었다?

혹은, 이 광산에 진을 치고 광물을 캐내면서 도적질을 부업으로 삼았거나.


"광물을 뭐 어디 상단에다가 팔지는 못하더라도...무기로 써먹을 수는 있으니까."


나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철주괴를 집어들었다.


'여기 올 때마다 스켈레톤들 이용해서 곡괭이질 하면 나름 돈 좀 벌리려나?'


내가 마을로 떠나면 스켈레톤들은 제어가 불가능해진다.


그대로 뚝 멈춰있다가, 내가 다시 이곳에 와서 마나를 불어넣으면 그제야 움직일 수 있을 터.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

자금을 일부 확보했으니, 이제는 마을로 찾아갈 때다.


"로드릭. 혹시 머리 위에 철로 피부를 두르고 싶지 않냐?"


아이언 스킨.

인간의 피부와 근육이 뼈를 보호하는 갑옷이라고 한다면, 스켈레톤은 그 위에 살점이 아닌 금속을 잘 펴바르면 그게 갑옷이다.


"철이든 은이든 금이든, 도금해서 뼈가 강철만큼 단단해지는 거지."


얇게 펴바르고 식히면 그게 도금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해골바가지 위에다가 무쇠로 된 뚝배기만 올려도 그게 투구고 헬멧이다.


"그 첫 번째 단계로, 내가 지금부터 너를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 시킬 거거든?"


가방에서 사령왕의 마도서를 꺼낸다.

이미 공부한 내용이지만, 처음 직접 실험해보는 내용인 만큼 복기가 필요하다.


"긴장할 필요 없어, 로드릭."


등 뒤, 로드릭이 이를 딱딱거리며 나를 향해 가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냥 몸에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일 뿐이야."


언데드는 스켈레톤만 있는 게 아니고.


"내가 그래도 사람 살점 대신, 진흙이랑 뼛가루로 네 살을 만들어줄 테니까."


누더기 골렘과 같은, 다른 언데드도 여럿 존재한다.


"로드릭. 괜찮아. 내가 잘 성형해줄 테니까."


나는 도적들을 조종하여, 상자 안에 흙과 물을 부어 개어냈다.

그리고 다른 스켈레톤들의 뼛가루 일부를.


"진흙 골렘. 그런데 안에 스켈레톤이 뼈대가 되는."

까드드득.

"내가 설마 흉물을 만들어내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갓똥겜의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황야의 데스나이트 (2) NEW +4 22시간 전 449 32 12쪽
39 황야의 데스나이트 (1) +6 24.09.13 826 43 13쪽
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954 46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5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4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7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2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1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1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6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2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7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